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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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의 노후 행복의 비결로 다음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1)서로를 이해한다. (2)가사 분담을 확실히 한다. (3)가치관이 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4)눈앞의 불만은 사소한 거라 생각한다. (5)둘이 있을 때부터 미리 혼자가 되었을 때를 준비한다. (6)시간적, 공간적으로 거리를 둔다. (7)자신의 세계에 파고든다. 아무래도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공존의 비결 같다. - P25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다. 사실 고령자의 자살률은 예상과 달리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 쪽이 더 높다. - P31

쓰지가와 씨의 조사는 아주 면밀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까이에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으로 나눠 만족도와 고민, 외로움, 불안을 비교했다. 그 내용이 그림8-그림11이다. 그런데 세상에! 자녀가 없는 싱글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데다가 고민은 적고 외로움과 불안도 더 낮았다. 자녀가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멀리 사는 사람보다 고민이 더 많았는데, 역시 눈앞에 안 보이면 일단 잊고 살 수 있는 게 맞는 말 같다. 한편, 자녀가 멀리 사는 사람이 가까이에 사는 사람보다 불안이 높은 것은 그럴 만하다. - P32

자택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데 의료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의료는 병을 고치는 게 목적이지 죽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의 역할은 개입을 삼가고 사후에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것이다. - P50

시설은 생활을 24시간 관리한다. 이런 곳을 전제적 기관(total Institution)이라고 한다. 그 전형이 교도소다. 따라서 시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교도소와 같다. 게다가 교도소라면 무기징역이 아닌 한 언젠가는 나갈 수 있지만 고령자 시설은 시신이 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다. 외출은 가능하지만 직원의 관리를 받아야 하고 가족이 사는 집에서 외박하고 싶어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 P62

그렇다면 ‘입회인 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일까, 남겨지는 사람일까?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를 ‘임종 입회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오랫동안 간병해온 지인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엄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마지막 잠깐을 놓쳐도 괜찮지 않나 싶었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동안 작별인사와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꼭 죽어가는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초고령 사회의 죽음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미리 하는 게 좋다. - P99

그래서 치매 환자가 혼자서 살 수 있냐고? 생활 습관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도 방문 간병인이 있다면 식사와 입욕이 모두 가능하다. 친근한 간병인이 있다면 시설처럼 저항할 일도 없다. 스스로 식사 준비를 할 수 없게 되면 배식 서비스를 부탁하면 된다. 치매 환자도 음식만 제공해주면 혼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따. 식욕은 삶의 욕구 중 가장 기본이다. 먹을 수 있는 동안은 잘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먹는 게 어려워지거나 누워 지내게 되면 그때는 치매가 있든 없든 팔요한 간병은 똑같다. 실제로 혼자 사는 치매 고령자가 집에서 임종을 맞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P118

이런 사례도 들었다. 치매인 아버지는 혼자 살고 아들과 며느리는 근처의 신축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방이나 복도에서 볼일을 볼 때가 많아 집에 들어가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방문 요양보호사가 묵묵히 그 뒤처리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아버지를 왜 집으로 모시지 않느냐는 듯한 눈길로 아들 부부를 쳐다보지만, 아들은 케어 매니저와 상담 후 아버지 집은 아버지의 것이니 배설물투성이든 뭐든 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된다고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아들은 그런 방식으로 아내를, 아니 자신과 아내의 부부 관계를 지켜냈다.
이 이야기를 해준 케어 매니저는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의 각오만 있다면 치매여도 혼자 살 수 있어요." - P12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두가 중도 장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중도 장애 안에 불편한 몸뿐만 아니라 불편한 머리와 마음,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존재한다면 치매 케어가 가야 할 방향은 장애인 케어와 똑같다. 사회의 배리어프리와 마음의 배리어프리를 지향해야 한다. 가능하면 나 자신이 치매에 걸리기 전에 말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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