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작 1분을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세잎!

프랑스 사절과 클레어 드니, 엥키 빌랄의 인삿말이 전부인 GV가 있은 다음 영화는 시작했다.
사인 받으려고 그 무거운 책을 들고 갔었는데 -__-;
야외상영장이라 주위가 환해서 영화 몰입 정도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춥긴했지만 분위기 좋고, 사운드 좋고, 음악 좋고, 화면 좋고 ^^.
2046이야 나중에 개봉관에서 보게 될터니 개인적으로 PIFF 그 멋진 시작이다. 아자~!.
영화에 나온 노래처럼 진짜 "beautiful days"!!!!.

엔키 빌랄의 니코폴 시리즈 신들의 카니발, 여인의 함정 등을
어떻게 영화로 살려낼지가 관심의 촛점이었는데,만족할만한 그 다운 영화였다.
훨씬 역동적이면서 조금은 할리우드 스타일이 가미돼었긴 하지만
꽤 깔끔한 진행과 화려하고 정교한 CG,
그러다 CG로 착각할 만큼의 실사연기와
실사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의 CG과 실사의 자연스러운 매치.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며 관능적이면서도 하드코어틱한 이미지들이 내 맘에 쏙 들어왔다. (무슨 말이 이래-,.-)

만화와는 달리 호르스와 니코폴의
이념과 정치,사회적인 설정들이 많이 축소된 것이 아쉽다면 아쉬웠다.
영화에서는 2095년의 뉴욕을 배경으로 매우 간단한 스토리로 이루어졌다.
자신의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질 비오스콥을 찾아
사형전 7일간을 허락받은 호르스가 섹스, 강간에 목매다는 것이
남자가 아니다 보니 감정이입이 늦는것이 불만족스러웠지만,
인류의 역사는 종족본능으로 이루어졌음을 돌이켜볼때
썩 무리한 설정은 아니었던것 같기도 하고. 영화스러운 설정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질 비오스콥을 사랑한 외계인 존이 호르스로 화하여 질 비오스콥에게 사랑의 의미를 그녀 모르게
선사하는 로맨틱한(?) 설정 말이다. 호르스가 왜 사형선고를 받았는지도 여기서 충분히 추측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질 비오스콥의 태생에 대해서 연연해하지 않는 감독의 태도다. 그녀가 어디에서 왔던, 어떻게 왔던 지구에서 인간으로, 그것도 여자인간으로 존재하게 된 그것 자체와 무엇을 목적으로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건지도.  human being...

매력적이었던 캐릭터 다이액, 연쇄살인범에 목숨 건 프뢰베 경감. 전형적인 정치인 올굿,
그리고 의외로 나의 호감을 샀던 리앵 보좌관의 야망^^,
무엇보다도 질 비오스콥을 연기한 린다 하디와
우스꽝스러웠긴 하지만 만화보다도 더 근사했던 니코폴 토마스 크래치만 등 무수한 캐릭터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병상에 누운 아줌마의 티셔츠의 도안은 엥키 빌랄의 만화인가하면,
영화내에서 많은 할당량은 없지만 그의 꾸준한 철학적인 대사가 몇토막이나마 등장해서
만화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2095년 무국적 분위기의 뉴욕을 위시한 많은 도시나 냉동 감옥 같은 시설물, 공중차량등 기계적인 이미지에 고딕의 분위기를 접합시킨 무수히 멋진 이미지들도 뇌리에 날아와 박혔다.
그 외에도 앙숙인 자캴 때문에 흥분하는 호르스나 니코폴과의 위트있는 대사와 씬이 제법 있어서 끝까지 굉장히 재밌게 봤다.

자신이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고른 나에게 좀 정상적인 걸 고르라고 조언한 친구가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난 그 친구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영화에서 존의 대사처럼 정상? 뭐가 정상인데? 라며
없어야 할 곳에도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예로 든다.
<<우먼 트랩>>을 본 나는 정상적으로, 다분한 귀결인듯 느껴지는 감흥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남들의 평이야 어쨌던
나의 고집은 내게만큼은 항상 끝까지 즐거움을 준다. 그게 내겐 정상이다.

영화에의 야외상영장에서 본 까닭에 일어난 즐거운 해프닝이 있었다.
꽤 세련되고 조용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청회색조의 스크린에 까만 봉지 하나가 팔랑 팔랑 거리며 아래에서 위로 좌악 날라가는 것이 비쳤다. 일순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봉지가 날려서 웃은 것보다는 혹시 나처럼 케빈 스페이시가 나오는 아메리칸 뷰티의 그 명장면을
떠올렸던 것은 아닐까? 그 까만 비닐봉지가 흩날리던 장면처럼.

*p.s. 영화, 프랑스어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영어로 나와서 그건 좀 놀랐다.


 

 

 

 

 

P.S2. 부산으로 이살 가던지 해야지, 원. 10편 보는데 차비가 배다-_-

엥키 빌랄 "부시 대통령은 체스의 졸"
[스타뉴스 2004-10-09 14:26]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부산=이규창 기자] 제9회 부산영화제의 오픈시네마에 초청된 '우먼트랩'의 감독 엥키 빌랄. '벙커 팰리스 호텔', '티코 문' 등을 만든 영화 감독이지만, 한국에는 '니코폴', '야수의 잠' 등의 작품을 그린 만화가로 더 잘 알려져있다.

유고 출신의 엥키 빌랄의 만화 작품들은 프랑스 작가주의 만화의 백미로 꼽히며, 1992년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서평지 '리르'에서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9년 첫 장편 '벙커 팰리스 호텔'을 발표하며 새로운 문화 영역에 도전한 엥키 빌랄은 만화에 이어 영화에서도 미래 세계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꾸준히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에서의 짧은 체류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하는 엥키 빌랄은 당분간 구상중인 새 영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 한국은 처음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라 한국도 첫 방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무척 기쁘고 한국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다. 사람들이 활기차고 역동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 한국에서도 '니코폴', '야수의 잠' 등 두 권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팬들도 상당수 있다. ▶ 독자 입장에서는 두 권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책이 출판되기를 바라고, 어쨌든 한국에 많은 독자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 영화에서도 기존 만화 작품에서 보여준 요소들이 드러난다.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 공통점은 '영감'이라는 측면이다. 세계를 담고자 하는 이유와 출발점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역시 기술과 표현력이다. 영화는 아무래도 기술적인 면에서 타협을 해야 하니, 만화가 영화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창작할 수 있다.

- 영화 작업에서의 주안점은? ▶ 만화와 달리 일괄적인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제작에서는 기술적인 구속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 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를 선택했는가? ▶ 나의 그림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일본의 그림들이 정확하고 단순하게 그려진 반면 내 그림은 무겁고 복잡한 회화체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단순화된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실적인 것, 현실을 그대로 담는 것에 있어 애니메이션은 아직 한계가 있다.

- 오시이 마모루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한 것 같다. 그의 작품세계와 비교한다면? ▶ 그를 일본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내 작품에 있어서도 발견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의 작품세계를 알고 비교한다는 것은 힘들다. 가장 다른 점은 작업을 하는 목적이겠고, 가장 큰 공통점은 '세상에 대한 걱정'이다. 또한 아동기의 만화가 아닌 어른의 세계를 담은 만화가라는 것 또한 같다.

- 만났을 때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 현재 없는 사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등장 인물의 배역과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 배분에 대한 것 등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존'에 대한 인식은 같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차이점도 많음을 알았다.

- 만화와 영화에 담는 자신의 철학에 특별히 영향을 준 것이 있는가? ▶ 그리스 철학을 떠올리나 본데,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항상 생각하면서 미래에 닥칠 위험을 걱정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 세계의 미래에 대한 걱정, 현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서 교훈을 얻어 현실의 문제를 수정해 나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과거의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인류는 기억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고, 비록 이 세상을 좋아하지만 통제되지 못하고 미쳐가고 있다고 느낀다. 마치 이 비행기(세계)는 조종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곧 추락할 듯 보인다. 비행기의 조종사를 바꾸어야 한다.


- 조종사라면 정치가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권력 구조 자체에 대한 것인가? ▶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조지 부시 역시 하나의 요소이지만, 그는 체스의 졸에 불과하다. 이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가도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

-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 만화,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만화를 계속 그렸다. 이 일은 계속해서 하고 싶고, 단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다. 정체되지 않고 더 위험한 도전을 할 계획이다. '야수의 잠' 3부작에 도전하고, 뒤이어 전혀 새로운 영화를 시도할 것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구상이 없지만, 이 새로운 도전을 사람들이 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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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4-10-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지나가다가 들렀습니다...
다른게 아니구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부산 국제 영화제 있잖아요???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요?
진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큰 영화축제인지... 아니면 괜히 우리끼리 좋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건 아닌지.....

그냥 궁금해서요. 무식하다고 핀잔 주셔도 되니깐 좀 알려주세요. T_T

불한당들의 모험 2004-10-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에서 몇등이라고 제가 단언할 수 있을만한 자격은 안되지만,
몇년째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몇마디 적어볼까 합니다.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를 위시하여 성격에 따라 모스크바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몬트리올 영화제, 로카르노 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 영화제, 후쿠오카 영화제, 도쿄 영화제,
야마가타 국제 다큐 영화제, 홍콩 국제 영화제, 사라예보 영화제, 이스탄불 영화제,
산 세바스찬 영화제, 뉴욕 인디 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등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수많은 영화제가 매년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부산 국제영화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전주 국제 영화제, 광주 국제영화제, 인디 영화제나 퀴여 영화제, 여성 영화제, 서울 국제 청소년 영화제 등이
국제영화제의 간판을 달고 개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였던 도쿄 영화제가 유럽의 영화제를 모방하여 월드 영화에 치중한 나머지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국제 영화제는 꾸준히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여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며 노력해온 결과,
이제는 대표적 국제영화제의 한축으로 이미 자리를 매김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영화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영화 중
세계 최초로 부산국내영화제에서 개봉하는 편수가 증가하였습니다.
덕분에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의 많은 영화를 맘껏 접할 수 있었으며,
정보가 없었던 많은 세계각지의 영화들이 세계로 각지로 재배포되는 기회 뿐만 아니라
부산 국제 영화제를 통하여 국내 제작영화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영화제측이나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많은 기사들을 접하지 않아도
영화제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순수 해외 관람객보다는 영화종사자들만 외국인이었습니다.
죄다 guest card를 달고 다녔더랬죠.
그러나 올해는 guest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가고 있었습니다
영화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이번에도 역시 사상최대의 예매전쟁을 치렀는데,
그것은 외국인이더라도 마찬가지더군요.
등뒤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분초를 다퉜다는 그들의 영웅담을 들으며 저는 빙그레 웃었을 정도로
부산 국제 영화제는 단순히 국내 영화 잔치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영화제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영화 관계자나 지방자치단체,
정부의 더 많은 반성과 지원이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페스티발을 즐기는 우리들이겠지요.
부산 영화제는 이제 관심있는 영화매니아들이나 즐기는 동네잔치가 아니라,
아시아 영화산업을 대표하고 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하는 국제적인 영화제가 되고 있음을
영화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분들께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님도 내년에는 관심가지셔서 그 위상을 몸소 체험해보시는 것이
궁금증 해소에는 가장 확실한 처방인것 같습니다.

* 세계에서 몇등하는 영화제요 라고 한마디로 일축하지 않는 이유는
부산국제영화제 및 국내영화산업을 바라보는 저의 애정 때문이니,
읽기 힘드셨더라도^^;;

세벌식자판 2004-10-1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 (__) (^^)
영화에 대해 거의 까막눈이라 뭘 알아야죠.
집이 부산이고 남포동까지 걸어서 25분인데... 뭘 알아야 보죠...

("이런걸 보고 줘도 못먹나~~~"라고 하지요. T_T)

아무튼 자부심을 가지고 영화랑 친해져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친철한 설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