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지. 가족을 집 아닌 밖에서 만나면 그렇게나 왜소해 보일수가 없다고. 그래서 순간적으로 가족을 못 알아본다고.
오늘 단지 앞 지하도에서 나도 못 알아봤다, 동생을. 그런데 내 옷 만큼은 알아봤다. 길 바닥에서 옷 내놔!라고 땡깡 부릴 수도 없고, 뒤늦게야 알아보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저만치 달아났다. 징한 것.
요즘은 이상하게 옷 가지고 시비거릴 만드는 듯하다. 아침에도 그 아래 동생이 내 바짓단을 꼬매 입었기에 투덜거렸는데. 드라이 클리닝도 안 해주면서 옷에 구멍을 슝슝 뚫어 놨다면서 퍼붓고 나왔으니까.
예전에 동생들과 같이 살 땐 그런 일이 없었다. 취향도 다 들 제각각인데다 사이즈도 몇 인치씩이나 차이들이 났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 알 것도 같다.
이젠 우리 모두 별 수 없다. 다들 '어려보이는 옷'을 선호하게 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