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의 첫줄을 써나가기 시작하는지는 모르겠다.
무척 인상적인 첫줄, 무척 인상적인 첫페이지들이 있다.
오래간만에 인상적인, 흡입력 있는, 눈과 마음을 확 사로잡는 첫페이지가 있어 옮겨본다.
작가는 자기가 만들어 낸 이야기의 대가로 처음으로 돈을 받거나 처음으로 칭찬을 듣는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자기 핏쇽에서 허영이라는 달콤한 독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또한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면, 문학의 꿈이 머리 위에 지붕을 드리울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된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때 문학의 꿈이란 바로 일과가 끝날 무렵 먹는 따뜻한 음식이며 동시에 그가 가장 염원하는 것, 즉 허름한 종잇조각에 인쇄된 자기 이름이 틀림없이 자기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을 떠올리도록 선고받은 사람이다. 그 순간에 그는 이미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있을 테지만, 그의 영혼만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득할 만큼 오래전인 1917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