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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재기가 넘치고 재능은 있어 보이나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닌 듯하다. 다양한 실험을 가했으나, 실험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장치로 보이고(서로 얼개가 맞지 않으니), 이야기 구조는 자꾸 뒤로 갈수록 뒤틀리는 듯하다. 또 오스카가 수많은 '블랙'을 찾아다니는 까닭을 잘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감동'이 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편지가 주목을 끌었는데, 둘 사이에 점점 뒤틀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의 차이가 미묘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할아버지, 토머스의 행위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가 말을 하지 않고, 그가 절망하는 까닭을, 그리고 한 여자의 곁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나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의 행위 자체가 모순으로 보였고, 끝에서는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새로운 형식 위에 보편적인 이야기를 얹어놓은 소설이지만, 두 가지 모두를 성취했다고는 볼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분명 능력이 있는 작가이다. 그의 첫 작품이 출간되면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