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니, 크리스?
캐럴 플럼-어시 지음, 장석훈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원래부터 있었던 문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들어 갑자기 사회현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바로 ‘왕따’문제다. 왕따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사는 곳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중 우리는 왜 학교 내 왕따 문제에 유독 초점을 맞추는 걸까? 그건 그들이 성숙한 자아로 성장하려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 왕따 문제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내려 가보자는 것인 것이다. 마치 거기가 출발점인 것처럼.


그런데 그런 왕따의 문제가 사실은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모여 만들어진 문제라면 어떨까? 가정에서 부모나 형제에 의해서,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에 의해서, 사회에서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한 왕따의 가해자나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시각으로 왕따를 바라보자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였던 크리스라는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다. 아이들은 그 아이가 사라졌는데도 그 아이를 두고 농담을 한다. 자살을 했다거나, 살해를 당했을 거라거나, 자살은 어떤 식으로 했을 거라거나 등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는 식으로만 다루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엄마는 집안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자신의 아들에게도 가출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살해된 것처럼 얘기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엄마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너보고 그런 행동하라고 그렇게 비싼 돈을 내가면서 학교에 보내는 줄 아니?” 그러니까 부모는 자식에게 들인 돈만큼의 값을 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통의 부모도 문제가 있는 부모도, 부자 부모도 가난한 부모도.


단지 가난한 동네에 살고 행실이 나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냄새가 난다거나 옷이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를 당하고 부모가 부자라는 이유로,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게 정상이라는 거다. 그런 정상적인 분위기가 한 아이의 실종 사건으로 다른 시각에서 화자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그가 믿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분명 발가벗겨졌다고 했는데 그 부분만 천으로 덮고 잔인하게 박해당한 면은 강조한 것이 위선으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보인다. 그것은 인간은 자신이 보려는 것만 보려하는 존재일 뿐 진실을 알려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런 진실을 보려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내 자식은 나쁜 아이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나쁜 아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맹목적인 사랑일 뿐이다.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병이다.


어떤 아이가 엄마가 “쟤는 나쁜 아이니까 사귀지 마라.”고 하자 “그럼 그 아이가 나를 사귀는 건 되겠네. 나는 좋은 아이니까.”라고 했다는 말에서 부모들은 아직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그런 부모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시 부모가 되어 자식을 가르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고, 없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그때마다 내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부모는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자녀와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떤 부모인지, 나는 어떤 친구인지, 우리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괜찮은지를 생각하기 바란다. 돈 들여 무조건 대학 보낼 생각보다는... 왜냐하면 당신이나 당신의 아이가 크리스가 아니라고, 또는 크리스를 밖으로 내 모는 친구나 부모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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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2006-09-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순님이 계시니 잘 아시겠지만...
학교에 있다보면 실제로 "왕따"인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시무시하게 일방적으로 아무 이유없이 한 아이를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 "자폐" 비슷하게 자기 스스로를 왕따시키는 경우가 많더군요, ㅡ,.ㅡ

물만두 2006-09-2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소년님 그러니까 그 경우는 혹 가정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겁니다. 아이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스따가 되려고 할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아이도 그런 경우거든요.

비로그인 2006-09-2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네요; 네이버블로그에서 똑같은 글은 봤는데요.. 이명동인이신가요? 책제목 그대로 검색하면 블로그명 : 북하우스, First Word in Books
라는 곳에서 리뷰가 나오는데요..

물만두 2006-09-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하우스는 출판사구요. 거기 글은 책 홍보글이구 제 글은 거기 안 실렸습니다.

비로그인 2006-10-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리뷰평에 실렸다가 지워졌네요. http://blog.naver.com/dalvong?Redirect=Log&logNo=80029166061 이곳에도 같은 글이 있으니 한번 확인해보세요.

물만두 2006-10-0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룡님 거기에도 제가 올린다지요^^;;;
 

내가 모 서점에 마일리지가 딱 5109원 있다.

저번에 망한다는 소리가 있어 배송비 물고 쓰고 남은 마일리지다.

어캐 오케이캐쉬백과 함께 쓸려 했는데 정책이 또 바뀌어서 현금만 써야 사용이 된다고 한다.

그럼 알려줘야지 ㅡㅡ;;;

그래서 10월에 만원 이상 사야 배송비 안문다기에 300원 현금내고 샀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ㅜ.ㅜ

정책이 바뀌면 좀 알려주란 말이다!!!

꼭지 : 9원은 돈 아니냐? 왜 10원단위로 결제하라고 그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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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09-2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럼 마일리지 9원은 남은 건가요? -.-

물만두 2006-09-2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요 ㅡㅡ;;; 거기만... 이제 거기는 이용안할꼬야요.

문학仁 2006-09-2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라딘만을 이용합니다. ^^ 이거저거 쓰다보면 널브러진 마일리지 넘 아까워서 말이죠.

물만두 2006-09-2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거인님 저는 현금은 안쓰거든요^^;;;

sooninara 2006-09-2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일리지재벌 만두성님...9원 아까워라..ㅎㅎ

물만두 2006-09-2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아우 맴이 아프다네 ㅡㅡ;;;

마노아 2006-09-2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가 아침 365 아닌가요? 전에 진짜 망하는가보다 했었는데 용케 기사회생했어요. 알라딘 오기 전에 가장 많이 이용했던 곳인데 어째 쬐매 씁쓸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점점 이상해져요ㅡ.ㅡ;;;;

물만두 2006-09-2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ㅜ.ㅜ
 

Tipping the Velvet (1998)

  1998

  1999

 2002

In the bawdy music halls of the late-19th century, Nan is captivated by Kitty Butler, a male impersonator. She manages to meet her heroine and soon after becomes her dresser. Heading for the bright lights of London they form a double act while privately, a love affair begins.

Affinity (1999)
 
 1999
 
 2005
 
Following her father's death, Margaret Prior pursues some "good work" with the lady criminals of one of London's most notorious gaols. Drawn to one of the prisons more unlikely inmates - imprisoned spiritualist Selina Dawes - she finds herself dabbling in a world of spirits and seances.

Fingersmith (2002)
 
 2005
 
 
 
Orange Prize for Fiction Best Novel nominee (2002)
The Booker Prize Best Novel nominee (2002)

The Night Watch (2006)
 
 
 
A novel of relationships set in 1940s London that brims with vivid historical detail, thrilling coincidences, and psychological complexity, by the author of the Booker Prize finalist Fingersmith.
Sarah Waters, whose works set in Victorian England have awards and acclaim and have reinvigorated the genres of both historical and lesbian fiction, returns with novel that marks a departure from nineteenth century and a spectacular leap forward in the career of this masterful storyteller.
Moving back through the 1940s, through air raids, blacked-out streets, illicit liasons, and sexual adventure, to end with its beginning in 1941, The Night Watch tells the story of Londoners: three women and a young man with a past-whose lives, and those of their friends and lovers, connect in ways that are surprising not always known to them. In wartime London, the women work-as ambulance drivers, ministry clerks, and building inspectors. There are feats of heroism, epic and quotidian, and tragedies both enormous and personal, but the emotional interiors of her characters that Waters captures with absolute and intimacy.
Waters describes with perfect knowingness the taut composure of a rescue worker in the aftermath of a bombing, the idle longing of a young woman her soldier lover, the peculiar thrill convict watching the sky ignite through the bars on his window, the hunger a woman stalking the streets for encounter, and the panic of another who sees her love affair coming end. At the same time, Waters is absolute control of a narrative that offers up subtle surprises and exquisite twists, even as it depicts the impact grand historical event on individual lives.
Tender, tragic, and beautifully poignant, The Night Watch is a towering achievement that confirms its author as "one of the best storytellers alive today" (Independent on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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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칼렛 오하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마지막에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진짜? 그건 떠오르는 사람에게만 떠오르는 것 아닐까?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지나도 떠오르리라 믿었던 태양이 안 떠오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자신이 태양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태양이 되기 위해서는 밤길을 택해야만 한다. 낮의 태양과는 결코 어울릴 수도, 만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왜 <백야행>에서는 하얀 밤을 걸었었는데 이 작품은 그냥 <환야>일까? 그건 이제 걸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는 태어나고 걸음마를 배웠다. 한번 걸음마를 배우면 평생 불의의 일이 닥치지 않는 한 걷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러므로 이제 행은 불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얗고 순수했던 시절은 지났기 때문이다. 이제 만들어야 하는 밤은 환상적이어야 한다. 환상이라는 몽환적이고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는 그런 밤을...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다. 마사야는 그날 자신의 운명을 바꿨다. 스스로의 손으로. 누구에게도 동정 받을 이유가 없다. 자신의 실수를 지켜주고 함께 걷겠다고 미후유는 제안한다. 낮에는 안 되지만 밤에는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고. 이미 우리는 낮은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그는 미후유의 수족처럼 움직인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 전혀 다른 내용의 밤이다. <백야행>과 이 작품은. <백야행>은 아스라한 아픔이 있어 좋았고 이 작품은 그 작품에서의 센치멘탈한 면을 과감히 삭제한 면이 좋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백야행>의 후속작으로도, 아니면 독자적인 <백야행>과는 다른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만 다르게 봐도 상관없다. 그저 밤 시리즈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夜>시리즈...


또 진화하는 팜므파탈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몇 번의 변태의 과정을 거쳐 화려하게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듯이 불완전한 팜므파탈에서 완전한 팜므파탈로 환상의 밤을 날아다니는 불나방이 된 여자의 이야기. 그 여자는 <백야행>속의 여자이기도 하고 어쩌면 아니기도 하다. 팜므파탈은 언제나 자신의 변신 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읽어보면 아마도 같게도, 또는 다르게도 읽을 수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신데렐라의 함정>과 같이 독자들에게 내기를 걸어오는 작가의 의도이므로.


그런데 언제나 그 여자는 독자들의 시각에서 약간 비켜나 있다. 독자들이 쫓는 것은 여자지만 사실 따라가는 것은 남자의 등 뒤다. 그녀는 언제나 남자의 등 뒤를 방패로 삼는다. 누군가 방아쇠를 당긴다 해도 총은 남자가 맞을 수 있게. 자신만은 그 누구의 시선에서도 안전하게. 그것이 독자의 시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작가는 독자의 동정의 싹을 잘라 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동정 받는 것은 팜므파탈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녀가 이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배는 떠났다. 과연 그녀는 이제 완전하게 높이 올라간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그녀에게는 몇 번의 고치 안으로 숨어들어야 하는, 그리고 그때마다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다운 독을 품고 변신할 일이 남은 것인가? 언제 그녀는 알게 될까? 그것이 한낱 바람과 함께 사라질 환상이었다는 것을. 자신이 가진 것은 결국 모래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고 말 거라는 걸...

그날이 오면 큰 소리로 울리며 깨져 주기 바란다. 곤두박질도 아주 세게. 누군가의 가슴 속에 ‘앗’하는 회한의 숨소리가 남을 수 있게... 다음 작품의 제목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엔 어떤 밤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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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2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히. 실은 어제 저도 다 읽고 짤막하게 리뷰를 썼는데, 제가 먼저 올리면 작품에 실례될 듯해서, 물만두 님의 리뷰가 올라오길 기다렸어요. 그러길 잘했네요.

물만두 2006-09-26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아유, 나무님이 더 잘 쓰시잖아요~

sayonara 2006-10-02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늘 독자를 흥분시키는군요. 물만두님의 리뷰를 보니까 더욱... ㅎ
아직 '용의자X의 헌신"도 못읽었는데..

물만두 2006-10-02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서평 기대하고 있을께요^^

sayonara 2007-06-02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어보려 하는데... 과연 '백야행'을 안 읽은 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ㅗ-
서재2 가보셨나요? "다른 포털의 블로그와 다른 게 모야?!" -_-+

물만두 2007-09-22 10:45   좋아요 1 | URL
음, 님의 글을 이제 발견...
사요나라님 돌아오세요!!!
 

* Novels

Fine Lines (1994)

Animals (1995)

Where There's Smoke (1997)

Owning Jacob (1998)

The Chemistry of Death (2006) : Dagger Awards Best Novel nominee (2006)

Coaxing The Dea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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