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의 첫줄을 써나가기 시작하는지는 모르겠다.
무척 인상적인 첫줄, 무척 인상적인 첫페이지들이 있다.  

오래간만에 인상적인, 흡입력 있는, 눈과 마음을 확 사로잡는 첫페이지가 있어 옮겨본다.  

작가는 자기가 만들어 낸 이야기의 대가로 처음으로 돈을 받거나 처음으로 칭찬을 듣는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자기 핏쇽에서 허영이라는 달콤한 독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또한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면, 문학의 꿈이 머리 위에 지붕을 드리울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된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때 문학의 꿈이란 바로 일과가 끝날 무렵 먹는 따뜻한 음식이며 동시에 그가 가장 염원하는 것, 즉 허름한 종잇조각에 인쇄된 자기 이름이 틀림없이 자기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을 떠올리도록 선고받은 사람이다. 그 순간에 그는 이미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있을 테지만, 그의 영혼만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득할 만큼 오래전인 1917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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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8-0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기 시작하셨군요!^^

비로그인 2009-08-0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페이지' 오래간 만인데요?

이 후덥지근한 여름 오후에 딱 맞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뭐 시원한 걸 옆에 놓고 책을 읽고 계시려는지?

Apple 2009-08-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글 잘쓰죠?후후후후.......^^
전 지금 1권 후반부 읽고 있답니다~~루이스사폰은 다 좋은데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ㅠ ㅠ(나만그런가...) 암튼 지금까지는 무척 재밌어요...^^

하이드 2009-08-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권 읽고 있는데 쉬엄쉬엄 읽으려구요. ㅎ
 

이 페이퍼는

쿄고쿠 나츠히코의 <항설백물어: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에서 시작한 페이퍼이다.
부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기담모음집이다. 기담매니아, 기담박사라고도 할 수 있는 끈끈한 매니아층을 지니고 있는 쿄고쿠 나쓰히코는 이 책에서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 에 등장하는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드러내는 방식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데... 모가지가 뎅강뎅강 날아가고, 이렇게 저렇게 사람인지 반요괴인지 요괴인지를 죽이는 장면들은 꽤 잔인하고 섬찟하다. 그간 나왔던 그의 책에 비해서도 상당히 하드코어고, 그간 나왔던 에도시대 괴담들에 비해봐도 상당히 하드코어다.

일곱가지 단편이 있는데, 이것이 연작이라, 무슨 은행강도가 한번씩 모여 은행 털듯이 제각기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이 있어, 한번씩 헤쳐모여가며 요괴가 있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요괴냐, 반요괴냐, 사람의 탈을 쓴 요괴냐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매장 앞부분에 소개되는 요괴이야기는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 <회본백물어>에 등장하는 설화라고 한다.

괴담과 기담이 있는 오래된 책장에서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괴담과 기담들을 꺼내보았다.  

나츠히코의 책들부터 시작해본다면, 
나츠히코의 책들은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거나('항설백물어', '백귀야행') 옛책의 괴담을 바탕으로 현실의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식이다. <백기도연대>風,雨 는 외전격(혹은 시트콤 버전?) 의 책이고,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은 바로 나츠히코의 수많은 매니아를 만든 스릴러, 고전, 미스터리, 호러, 괴담이다.
 
 

  

 

 

항설백물어와 비슷한 시대를 그리고 있는 역시나 매니아층이 두둑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로 넘어가 보면, 

 미미여사의 역사물 중 이 정도가 괴담/기담을 소재로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흔들리는 바위>, <괴이>, <혼조 후가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나츠히코의 책들이 그의 방대한 지식과 장광설, 잔인함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을 쪼르르 흐르게 한다면,


미미여사의 역사물은 보름달밤 산길의 희미해져가는 초롱불빛과 같은 여운을 남긴다. 나츠히코의 <백설항물어>가 인과응보, 응징의 이야기라면, 미미여사의 기이한 이야기는 안타까움, 따뜻함의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이다.  

밝고 귀여운 분위기의 요괴이야기도 있다.

 왜 더 안나오나요 ㅜㅜ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 시리즈.
표지도 귀엽고, 등장인물도 귀엽다. 에도시대의 병약한 도련님과 도련님의 곁을 지켜주는 대빵요괴들과 장난꾸러기 요괴들.
나쁜 요괴와 착한 요괴가 분명한 밝고, 웃기고, 귀여운 이야기들이다.  

 

 

... 괴담 책장 밑천 떨어졌다.

요즘 나오는 책들 중에 '괴담/기담'을 타이틀로 걸고 나온 책들을 둘러보면

아사노 아츠코의 잔혹동화 <기담>이 있고,  

오타다다시의 <기담 수집가>가 있다. 
'기담 수집가'는 
기담 매니아인 에비스와 그의 조수 히사카가 나오는데,
마지막 기담에서 사건이 모이게 되는 연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나씩 기담을 안고 에비스와 히사카를 찾아 '스트로베리 힐'을 들어서는 사람들.
기담인줄 알았는데, 사건이더라. 하는 셜록홈즈식 문제 해결. 근데, 그게 다 사건이고 기담이 아니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라프카디오 헌의 <괴담>은 책은 참 잘 만들었는데, 한,중,일 공통된 이야기일듯한 어디서 한번씩 들어본 괴담(이라기 보다는 옛날 이야기 같은;)이 좀 김 빠지는 단편집이다.   

 그리고, 중국문학사의 8대 기서중 하나인 <요재지이>

짧게는 한페이지에서부터 수십페이지의 단편까지 엄청나게 많은 (500여편) 이야기가 있다.
온갖 귀신, 여우, 정령들이 등장하는데, 한 호흡에는 못 읽어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한두편씩 읽으며,
악몽 꾸기에 좋다.  

 

 

 

 


1+1= 2 의 세상에서 안주하는 것은 지루하다.
있을법하지 않은 모든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담이 좋다.
딱떨어지지 않는 여운과 폭발할듯 생생하게 넘실대는 인간의 감정들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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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0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지재이 참 재미있는 책이죠. 천년 유혼이나 화피나 모두 이 책안에 있는 단편을 영화화 한것이죠^^

하이드 2009-08-06 08:32   좋아요 0 | URL
집에 예전에 선물받은 2권 하나 있는데, 가격도 착하고, 다 장만하고 싶은 시리즈에요.
천년 유혼, 화피, 그랬군요. 몰랐던 사실. ^^

paviana 2009-08-0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제가 모두 이뻐라 하는 이야기들이에요.(물론 다 봤다는 말은 아닙니다 -_-;;)

하이드 2009-08-0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도 위에서 많이 봤을 것 같은데요, 그나저나 샤바케 시리즈는 왜케 안 나올까요 ㅜ,ㅠ

에피쿠로스 2009-08-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설백물어 책소개에 저도 사서 바로 읽었습니다.표지도 좋고 다 좋았습니다.내용도 좀~
 

짐을 줄여야 겠다는 마음과(특히 책짐) 돈을 아껴야겠다는 마음이 합해져서, 책 사는 양이 부쩍 줄었다.
아직, 대한민국 평균독자에 비하면, 많이 사는 편에 속하겠지만, 한창때의 내가 일주일 안에 살 분량을 몇달에 걸쳐 찔끔찔끔 사고 있는셈. 좋은 현상이다. 신간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일단 읽고 사겠다는 마음이 정착되고 있다. 알라딘 적립금은 책 사는데보다 야구 보는데 잘 쓰고 있다. 책은 한권씩 두권씩 사다보니, 교보의 바로드림 혹은 당일배송되는 상품이라면 알라딘을 이용하고 있다. (반반인듯. 그니깐, 나는 책을 주문하면, 가능한 빨리 내 손에 들어오는게 좋다. 택배회사 아저씨들 고생하고, 그런거 걱정하는 오지랍과는 거리가 멀다.) 근 몇년간, 교보가 이렇게 호감으로 돌아서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예스가 당일배송 한 네번에 세번쯤 못 지킨 이후로, 예스에 정이 뚝 떨어졌고, 이렇게 서재질하고 있긴 하지만, 알라딘에서 외서리뷰 이벤트에서 나를 제외한 후, 알라딘에도 정이 좀 떨어지긴 했다.(하이드 뒤끝 쩝니다.)
  

무튼, 이렇게 책 사는 양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산 책들은   

루이스 사폰이라는 이름에 덥썩 사기는 했는데, 당장 읽지 않지 싶어, 사면서도 찜찜하고,
역시 아직 읽지 않고 있는 책.  

 

 

왠지 사야할 것 같아서 샀는데 섹스, 폭력, 마초이즘. 경찰소설.  영 내 취향은 아니올시다.
자극적이고, 섬세와는 거리가 멀어 한 때 추리소설 하면 생각했던, 총질하고, 야하고, 얼토당토않은 비현실적 영웅 있는 킬링타임용 소설. 확실히 예전에 가지고 있던 <독원숭이>도 나의 이런 선입견에 한몫했다. 그걸 까맣게 잊고 이걸 사고, 읽어버린 나를 보면, 확실히 마케팅과 표지의 중요성. 이 책 왠지 추리소설 독자라면 읽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선전하잖아.  

 

사와자키 시리즈 2탄. 처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서는 챈들러짭이냐, 하며 투덜거렸는데, 이번편에서는 그런 느낌이 희미했다. 여전히 챈들러 스러운 하드보일드이지만, 나름의 설정에 익숙해졌고, 하라 료는 괜찮은 이야기꾼이고, 표지는 성의없고, 의미없고, 인테리어는 진짜 뷁이지만, 책은 재미있었다.  '신문하다' 가 절대로 틀렸고, '심문하다'가 맞는 줄 알았는데, 둘 다 같은 뜻이 있구나. 비채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전편도 오타로 무지 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번편에도 오타가 꽤 보인다. 중간에 ㅓ 막 이런거 들어 있고.  

 

<악마가 피리를 불며 온다>(제목 가물가물;) 읽으면서 읽고 싶어졌는데, 오프에서도 30%로 사고 적립금까지 쌓을 수 있다길래, 오프에서 사 버렸다.  물론,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당분간 읽지 않지 싶은데, 충동구매. 반성. 이벤트나 당첨되라.  

 

 

 

잘 샀고, 잘 읽었다. 비채에서 참 의외로 책도 잘 만들었다.  

 

 

 

7월 1일까지 돌아가면, 이 책을 샀는데, 전혀 읽고 있지 않다. 
 

 

  

 

사고 싶은 책들

 

 

 

 

행복한 SF 총서는 나오면 다 사는 편이다. 열권 읽어서 한권쯤 재미나고, 나머지 아홉권은 정리해버리면서, 역시 나는 SF 매니아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 -_-a  <별의 계승자> 오멜라스의 책은 양장본과 그 외의 책을 다 샀다. 전혀 안 읽었다. 전혀 읽을 맘도 안 든다. 근데, 계속 산다. 뭔가 나는 전생에 SF 장르에 마음의 빚이라도 있는걸까?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드디어 나왔다. 궁금하긴 한데, 너무 뜬 소설은 사고 싶지 않은 고약한 마음이

<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를 재미나게 읽고, 계속 되새김질 하고 있는지라,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 새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당장 사고 싶다. 기시 유스케의 책들은 차이는 있지만, 다 좋았다.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를 머리 쥐뜯으며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지만 (내게 돈 드릴로는 머리 쥐뜯게 만드는 작가일 뿐.) , <리브라> 같은 내용 좋아하는데, 사고 싶다. 다만, 결재버튼을 누르려니 웬지 새삼 머리가죽이 근질근질 

무튼, 기시 유스케 정도는 오늘이라도 당장 사지 싶지만, 나머지 책들은 그냥 쳐다만 보고 있다.
지금 고양이 쇼핑몰 사이트를 동시에 열어 놓고 있다. 한 일주일은 더 있다 주문해도 될 것 같긴 한데... 하면서, 주문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 일드 <수박>에서 에로만화가가 '핸드폰도 살리고, 고양이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 했던 대사가 무척 와닿았는데, 역시, 책 따위. 고양이 밥이나 사자. 하다가도, 이달에 생일인데, 생일삥이나 뜯을까. 싶다가도, 냉커피나 마시고 속차리고, 열심히 일하자. 라는 나답지 않은 훌륭한 결말로 페이퍼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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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8-0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를 보고 <빌헬름-> 보고 싶어졌어요 ㅎㅎ
-신문하다 / 심문하다는 저도 심문하다만 맞는 줄 알았더랬죠;;;
-<신주쿠 상어> 보고 싶었는데 망설여지는군요;;

하이드 2009-08-06 08:34   좋아요 0 | URL
요즘 책 안 사는데, 덜컥 사서 무지 후회했다는; 그래도 시리즈 나오면 한두번은 더 볼 것 같긴 해요. ^^

비연 2009-08-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인 소녀>는 하라 료의 자질이 더 돋보이는 책이었던 겉아요..ㅋ
저도 요즘 <수박> 보고 있는데, 의외로 재밌더군요..ㅋㅋ 그나저나 기시 유스케의 책은 최근에 <천사의 속삭임>을 보고 너무 구체적이고 비참한 표현에 헉! 했더라는...<신세계에서>는 괜챦은가요?

하이드 2009-08-06 08:35   좋아요 0 | URL
<수박> 진짜 재밌어요! 기시 유스케의 책 중에서 <신세계에서>와 <천사의 속삭임> 좋아해요. 어제 <13번째 인격>이라는 데뷔작 읽었는데,데뷔작치고, 재미나게 읽었어요. 아무튼 <신세계에서>는 강추!

카스피 2009-08-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행책sf중 뭐가 제일 재미있으셨나요? 웬만한거 다 괜찮다고 생각되는데...
그런데 오멜라스 양장본을 다사셨다고 하니 의외로 콜렉터 기질이 계시네요.저는 두가지 판본을 비교해보다 자금 압박으로 일반본을 구했는데,양장본이 절판되니 의외로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ㅠ.ㅠ

하이드 2009-08-06 08:49   좋아요 0 | URL
행책을 사기는 많이 샀는데, 저한테는 좀 어려운듯해요. <영원한 전쟁>같은 책들을 좋아합니다. ^^ 행책보다는 황금가지의 세계환상문학전집에 있는 책들이 좋더라구요.

오멜라스 ... 아직 비닐도 안 뜯었어요 ㅜㅠ 양장본 아직 교보에 팔던데요?

Apple 2009-08-0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나왔네요?ㅋㅋㅋㅋㅋ왠지 안나올것같았는데ㅋㅋㅋㅋㅋㅋ
마성의 아이는 저는 생각보다 재미없었어요. 밍숭맹숭한 느낌에다가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의외로 환타지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마음에 드실지도 몰라요..-_ㅠ흐흐..

하이드 2009-08-06 08:37   좋아요 0 | URL
음.. 마성의 아이는 결말부분에서 다들 별로로 느끼나봐요. 어제도 그 얘기 들었는데. ㅎ
일단 사지 말고, 서점에서 봐야겠어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저도 의외입니다. 좀 더 포스 있는 표지로 해주지. 하는 아쉬움이.

가넷 2009-08-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의 계승자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제가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기는 했지만...;
 
은폐수사 미도리의 책장 8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는 꽤 괜찮은 라인업인데, 은근 인기없는듯하다. 아마, 이와 같은 구매욕을 떨어뜨리는 표지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 좋은 책이면, 늦게라도 입소문 나서 언젠가는 읽히게 되... 길 기다리지 말고, 표지 좀 신경 쓰라는!  

곤노 빈의 <은폐수사>는 경찰소설이란 얘기만 듣고 보기 시작한 책이다. '미도리' 시리즈에 대한 믿음도 있고.
국내에 소개된 경찰 소설이라고 하면(일단은 일본에 한해 이야기하자면) 요코야마 히데오나 별의별 소설 다 써내는 소설공장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소설 정도이지 싶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워낙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검증된 작가이고. 이번에 처음 곤노 빈의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후기격인 작가 인터뷰를 보면 '출판사에서 요즘 경찰 소설만 내놓으'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일본 미스테리는 첵을 내기 시작하면서 벌써 드라마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덕분에 다양한 라인의 경찰소설/드라마가 나오고 있긴 하다만.

무튼, 일본 경찰소설의 특징은 좀 과장되게 말해서, '수사'는 '덤'이고, '경찰조직의 희노애락, 애환'을 담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은폐수사>는 그런 경찰소설의 특징이 더욱 돋보인다. 미스터리/수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요코야마 히데오의 독자라면 익숙한 경찰청의 캐리어와 수사현장의 갈등, 캐리어 들간의 줄타기, 조직의 비리 등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곤노 빈의 주인공들은 볼 수 있을법하지만,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을법한 캐릭터들이다. 중심인물인 류자키는 도쿄대 출신 캐리어로 경찰청 총무과장이라는 높은 직위에 있는 앞길이 창창한 경찰이다. 그런 그의 골치거리인 초등학교 동창 이타미 역시 캐리어이긴 하나 드물게도 지방대 출신인 형사부장이다. 이타미패거리에 어릴 때 이지메를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류자키는 이타미를 경시한다. 융퉁성 없는 원리원칙주의자이자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한 야망을 가지고 정해진 길로만 가고자 하는 류자키에게 조직의 원칙을 우습게 보는듯한 자유주의자 이타미는 영 불편한 존재인 것.  

일류 사립대에 들어간 아들에게 도쿄대를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라고 하고, 전 상사의 아들과 연애중인 딸이 자신의 결혼이 아빠의 승진에 도움이 되냐는 말에 자신의 숭진에 유리하다.고 대답하며, 자신의 전 포커스를 오로지 '일'에만 맞춘 엘리트주의자이자 일벌레, 융퉁성 없는 원칙주의자 류자키.  

그런 그가 밉지 않은 것은 엘리트의식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의식도 가지고 있으며, 그걸 당연히 여기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책임의식'이란 경직된 관료주의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말이 아니던가.  보통의 주인공은 엘리트이나 소탈하고 자신의 힘을 이용해 서민(?) 을 돕는다.거나 엘리트주의에 빠져 주변 사람을 무시한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류자키는 별종은 별종이다.  

소녀를 납치하고, 강간하고 살해한 연쇄살인범들은 소년이었고, 소년법에 의해 몇년간의 징역살이 끝에 다시 사회로 나와 버젓이 생활한다. 미스터리는 없지만, '사건'과 '문제의식' 이 있다면 이부분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류자키' 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친다. <은폐수사>가 시리즈고, 이것이 첫 시리즈라면 이해 갈 법하다. 후속소설도 있다고 하는데,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스토리는 일드를 많이 본다면 흔한 스토리이긴 한데, 그걸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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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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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여름에 출간되는, 아니 사실 계절은 상관없이, 그 이름만으로도 가장 반가운 작가 중에 한 명인 교코쿠 나쓰히코의 책이 이번엔 '손안의 책' 출판사가 아닌, '비채'에서 나왔다. 비채의 책만듦새는 '하->중' 이라고 보기에, 사면서도 찜찜했는데, 손안의 책의 교코쿠 나쓰히코의 검정 하드커버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막상 손에 받아든 책은 그 모든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와우 -

이 책이 누구의 어떤 책이건, 잘 만든 책이다. 고급스런 종이질의 표지와 인터넷 이미지보다 훨씬 묵직한 표지(앞표지, 책등, 뒷표지) 다. 정말 아름답게 잘만든 표지다. 에도시대 미스터리와 인문학 책들을 몇권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표지가 가장 맘에 든다.

* 고급종이의 표지가 초판 이후, 저렴한 종이질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 읽을책들이 소리를 질러도, 이 책은 일단 지르자!

이게 다가 아니다. 책커버를 벗기면,

두둥- 올빼미의 향연. 근래 들어, 책표지와 커버(?)를 벗긴 안의 표지까지 이렇게 멋진 책은 오랜만이다. 컬러, 톤, 문양이 너무 맘에 들어서, 출판사에 문의해보고 싶은 지경.

앗, 그간 나쓰히코의 책은 그 옛날 고리짝 <백귀야행>까지 다 있는데, 저자의 이런 사진은 처음 보는듯하다. 작가의 포스가 후덜덜하다.

'항설백물어'巷說百物語의 시작. 항설백물어라는 묘한 제목은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라는 뜻이다.

"이러한 밤은 길기 마련. 이참에 한번, 에도에서 유행하는 백 가지 괴담이나 나누는 것이 어떻소이까" 하고 처음 말을 꺼낸 이는 아마도 어행사였으리라.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잡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분위기였음은 분명했던 것이다.

목차도 맘에 듬.
책의 인테리어가 제법 다양한 편인데, 거슬릴정도로 중구난방이거나 하지 않아서 좋다.

일곱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백가지 다 내달라! 다 내달라!)
각 에피소드의 시작 페이지는 아마 나쓰히코의 팬이라면 낯익고, 반가울 것이다.
옛 요괴도판 같은 데서 인용한 그림과 그림의 설명.
지금까지의 교코쿠 나쓰히코의 책들은 요괴박사답게 일본의 옛 요괴 원전을 많이 인용하고,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책은 시대도 아예 에도다.

책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후에 덧붙이기로 하고, 간단히 말하면,
샤바케 시리즈가 귀엽고, 미미여사의 시리즈가 그녀의 특기인 '사회파'가 가미된 <외딴집>을 제외하곤, 솔직히 그닥 임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나쓰히코의 단편 요괴시리즈는 그야말로 그가 외 이 분야의 본좌인지를 알려준다.

손안의 책의 교코쿠 나쓰히코와 비교한 사진이다.
이 책이 더 넓쩍하고, 얇다.

일본에서조차 점점 정육면체를 달려가는(? ㅎㅎ ) 나쓰히코인데, 손안의 책은 빡빡한 편집과 작은 판형으로 정육면체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책보다는 상자 (..응?) 느낌을 갖추었다면, 비채의 나쓰히코는 묵직하긴 무지 묵직하고, 잘 만들었는데, 안의 글씨는 '손안의 책'에 비해서는 좀 널널한 편이다. 그깟것도 버릇이라고, 손안의 책의 나쓰히코를 읽다 비채의 책을 읽으니, 많이 널널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

내용을 떠나, 너무나 감탄스러운 외관으로 본 이 책의 단 하나 단점은 '평범한 책끈'이다. 너무 평범해서, 이 잘 만든 책에서 튀어 보이는.. 아쉬운 책끈. 이 녹색 책끈이 가장 저렴한가요? 책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터치가 아쉬워요. 얼마전 열린책들의 '벨벳애무하기'에는 핑크색 책끈까지 나왔는데.. 고급스러운 책끈 아니라도, 컬러라도 좀 다른 걸로 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무튼, 교코쿠 나쓰히코 팬인 나는 신간이 나와서 햄볶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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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7-3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포토리뷰가 바뀌었네?? 리뷰 페이지는 원래대로인데, 서재에선 큰 사진으로 나온다. 좋다 :)

Forgettable. 2009-07-3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예전에 일본요괴만화책 진짜 많이 읽었었는데,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사고싶..어요
하이드님 즐찾에서 빼야겠다는-_- 맨날 너무 뽐뿌질이셔 ㅋㅋㅋㅋ(웃는게 웃는게 아님)
버블플랍도 그렇고
* 고급종이의 표지가 초판 이후, 저렴한 종이질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 -> 이부분 어쩔;;;;;

비연 2009-07-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햄볶아요..ㅋ

카스피 2009-07-3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책 표지 정말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