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and, Your England (1940)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 P88
England, Your England (1940) 워털루 전투가 이튼 학교의 운동장에서 이긴 싸움이라면, 그 뒤에 있었던 모든 전쟁의 開戰 전투들은 이튼의 운동장에서 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영국인의 삶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하나는 지배 계급의 능력이 크게 쇠퇴했다는 점이다. - P107
England, Your England (1940) 이제는 지식인이면서 어떤 의미에서든 ‘좌파’가 아닌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마지막 우파 지식인은 T.E.로렌스였을 것이다. 1930년경부터 ‘지식인’이라 칭할 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기존 질서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 속에 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사회가 그들을 미처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 이상의 발전도 없고, 그렇다고 해체되지도 않는 정체된 제국에서, 그리고 우매함이라는 자산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이 지배하는 영구에서, ‘똑똑한’ 사람은 수상쩍은 사람이었다. T.S.엘리엇의 시나 칼 마르크스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진 사람에게, 윗사람들은 절대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다. 그러니 지식인들은 문예비평과 좌파 정당에서만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 P116
Wells, Hitler and the World State (1941) ‘레프트 북클럽Left Book Club’은 본질적으로 ‘스코틀랜드 야드Scotland Yard’의 산물이었으며, 그건 ‘평화서약연합Peace Pledge Union’이 해군의 산물인 것과 매한가지이다. - P126
Looking Back on the Spanish War (1942) 그런데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줄곧 인상적이었던 것은, 잔학행위를 믿고 안 믿고 하는 것이 순전히 정치적인 편향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증거 조사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적의 잔학행위는 믿으면서 자기편의 것은 믿지 않는 것이다. - P138
Notes on Nationalism (1945)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 모든 민족주의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사실들이 가진 유사점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중략) 민족주의자는 자기편이 저지른 잔학행위를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 아예 귀를 닫아버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략) 모든 민족주의자는 과거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기 시간의 일부를 역사적 사건이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는 공상의 세계에서 보내며 이 세계의 단편들을 가능한 한 역사책에다 옮겨놓으려고 한다. (중략) 그들은 아마 자신들의 본 것이 하느님이 보신 ‘그대로’이니 그에 맞게 기록을 재편해도 좋다고 느끼는 것일 터이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무관심은 세상의 일부가 다른 일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바람에 더욱 부추겨지며, 그 때문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P190
Notes on Nationalism (1945) 요는 두려움, 증오, 질투, 그리고 세력에 대한 숭배가 개입되자마자, 현실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감각마저도 상실하게 된다. ‘우리’ 편이 저지른 것이면 어떤 범죄도 용서받지 못할 게 없다. 어떤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걸 지적인 차원에선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충성이 개입되면 연민이 기능을 멈춰버리는 것이다. - P206
Notes on Nationalism (1945) 민족주의적 애증은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우리들 대부분이 가진 기질의 일부이다. 그런 기질을 없앤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은 가능하며, 그런 투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노력이라고 확신한다. - P207
The Prevention of Literature (1946) ‘개인주의‘와 ’상아탑‘을 비난하는 어떤 장광설도, ’참된 개성은 공동체와의 합일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식의 경건하고 상투적인 어떤 주장도, 매수된 정신은 망가진 정신이라는 사실을 넘어설 수 없다.
- P240
Pleasure Spots (1946)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 수많은 발명품들(특히 영화, 라디오, 비행기)은 인간의 의식을 약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며, 대체로 인간을 가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P248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 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들은 주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계속되는 영국의 인도 지배, 러시아의 숙청과 추방, 일본에 대한 원자탄 투하 같은 일들은 변호할 수 있긴 하다. 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잔혹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당이 표방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해야만 변호가 가능하다. 때문에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가령 러시아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마음 편한 영국의 교수를 생각해보자. 그는 대놓고 ‘나는 좋은 결과를 낼 수만 있다면 반대자들을 죽여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아마도 다음과 같은 식으로 말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 P270
(위에서 계속) ‘소비에트 체제가 인도주의자들은 개탄할지 모를 어떤 특징을 표출한다는 점을 터놓고 인정하는 한편, 나는 정적에 대한 어느 정도의 권리 박탈은 전환기의 불가피한 부수 현상이라는 점을, 아울러 러시아 인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초가 실질적인 공로의 영역에서는 십분 정당화된다는 점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70
Some Thoughts on the Common Toad (1946) 중요한 건 봄이 주는 즐거움은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며 공짜라는 점이다. (중략) 런던 한복판에서 반경 4마일 이내에 새가 수백만은 아니어도 수십만 마리는 있을 텐데, 그들 중 누구도 집세로 반 페니도 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제법 흐뭇해진다. - P279
Why I Write (1946)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산문을 쓰는 데 있어서는 말이다.). 이 동기들은 작가들마다 다른 정도로 존재하며, 한 작가의 경우에도 시기별로나 시대 분위기별로나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순전한 이기심 (2)미학적 열정 (3)역사적 충동 (4)정치적 목적 - P292
Why I Write (1946)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지만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는 재능 있고 고집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 P293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好惡와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다. - P299
Lear, Tolstoy and the Fool (1947) 비극적 상황은 정확히 선이 승리하지 ‘못하지만’ 인간이 자신을 파괴하는 힘보다 고귀하다고 여전히 느껴질 때 성립되는 것이다. - P357
Such, Such Were the Joys (1947) 세인트 시프리언스의 경우에는 솔직히 모든 게 일종의 신용 사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인상을 심사위원에게 심어줄 것들만 배우고, 뇌에 부담이 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었다. - P384
Writers and Leviathan (1948) 모든 좌파 이데올로기는 당장 권력을 잡는다는 기대를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발전시킨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였다. - P440
Writers and Leviathan (1948) 다른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찬바람 새는 회관에서 연설을 하고, 길바닥에 분필로 글을 쓰고, 투표를 호소하고, 전단을 나눠주고, 심지어 필요하다 싶으면 내전에 참가할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단, 자기 당에 대한 봉사로 다른 건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당을 위해 글을 쓰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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