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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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의 노후 행복의 비결로 다음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1)서로를 이해한다. (2)가사 분담을 확실히 한다. (3)가치관이 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4)눈앞의 불만은 사소한 거라 생각한다. (5)둘이 있을 때부터 미리 혼자가 되었을 때를 준비한다. (6)시간적, 공간적으로 거리를 둔다. (7)자신의 세계에 파고든다. 아무래도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공존의 비결 같다. - P25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다. 사실 고령자의 자살률은 예상과 달리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 쪽이 더 높다. - P31

쓰지가와 씨의 조사는 아주 면밀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까이에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으로 나눠 만족도와 고민, 외로움, 불안을 비교했다. 그 내용이 그림8-그림11이다. 그런데 세상에! 자녀가 없는 싱글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데다가 고민은 적고 외로움과 불안도 더 낮았다. 자녀가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멀리 사는 사람보다 고민이 더 많았는데, 역시 눈앞에 안 보이면 일단 잊고 살 수 있는 게 맞는 말 같다. 한편, 자녀가 멀리 사는 사람이 가까이에 사는 사람보다 불안이 높은 것은 그럴 만하다. - P32

자택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데 의료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의료는 병을 고치는 게 목적이지 죽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의 역할은 개입을 삼가고 사후에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것이다. - P50

시설은 생활을 24시간 관리한다. 이런 곳을 전제적 기관(total Institution)이라고 한다. 그 전형이 교도소다. 따라서 시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교도소와 같다. 게다가 교도소라면 무기징역이 아닌 한 언젠가는 나갈 수 있지만 고령자 시설은 시신이 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다. 외출은 가능하지만 직원의 관리를 받아야 하고 가족이 사는 집에서 외박하고 싶어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 P62

그렇다면 ‘입회인 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일까, 남겨지는 사람일까?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를 ‘임종 입회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오랫동안 간병해온 지인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엄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마지막 잠깐을 놓쳐도 괜찮지 않나 싶었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동안 작별인사와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꼭 죽어가는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초고령 사회의 죽음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미리 하는 게 좋다. - P99

그래서 치매 환자가 혼자서 살 수 있냐고? 생활 습관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도 방문 간병인이 있다면 식사와 입욕이 모두 가능하다. 친근한 간병인이 있다면 시설처럼 저항할 일도 없다. 스스로 식사 준비를 할 수 없게 되면 배식 서비스를 부탁하면 된다. 치매 환자도 음식만 제공해주면 혼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따. 식욕은 삶의 욕구 중 가장 기본이다. 먹을 수 있는 동안은 잘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먹는 게 어려워지거나 누워 지내게 되면 그때는 치매가 있든 없든 팔요한 간병은 똑같다. 실제로 혼자 사는 치매 고령자가 집에서 임종을 맞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P118

이런 사례도 들었다. 치매인 아버지는 혼자 살고 아들과 며느리는 근처의 신축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방이나 복도에서 볼일을 볼 때가 많아 집에 들어가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방문 요양보호사가 묵묵히 그 뒤처리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아버지를 왜 집으로 모시지 않느냐는 듯한 눈길로 아들 부부를 쳐다보지만, 아들은 케어 매니저와 상담 후 아버지 집은 아버지의 것이니 배설물투성이든 뭐든 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된다고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아들은 그런 방식으로 아내를, 아니 자신과 아내의 부부 관계를 지켜냈다.
이 이야기를 해준 케어 매니저는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의 각오만 있다면 치매여도 혼자 살 수 있어요." - P12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두가 중도 장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중도 장애 안에 불편한 몸뿐만 아니라 불편한 머리와 마음,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존재한다면 치매 케어가 가야 할 방향은 장애인 케어와 똑같다. 사회의 배리어프리와 마음의 배리어프리를 지향해야 한다. 가능하면 나 자신이 치매에 걸리기 전에 말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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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에세이 - 고전세계로 향하는 첫걸음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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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도 로마인답게, 남자답게 꾸밈없는 위엄과 자연스러운 호의와 독립심과 정의감을 갖고 의연하게 생하고, 다른 생각은 모두 버려라. 모든 행동을 네 인생의 마지막 행동으로 여긴다면, 온갖 무목적성과 격정에 이끌려 이성적 판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위선과 이기심과 주어진 운명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에서 벗어난다면, 너는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31

그분(인용자 주: 안토니누스 피우스)은 붙임성이 좋았고, 당신과 함께하는 식사나 여행에 동행하도록 친구들에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급한 용무로 동참하지 못한 자들을 늘 한결같이 대하셨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23

네가 또 다른 삶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곳이라고 하여 신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감각한 상태에 들어서게 된다면, 네 고통과 쾌락은 그칠 것이고, 그것을 섬기는 자보다 훨씬 열등한 그릇을 위하여 머슴살이 하는 일도 그치게 될 것이다. 전자는 이성과 신성이고, 후자는 흙과 오물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40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동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도 불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57

자신의 악에서 벗어나는 일은 가능한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남의 악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니 가소로운 일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22

원로원에서 말할 때나 개인에게 말할 때 적절하고 명료하게 말하라. 건전한 표현을 사용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31

누군가의 몰염치한 행동에 기분이 상할 때마다 "세상에 몰염치한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하고 너 자신에게 즉시 물어보라.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략) 악당이나 신의 없는 자나 잘못을 저지르는 다른 모든 자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떠올려라. 너는 이런 부류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마자 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하여 더 관대해질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56

둘러서서 임종을 지키고 있는 무리 가운데 그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할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유복한 자는 아무도 없다. (중략) 내가 그토록 애써주고 기도해주고 배려했던 동료들조차 내가 죽으면 자신이 좀 더 편안해질까 하고 내가 떠나기를 바라는 그런 세상을 나는 떠나고 있다. 그러니 누구든 더 오래 이곳에 머무르려고 아득바득 용을 쓸 까닭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73

절약 없이는 어떤 재물로도 충분하지 않고, 절약하면 어떤 재물로도 충분하다. -세네카- - P236

그대는 백발과 주름살만 보고 어떤 사람이 오래 살았다고 믿어서는 안 되오. 그는 오래 산 것이 아니라 오래 생존한 것뿐이니까요. 출항하자마자 사나운 폭풍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다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친 듯 불어오는 바람 탓에 같은 수면 위를 빙빙 돌던 사람을 긴 항해를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까요? -세네카- - P305

지혜가 축성한 것들은 세월도 해할 수 없다. -세네카- - P324

(인용자주: 미덕을 추구하면) 그대는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을 것이오. 그대는 어떤 것도 헛되이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어디서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오. - P359

너무 가난하다 보면 현인에게도 노년은 견디기 쉬운 것이 아니겠지만, 엄청난 재물을 가졌다 해도 어리석은 자에게 노년은 짐스러울 수밖에 없다네. -키케로- - P399

사람은 역시 적절한 때에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네. 자연은 다른 모든 것에도 그렇지만 삶에도 한계를 정해 놓았기 때문일세. 그리고 노년은 인생이라는 연극의 마지막 장인 만큼 거기에서 기진맥진해지는 것은 피해야 하네. -키케로- - P456

우리의 우정에 관한 추억이 무척이나 행복한 것이어서 내 삶도 행복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나는 (인용자 주: 라일리우스) 스키피오와 함께 살았으니까 말일세. 우리는 공적인 생활에서나 사생활에서나 관심사가 같았고, 같은 집에서 살았으며, 전장에서 군복무도 함께했다네. 우리는 취향과 목표와 의견도 완전히 일치했는데, 바로 이것이 우정의 요체라네. -키케로- - P471

우정을 맺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의 미덕에 대한 신뢰인 셈이라네. 따라서 미덕을 저버리면 우정은 존속하기 어려울 걸세. -키케로- - P487

확실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아 이득이 된 경우는 많아도, 말을 해서 이득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든 말할 수 있어도, 일단 말한 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건 인간이지만, 침묵하는 법은 신들이 가르치는 것 같다. -플루타르코스- - P542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대체 무슨 권리로 남을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알려져서는 안 될 일이라면 남에게 이야기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대가 비밀을 그대에게서 꺼내어 다른 사람 속에 감추려고 한다면, 그대 자신보다 남을 더 신뢰하는 셈이다. -플루타르코스- - P546

노년의 가장 나쁜 점은 저승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서 혼이 이승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 혼이 뒤틀리고 억압되어 몸과의 결합에 의해 주어진 형태를 견지한다는 것이오. -플루타르코스- - P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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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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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매우 고효율의 장치다. (중략) 철학이 생산되는 순간은 육체적이고 역사적이다. (중략) 철학 수입자들에게는 애초부터 육체적이고 역사적인 울퉁불퉁함이 지적 사유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런 울퉁불퉁함은 특수하다. 공간과 시간에 갇혀 개별적 구체성으로만 있다. - P9

원래 동양에는 ‘철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와 관계를 맺는 특별한 지적 형식이 없었다. ‘철학’이라는 지적 형식에 맞출 수 있는 내용은 있었지만, 그런 제목을 단 독립적 형식은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동양 철학’ ‘중국 철학’ 혹은 ‘한국 철학’이라고 하면, 다루는 자료가 과거의 것들이기 때문에 매우 오래된 학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 모두가 신흥 학문에 속한다. ‘동양 철학’은 동양의 사상적 혹은 지적 자료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학문을 말한다. ‘한국 철학’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사상적이고 지적인 자료를 철학적으로 다룬다는 뜻이다. 철학적으로 다룬다는 이 방법이 동아시아에서는 새로운 것이다. - P36

‘인문人文’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 즉 인간의 동선이다. 인간의 활동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개괄해 이해한다. 인간이 구축한 문명이란 모두 이 인간의 동선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인간의 동선을 파악한 후, 그 높이에서 행위를 결정하면 전략적이다. 그 차원에서라야 비로소 상상이니 창의니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상상이니 창의니 하는 일들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 즉 인간의 동선의 높이에서 튀어나오는 것일 뿐, 그 아래 단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한다. - P73

조선의 많은 철학자들은 사실 철학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주희(주자)를 닮으려고 안달이었다. 조선의 종속성은 이런 태도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에도 "조선의 철학자"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교인이 철학적이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 P90

나는 자연과학이나 부강함이 바로 문화력에서 나온다고 본다. 행복, 인의, 자유, 사랑과 같은 덕목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의 높이가 바로 문화적이고 예술적이며 철학적인 단계다. 행복이나 인의나 자비 등과 같은 덕목은 그냥 개인적인 마음 씀씀이 정도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이런 덕목들이 기능한다는 것은 이런 덕목들이 발휘될 정도로 고양된 인격을 가진 구성원들로 사회가 채워져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런 고양된 인격의 소유자들이 발휘하는 시선이나 활동성은 단계가 매우 높다. - P111

나는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자주 가지 않았었다. 가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그것은 박물관이나 갤러리의 높이와 내 시선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발산하는 높이와 보는 사람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기서 재미가 생길 수 없다. 일치해야만 비로소 재미가 생긴다. 무엇을 즐긴다는 것은 그것이 발산하는 높이와 자신의 시선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인간의 지성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하고, 또 성장된 지성의 높이를 가져야만 즐길 수 있다.
- P126

건국-산업화-민주화를 직선적으로 완수한 탄력으로 바로 선진화로 진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정체를 알기 힘든 투명한 (추상적인) 벽 앞에 서서 당황하고 있다. 그 벽에 막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심지어는 건국 세력까지 뒤엉켜 있는 형국이다. 건국 세력은 건국할 때의 틀로, 산업화 세력은 산업화의 틀로,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의 틀만 가지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아귀다툼을 하고 있을 뿐이다. - P138

인간이 독립을 시도하면서부터 인간은 비로소 자연과 역사에 책임성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책임성은 믿음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독립적으로 발휘하는 태도에 의해서 실현되었다. - P167

한국 학생들은 단체 여행을 할 때 여행 내내 개별적인 행동은 전혀 없이 집단으로 똘똘 뭉쳐 행동한다. 집단으로 모여 있고 뭔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 학생들의 단체 여행은 그렇지 않다. 모두 함께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차 타고 이동할 때도 우리 학생들은 게임 등을 하면서 다 함께 뭉쳐 있는데, 미국 학생들은 혼자 책을 본다든지 혼자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해서 우리가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인가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어떤 모습이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일 것이다. - P176

공동체나 집단에 선험적 절대성을 부여하게 되면 마치 공동체나 집단을 절대선을 가진 고정 불변의 존재로 받아들이기가 십상이다. 집단에는 그런 힘이 잠재되어 있다. 그래서 개별과 보편, 개인과 집단, 개별자와 공동체 등으로 나누어놓고 저울질하다 보면 당연히 무게중심이 보편이나 집단이나 공동체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집단은 대개 ‘보편’이라는 탈을 쓴 이념의 지배를 받고, 그러면서 권위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 P177

우리가 보통 개별적 주체들의 주체성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집단적으로 공유된 보편적 이념을 내면화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주체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래서 주체라고는 하지만 기실은 보편적이거나 집단적 이념에 종속되어 있다. 더군다나 내면화된 보편성은 우주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정치적 이념의 공유자들끼리 나누는 보편성이거나 진영의 좁다란 보편성이어서 그렇게 넓고 높지도 않다. 이런 주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나 공동체는 주체들의 자발성이 발휘되지 못하여 사회가 경색되기 쉽다. 이런 구조에서는 문명의 진행 방향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반응할 수 없어 종속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 P177

장자는 가치의 결탁물인 자기를 ‘아我’로 표현하고, 가치의 결탁을 끊고, 즉 기존의 자기를 살해하고 새로 태어난 자기를 ‘오吾’로 새겼다. 가치관으로 결탁된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 자기 살해를 거친 다음에야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등장한다. 참된 인간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고 한다. ‘무아無我’도 글자 그대로 ‘자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자기로 등장하는 절차다. 그래서 무아는 ‘진아眞我’와 같아진다. 진인으로 새롭게 등장한달지 진아로 우뚝 서는 일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그것을 반성이라고도 하고, 각성이라고도 하며, 깨달음이라고도 한다. 자기살해 이후 등장한 새로운 ‘나’, 이런 참된 자아를 독립적 주체라 한다. - P216

능동적 주체를 장자 식으로 표현하면, 자신을 지배하던 규정적 관념, 즉 성심成心으로부터 벗어난 소요逍遙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일반화하여 ‘자유自由’라고 표현해도 된다. ‘자유’라는 말 자체가 ‘자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 자기가 주인이라는 뜻이다. (중략) 자기 이외의 것들은 자기를 키우고 단단하게 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될 뿐이다. - P220

고전에 있는 ‘진리적’인 것들이 당시의 구체적인 세계와 어떤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한 후,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유기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대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세계에서 포착된 자기만의 문제가 자기에게서 먼저 진리로 드러나는 것이 관건이지, 경전에 있는 진리를 묵수하는 것이 진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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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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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은 국가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각자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저마다 목표와 목적을 이루며, 무엇보다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나와 내 동료 시민들이 정부를 통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을 것이다. 그리고 자유인은 여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 즉 자유를 보호하고자 세운 정부가 바로 그 자유를 파괴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덧붙일 것이다. - P23

문명의 크나큰 진보는, 건축이나 회화에서건 과학이나 문학에서건 또는 공업이나 농업에서건 간에, 결코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이룩한 것이 아니다. (중략) 그들의 업적은 개인의 뛰어난 재능, 완강하게 고수한 소수 의견, 다양성과 차이를 용납한 사회 분위기의 합작품이었다. - P25

자유주의자는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로 본다. 그는 사회조직의 문제를 ‘좋은’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못지않게,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악을 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극적인 문제로 본다. 물론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 수도,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 P41

빵을 사는 사람은 그 빵의 재료의 밀을 재배한 사람이 공산주의자인지 공화주의자인지 입헌주의자인지 파시스트인지, 혹은 말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비인격적 시장이 어떻게 경제적 활동을 정치적 견해로부터 분리하는지, 그리고 경제활동에서 생산성과는 무관한 이유는 – 그 이유가 그들의 견해와 관련된 것이건 피부색에 관련된 것이건 간에 –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 P54

목공이든 배관공이든 교사든 직종을 막론하고 노동자들 대다수는 표준급여체계를 지지하고 성과에 따른 차등에 반대하는데, 그런 현상의 분명한 이유는 특별히 재능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 P162

만약에 어떤 사람이 순전히 사악한 의도에서 혹은 사적인 복수를 위해 차를 뒤엎거나 물건을 파손했다면 그들을 법적으로 면책시켜야 한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노동쟁의 중에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들은 무죄 방면될지도 모른다. 당국이 묵인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혹은 잠재적으로 물리적인 폭력과 강제를 수반하는 노동조합 활동들은 거의 생기지 않을 것이다.
- P211

이러한 효과들을 고려해볼 때, 나는 면허제도가 의료행위의 양과 질을 함께 감소시켰고,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덜 매력적으로 여기는 다른 직업을 갖도록 강요함으로써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감소시켰으며, 공중으로 하여금 덜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에 보다 큰 비용을 지급하도록 강요했고, 의학 자체는 물론 의료업 조직의 기술적 발전을 지체시켰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료업의 요건으로서의 면허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 P246

서방 국가들이 지난 2세기 동안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자유기업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절대적 의미의 빈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빈곤이란 상대적인 문제이며, 사실 서방 국가에서조차도 일반적으로 빈곤하다고 여겨지는 여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수단이자 여러모로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바로 사적인 자선행위다. 자유방임주의의 전성기였던 19세기 중후반의 영국과 미국에서 민간 자선기구와 단체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의 복지활동이 늘어남과 동시에 민간의 자선활동은 쇠퇴해왔으니, 후자야말로 전자로 말미암아 사회가 치르게 된 주요한 대가 중 하나다. - P296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다른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의 동등성에 대한 믿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균등성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 P302

자유주의자는 자유사회가 실제로는 지금껏 시도된 다른 어떤 사회체제보다 물질적 평등에 가까운 사회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는 이것을 자유사회의 바람직한 부산물로 볼 뿐, 자유사회를 정당화하는 주요한 근거로 보지는 않는다. (중략) 그리고 어쩌면 빈곤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의 활동이 사회의 절대다수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수긍할지도 모른다. (중략) 평등주의자도 여기까지는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어떤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빼앗는 일을 옹호할 텐데, 바로 그 ‘어떤 사람’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어서가 아니라 ‘정의’에 입각하여 그렇게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평등은 자유와 첨예하게 충돌하며, 개인은 그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느 누구도 평등주의자인 동시에 자유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 P303

과거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새로 시작한 전례 없는 사업들은 대부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계속 발전해왔다. 국민의 의식주나 교통사정도 더 좋아졌고, 계급 및 사회 격차는 좁혀졌으며, 소수집단이 겪어야 했던 불이익도 줄어들었고, 대중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유시장을 통해 서로 협조하는 개인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의 한물이었다.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이런 발전을 방해해왔지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오직 시장의 경이로운 창조성 때문에 이러한 조치들을 감당해내고 극복해올 수 있었다. 보이는 손이 뒤로 끌어당기는 힘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앞으로 끌고나가는 힘이 더욱 강력했던 것이다.
- P310

자유의 보존과 확장은 오늘날 양 방향에서 오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매우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다. 우리를 매장시키려는 크렘린의 악당들로부터 오는 외부적 위협이 그것이다. 다른 위협은 훨씬 더 미묘한 것으로, 이는 좋은 의도와 선의를 갖고 우리를 개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내부적 위협이다. 설득하고 모범을 보이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계획한 사회적 대변혁을 이루고 싶어 안달이 난 나머지,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몹시 사용하고 싶어하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국가권력을 휘둘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따는 데 대해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권력을 잡는다 해도 그들은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결국에는 집산주의 국가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게 될 것이다. 그들 스스로 그 결과에 기겁할 것임은 물론, 그로 인한 최초의 희생자들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집중된 권력은 그것을 창출한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당연히 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 P313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체계, 그리고 자유로운 제도들이 짜여 이루어진 그물망은 굳세게 버텨낼 것이다. 국방계획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또 경제력이 이미 워싱턴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자유를 유지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경계심을 풀지 않고, 강제적인 국가권력보다는 자유로운 제도들이, 비록 그것이 때때로 우회로일지는 모르나,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확실한 방도임을 동시대 시민들에게 납득시킬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지적인 풍토에서 이러한 변화의 실마리가 뚜렷해졌다는 것은 희망적인 조짐이라 할 수 있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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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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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불편하기는 처음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운동권 스타일의 좌익 민족주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읽지 말 것을 권한다. 실려있는 그림들이 예뻐서 글이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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