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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파이)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연달아 듣고 있으면 영화 한 편이 곧 뮤직 비디오로 분해 눈앞에 펼쳐디는 것 같다.  한 수학자와 풀리지 않는 공식,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정 모두가 사운드 트랙에서도 느껴지는 듯 하다. 흑백색의 플라타너스, 수학자의 방, 도로, 벤치 의자, 흑판의 공식, 앙상한 손가락 많은 영상 코드들이 이 수록곡들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생히 떠오른다. 중독성이 강하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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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제니퍼 코넬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Darren Aronofsky 2000. Usa
원제는 꿈을 위한 진혼곡이지만,
나에겐 삶에게 보내는 진혼곡처럼 여겨졌다.
사람은 꿈을 위해 살아간다고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꿈에 이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불가능한 꿈임을 알기에 환상을 갖는다.
환상을 제어 못하는 사람은 '중독'이란 편리한 도구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환상은 매순간 매순간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 아닐까?

비록 그 방법이 남들에겐 잘못 택한 것으로 비쳐도..
중독된 이에게 그 환상이 살아가는 의지가 된다면 불행해보여도
자신은 행복한건지도 모른다.
결국 원래의 행복이란 것은 자신의 만족이지,
남과 비교해서 잣대를 매긴 행복이 아닌 것이 아닐까?
타자의 시선이 없는 한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중독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독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엘렌 버스틴이 정신병원의 침대에 눕혀져 끌려가는 동안,
그녀의 빛바랜 빨간머리와 하얀머리의 경계선이 시사해 주는것 처럼
그녀를 현실로 돌리는 일련의 작업들이 더 공포스러웠다.
약물 중독에서 돌리기 위해 다른 약물을 치료하고, 거기에 전기 치료까지..
현실로 돌아오는 그녀에겐 가장 무서운 일이다.
그런 그녀에게 돌아갈 곳은 여전히 환상인 것이다.
그리고 죽으면 돌아가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웅크려 눕는다.
마리온도... 해리도... 타이론도...

* video tape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레퀴엠]]을 넣었지만, 화면에 나왔던 것은 Darren Aronofsky의 [[파이]] 영화 본편이 들어있는 스페셜 피쳐라니, 그래서 우연한 횡재란 겁나게 좋은 것이었다. 그 때의 감격이 워낙 컸던 탓인지, DVD로 다시 보니 스페셜피쳐의 수준은 평이한 수준에서 조금 웃도는 정도? (이 정도 스펙에서 얼마나 더? 욕심은 끝이 없다.) 

"Bialy & Lox Conga"- The Moonrats
"Bugs' Got a Devilish Grin Conga"-The Moonr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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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orcycle Diaries - O.S.T.
Various Artists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길을 나설 때 제일 처음으로 하는 것은 음악을 챙기는 일이다.
도로 위에서, 차 안에서 배경음악만 깔면 내가 처한 사정이 어떤 것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로드 무비' 속으로 성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언제나 (The River), (The Sea), (Offlamp), (Trables)가 예정된 수순으로 붙고, 기분에 따라서는 (Buena Vista Social Club)이나 (Muholland Dr), )Cowboy Bebop)들이 곁들여진다. 여기에 새로운 음반 하나가 당연스레 치고 올라왔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OST (THE MOTORCYCLE DIARIES)다. 아마 한 동안은 이 음반이 나를 '여행중'으로 몰고 다닐 것이다.

들릴듯 말듯 하면서 조금씩 들리던 기타 소리가 튕겨 오르면 이내 가슴을 달뜨게 하는 드럼이 묻혀들고, 긴장감 있는 현악 연주가 가세하면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즈의 시동을 거는 첫곡 "APERTURA", 두번째 곡은 추운 호수에 입김 처럼 번져 나가던 아릿한 여운인듯 "LAGO FRIAS"는 느린 선율로 번져온다. 푸셰의 연인 치치나의 이름이 붙은 세 번째곡은 두 연인이 이별할 때의 노래다. 재회를 약속하지만 그 끝을 예고하는 "CHCHINA, LEAVING MIRAMAR".
갑작스레 ESTHER ZAMORA와 POLITO가 함께하는 곳은 "CHIPI CHIPI". 오토바이 정비공의 아내를 본의 아니게 꼬시려다 낭패를 당하는 칠레의 산간 마을에서 열렸던 그 파티장. 알베르토와 사람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웃긴 제스츄어를 하는 장면이 눈에 떠올라 순간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흥겨운 곡.

흥분을 추스리고 나면 추키까마타 광산의 황량함과 비애가 "MONTARIA"에 잠시 묻혀 든다. 터벅 터벅 걷는 걸음에 바람이라도 실린듯 다가오는 서정적인 "SENDERO"는 듣는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PROCESION"는 잠시 늦추어진 여행에 긴장을 더하는가 싶더니 "JARDIN"이 다시 서정적이고 낭랑한 어쿠스틱 선율로 두 사람의 등을 쓰다듬는다.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과 털컥거리는 포데로사에 탄 두 남자의 모험을 격려하던 기타소리는 첫곡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확장되어 있다. 사막의 바람을 재촉하듯 힘있게 끊어 치던 기타에 섞여들며 몰아치는 플라멩고 리듬이 어디를 향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아, 어디서 휘파람 소리도 들린다. "LA PARTIDA"를 듣다 보면 무작정 떠나고 싶다.

그러나 "LA MUERTE DE LA PODEROSA"는 예정된 오토바이의 죽음임에도 눈시울을 붉히던 알베르토와 푸셰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킨다. 이를 위로라도 하는듯 여행의 낭만이 넘실거리는 "LIMA"에 도착하지만, 그곳엔 너무나 아픈 얼굴들이 있다. 쿠스코에서의 아낙네들의 얼굴, 어린 안내인, 산빠블로에서 나환자들, 주름 깊이 패인곳에 절망이 들어찬 얼굴의 인디오들. 그 외에도 지금껏 만났던 광부들, 산자락의 노인, 길위에서 만났든 부부들의 모습들이 스틸 컷으로 등장하며 아프게 찔러오는 "LA SALIDA DE LIMA".

"ZAMBITA"가 친근한 음색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나면 다시 파티장이다. 이번엔 산 빠블로의 병원에서 보내는 송별파티."QUE RICO EL MAMBO" 탱곤진 맘본지 구분도 못하는 푸셰지만 다 같이 추는 맘보는 즐거움을 느끼기엔 그만이다.
여흥은 언제나 잠시고, 길 위에서의 시간은 여전하다. 그리고 두 사람에겐 즐거움 보다 더 강한 무엇이 자리 잡는다. "CIRCULO EN EL RIO"와 "AMAZONAS"다시금 무거운 돌을 얹어놓지만, "CABALGANDO"는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리듬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용기를 들려준다.

편안한 숙소에서 책을 읽는 사이, 건너편에는 나환자들만의 섬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엔 커다란 강이 있다. "LEYENDO EN EL HOSPITAL" 환기의 "EL CRUCE", 타악기가 두드림으로 시작된 심상치 않은 연주의 어울림은 긴장을 일깨워 놓는다. 고요한 바다의 일렁임 위에 뗏목을 떼고 멀어져가노라면, 추억으로 변하지 못하고 가슴에 남아버린 체 게바라의 앙금을 함께 느끼기에 충분한 "PARTIDA DEL LEPROSARIO"는, "DE USUAHIA A LA QUIACA"를 지나오는 동안에 뜨거운 혁명REVOLUCION CALIENTE"의 씨앗을 충분히 뿌린다. 남미의 정서를 특유의 영화 스코어로 뽑아낸 GUSTAVO SANTAOLLA의 음악, 또 함께 삽입된 음악들은 영화의 정서를 잘 살려 냈을 뿐만 아니라, 체 게바라와 라틴 아메리카로 이르도록 돕는다. 마지막의 "AL OTRO LADO DEL RIO"는 JORBE DREXLER의 노래로, 뭉클했던 여행을 되돌이켜보게 하고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다시 Repeat...

내가 만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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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의 붉은 혀 1 - 모험개시
우요스케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가면속의 수수께끼』에 비할까만은 기호와 재미를 만족시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공원에서 아이들이나 즐겁게 해주며 최고의 삐에로가 되겠다던 주인공은
어느 날 사라진 애인 리카가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사원에서
아시아를 석권하고 있는 괴종교 집단인 한 교단의 여교주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서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컬트^^하면서도(컬트 종교 집단을 다루고 있어서가 아니라^^;;) 꽤 웃기다.
개그컷이나 일반 컷에서도 장면 연출이 꽤 인상적이면서도 재밌었다.
예를 들면 삐에로의 공중 묘기를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표정과 구도는
만화의 힘이 십분발휘되는 장면이랄까.
또한 일반적인 삽화체와 개그 컷이 오가는 도중에
한번 씩 등장하는 점묘화법 스타일 삽화와 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피안도에서 잠깐씩 보여줬던 임팩트 강했던 그림들 보다 한수 위다.
힌두 신화를 만화적 스타일로 재창조해낸 이미지들도
개성적이면서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살아난 듯 보인다.

『쿠니미츠의 정치』를 보면 퀭한 얼굴로 항아리를 들고 다니는 이색 광신교 집단이 나오는데,
여신님의 붉은 혀에서는 혀를 허리까지 늘여뜨린 광신도들이 등장한다.
여신님을 환영하는 표현은 이 긴 혀를 휘두르거나 손을 잡듯 서로 비비대는데,
이거야 말로 만화를 보는 이를 기겁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혀를 내어갖고 몇초만 있어도 침이 질질 흘를 것 같은 불편함이 드는데,
이 만화는 혀를 집어내어 휘두르는 장면이 연이어 이어지니
보는 것만으로 굉장히 불편하며 더러운 느낌까지 함께 제공한다.
특히 2권 마지막의 자질 테스트 장면은 프리메이슨에 전혀 꿀리지 않을정도의 박력이 있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은
납치된 것으로 보이던 리카가
파르바티, 두르가, 칼리의 세 모습으로 인격이 변한다는 설정이 추가 되면서
힌두 신화와 판타지, 그리고 오락과 서사의 요소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하겠다.
신화의 용어들만 버무려된 셀 수 없는 판타지 만화들에 비하면 군계일학이다.
만화 표지가 그걸 말해주는 듯 하다.

튀는 소재와 감각으로 2권까지 흥미를 끌어왔다면 진정한 판가름은 다음권에서일 것이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한다. 『꼭두각시 서커스』처럼 장수하길 빌며.


요주의 : 이 만화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주욱 내밀게 된다. 침 흘리지 않게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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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내 기억력을 탓할 수  밖에 없는데,  제목이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였나 모르겠지만 경비행기를 타고 자신을 끌어당기는 한 고지대의 산으로 돌진해나가는 파일럿의 얘기가 담긴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었다.그 높은데 위치한 산은 마치 팜므 파탈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도 죽음의 계곡으로 유혹하는 여신의 모습이기도 했었다.거기서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죽음일지도 모르는데, 왜 털컥거리는 기체를 다그쳐라서도 달려가게 만드는 걸까?
그러한 보이지 않는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이 책 『희박한 공기속으로』를 나는 이제서야 접했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무조건 덮어놓고 질색을 하는 몹쓸 성미 때문에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모 등산 패키지 TV광고토막이 등장한 요맘때쯤 읽어버린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광고를 보면 괜시리 뭉클해지면서 되새김질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 죽음의 지대를 겪은 한 기자의 후일담으로 살아 남은 자의 변명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에베레스트. 티베트 어로는 '초모룽마', 네팔어로는 '사가르마르타'의 에베레스트에 대한 지형과 역사, 그와 관련한 국가들의 경제정책, 셰르파와 그 가족들의 생계, 그를 이용한 상업적인 등반대들의 융성과 오직 돈을 이용하여 명예를 획득하려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그 짧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오랜 준비와 열정, 인내의 시간들을 보았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지, 죽음이 확연히 보이는데도 그들이 돌아설 수 없던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오만은 어디 까지인지, 월터 미티인 나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겠지만,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크라카우어의 이 기록들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덮을 때는 죽음을 불사하고도 에베르스트를 오르는 그들의 대단한 용기에 고무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누구도 죽고 싶어하지 않았을 거라는 희생자 누이의 편지 글귀와 자신의 고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세르파 족 고아의 편지가 잊혀지지 않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할퀴는 강풍에 일렁이는 깃털 구름만을 눈앞에 있는 양 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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