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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평점 :
세상에 내 목숨을 걸 단 하나의 이유만 있다면 난 그걸 위해 싸우다 죽어도 좋다. 마브, 오, 괴물 같은 마브. 그의 모습은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엄마는 그를 아가라고 부른다. 한 어머니에게 좋은 아기였던 마브. 자신에게 지켜달라고 온 여자 골디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녀를 그도 몰래 살해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마브. 거기서 그는 끔찍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씬시티! 악과 음모가 도사리는 비정한 도시. 촉촉한 비마저 외면하는 도시. 깡패와 창녀들의 도시. 하지만 그런 도시에도 시장도 있고 성직자도 있다. 누가 더 썩었는지, 누구의 냄새가 더 악취가 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악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에서 마브는 그래도 살아갈 이유를 찾았고 절망과 지옥 같은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곳에서도 사람의 감정은 남아 악에는 악으로, 주먹에는 주먹으로 맞설지언정 따뜻함은 있다.
무서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두고 잠시 놔뒀었다. 겉표지만 봐도 무시무시하니까. 마브 얼굴만 보면 공포물이 따로 없으니까. 하지만 걸작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흑백의 음영만 가지고 이렇게 대단한 만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펜으로 가늘게 그린 만화 풍에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 나도 그런 습관으로 인해 보기가 좀 어려웠다.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같은 그림들. 하지만 적응이 되자 이보다 멋질 수 없고 씬시티에 이보다 어울리는 그림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게까지 만들었다. 모든 것은 까맣고 하얗다. 그 흑백의 조화속이 바로 씬시티 그 자체인 것이다.
선입견이 강한 독자들에게 한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한 만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과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인간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독자라면 공포의 속에서, 지옥의 품에서 마브가 온 생의 마지막을 바친 것이 무엇일지 궁금할 것이다. 사랑은 꽃미남의 전유물이라는 편견과 살인을 살인 자체로만 보려는 시각만 버릴 수 있다면 아마도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