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THE WORLD CHANGE YOU...AND YOU CAN CHANGE THE WORLD



"그래.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하지"  
 "네루다의 시야?"   "아니 마르티"                                                                                    "빈 그물 같은 허공에서 허공으로 나는 거리를 대기를 거닌다"   "마르티의 시야?"    "아니 네루다"
그렇게 퀴즈 아닌 퀴즈놀이를 하며 두 사람은 낡은 노턴 오토바이 '포데로사 '와 함께 남미횡단의 여정에 있었다.

체 게바라를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했던 이가 사르트르였나. 아무튼 내게도 그러한 관념이 머리 깊숙이 박혀 있는 탓인지 영화 시작 전부터 괜시리 숙연해져 있었다.

그러나 왠걸 대책없이 떠난 그들의 여행은 시종일관 풋풋한 웃음을 들춰내는, 우리도 한 두번 해봤음직한 그런 무대뽀 여행이었다.

그와의 차이라면 여행으로 가슴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일궈낸 남자와 기껏 사진만 박다가 돌아와서 앨범에 장사 지낼뿐이었던  나의 근성없음 일것이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하고,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으흥. 수긍만 하고,오히려 무임승차 하려는 근성아닌 본능만 남은 내가 부끄러워진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나의 첫 대 여행;Mi Primer Gran Viaje』 과 『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즈-남미여행에 관한 기록』,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여행일지인 『체와 함께한 남미여행;Con El Che Por Sudamerica』를 원작으로 했기에  익숙한 일화들이 틈틈히 등장하며, 두 사람의 여정을 내게도 대신 밟게 해주는 성의를 보인다.

 아르헨티나
일명 '푸셰'라고 불린 에르네스토와
그의 사촌 형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걱정스런 눈빛의 어머니와 권총을 찔러주는 아버지를 위시한 사랑스런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아르헨티나의 집에서부터 출발해 푸셰가 사랑했던 코르도바의 갑부 딸인 치치나의 집을 경유한다. 
사회주의자인 그를 질색하는 부모의 못마땅한 눈치와
치치나의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뒷 꽁무니에 달고 떠난다.

 

 
칠레
화전을 일굴때마다 지주에게 번번히 빼앗기며 살아논 산자락의 인디오, 페론주의자의 목장주에게 종양 진단을 내리고, 들판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며 도착한 커다란 거울의 호수 나우엘우아피.

치치나 수영복을 사줄 달러 때문에 번번히 입씨름을 벌이면서 여정을 계속해서
칠레의 신문에 자작 기고한 덕에 유명세와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며,
마을 댄스파티에 몰려가 애정행각(^^;)을 벌이려다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종종 말썽을 피우던 오토바이가 소떼에 받히면서 운명을 다한다.
시골의 한 촌락에서 오토바이 장례를 치른 후 두 사람은 터덜 터덜 걸어서 여행을 계속한다.


치치나와 이별로 상처를 입었던 푸셰의 마음 한 켠에 추키카마타 구리광산에서 만났던 착취당하던 사람들과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던 부부의 비탄 어린 얼굴이 자리하게 된다.

 


페루
아따까마 사막, 그리고 쿠스코 도착.

그리고 그의 마추픽추.
과거 찬란했던 잉카 제국의 향기와 '세월을 아는 안내인'을 만나고,
폐쇄된 산 속의 마을에서 삶을 연명해 나가는 아낙네들의 주름을 만나고,
웅장한 운명을 피웠음에도 절망적인 삶을 감내해야만 하는지를 고민한다.


체 게바라 그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의 하나라고 기록하였던 마추픽추.
네루다의 시를 즐겨 암송하고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는 두 사람.
이 때 낙관론을 펼치는 알베르토에게 에르네스토는 예의 유명한 말을 던진다.
'무기도 없이 혁명을 이룰수 있다구?

형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나환자병원이 있는 산 빠블로로 가는 배 안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 양극화된 풍경을 목도한다.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여자에 혹해 너스레를 떨어대는 알베르토.
강을 사이에 두고 환자와 의사,직원들로 양극화된 또 만나는 풍경.
나병환자들은 일상의 조그만 기쁨 하나 없이 그저 죽어가고 있었다.
머무르는 동안 정성껏 돌봐준 두 의사에게 생일 겸 환송 파티를 열어준다.

하나 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건배를 외치며 에르네스토는 감회어린 연설을 한다.

 

환자들이 만들어 준 뗏목, 일명 'MAMBO-TANGO'를 타고 콜롬비아로 향한다.
그들의 배에는 과일에 끼니거리인 닭들까지 승선해 있다.

일렁이며 그들의 뗏목에 참견을 해대는 파도를 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그들의 여정 속에 있던 사람들의 스틸 컷이 펼쳐진다.
Gustavo Santaolalla의 " LA SALIDA DE LIMA" 는
흑백 스틸 속에 황망하게 자리잡은 민중의 얼굴들처럼 가슴을 덜컹덜컹 내려앉게 만든다.

 
그렇게 보고타를 지나 베네주엘라에 도착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그들이 꾸려왔던 여행에 안녕을 고하고, 자신들의 달라질 꿈과 미래를 토닥거린다.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의 푸셰는 이미 성장기를 끝내고 체 게바라의  얼굴로 변하고 있었다.

 

<<아모레스 페로스>>의 옥타비오, <<이투마마>>의 훌리오로 분했던 Gael Gargia Bernal는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스물두살을 우리에게 가감없이 보여준 듯 했고,

우리와 푸셰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사명이라도 타고 난듯 했던 Rodrigo De La Serna
내게 Gael Gargia Berna보다 더 큰 감흥을 주었다.
우리 곁의 친숙한 형이자 사랑스런 친구이자 행복을 주고자 했으며, 더도덜도 없이 솔직한 한 인간을 보여줬지만, 그런 웃음 뒤에 조용한 내면의 출렁임이 있는 듯 느껴지는 배우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산 빠블로의 나환자촌에서 있었다던 게바라가 칭찬했던 그 연설을 듣지 못한 점이랄까, 물론 게바라는 힌트를 줬었지만.

Gustavo Santaolalla의 음악이 우리의 귀에 아주 적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음을 깔기를 주저하지 않는 가운데,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이 스쳐 지날 때는 조금이라도 그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러있고 싶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포데로사는 너무나 빨리 스쳐지나간다. 아마 '이것은 놀라운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냉소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던 체 게바라와

영화의 운을 떼면서, 그리고 영화를 닫으면서 같은 말을 했던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 칠레, 펠루, 콜롬비아, 베네주엘라의 풍경에 도취되어 머물러 있기보다,
체 게바라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길위의 시간들, 사람들, 절망과 희망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기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엑스트라 같지 않았던 고산지대의 인디오, 멸망한 잉카 제국의 소년, 산 빠블로의 나환자들,
퀘차어 밖에 모르던 아낙들과 자연스럽게 여정 속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효과는 대륙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Robert Redford와 Walter Salles의 영감이 십분 발휘 되었기 때문일 것이며,
체 게바라가 우리에게 우상으로, 닮고 싶은 희망으로 남아 있는 까닭이며,
그리고 거기가 바로 남미이기 때문이다. 50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 개인적으로 모터사이클 다이어릴 보기 전에 기대한 것이 있었다.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를 때쯤 비올레따 빠라나 아타우알파 유판끼의 노래를 한 토막이나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섭섭함이 들새도 없이 만들어 준 Gustavo Sataolalla. <<아모레스 페로스>>때도 그랬고, <<21그램>>에서 처럼 왠지 영혼을 건드리는 특별한 공기가 그의 음악에 있다.
그의 주옥같은 스코어들은 두 젊은이의 내면과 남미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녹여내기에 거침이 없고,
Maria의 "Chipi Chipi"와  Prado의 "Que Rico El Mambo"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댄스홀이 되고,
엔딩 크레딧의 "Al Otro Lado Del Rio"는 마추픽추, 산 빠블로,아따까마의 그 곳으로 연거푸 데리고 간다.
아마 한 동안은 길 위에서 이 OST만 돌리게 될 것 같다.

 ORIGINAL SOUNDTRACK "THE MOTORCYCLE DIARIES" 전곡을 들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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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11-2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ST리뷰 보고 왔습니다. 좋은 글 ,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