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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도시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시크.데이비드 마추켈리 글.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을 읽었었다. 그 전에는 <스퀴즈플레이>를 읽었다. 내가 읽는 작품 전부다. 이 작가의. 내가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본다고 생각되면 이 작가에게 뭔가가 있다고 보면 된다. 뭐가 있을까? 바로 에드거상! 1986년 에드거상에 <유리의 도시>가 노미네이트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봤다. 보고 코가 깨졌다. 미스터리도 이 정도면 블랙홀이다.
한 남자가 이상한 전화를 받으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어쩜 이 남자는 더 이상 살아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도 아니면서 자신이 전화기의 여자가 찾는 탐정이라고 사건을 맞는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아버지에게 어려서 학대당하고 자란, 그래서 지금도 정신이 이상한 남자에게서 다시 나타나게 될 아버지를 감시하는 일이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를 막는 일이다. 남자는 그 초로의 남자를 찾아 미행하고 대화도 나눈다. 하지만 그는 사라지고 만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미로다. 그 미로에서 한 남자가 길을 잃었다. 삶이라는 길일 수도 있고 죽음이라는 길일 수도 있고 인간이라는 길일 수도 있고 그 어떤 것의 길일 수도 있다. 어쩜 그 미로에서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미궁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거나 아님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짜 그런 것일까. 그는 스스로 미로를 찾아 들어갔고 스스로 길을 잃었고 스스로 미궁에 빠지고 스스로를 가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된 상태에서의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속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속임을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찢어진 우산, 우산으로서 비를 막는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우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말의 혼란과 같이 그런 망가진 자아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어쩜 글이, 말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쓰는 글 또는 내뱉는 말이 혹, 그는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