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맨
크리스틴 스팍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은 없었을까? 기구한 운명의 장난에 의해 고통 속에 죽어간 이가 존 메릭 단 한명일까? 그의 실제 삶을 미화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후기를 읽고 들었다. 이 작품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쓴 최루성 픽션이다.

존 메릭이 그 전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 괴물쇼라는 것이 있었고 그 괴물쇼에는 여러 기형을 가진 사람들이 출연했음을 알고 있다. 샴쌍둥이들이라던가, 왜소증을 가진 소위 난장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털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과 남녀추니까지, 우리가 지금은 병명으로 입증된 병을, 유전병을 앓았던 사람들이 할 수 없이 생계를 위해 그곳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돈을 벌었다. 그래도 그것은 일종의 연예 사업이었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주인이었다면 말이다.

이 작품에는 그런 존 메릭과 비슷한 괴물쇼에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그도 자발적으로 괴물쇼에 출연했던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그는 피자발적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또한 사실에서도 그는 착취를 당했다고 하니 그 부분에서 박사처럼 동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는 인간이다. 하지만 인간 대접 못 받는 사람이 단순히 외모가 흉측하다고 기피가 되는 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엘리펀트맨만이 부각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시대 전혀 보지 못했던 의학적 사례를 접한 의사가 그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접근했고 이용했으며 양심의 가책으로 그에게 동정심을 보였으리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의사들은 그런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해서든지 남기고 싶어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술이 발전을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도 박사는 그 뒤 명성을 얻었고 엘리펀트맨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을 단순히 시기심이 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처럼 진짜 그 의사가 엘리펀트맨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을지는 의문이다.

엘리펀트맨은 어느 누구보다 외모는 비극적으로 생겼지만 정신과 마음만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프다는 것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감기만 조금 걸려고 가라앉고 짜증내고 그런다. 그런 것을 아는 데 기형뿐 아니라 그것이 고통이 되어 간다면 성격에 영향을 안준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보통 인간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그가 뒤늦게 외친 "나는 짐승이 아니야. 나는 인간이야!"는 더 일찍 터트렸어야 할 분노였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작품 속에서 비춰지고 있는 것은 현실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 가를 알려준다. 그를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이건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품에 공주가 등장해서 그의 곁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의사의 힘만으로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의학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를 보호할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역설이다. 동화처럼 꾸민 작품이고 진부함을 지닌 작품이지만 그래도 메시지는 확실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건은 인간의 독자적 의지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 모두가 나서서 이루어야 할 일이라고. 여기에 예외는 없다고. 이것이 엘리펀트맨이 지금의 시대에 다시 등장해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점이며 아마도 작가도 비극적인 생애를 산 한 인간의 삶을 흥미위주로 쓴 것이 아니라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은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읽을 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엘리펀트맨이 있다면 당신과 당신의 자녀는 어떻게 인간다움을 드러낼 것인지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친구 중에 장애 아동이 있다면 어떻게 하라고 말할 것인가? 주름 제거 수술이나 아이들이 쌍꺼풀 수술하는 돈으로 화상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비장애인으로 태어나도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또한 우리나라는 낙태를 불법으로 정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낙태가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적 질환이 있는 태아는 낙태가 허용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엘리펀트맨은 태어날 수 없는, 태어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말이 되는가? 이런 법이 있는 나라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점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한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살다 갔다. 자의에서가 아니라 태어났을 때 그에게 주어진 신체적 조건 때문에. 그런 사람은 이제 엘리펀트맨으로 끝나면 안 되는 것일까? 계속 우리가 인간으로써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를 생각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면을 자꾸만 보여줘야 하겠는가?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크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보다 실천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가 인간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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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9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함께 겨울방학때 읽어볼게요.

물만두 2006-11-1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세요.

jedai2000 2006-11-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잘 봤어요. 겨울방학은 없지만 꼭 읽어보겠습니다. ^^

물만두 2006-11-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흙, 리뷰 올리고 보니 참 말이 안되게 쓴 거 같아요. 너무 흥분했었나봅니다 ㅜ.ㅜ

기인 2006-12-0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화같고 진부한게 너무 화났어요. 너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유치하게 만든 느낌이랄까. 엘리펀트맨을 오히려 모독하는 듯한. 쩝. 정말 인간의 추악한 면이랄까, 본질적인 측면까지는 접근을 못한 것 같아서 넘 아쉬웠어요. 읽으면서 제 추악한 면모를 반성하게끔 하는 대목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부분 뿐이고. 너무나 설정된 스토리-라인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니.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소설'인데 말이죠. 쩝;

물만두 2006-12-0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저도 그부분이 너무 좀 그랬습니다. 아쉬운 작가의 필력이라고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