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그라드스키의 아이들 ; Children of Leningradsky;Dzieci z Leningradzkiego>>2004.Poland, Russia. 35min

Director : Andrzej Celinski, Hanna Polak
Sound : Andrzej Celinski, Michal Dominowski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된 후 모스크바의 레닌그라드스키의 기차역과 거리, 겨울에는 수도관 파이프 밑의 지하에서 아이들이 방황하고 있다. 거리에서 뿔뿔이 혹은 공동으로 하루를 연명해나가는 그들에게 유일한 기쁨은 구걸하거나 매춘한 돈으로 본드를 사 들이키고, 보드카와 담배를 즐기는 것이다. 나는 배가 고파서 술이라도 마시는걸까 했는데, 그것은 너무나 행복한 발상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추워서, 삶이 고파서 보드카를 들이 붓는 그들은 인생에서 패배한 어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그런 패배자와 추악한 본능의 얼굴을 가진 어른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나름대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노동의 도구 하나 변변찮게 가지지 않은 아이인지라 부랑자로 전락할 뿐이다.
이런 아이들을 어른들은 누구하나 보듬어 안을 생각없이 오히려 청소의 대상이고, 근절의 대상이 된다.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약자라는 이유로 벌건 대낮 노상에서 경찰의 제복을 입고도 린치를 가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말리지 않는다.
스스로를 버리고 또 버려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괴롭히고 린치를 가하는 어른들에 대한 복수로, 아니 오갈데 없는 분노를 푸는 대상은 힘 없는 어른이나, 노인들,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된다. 향후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어른 어른의 모습을 보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빈곤과 폭력, 강간, 알콜 중독, 본드에 절어 살다 보니 평온한 미래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사회에서 영원히 제적되어 버린다.
집엘 돌아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던 아이들이지만, 마지막에 내뱉는 진심어린 염원들은 역시나 엄마를 꿈에서나 만나고, 돈을 많이 모아서 애들끼리 모여 살 크다랗고 따뜻한 집을 가지는 일이다.
초반에 등장하던 예쁜 여자아이 타냐가 죽는 마지막의 장례식 장면에선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을 빼고 말았다. 결국 그 아이는 죽어서 부모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잔인하고 비참한 그늘 아래에서도 아이들은 빛이 난다. 아마 우리에게 앞으로 그들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의 다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