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 20세기 철학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에 가장 심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 분석철학이고, 분석철학을 '틀' 지운 것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서, 상당부분 신비한 삶을 살았고, 워낙 그가 남긴 텍스트들이 난해하다는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비트겐슈타인 神話가 벌써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철학적 탐구>는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중요한 저작. 전기 철학의 대표적 저술이 <논리·철학 논고> 라면 후기 사상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것은 부산대 철학과의 이영철 교수. 번역에 참고될 텍스트는 독일 루즈 캄프의 비트겐슈타인 저작집 제1권을 선택했으며, 영어번역등 현재 나와 있는 주석서들을 참조했다.
짧은 잠언들로 구성된 이 책들은 16년동안 비트겐슈타인이 몰두해왔던 철학적 탐구의 침전물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까다롭다. 즉 이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은 다른 이들의 생각하는 수고를 덜려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북돋우려 한 것이다. 의미, 이해, 명제, 논리의 개념, 수학의 기초들, 의식의 상태들과 관련된 깊이 있는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고전' 이다. - (1994-04-11)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이 소설은 집안끼리의 연대와 양가 부모의 정혼으로 결혼이 성립되고 여성은 가정 내에서 남편의 권위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18세기 말의 분위기에서 이야기된다.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27세의 노처녀 앤이 해군 대령인 옛 애인 웬트워스와의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평자는 이 소설을 가리켜 "제인 오스틴의 첫 소설 <분별과 감성>에서 시작된 긴 고민의 종착점"이라고 말한다. 고도로 발달하는 영국의 자본주의가 가문의 매개를 거친 농촌자본주의와 얽혀 있고, 국가경제는 해외교역과 식민지 발달을 통해 확대되던 당시 영국의 상황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오스틴은 이전 작품들에서 옹호하던 '토지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공동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적 삶과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독립된 행복'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남녀 관계를 원하는 여 주인공의 결혼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선택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유동성과 문화적 가치의 변화 관계를 탁월한 심리묘사와 함께 나타내고 있다

 영국작가 존 파울즈의 출세작.(1969) 옷깃의 주름부터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어투까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세심하고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시대의 위선과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두 총명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자유에 대한 정열이 고갈된 20세기 상황에 대한 탁월한 우화이기도 하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번역가인 김석희 씨의 최초의 번역 작품으로(현대문화사, 1982),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다시 펴냈다.

 한국일보 : `캐치22:피할 길 없는 부조리한 상황.막다른 상황.함정,덫`(랜덤 하우스 딕셔너리). 60년대 말 반전분위기를 타며 작품제목이 미국 사전에 보통명사로까지 오른 소설. 제2차 세계대전 중 지중해의 한 섬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에서 벌어지는 괴짜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전쟁의 허구성과 관료 조직을 풍자했다.
가짜 환자노릇을 하며 틈만 나면 군대를 빠져 나오려는 냉소적인 주인공 요사리안 대위,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면서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무슨 대수냐』고 떠드는 알피, 출세를 위해 기를 쓰고 출격 횟수를 늘리는 지휘관들. `캐치22`는 일종의 군대규율이다.
요사리안은 스스로 정신 이상자이기 때문에 출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이 정신이상임을 아는 사람은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캐치-22`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규율은 관료조직과 권력자들에 봉사하는 조직 속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상징한다.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했었고 작가 조셉 헬러는 지난해 속편 ##t<마감하는 시간>##t을 내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 김범수 기자(1995-02-07 )

 유복자로 태어난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냉혹한 계부의 학대 속에서 고난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집에서 내몰려 기숙학교에 입학한 그는 1년도 못 채우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고아가 되어, 열 살의 나이로 계부의 상회 머스드론 앤드 그린비의 점원이 되어 잡일을 하게 된다. 장래를 깊이 생각한 그는 뜻을 이루기 위해 결심하고 잡일터를 떠나 도버에 살고 있다는 대고모를 찾아 나선다. 수난, 위험, 굶주림, 고통의 도보여행...... 상거지가 되어 대고모를 만난 그는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찰스 디킨스의 자서전적 요소가 담긴 대표작이다.

 신화란 인류가 꾸는 꿈이다. 꿈은 금세 잡힐 듯 느껴지지만 깨고 나면 건드릴 수도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버린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꿈에 표현되듯이 신화는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묘사한다. 신화에는 작가가 없다. 신화를 듣고 읊었던 모든 이들이 작가이며 동시에 청중이자 독자가 되는 특이한 인류의 소산이다.
신화에는 그렇게 듣고 읊었던 모든 이들의 의식과 감정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단순히 창작된 다른 문화들과는 다르게 특별하다. 신화도 꿈처럼 잡힐듯이 잡히지 않지만, 꿈을 제대로 읽으면 꿈을 꾼 개인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듯이 신화를 제대로 읽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좀더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쾨쾨묵은 냄새가 진동하는 신화를 최첨단의 이 시대까지도 주리줄창 되풀이해서 말하고 듣는 게 아니던가.
<변신 이야기>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과 신의 대 파노라마다. 대개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불핀치의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원제는 「전설의 시대 The Age of Fable」)는 오비디우스와 호메로스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불핀치의 신화도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겠다고 하겠지만 <변신 이야기>에 비한다면 많이 변질된 신화라고 하겠다.
이윤기씨는 자신의 인문학적 도량만큼 원문을 유려하게 옮겼다. 원래 <변신 이야기>는 시의 형태로 전해진다. 시는 시로서의 거부할 수 없는 멋과 맛이 있겠지만 <변신 이야기> 정도 되는 양이라면 시로 읽기엔 아무래도 까딱스럽다. 시를 그대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탓인지, 아니면 읽는이의 고충을 헤아렸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이윤기씨는 서사시에서 훌륭한 산문을 뽑아냈다.
거기에 옮긴이의 괴로움일지언정 읽는이에겐 최상의 배려인 주까지 꼼꼼하게 붙인 것은, 이윤기 씨의 다른 많은 번역서들 중에서도 <변신 이야기>를 역작으로 손꼽게 만들었다. 명저에 명번역, 좋은 책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 임지호(1999-04-02)

 생태주의적 사유의 주창자로 최근 새롭게 조명되는 에머슨의 에세이. 이 책에 담긴 세편의 에세이는 30대의 에머슨이 고향 콩코드의 자연을 사유의 동반자로 삼아 삶의 길을 그린 여정의 기록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 학자로서의 반성 등 전인적인 삶을 살고자 애쓴 지성의 치열성이 드러나있다.
[자연]― 1836년 발표된 에머슨의 첫 저서에 실려 있다. 아내를 잃고 목사직을 사임한 후 비판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삶의 행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바를 기록했고, 그것이 그대로 미국 초월주의 사상의 근본적 입장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서의 핵심적 화두는 에머슨도 밝히고 있듯이, "자연은 무슨 목적으로 존재하는가"이다. 자연의 효용성을 편익·아름다움·언어·훈련이라는 네 국면으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미국의 학자]― 1873년 8월 하버드 대학의 우등생 친목회에서 강연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학자는 자연의 질서를 배우고 과거의 정신 유산을 창조적으로 수용하면서 사색의 결과를 기꺼이 행동으로 옮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이 글에서 역설하고 있다. 여전히 '유럽의 고상한 시신들'을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당대의 문학계에 유럽으로부터의 독립을 촉구했으므로, 미국의 문화적 '독립 선언서'라고 불리고 있다.
그 밖에 '심령의 교리'를 가장 포괄적으로 검토한 [초령(超靈)]과 회의주의적 질문으로 시작한 [경험] 역시 에머슨 사상을 엿보는 데 있어 빼놓지 않고 살펴야 할 바를 기록한 것들이다.

 결혼과 성, 가족에 관한 전통적 윤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새로운 윤리를 제시한 책. 인류학적(모계사회와 가부장제), 종교적(원시종교, 금욕주의, 기독교 등), 국제정치적(인구와 우생학)관점 등에서 정통적인 윤리를 면밀히 비판하였으며 이성과 자유, 관용의 정신에 기초한 성숙된 윤리를 펼쳤다.

 

 

 셸리, 바이런 등과 함께 악마주의 계열이라고도 불리는 블레이크의 작품을 모았다. 블레이크는 과거의 전통과 문체에 반발하여 형식과 주제 면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물. 영국 문학의 새로운 면을 엿볼 수 있다.

1. 노래
2. 거친 계곡 아래로 피리를 불며
3. 어린 양
4. 굴뚝 청소를 하는 아이
5. 보모의 노래
6. 학동
7. 옛 시인의 목소리
8. 런던
9. 나는 황금의 교회당을 보았다
10. 병든 장미
11. 오, 해바라기
12. 사랑의 뜰
13. 호랑이
14. 서시
15. 지옥의 격언초
16. 악마와 천사
17. 자유의 노래
18. 아침이 오고 밤은 사라진다
19. 순수의 전조
20. 단상
21. 블레이크의 편지

 프랑스 작가 A.카뮈의 에세이. 1942년 발간되었다. 인간존재와 세계와의 관계를 '부조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 일상적인 현상, M.하이데거·K.야스퍼·S.키에르케고르 등의 실존철학자, E.후설 등의 현상학자들의 부조리인식의 검토, 사형수·배우·돈 후안 등 부조리한 인간들에 관한 묘사를 거쳐서, 부조리는 인간에 있어서의 출발점이며 이 출발점을 부단히 의식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적 자유가 얻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부조리한 자유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산꼭대기까지 밀어올리면 떨어져 내리는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올리는 그리스신화의 인물 시시포스의 노동이다. 그는 이것을 그저 무익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달관해야만 한다고 말하였다. 카뮈의 운명애를 나타낸 저서이다. --한메디지털백과사전
알베르 카뮈의 대표적인 철학 에세이. 간난신고 끝에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산정상에 올려놓으면, 바로 그 순간 반대 방향으로 바위가 굴러내려가고, 다시 그 바위를 정상을 향해 밀고 올라가는 끊임없는 '헛수고'의 연속을 인간존재의 실존적 비극성에 비유했다. 책세상의 알베르 카뮈 전집 중 한 권이다.

 개인의 종교적 구원을 주제로 한 종교소설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 전통적 교리나 신학에 묶이긴 싫어하지만 깊은 의미에서의 교리나 신학을 필요로 하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로 그의 강의 초고(草稿)를 아들 니코마코스가 엮었으므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고 한다.
그는 윤리학을 독립된 학문이 아니라 실천철학 또는 <정치학>의 서론으로 생각하였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모든 행위의 목적은 선(善)과 최고선의 추구이며, 최고선은 곧 행복이다. 그는 행복이 영혼의 두 부분, 즉 유리적(有理的) 부분과 무리적(無理的) 부분의 작용에 따라 구별되고, 그에 따라 인간의 덕도 윤리적·이지적으로 구별된다고 보았다. 또한 덕(德)은 사려깊은 사람의 결정의 표준인 중용(中庸)에 의하여 성립되는 선택 상태이며 중용이란 초과와 부족이라는 두 악덕의 중간이라고 보았다.
이 책은 덕, 선, 우애, 쾌락 등의 주제를 통해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아일랜드가 낳은 위대한 작가이자 시인, 비평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 고딕적인 요소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작품을 지배하며, 선과 악의 본질, 쾌락과 도덕성에 관한 주제를 다룬 소설로 유명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담겨 있는 대표작으로, 1890년 '리핀콧'에 연재되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의 부도덕성을 맹렬히 비난했지만, 와일드는 예술이란 도덕적 결말에 무관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질 핼워드는 내가 생각하는 현재의 나이며, 헨리 워튼은 세상이 생각하는 나이며,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런던 귀족사회의 독설가이자 멋쟁이로 유명한 헨리 워튼 경. 어느날 그는 바질 핼워드의 화실을 방문하여 화가의 모델인 아름다운 미청년 도리언 그레이를 만나게 된다. 도리언 그레이는 순식간에 헨리 워튼 경의 세계에 빠져들고, 초상이 완성된 순간 삶의 비밀이 그안에 깃들게 되는데...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무엇이 실상이며 무엇이 허상인가. 인간은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제약을 받는다면 제약의 정체는 무엇인가.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는가, 아니면 죽고 마는 것인가. 죽고 만다면 죽음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라킨의 시는 이런 질문들과 함께 현실적인 삶의 핵심을 이루는 일과 사랑과 창작과 관련된 한 인간의 고뇌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라킨은 한 작품에서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하지만, 두어 가지 주제가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비중 있게 다룬 주제들을 열거하면 삶의 실상과 허상, 시간, 사랑, 고독, 죽음 등 다섯 가지다. 이렇게 논의의 범주를 한정하는 것은, 삶의 현장을 다룬 것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귀향 - 토마스 하디 토마스 하디의 1878년 작. <테스>와 함께 하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부유한 보석상 출신인 크림은 파리를 떠나 고향에서 농촌교화에 힘쓰고자 한다. 그러나 번화한 도회생활을 꿈꾸는 여성 유스티셔와 사랑에 빠지고, 유스티셔는 다시 그를 외면하고 애인 와일디브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유스티셔를 찾아왔던 크림의 어머니가 유스티셔로부터 냉대를 받고 떠나다 독사에게 물려 죽은 후, 크림은 유스티셔와 헤어진다. 유스티셔는 애인과 함께 파리로 도망가던 중 늪에 투신하고, 그녀를 구하려던 애인도 함께 죽고만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끝난 후 크림은 다시 농촌교화에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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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2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미 작가들이 아무래도 선호하는 책이라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이 있는 것 같아요. 책 읽다보면 무지 중복되어 나오는 책들이 있거든요^^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콜린 덱스터의 열 번째 작품이자 그에게 CWA 골든 대거상을 두 번째로 안겨 준 작품이다. 물론 첫 번째 작품은 <옥스퍼드 운하 살인 사건>이다. 그밖에 실버 대거상도 두 번 받았는데 1979년 작품인 <.Service of All the Dead>와 1981년 작품인 <The Dead of Jericho>가 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된 작품은 첫 번째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이 장편으로는 전부였기에 기대가 큰 시리즈다. 장편이 13권밖에 되지 않으니 부디 전권 출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모스 경감에 대한 내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기억하는 모스는 약간 우수 어리면서도 지고지순한 남자였는데 아마도 아담 댈글리시와 쿠르트 발란더가 결합되어 모스 경감으로 형상화시킨 모양이다. 우수? 택도 없는 소리다. 지고지순?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모스 경감은 술고래다. 전작에서 입원까지 했으니. 거기다 고상한 척하지만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체면상 드러내지 않는 것뿐이다. 거기다 우기기 대장에 자기 맘 대로고 해결을 하면 자기 덕이고 못하면 남 탓이다. 친구가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루이스 아니면 누가 그의 곁에 있겠는가. 루이스는 모스에게 있어서는 네오 울프의 조수인 아처 굿윈과 같은 역할이다. 약간 모자란. 하지만 정감 있는 인물이다.   

 

192p  

“자네가 일전에 모든 인간은 매일 24시간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건 불변의 진리야, 모스. 별로 상상력 없는 말이긴 하지만 엄연한 진실이네.”  

“자네는 아직 네가 어떻게......”  

“누군가...... 누군가 말했지. ‘세상에 정말로 중요한 일이란 없다...... 종국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벨포어 경이 한 말이네.”

 

이 작품의 패턴은 사실 콜린 덱스터가 자기 작품에서 한번 써먹은 수법이라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그것보다 흥미로운 점은 모스 경감의 원맨쇼를 구경하는 재미와 재치 넘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웨덴 처녀의 실종과 살인 사건이니까 이 정도 난리를 떤 거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흑인이나 아시아계 여성의 실종과 살인이라면 이리 법석을 떨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바보 같다. 그들이 뭐 때문에 그러겠는가.  

 

368p  

당신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보냈던 짧은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소. “가 버린 위대한 날들 중 오직 하루, 모든 얼굴들 중 오직 한 얼굴.”  물론 내 말이 아니라 어니스트 다우슨의 말이오. 그 추억을 같이 보내오. 굳이 골라야 한다면, 나는 여섯 번째 곡인 ‘주여, 생각해 보소서 Recordare.'를 가장 좋아하오. 그런데 ’리꼬르다레 Recordare'는 ‘리꼬르도르 recordor'라는 동사의 2인칭 단수형이라오. 그 뜻은 ’기억하라!‘라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의 동화를 생각했다. 숲속에 있는 마녀의 집이 등장하는 <헨델과 그레텔>이라는 잔인한 동화가. 그 동화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잔인한 인간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읽는 이들에게 그레텔이 숲을 따라 가며 떨어뜨린 빵 조각을, 새가 먹어 치워 사라진 빵 조각을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스웨덴 처녀라는 빵 조각을.  

 

421p  

"대부분의 사건과 똑같지요. 안 그렇습니까? 사실 범인들의 동기를 100% 이해할 수 없죠. 물론 대개 명백한 동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래야 했는지 늘 알 수 없는 구석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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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야자키 하야오꺼 다 샀다.

근데 알라딘... 모처럼 주문했는데 왜 월령공주만 배송이 안되는 건지... 혹 품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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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배심원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토니 모리슨의 <재즈>를 떠올렸다. 1970년대 미국 남부... 그곳에서 사는 흑인 노부인의 인생 이야기는 사실 범죄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신문사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웠다. 가끔 존 그리샴은 나를 혼란 속에 빠트린다. 추리 작가로서의 연막인지, 아니면 순수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가가 흑인이든, 백인이든을 떠나서 그들은 환상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감명적이라던지, 아니면 그렇지 않다던지 하는 관점을 떠나서 말이다.

<타임 투 킬>에서 독자들은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통계적으로도 나와 있는 일이지만 백인 여자가 살해당하는 경우 미국인은 더 분노한다. 그리고 가해자가 흑인인 경우라면 가차없고 백인이더라도 형에 큰 차이는 없다. 단지 돈이 있고 없고 만이 문제가 될 뿐...

흑인은 지금도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언젠가 덴젤 워싱턴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유명한 영화배우가 된 후에도 뉴욕에서 백인 택시 기사에게 승차 거부를 당했었노라고.

이것이 지금 현실일진대 이 책에 등장하는 점잖은 전설적인 흑인 노부인에 대한 그림은 유토피아적인 환상일 뿐이다. 백인 신문사 사장과의 유대도 작위적이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미국의 많은 사람 중에 1970년대 단 한 사람쯤 이런 유형의 우정을 이룩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도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욱 작위적이다. 어울리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픽션의 소재가 된다. 그렇다고 픽션이 보편성을 잃는다면 그건 우스운 블랙 코미디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존 그리샴의 그런 작위적 짜 맞추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많이 파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야박한 것 같고...

그런데 왜 제목이 최후의 배심원인 것인지... 나는 아직도 재즈의 망상에 취해 그 배심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 작품은 괜찮았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물론 내게는 여전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제일 낫고 그 다음이 <사라진 배심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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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그다지 재미없게 봤어요. 전 <레인메이커>가 제일 재밌었다는...

물만두 2005-02-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인메이커... 흠... 전 기대가 커서 더 실망했답니다...

눈보라콘 2005-02-22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후의 배심원은 현재 뉴욕타임즈 페이퍼백 픽션 부분 베스트샐러 1위에 여전히 랭크되어 있습니다. 새 소설 더 브로커 는 하드커버 픽션 부분 베스트 샐러 1위네요. 다빈치 코드 가 2위이고..
미국에서는 그 위력이 아직 대단하네요.

물만두 2005-02-22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 그리샴의 이름값이죠 ㅠ.ㅠ

비로그인 2005-05-04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우 재미있게 봤는데.....저는 처음에 불법의 제왕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존 그리샴의 소설에 심취했습니다. 딱딱할 것 같은 법정이야기를 아주 긴장감있게 썼기 때문에 저는 이 작가를 좋아합니다. 최후의 배심원도 제 생각에는 매우 재미있는데요..

sayonara 2006-05-2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조던도 백인전용 골프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지요.

이제 다 읽었으니 리뷰를 써야 하는데... 음 확실히 좋은 리뷰를 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9천9백원이라는 책값을 생각하면 더더욱 가혹한 리뷰가... -_-+

물만두 2006-05-20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밍기뉴님 제가 이 작가를 싫어하네요 ㅠ.ㅠ
사요나라님 그렇다니까요. 그렇죠. 갈 수록 더 이상하게 쓰는 것 같아요. 작가가요.

2006-05-2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5-2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요즘은 참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죠. 저도 너무 많이 올리다보니 가끔 의심을 받는다니까요^^;;;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69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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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이 시집을 쓸 때 나이가 서른 즈음이다. 서른이라는 미묘한 나이가 시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비상을 꿈꾼다. 여러 갈래 길 사이에서 자신이 택한 길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시인은 나아가야 하는 지 되돌아가야 하는 지 망설이고 있다. 나무가 되어, 시인의 작품에는 많은 나무가 등장한다. 정착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동시에 비와 새가 되어 어딘가에 떨어지고 날아가고 싶어한다. 비록 하늘에 발목이 잡힌 새라 할지라도. 시인의 갈팡질팡은 그 나이를 겪는 모든 사람과 동일하다. 이십대에서 삼십대가 된다는 것은 두려움을 준다. 이십대처럼 젊지도 않고 사십대처럼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도 같으면서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 인생의 죄책감을 짊어지게 되는 한 지점... 그 지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고 누구도 명확한 마침표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1988년에 발표된 이 시집에서는 다른 시집에서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불안과 초조, 혼란을 느낀다.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정체 없는 그란 누구란 말인가. 그는 시인 자신일 수도 있고 시인이 인정받고 싶은 존재일 수도 있고 그 누구도 아닐 수도 있다.

시 <잠자는 숲>에는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아, 나는

은사시나무숲으로 가고 싶죠.

내 나이가 이리저리 기울 때면.

<믿지 못하여>에서는 이런 구절이 눈에 띤다.

믿지 못하여 나는

만족하지 못하여

나는 안경을 썼다

이 두 구절만으로 시인의 시를 내가 감히 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시인의 심정도. 하지만 나는 내 입장에서 그 시절 내가 그러했기 때문에 공감한다. 나이가 주는 외로움을 시인도 겪었구나 하는 생각에 시가 친근히 다가오는 것을 어쩌랴. 시인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음을 발견한 기쁨을 만끽하게 내버려두시라. 나는 시를 평하거나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려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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