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시인, 문화평론가, 출판 평론가, 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갑수의 음악 에세이집. 김갑수는 잘 알려져 있는 ‘음악광’이다. 근 20년 가까이 그는 음반을 모으고 수없이 오디오를 바꿈질해왔다. 그리고 약 1만 장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고, 세 조의 오디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미 음악 에세이집을 출간한 바 있고, 여러 매체에 다양하게 음악에 관한 글과 방송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손짓에 수많은 표정이 있고 욕망의 몸부림이 있다. 그것을 인생이라고 번역해도 좋으리라. 음악을 사랑했고 거기에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맡겨온 셈이지만 궁극적으로 음악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물리적 시간을 넘어서는 의미의 시간, 아프도록 충만한 인생의 시간이 바로 음악듣기였다.”

이 말처럼 이 책의 내용은 ‘삶 속의 음악’이다. 따라서 음악책이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일상과 생각, 추억 등이 나열되어 있는 에세이인 셈이다. 곧 그가 어느 작곡가나, 작품에 대해 말을 하지만 그것은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채워왔던 삶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클래식 관련 책이니 뭔가 자랑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냐는 시각은 그의 글을 읽으면 금세 사라진다.

이 글의 매력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음악의 편력이나 정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가 추억하는 공간과 그것들을 판가름하는 인문적인 지식에 있다. 또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서술되는 그의 글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동반하고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은 다시 음악으로 치환된다. 아무리 음악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의 골격은 음악이다. 그는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음악과의 관계는 실과 바늘처럼 붙어 있어야 내용이 나오고 형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생을 느끼게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매혹이라면 그 구체적인 내용은 추억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떤 추억과 만나는 일이다. 또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살아서 그다지 재미 못 보았다는 시구절처럼, 살면서 그리 즐거운 추억은 없다. 음악 앞에서 음악과 홀로 마주하고 있는 순간에는 온갖 쓰리고 아픈 기억과 후회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차라리 음악을 듣지 말아 버릴까. 에이, 삶이 즐거웠다면 무엇 때문에 음악을 듣겠나.”

삶이 늘 괴로운 우리들, 그는 클래식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제발 클래식 한 번 듣고, 나와 너의 삶에 대해 반추해보자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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