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이퍼는
쿄고쿠 나츠히코의 <항설백물어: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에서 시작한 페이퍼이다.
부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기담모음집이다. 기담매니아, 기담박사라고도 할 수 있는 끈끈한 매니아층을 지니고 있는 쿄고쿠 나쓰히코는 이 책에서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 에 등장하는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드러내는 방식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데... 모가지가 뎅강뎅강 날아가고, 이렇게 저렇게 사람인지 반요괴인지 요괴인지를 죽이는 장면들은 꽤 잔인하고 섬찟하다. 그간 나왔던 그의 책에 비해서도 상당히 하드코어고, 그간 나왔던 에도시대 괴담들에 비해봐도 상당히 하드코어다.
일곱가지 단편이 있는데, 이것이 연작이라, 무슨 은행강도가 한번씩 모여 은행 털듯이 제각기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이 있어, 한번씩 헤쳐모여가며 요괴가 있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요괴냐, 반요괴냐, 사람의 탈을 쓴 요괴냐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매장 앞부분에 소개되는 요괴이야기는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 <회본백물어>에 등장하는 설화라고 한다.
괴담과 기담이 있는 오래된 책장에서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괴담과 기담들을 꺼내보았다.
나츠히코의 책들부터 시작해본다면,
나츠히코의 책들은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거나('항설백물어', '백귀야행') 옛책의 괴담을 바탕으로 현실의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식이다. <백기도연대>風,雨 는 외전격(혹은 시트콤 버전?) 의 책이고,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은 바로 나츠히코의 수많은 매니아를 만든 스릴러, 고전, 미스터리, 호러, 괴담이다.





항설백물어와 비슷한 시대를 그리고 있는 역시나 매니아층이 두둑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로 넘어가 보면,


미미여사의 역사물 중 이 정도가 괴담/기담을 소재로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흔들리는 바위>, <괴이>, <혼조 후가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나츠히코의 책들이 그의 방대한 지식과 장광설, 잔인함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을 쪼르르 흐르게 한다면,
미미여사의 역사물은 보름달밤 산길의 희미해져가는 초롱불빛과 같은 여운을 남긴다. 나츠히코의 <백설항물어>가 인과응보, 응징의 이야기라면, 미미여사의 기이한 이야기는 안타까움, 따뜻함의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이다.
밝고 귀여운 분위기의 요괴이야기도 있다.



왜 더 안나오나요 ㅜㅜ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 시리즈.
표지도 귀엽고, 등장인물도 귀엽다. 에도시대의 병약한 도련님과 도련님의 곁을 지켜주는 대빵요괴들과 장난꾸러기 요괴들.
나쁜 요괴와 착한 요괴가 분명한 밝고, 웃기고, 귀여운 이야기들이다.
... 괴담 책장 밑천 떨어졌다.
요즘 나오는 책들 중에 '괴담/기담'을 타이틀로 걸고 나온 책들을 둘러보면


아사노 아츠코의 잔혹동화 <기담>이 있고,
오타다다시의 <기담 수집가>가 있다.
'기담 수집가'는
기담 매니아인 에비스와 그의 조수 히사카가 나오는데,
마지막 기담에서 사건이 모이게 되는 연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나씩 기담을 안고 에비스와 히사카를 찾아 '스트로베리 힐'을 들어서는 사람들.
기담인줄 알았는데, 사건이더라. 하는 셜록홈즈식 문제 해결. 근데, 그게 다 사건이고 기담이 아니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라프카디오 헌의 <괴담>은 책은 참 잘 만들었는데, 한,중,일 공통된 이야기일듯한 어디서 한번씩 들어본 괴담(이라기 보다는 옛날 이야기 같은;)이 좀 김 빠지는 단편집이다.
그리고, 중국문학사의 8대 기서중 하나인 <요재지이>
짧게는 한페이지에서부터 수십페이지의 단편까지 엄청나게 많은 (500여편) 이야기가 있다.
온갖 귀신, 여우, 정령들이 등장하는데, 한 호흡에는 못 읽어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한두편씩 읽으며,
악몽 꾸기에 좋다.






1+1= 2 의 세상에서 안주하는 것은 지루하다.
있을법하지 않은 모든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담이 좋다.
딱떨어지지 않는 여운과 폭발할듯 생생하게 넘실대는 인간의 감정들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