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초현실주의의거장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특별 순회전
석판화OR에칭316점, 조각33점, 가구.패션22점, 사진 24점 등 400여점.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FASION & FURNITURE-
-꿈과 환상 DREAM & FANTASY-
-관능성과 여성성 SENSUALITY & FEMINITY
-종교와 신화 RELIGION & MYTHOLOGY
-인터렉티브 환상여행 JOURNEY TO FANTASY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204619372716.jpg)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가 국내작가에 의해 대형 스치로폴 전화기 티켓 부스로 변해 있었는데, 실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다. 그 옆 로비의 플라스틱 의자 옆에는 아주 익숙한 [매 웨스트의 입술 소파] (빨간색)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출입구 바로 옆에는 피게라스의 매 웨스트의 방에 있는 그 [타액 소파]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재현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점이 많다. 하늘거리는 검은 휘장은 머리카락 모양으로 보이기엔 늘어진 모양이 찢어진 하우스의 비닐이나 햇빛 가리개인냥 너무 우스꽝스러웠고, 콧구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빨간 풍선 비닐 쇼파는 좋았지만, 매 웨스트의 눈빛을 연상시켜야하는 두 개의 액자가 실패였다. 태극기가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한국 전시전을 연상케 하지만, 전체적으로 눈의 역할을 하기엔 임팩트가 너무 강한 것 같았다. 더구나 얼굴윤곽을 대변하는 마룻 바닥위에 입술 쇼파가 있지 않고 내려 와 있어서 이 설치물을 보고 사람의 얼굴 모양을 기대하기란 너무 억지 아닌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달리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그게 어딘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입성...
했으나 벡스코 전시장에 좌악하니 버티고 선 회색빛의 칸막이들이 너무 황량하게 눈을 찔러 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마네킹에 죽은 사람 옷 마냥 걸쳐져 있는 옷 무더기 들이었다. 홈페이지에서 본 전시전들은 그럴듯 해보였는데, 마네킹이 달리의 영감을 받은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의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벡스코의 그 황량한 바닥위에 친근스럽지 않은 보라색 천 위에 줄줄이 설치된 덕분으로 그걸 보고 달리에 가까이 가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거기다 그 조악한 조명은 시골 양장점의 초라한 쇼 윈도우 보다도 위력이 없었다.
가구 패션
PAUL SMITH의 검은 정장과, 매 웨스트 입술소파를 재해석한 정인의 퀼트 소파와 서랍달린 퀼트 드레스, OSCHINO의 긴 수염을 늘여뜨린 남자가 있는 흰옷, SONIA RIKIEL 긴 서랍이 달린 호피무늬의 여자 옷이 디자인된 니트, PACO RABAN의 매 웨스트의 입술을 칼라로 얹은 원피스가 전시되고 있었다.
[달리와 갈라가 마주보는 소파;VIS-A-VIS DALI DE CALA]외에도 목발들이 직렬로 엉켜진 [폴레타스 램프], 손으로 감고 있는 의자나 예의 목발이 들어가 있는 의자들을 구경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나 [최음적인 야외복 상의]는 없었다.
브론즈
[늘어진 시계], [기억의 영속], [시간의 숭고], [시간의 단면], [시간 안장을 찬 말]에서는 '달리'를 읊조리면 본능적으로 물컹거리는 시계로 변하고, 곧 초침과 분침이 아닌 '나'의 단위로 변하는 날숨이 흘러내라고 있다.
마주 붙은 등과 날개가 떨쳐지지 않았던 [릴리스]로 악녀의 슬픔이 묻어 나는 듯 했고, 화염의 날개와 유혹적인 혀를 가진 용이 등장하는 [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전갈과 개미 서랍들의 미궁인 [미노타우루스], 신의 손과 올리브가지 앞에 신인류와 천사가 병렬해 있는 [천사의 환영], [달팽이와 천사], 성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는 오벨리스크를 지고 걸어가는 [우주 코끼리]들에서는 달리가 죽어도 여전히 그 신화의 기운을 자아내고 있다.
[비온 후의 격세유전의 흔적, 오른쪽 구멍], [비온 후의 격세유전의 흔적, 왼쪽 구멍], [음양]의 소형물들도 크기에 못지 않은 위용을 말하고 있었으며, 코뿔소의 뿔을 같은 얼굴에서 발견한 [나폴레옹 데드 마스크], 달리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를 들고 서 있는 뒤틀린 남자 [뉴튼에게 경의를 표함], 그리고 뜬금없이 섹스폰, 숟가락을 쏟아내는 [환각을 유발하는 기마 투우사]와 마주친다.
[서랍달린 비너스], 무수한 서랍과 두 목발을 가진 [타오르는 여인], 남성적인 근육을 뽐내며 뒷머리채를 늘여뜨린 [의인화된 선반], 의인화된 선반과 시계, 치즈덩이의 혼합으로 구성된 [서랍의 전조], [서랍이 달린 밀로의 비너스], 기린의 긴 목 만큼이나 긴 서랍을 달고 있는 [기린 여인],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서랍을 내서 인체가 기괴하게 밀려진 [긴 서랍들이 관통된 밀로의 비너스]등에서는 비밀스런 성적 은유가 가득한 초현실적인 여신의 자태를 뽐냈다. 달리는 인간의 무의식과 잠재된 내면을 담을 수 있게 서랍을 모두 비워 놓았다.
달리의 강박관념들이 기어다니는 [우주 비너스], 유니콘 머리의 형상으로 이뤄져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무언가를 받치고 있는 목발이 있는 [유선형의 히스테릭한 여성누드]를 보며 왠지 조급해져 버린다.
처녀성 상실을 표현한 거대한 조형물 [유니콘], 타이어에 결박당한 [미쉐린의 노예], 성게인지 장미인지 알 수 없는 머리를 가진 사이보그 같은 여인의 두 발은 y자의 목발 위에 위태롭게 서 있고, 팔 마저 아크릴 목발에 지탱되어진 채 누군가의 손아귀에 팔을 잡힌 [장미 머리의 여인]을 보며 달리의 여성에 대한 예찬 보다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씁쓸한 자괴감만을 맛보며 다른 전시물들을 눈으로 훓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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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칭, 목판, 드라이 포인트 혹은 석판, 실크 스크린, 수채 등
그로테스크적이면서도 뒤틀린 아름다운 동화가 연상되는 [바바우], [기이한 풍경화]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다. [사랑의 기술] - 오비우스의 [시랑의 기술]의 연작들을 훓어 지나서, [라퐁텐의 우화], [왕이여 바빌론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지상낙원], [모세와 유일신앙]를 보았다.
천체가 마차 바퀴로 화한 [행운의 전차]옆을 지나면, 대형 아르카나가 눈에 들어온다.[성배의 네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에이스 아르카나], [검의 에이스 아르카나], [검의 네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아홉번째 아르카나], [검의 여섯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네번째 아르카나], [검의 기사 아르카나], [성배의 기사 아르카나]들에서는 나폴레옹이나 루이 14세등의 사진과 삽화들의 꼴라쥬를 만날 수 있다.
[성경]의 판본 I ~ V에서는 탄생, 구원, 수난, 부활 등을 연작으로 해서 모태신앙을 주체적으로 해석되어 있는 많은 삽화들로 눈요기를 톡톡히 한다. 최근 탄생100주년기념전을 둘러싸고 성경의 판본 전시에 대해 법정공방 까지 있었다. 어쨋거나 달리는 죽었어도 '달리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재밌다. 아마 달리만의 사후세계에서 달리는 이런 걸 보며 재밌어할 것 같다. 아니면 '고것 봐라'그럴지도.
라블레가 묘사한 내용을 매력적으로 옮긴 삽화 [팡타그뤼엘의 우스꽝스러운 노래] 24점에서는 여체를 밟고 서 있는 남성화된 수탉과 나비, 가재와 붕대로 싸인 발, 사람의 가슴위에 서있는 복면인, 얼굴위의 목발과 남근의 정기를 쓴 노파 등등을 표현하고 있어 꽤 만족스러웠다.
이윽고 당도한 곳은 [신곡] 지옥편 34점, 연옥편 3점, 천당편 33점으로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작품들인데, 개인적으로 [성경]보다는 취향에 맞기도 하고 꽤 즐거운 삽화였다. 꽤 오랜 시간을 꼼꼼히 즐겼는데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사실 달리 전시회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유화작품 들이었는데도, 유화는 한 점도 전시되지 않아 섭섭했기 때문에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그랬는지도.
출구로 나가는 길목에는 달리의 생전 사진들과 어록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전에는 잠깐의 여흥과 환기가 가능한 코너가 있었다. [인터렉티브 환상여행 JOURNEY TO FANTASY]이라는 제목으로 이한수가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시각으로 달리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3D, 애니메이션, 빔 프로젝터, 레이저 등이 사용된 인터렉티브 영상설치 작품을 즐겼다. 달리의 영상작품들이 화면 앞으로 계속 쏟아져 나오는 장면과 연꽃의 병렬, 부처들의 조합이 근사했던 애니메이션과 음악은 좋았지만, 관객의 얼굴이 변형되어 화면에 투시한다고 선전한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어 보였다.
커피 숍 코너에서 적당한 끼니로 고른 머핀과 커피를 마시며 달리와 루이스 브뉘엘의 합작 <<안달루시안의 개>>를 보았다. 마침 전시장에서는 몽환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욕망의 수수께끼-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기억의 끈덕짐],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잠에서 깨기 1초전, 석류 주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의 이미지를 혼합한 슬라이드를 쏘고 있었는데, 거기에 홀딱 빠진 아이들이 영화 상영 코너에 대거 몰려와 있었다. 그 슬라이드의 위력이란 한 꼬마가 그만 가자는 부모의 채근에 바닥에 퍼질러 앉아 울어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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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소문을 들은 충격적인 영화를 앞두고, 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고 있었다. 아니, 얘네들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무얼 보게 될지 알기나 아는 걸까? 애들은 스크린 앞에 잔뜩 몰려 있는데 부모들은 흑백의 무성영화엔 관심도 없는 것인지, 화장실엘 갔는지, 아니면 달리의 작품에 빠져 아직도 전시장을 헤메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면도칼을 갖다 대고 눈동자를 좌악~ 베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피아노위에 올려진 당나귀의 시체와 배설물, 끌려 다니는 난쟁이 사제, 멜론, 거인, 신경질적인 여자들이 등장하고, 털 무더기로 바뀌는 립스틱 바른 입술, 여자의 털 없는 겨드랑이와 성게, 손아귀에 들끓는 개미들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충격의 여파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되었던 당시라면 모를까, 현대에서는 그 보다 더한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만연해있기에 무뎌진 이유도 있겠지만, 경악하거나 아이의 눈을 가리려고 법석을 떠는 어른들이 아무도,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 꼬맹이들 집에 가서 잠은 잘 잘 수 있으려나......
꼬맹이들 얘기가 나왔기에 말인데, 우리나라 부모님의 교육열은 진짜 대단하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와서 같이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은 좋지만, 작품 소개를 토씨 하나 안 빠트리고 읽도록 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품은 보지 않고 작품 소개만 보고 초현실주의니 데페이즈망이니 관능성과 환각 운운하며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뇌까리며 정답인양 가르쳐 주는 어머니도 있었다.
한번은 실제사진과 같은 사진을 이용하여 덧칠과 꼴라쥬를 이용한 합성 그림 앞에 있을 때다. 어머니는 잘 보라고 윽박 지르자, 아이가 감상을 얘기한다. '엄마, 이 그림은 사진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 거야'라고 알아챈 듯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자, 어머니는 무슨 소리냐면서 '달리'라는 사람은 화간데, 실물하고 똑같이 직접 그림을 그린 거라고 제대로 좀 보라고 아예 야단을 친다. 그리고는 달리의 사인들을 작품 마다 집어내며, '이게, 달리의 사인이야, 잘 외워 둬'라고 한다.
달리가 백지 사인을 남발한 까닭에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작품이 많은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아니 몰라도 그렇지, 달리의 사인 자체가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그게 뭐라고. 도대체 아일 데리고 무얼 하자는 것인지. 아이 보다도 작품을 감상할 줄 모르는 부모였다. 혹시나 미술책에 실린 설명 그대로 작품을 볼 줄 모르면 좀 어떠한가. 눈 감고 작품을 보는 것도 아닌데,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른은 어른 나름대로, 남은 남대로, 나는 나대로 느끼는 무언가를 쫓으면 되는거 아닌가?
아무튼 공부, 공부, 공부가 문제다. 즐기면 안되나? [달리에게 쓰는 편지]코너에 '아저씨, 콧수염이 정말 짱이야', '우주 코끼리 캡', '아줌마 왜 홀딱 벗었어여?', '달리 할아버지, 이해가 안돼요' 라고 적었던 관락객들의 멘트도 귀엽게 봐주면서 말이다.
전시전 근처에 파는 상품들은 왜 그렇게 탐이 나는지. 특히나 달리의 작품에서 이미지를 빌어 온 각종 시계나 타이, 포스터, 머그, 노트 들에서 한동안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달리 외에도 유명화가들의 도록을 팔고 있었는데, 그 중 바스키아와 에곤실레 화보를 발견! 충동구매의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더니 눈치 빠른 샵 매니저가 최근 갱신 발간된 경매물품 도록을 보여줬다. 2만냥이라는 유혹적인 금액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몇 안되어서^^; 특히 최근 작품들은 볼 줄 아는 눈이 없어서인데, 왠지 봉을 놓친 듯 유감스러워하던 얼굴을 떠올리면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특별 순회전으로 꽤 규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란 참으로 불가능하다. 달리 자신은 그닥 그림을 평가하지 않았지만, 나는 달리의 작품들 중에서는 유화 작품들이 유독 좋기 때문이다. 유화 작품은 단 1점도 없다는 것은 전시회의 미숙한 구성, 조악한 설치, 성경 위주의 볼거리 전 등 많은 단점들을 가장 우선하는 결점이기 때문이다. 달리의 작품을 이 정도로나마 본것에 만족감을 표해야 하는 개인적인 환경에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 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