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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 한국 대표 사진작가 29인과 여행하는 시인이 전하는 바다와 사람 이야기
최민식.김중만 외 사진, 조병준 글, 김남진 엮음 / 예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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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한가지쯤 자신을 미치게 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산에 미쳐 산에서 죽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에 미쳐 책을 훔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도박에 미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쾌락에 미치기도 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바다에 미치기도 할 것이다.
바다라... 나에게 바다는 내 목숨을 두 번이나 빼앗아갈 뻔 했던 존재다. 그렇다. 나도 처음 바다를 봤을 때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처음 본 바다는 이웃집 오빠 소풍갈 때 따라 갔던 인천 앞 바다였다. 그곳에 부두가 있었고 커다란 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바다가 있었다. 까만 바다...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고 저곳에 빠지면 죽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두려움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처음 죽을 뻔했던 바다는 제부도의 앞 바다였다. 아버지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둘이 여행 갔던 그 바다... 처음으로 엄마가 사 준 수영복을 입고 놀았던 그 바다... 그 바다에서 고무 튜브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나는 죽을 뻔했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느낌... 죽는구나 싶었던 기억, 그리고 살았구나 싶었던 기억... 내 나이 아홉 살 때의 일이다.
두 번째 나를 삼키려던 바다는 강릉 경포대였다. 순식간에 바다를 구경하다 밀려온 바닷물에 휘청하고 넘어져 떠내려가던 나를 아버지께서 얼른 꺼내 주셨다. 내 나이 스무살때의 일이다.
그리고 바다를 아름답게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짧은 단편도 있었지만 제주도의 그 옥색 바다를 보고서였다. 그 바다... 한라산 올라가느라 죽을 뻔해서 다시는 제주도는 찾지 않으리라 생각하다가도 그 바다 생각이 나면 꼭 한번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개인의 사연이나 여행기를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는 그저 바다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인터넷만 뒤져도 바다는 나온다. 동생이 놀러간 호주 바다 사진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바다가 보고 싶었다. 단지 그냥...
나도 때론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창문 열고 비를 손에 받아도 보고 싶고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걷고도 싶고 바람을 얼굴 가득 느끼고도 싶다. 단지 그뿐이다.
많은 바다 사진들이 아름답다. 마치 사람의 인생과 희노애락을 바다라는 사진들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린 바다, 청춘의 바다, 서글픈 바다, 늙은 바다, 내 나라 바다, 남의 나라 바다, 그냥 바다, 인간의 손이 닿은 바다...
무언가 미치게 하고 그 미침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고맙다. 당신이 미친 그 바다가 내 마음을 채워줬다. 무언가 가끔 고플 때 이렇게 누군가와 교류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방안에서 책만 읽어도 좋다. 몸은 나를 가두지만 내 영혼은 바다처럼 자유로우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