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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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동절이다. 노동이라는 말이 이상하다고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 쉬는 날이다. 그들은 왜 노동을 할까? 왜 우리는 일을 할까? 그것은 잘 살기 위해서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싶어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최고의 목표로 삼는 것이 내 집 마련이다. 내 집... 이제는 시절이 하수상하여 평생을 일해도 어느 곳에서는 살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는 꿈... 우리는 이렇게 살지는 않았다. 예전에 우리는 작은 집에, 비가 세는 단칸방에 살아도 웃으며 꿈을 꾸며 살았다. 내일은 해가 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책에는 저자는 어린 시절의 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집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옛 사람들의 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적은 글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그때는 참으로 행복했었다고. 무엇이 행복했을까? 단지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그리워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데 어른들은 모두 이런 말씀들을 하곤 한다. 그때는 참 좋았다고.


우리 집은 이 책에도 나오지만 하꼬방이었다. 집 두 채를 지은이가 욕심을 부려 한 채로 만들어 방이 열다섯 개였다. 그 집은 여름에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새서 그릇들을 죄다 바쳐 놓아야 했고, 겨울이면 너무 추워 자리끼도 꽁꽁 얼던 집이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단 한 번도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잔 적이 없었다. 방방마다도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고 심지어 여름이면 방문을 열고 자기도 했다. 그래도 도둑 한번 안 들었고 장독대며 연탄 광을 공동으로 쓰면서도 다툼 한번 없었다. 내 것 네 것보다는 가져가고 채워 주고 의당 그러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았다. 그 집에서 이십 이년을 살았는데 그 세월 동안 변한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람이 변하니 집도 변하는 것이었다. 그 작은 방에 살면서도 아끼고 모아서 내 집 마련해서 나가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열심히 사는 것보다 머리 굴려 한탕 하려는 사람들, 일 안하고 편히 살려는 사람들이 모이니 분열이 일어나고 싸움이 잦아졌다.


세월이 변하는 건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니 집이 변하고 그 집에 부여하는 가치가 변하는 것이다. 우리 때는 누구네 집은 부자 집에 아파트 평수가 몇 평이고 자가용은 뭘 몰고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생부터 그런 말을 하고 임대 아파트니 민영 아파트니 하며 편을 가르고 한다고 한다. 모두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다.


우린 어른들에게 그런 것을 배우고 자라지 않았는데 왜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게 되었을까? 집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정신이 숨 쉰다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정신이 바르지 않은데 그 안에 아무리 좋은 것을 들여놔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집의 크고 작음이라든가 옛것과 새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집에 살든지 그 집에 사는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행복이 없다면 아무리 큰 집에서 부유한 것들을 지니고 살아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커다란 집에 고래가 있든, 상어가 있든 간에 그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겠는가. 아무리 작은 단칸방에서라도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형제가 서로 우애 있어 가족이 행복하다면 고대광실이 부러울 것인가 말이다.


우리의 집에서 지금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가치관들. 그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호화 평수의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들어선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지. 저마다 욕심을 조금씩 줄이고 저마다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서 사회가 구성이 되고 발전되지 않는 한, 그리고 그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가정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의 옛집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우리의 그림자를 한번 보자. 그 그림자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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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6-05-0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우리 그림자를 한번 보자"... 내일 아침 출근길에 제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봐야겠네요.

물만두 2006-05-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 아우 ^^;;;

스파피필름 2006-05-02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추천 꾹-

치유 2006-05-0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겠네요..

물만두 2006-05-0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배꽃님 읽어보세요^^

로드무비 2006-05-0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리뷰 좋은데요?
저도 오늘 쓸 건데, 어떻게 풀어나갈까나?
추천!^^

물만두 2006-05-0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드무비님과 비교되면 으, 속상해요 ㅠ.ㅠ

2006-05-0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