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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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화차(火車)여... 화차여, 오늘은 우리 집을 스쳐 지나가더니 또 슬픈 어느 곳으로 돌아가느냐.” 돌고 도는 불 수레. 그것은 운명의 수레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내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자리에 올라 탈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은 신용 불량자라고 우리가 소위 낙인찍어 살아 있으나 허공을 떠도는 유령처럼 만들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모든 사정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이미 손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 행복을 찾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찾고 있는 행복이 물질적이고 유형적이며 지금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카루스가 먼 옛날 증명을 했기 때문이다. 높이 날수록 추락의 충격은 크고 욕심이 크면 실패는 뻔하고 그리고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꿈꾸는 것은 비상을 꿈꾸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무도 추락의 공포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추락이 얼마나 빠르고, 날기 위해 애쓰고 몸부림치던 것에 비해 얼마나 허무한 지 날아가는 새를 쏘아보라. 그 새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카드 한 장, 두 장, 여러 장을 가지고 행복을 사려는 사람들이, 좀 더 위를 향해 오르려 무리하게 애를 쓰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일이다. 그렇게 총에 맞아떨어지는 새가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야베 미유키는 말한다. 졸업 즈음 학생들에게 메이크업 강좌 같은 것은 하기 보다 신용 카드를 잘 쓰는 법, 알맞게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오늘 우리가 정말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나,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나, 부추기는 정부나 모두 자신들이 잘못 디딘 한 발자국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이해하고 깨닫고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 앞에 신용 불량자가 몇 백만이 있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작품을 고등학교 필독 도서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은행이나 관공서에도 비치하고 신용카드를 만들 때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화차가 내 옆으로 불을 뿜으며 지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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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5-10-30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주전에 경인문고에갔다 구석에 꽂혀있는걸 발견하고 얼른 샀습니다.
읽은결과는 근래에본 가장 감동적인 글이었구요
우리의현실과도 많이 흡사한책이이었죠
가해자와 희생자 다 안되었구요
정말 님의말대로 관공서나 은행 그리고 고등학교등에 비치해 읽게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그런데 혼마형사는 그녀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물만두 2005-10-30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마형사는 형사니까 형사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을까요? 안그럼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테니까요... 정말 이 책이 재간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정말 모르고 지나치는 좋은 책들을 절판된 뒤에 알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저도, 님도 모르는 새 얼마나 많은 좋은 책을 놓치고 있을까요...

sayonara 2007-03-16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저냥 읽은 책인데... 뒷표지에 제가 쓴 두 줄짜리 서평이 있다니까, 동생이 읽고 싶다고 사달라는군요. 이런~ ㅜㅜ
땡스 투 갑니다~~~

물만두 2007-03-16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으하하하 동생분도 간직하고 싶으신게죠^^

tting 2012-06-08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미야베 미유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것 같다. 자칭 범죄소설가이지만 책 한편에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 화차도 그랬고 낙원도..
 
두 개의 미소를 지닌 여인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7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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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은 지극히 간단한 작품이다. 단편으로 만들어져도 될 만한 작품이다. 셜록 홈즈가 말했다던가.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제거하고 남는 것이 정답이라고... 그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아르센 뤼팽이 다시 돈 루이스 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돈 루이스로 등장한 작품은 - 사실 페레스와 페레나를 같이 봐야 할지는 고민스럽지만 - <황금 삼각형>, <서른 개의 관>, <호랑이 이빨>이 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새삼스럽게 이 이름으로 등장을 하니 어인 일인지... 아마도 <바르네트 탐정 사무소>이후 그와 행동을 같이 한 베슈 형사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내용인 즉 한 여인이 집을 잘못 찾아 뤼팽이 머무는 곳에 들어오게 되고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뤼팽은 그녀를 쫓아온 형사로부터 그녀를 구해 준다. 그녀는 자신을 앙토닌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클라라였고 수배 중인 인물이었다. 이제 뤼팽은 그의 특기인 예전의 사건으로 사라진 보석 목걸이를 차지하고 또한 앙토닌이든 클라라든 여인도 함께 차지할 계획을 세우고 언제나처럼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은 그다지 취미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께 권하고 싶다. 피를 싫어하고 잔인한 살인을 싫어하고 무엇보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점을 따지기 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부담 없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그리고 추리 소설, 특히 뤼팽의 매력에 빠져 보시길... 아, 이제 두 권 남았다. 벌써부터 아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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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긴 복도
가와다 야이치로 / 대원사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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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도가 너무 길다... 외과 수술실과 병실로 옮겨지는 복도의 동선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 병원은 신축 과정에서 사정상 이런 점을 무시해 버렸다. 그 하나의 작은 실수가 이제 치명적인 상처를 사람들에게 남기게 된다. 외과 의사가 수술한 환자가 수술실에서 병실로 옮겨지는 복도에서 의문의 호흡이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응급 처치 시기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환자의 부인은 의료 과실을 문제 삼으면서 보상을 요구해 오고 병원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마취한 외과 의사에게 과실을 인정하는 서명을 강요하지만 의문을 품고 있던 의사는 서명을 거부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병원 내의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1994년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인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검찰을 죽여라>와 같은 동종 업계의 암투랄까, 서로 이권을 장악하려는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어떤 암투와 음모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서로 다른 의과 대학간의 경쟁, 같은 지역 병원간의 환자 확보, 또한 일본 특유의 같은 라인 형성에 의한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있다.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의사들, 격무에 시달리는 병원 노조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의사도 단지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병원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이라는 자각도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작품인 <코마>나 <위급할 경우에는>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이 작품은 작가의 처녀작이고 1992년도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일본적인 리얼리티를 잘 살린 데 있다. 긴박감은 없었지만 늘어지는 면도 없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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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5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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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 어린 민간인이 군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같은 나라 작가가 쓴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인데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과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니 이래서 십인십색이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 십 년 전에 읽었다면 반감을 많이 가졌을 것 같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하인라인이 표방하는 애국지상주의같은 요즘 미국식 사고 방식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윤리 의식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나 권력과 책임은 같은 무게로 지워져야 한다는 점,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에는 솔깃해진다.

요즘 원정 출산의 이유가 아들 군대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경악할 만한 뉴스를 접하면, 남동생이 군대를 갔다 왔다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지 모른다. 궁극적 군인이란 무엇인지... 하지만 군인 없는, 군대 없는 국가는 생각할 수도 없다. 이미 많은 침략을 당한 우리로서는 힘의 논리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전쟁이 날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쟁은 날 수도 있다. 역사이래 우리가 전쟁을 예측해서 방어한 예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다시 침략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다시 침략하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도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가슴 아프지만 북한도 침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어떤 자세로 방어할 것인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는 지, 또 우리 나라 사람 중 어떤 생각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 '양심' 운운하면서 - 우리가 지킬 수 없는 나라는 더 이상 우리 나라일 수 없지 않을까. 아마 전쟁이 난다면 모두 이 땅을 떠날지도 모른다. 자식 군대 보내기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전쟁터에 자식을 보낼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작가에게 공감하는 부분은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점이다. 태형이라든가, 채찍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가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전반적 내용의 흐름만을 생각하려 한다. 일일이 문구 하나 하나를 따지고 싶지는 않고 작가를 사상과 결부 지어 생각할 생각도 없다. 작금의 시대가 이 책을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고 있음을 개탄할 뿐이다.

물론 나는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편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알 것이다. 그들의 부모와 형제들도. 군대 기피자들을 보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너무 장황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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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표적
데리드르S.라이켄 / 한아름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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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살해된 어린 소녀의 시체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발견되면서 갈등이 표출된다. 우선 수사를 맡은 경찰 조지에 대한 관점이 있다. 그는 이혼남이다. 그 또래 딸을 두고 아직도 전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사귀고 있는 여자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또한 한번 받은 상처를 또 다시 받고 싶지 않은 사랑에 실패한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조지와 사귀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관점이다. 그녀는 조지와 사귀고 있지만 그가 아직까지 전처를 생각하는 것에 상심하고 있다. 그때 낯선 게리가 나타난다. 그녀는 조지에 대한 반발심, 또는 여자들 특유의 로맨스적 생각을 품고 낯선 남자에 대한 무모한 사랑을 시작한다. 그녀는 문득문득 위험과 같은 낯선 감정, 낯선 이미지를 느끼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여자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진을 찍고 다니는 사진 작가 게리의 관점이다. 그는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원한다. 남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자신만의 그가 찍고 싶어하는 땅속에서만 산다는 난처럼...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방법을 발견하고 만다.

이 세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칫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놓칠 수가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단점이다. 역자는 이 작가를 루스 랜들과 메리 히긴스 클라크와 비교하려 하지만 두 작가의 중간에서 아직 자신만의 색깔을 완성하지 못한 신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작가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된다. 좀 더 범죄자의 심리를 깊이 있게 잘 묘사하고 그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그리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트릭은 너무 많이 쓰여 오히려 그 시사점을 간파하지 못하는 경찰을 바보처럼 만드는 이제는 진부한 트릭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 작품이 쓰인 시점에서는 아니지만... 이 후에도 여전히 이 트릭은 쓰이고 있지만 말이다. 발간 당시에 읽지 못하고 지금 읽어 재미가 반감된 감이 든다. 애석할 따름이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출판되기를 기대해 본다. 요원하리라 생각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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