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들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 트렌드가 쌓여서 메가트렌드가 되고, 이것이 쌓여 패러다임이 되고,이것이 쌓여 문화로 자리잡는다."


올해 유독 트렌드 책들이 많이 나온건지, 내 눈에 많이 띄는건지 모르겠지만, 여러권의 트렌드 책들 중 처음 샀던 '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은 추천할만 하다. 이 외에 아프니깐 청춘이고, 이 사회가 이렇게 된게 내 책임이냐는 교수님이 쓴 트렌드 책도 읽어봤는데, 그건 저자에 대한 비호감을 떠나 별 흥미를 끌지 못했다. 


서문을 읽으면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이 시리즈가 2013년부터 시작된 거라는데 (그렇다면 2012년 부터 나왔겠지) 2013년의 트렌드 부제로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에서 35- 45 남자들의 소비에 대해 주목했고, 2014년 트렌드의 부제는 '그녀의 작은 사치' 로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의 시대에서도 일상의 비싼 프리미엄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2015년의 트렌드 부제가 '가면을 쓴 사람' 으로 트위터, 페북, 등의 SNS 에서 내다 보이는 '가면' 에 지친 사람들의 그 다음.을 주목하고 있다. '가면을 벗는 사람들' 은 그러나 여전히 쌩얼을 보이지는 못하고, 이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니 그 연장인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새로운 가면을 찾는 사람들' '가면안에 또 다른 가면을 쓴 사람들' 등에서 새로운 '욕망'을 보겠다는 이야기. 


서문만으로도 흥미롭고 책에 믿음이 간다. 

'가면 쓴 사람들' 이란 주제만으로 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트렌드 책들처럼 전체적인 트렌드를 다루어서 다 읽고 나서도 유익한 독서였다. 


맨 앞줄에 썼듯이 트렌드가 쌓여서 메가트렌드가 되고, 이것이 쌓여 패러다임이 되고, 이것이 쌓여 문화로 자리잡는다. 는 


연말에, 연초에 트렌드 책 한 두권 정도는 읽는 것이 좋다. 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건 아마 올해 츠타야의 창시자인 마쓰다 무네아키의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를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단카이 세대를 프리미어 에이지로 네이밍하고, 그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언가를 대충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글로 쓰여진 것을 보고, 거기에 생각을 더하는 것은 틀리다. .'가면을 쓴 사람들' 이 트렌드.라는 것은 누구라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그것도 잘 만들어진 책으로 읽는 것은 다르다. 


유행과도 같은 '트렌드'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패러다임, 문화, 미래가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꽤 재미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본 것이 12월인데, 아니, 찾아보니 11월에 샀다! 왜 느낌표냐면! 이 책에 10월달 이야기까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체감상 되게 최근 이야기까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책을 어떻게 이렇게 뚝딱 쓰고 만들었나?! 고 하기엔 꽤 알차단 말이다. 멍때리기 대회 이야기도 나오고, 슈퍼마리오 해피밀 이야기도 나오고, 킨포크 번역본 이야기도 나온다. 얼마전에 본 '젖은잡지' 이야기도 나온다.


'젖은 잡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 상당히 맘에 든다. 


"젖은 잡지'라는 무크지가 있다.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담은 이 잡지는 흥미롭게도 여대생이 만들었다. 수간, 성기 노출, 성적 대상으로서의 교복, SM 등도발적인 주제를 다룬다. 금기를 깨는 것은 모든 예술의 숙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도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상업적으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이 잡지를 만든 여대생도 요즘 시대의 잉여다. 기성세대에겐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짓처럼 보여도,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드러내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꽤나 생산적인 잉여다. 모든 창조는 '쓸데없는 짓'에서 시작된다. 호기심이나 재미로 시작한 것들이 나중에 위대한 창조가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창조 혹은 창의력은 지금도 요원한 키워드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선 자유로운 생각 자체가 나오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학교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있지만 혁신과 창조에선 늘 낙제저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그걸 잘 따라가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시장을 만드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결코 세상에 없던 걸 먼저 창조해 내진 못했다. 그런데 잉여들의 확산은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잉여들의 멍 때리기에선 과거의 모범생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움과 창조력이 보인다. 지금의 잉여들이 모범생들의 부족한 창의력을 메워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정한 규칙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규칙을 벗어나서 자기만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사회 전체의 창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도 고무적이다. 쓸데없는 것이 이제는 쓸 데 있는 것이다."

 

 

잉여들에 대한 따뜻한(?) 긍정적인 시선이 좋다. 이건 오늘 본 일베테러를 보고 경악했지만, 거기에 대한 도대체님의 트윗이 인상적이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말인즉슨 




이제는 그냥 욕하고, 한심해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분명 그들을 만들어낸 사회를 돌아보고, 그들도 끌어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잘했다고 거드는 새누리당놈은 계속 욕먹어 싸고.


"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지만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는 행복에 대한 관심이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도 경제 지표외에 삶의 질이나 행복 관련 지표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효율만을 중시하던 기업에서조차 직장인의 행복에 대해 연구 조사하기 시작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매진할 때는 행복을 묻지 않았지만, 부자에 대한 희망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이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예전에 한국인들에게 행복은 미래의 일이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힌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행복은 미래가 아닌 현실의 화두가 되고 있다. 더 이상 행복을 미래의 일로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에 행복할 리 만무하다. 행복에 관한 한 이제 한국인들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런 글도 좋다. 

근데, 굳이 하나 둘 인용할꺼 없이 각기 관심 있는 분야가 분명 있을테고, 재미있을꺼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면, 목차 참조. 목차로 끝나는 책이 아니고, 읽을거리, 생각거리가 풍부하다. 


아직까지 안 읽었다면, (내가 그랬듯이) 트렌드 책들 나온 것 중에서 한 두권 골라 읽어보길 권한다.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사는 지금, 여기에 가장 밀접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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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권 2014-12-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감사합니다. 흥미있는 내용이 많네요 :)
 


















   


겨울에는 챈들러죠. ...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오늘 동생방을 개방했다. 누구에게? 고양님들에게.

이제 본격적으로 치운다(= 책자리를 만든다) 


가격으로 미묘하게 계속 장바구니에서 빠졌던 챈들러의 책이 드디어 들어갔다. 

정말 기대중인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평이 엄청 좋고, 오랜만에 중남미 소설에 빠지게해줄 홀리오 코르타사르의 '드러누운 밤'  방금 생각났는데, 나 창비 세계문학 처음 사는 것 같다. ...설마... 정말?? 



세계문학전집 자체를 산지 오래되었고, 어디꺼든 말이다. 한참 창비 세계문학 나올 때, 나 막 창비에서 알라딘 도서정가제 때문에 투닥투닥하느라 출고정지해서 막 불매하고 그랬던 기억이 아른아른.. 그래서, 드디어 도정제는 시행되고.... 별로 변한건 없지만, 그냥 괜히 책 비싸게 사는건가 싶고. 업계분께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생각보다는 잘 팔리지만, 역시 전년보다 많이 빠졌고. 그건 사람들이 도정제 이전에 왕창 사뒀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지켜봐야 한다. 는 이야기. 


나 같이 도정제 이후에 더 열렬히 구매하는 사람들이 쪼끔이라도 매꿔주길. 뭐? 뭐라도. 

출판계도, 독자도, 서점도 다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모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시리얼.은 분명 받으면 킨포크 번역본 받을때 못지 않게 실망할 준비 하고 주문했으니, 기대치가 나아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라는 꼼수는 통하지 않겠지?



다음 주문은 올해 마지막 주문일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음에 살 책들 


 고바야시 사토미 < 사소한 행운 > 


영화 [카모메 식당] [안경],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주인공. 일본 힐링 무비의 아이콘이자, 아름답고 밝은 중년의 대명사로 통하는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의 대표적 에세이집. '나이 먹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 '자연스럽고 상대를 피곤하게 하지 않으며 지적이고 존재감을 지닌 여배우'라는 평을 듣는 저자는 삼사십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다수의 책을 출간한 스테디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삼재(三災)를 맞은 해부터 연재를 시작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졌지만 일에 치이거나 걱정거리에 둘러싸이기도 하는 생활, 그런 와중에도 중심을 잡고 자기만의 호흡으로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았다. 

눈썹 다듬기, 브래지어 쇼핑, 정원 가꾸기, 부모님과 여행하기 같은 소소한 사건들에 깃든 위트와 성찰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잠시나마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준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실제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에, 영화 속 그녀를 기억하거나 아끼는 이들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영화 [안경] 배경이 된 신비의 섬 비화, [카모메 식당] 현지 촬영장 스케치, 핀란드에서 모닥불 피우기,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소박하고 행복한 나날을 담았다. 조곤조곤 일상을 이야기하는 글이 타박타박 도마에 칼질을 하고 세심하게 요리를 하던 [카모메 식당]의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가타기리 하이리의 <나의 핀란드 여행기>도 떠오른다. 

이 컨텐츠, 무레 요코에서 카모메 식당, 그리고 여배우들의 에세이까지 이어지는 이 카테고리의 컨텐츠 엄청 풍부하고 사랑스럽다. 


나는 고바야시를 좋아해! 이 책이 어떻든, 좋아할 준비 잔뜩 하고 맞이하겠습니다.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중 한 편으로 평가받는 [환상의 빛]의 원작 단편집. 수많은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을 포함하여 현재 일본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연출작인 [환상의 빛]은 베네치아, 밴쿠버, 시카고 국제 영화제 등에서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도 시네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다. 

원인 불명의 자살로 남편을 잃은 젊은 여자의 상실감을 독특한 서정적 영상으로 묘사한 [환상의 빛]은 삶과 죽음이라는 대극이 지척에 있을 수 있다는 삶의 불가해함을 절제된 스타일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소설 '환상의 빛'은 영화 언어로는 부득이하게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디테일들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영화보다도 단연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와 달리 죽은 남편에게 말을 거는 여성 화자의 독백체로 된 소설의 어조는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아이 같지만 그런 목소리 속에서도 불쑥불쑥 죽은 남편의 부재에 대해 대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갖게 한다. 

책에는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포함해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상실과 이별에 얽힌 추억들을 다룬 작품들로 우리가 살면서 불가피하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에 관해 다룸으로써 삶의 의미를 묻고 인간 존재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절판되었다 새로 나오는 중단편집으로 여기저기 이야기 들리는 걸 보니 엄청난 기대작인 것 같은데, 장바구니 들어갔다가 막판에 빠졌지만, 올해 안에. 


 

 박영택 <애도하는 미술> 


<예술가로 산다는 것>, <식물성의 사유>, <가족을 그리다>, <얼굴이 말하다> 등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그만의 농밀한 시선으로 조망해온 저자 박영택이 시신, 해골, 제사를 비롯한 14개의 주제를 통해 ‘죽음’이 지닌 실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놓으며 죽음을 다루는 미술의 태도 그리고 삶을 인식하는 우리 시대의 시선을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죽음을 불러내고 그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며 비극적인 죽음을 위무하고 치유하는 기능이 미술 안에는 숨 쉬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역사의 단면,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이 놓인 맥락을 미술을 통해 살펴본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과 식물성의 사유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들로 또 신간이 나왔군. 

이건 진심인데, 출판사 한 곳을 털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마음산책' 

꽃을 팔 때, 에휴, 꽃도둑이야 뭐.. 했지만, 마음산책에서도 나한테 에휴,책도둑이야 뭐, 해줄 것인가?

마음산책을 털어라. 같은 이벤트 있었으면 좋겠다. 저요! 제가 참가하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미셸 슈나이더의 책. 이 책이 괜찮으면 이 시리즈도 좀 사볼까 싶다. 

 이 책을 사면 뭐 예쁜 엽서세트를 준다는 이벤트를 시작했다고.. 


이벤트 이거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41205_art&start=pbanner

























마쓰다 신조 사상학탐정 표지 왜 때문에?  ㅜㅠ 

가슴에 손을 얹고, 이런 표지 들고 읽고 싶지 않다. 

붉은 눈을 읽어보고, 사상학 탐정을 읽을지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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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2-1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
 
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이 한참 인기를 끌었던 '셔터 아일랜드' 나 '미스틱 리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읽으면 어떠려나. 

나는 요즘 한참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재독하며 반성하고, 공감하고 그러는 중. 


여튼, 그 이후에 읽은 보스톤 경찰 시리즈는 분량도 어마어마하고, 내가 딱 좋아하는 역사(미국 이민계) 와 범벅된 미스터리이다보니 감탄하며 읽고, 그 이후로는 신간 나오면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다음스테이지라고 생각하는데, 

'더드롭' 조직에서 수금,돈세탁 등으로 이용하는 '더드롭바' 의 바텐더 밥은 어느날 상처 입어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를 줍고, 나디아를 만난다. 아무도 없었던 그에게 어느날 '세상이 돌더니' 개와 친구를 건넸다. 개와 친구 때문이 아니라 개와 친구가 있는 밥이라서 이제 밥의 운명의 길은 아주 약간의 어긋남이 완전히 다른 도착지를 만들게 된다. 같이 서 있으면 숫자 10같이 보이는 체첸인 형제가 간도 크게 밥의 바에서 강도질을 한다. 밥의 바가 드롭바로 실질적 주인이 마브( 밥의 사촌) 가 아니라 그 뒤의 조직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밥은 그들 중 한 명의 시계가 거꾸로 차여져 있고,6시 25분에 멈춰 있었다는것을 토레스 형사에게 이야기해준다. 


밥, 마브, 토레스, 밥의 개, 로코, 독신자와 개의 수호성인의 원래 주인인 에릭의 이야기까지 번갈아 나오는데, 천하의 미친 악역이 에릭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조차 섬세하게 묘사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데, 벌어지는 일은 그렇지 않은 것. 


이백페이지대의 이야기는 짧다. 보스톤 시리즈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아름답다. 

글은 서정적이고, 다른 복잡한 이야기는 없지만, 단순하지도 않고,  이 책을 읽은 감상은 자코메티의 작품처럼 뼈만 있지만, 여전히 하드보일드의 정서를 지니고 있는 이야기.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말하는건 좀 이상하지만, 데니스 루헤인은 여기서도 독자를 끝까지 밀어붙여 선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괴롭지않게 끝까지 찜찜함 없이 읽을 수 있다. (별로 그 선을 넘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시리즈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밥과 로코와 나디아의 이야기. 


어느 누구도 운명을 바꿀 수도 없다. 

는 것이 결정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바로 다음 순간 반어법으로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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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유 2014-12-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 저도 읽어 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4-12-12 13:23   좋아요 0 | URL
기존의 데니스 르헤인과는 또 다른 절제미와 압축미가 있었어요. 전 맘에 쏙 듭니다! ^^

[그장소] 2014-12-13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밀클도...섭렵하셨군요~진짜..달인이라 할만해요! 저도 아직 안읽은..(곧 읽겠죠?)
 

우리가 다 하는 경험 중에 이런 게 있다. 당신이 친구들 또는 친척들 사이에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천박한 데다 경솔하고 주제에도 어긋난 쇼킹한 말을 꺼낸다. 쇼킹한 말 자체는 그나마 낫다. 제일 불안한 건 어떤 사람도 그 말에 반박조차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당신은 한줌의  우려나 한마디의 반박이라도 나오길 헛되이 기대하며 이리저리 둘러볼 것이다. 

어느 겨울밤 나는 런던 동부의 고급주택가에 있는 친구 집에서 그런 순간을 체험했다. 매끄럽게 썰린 블랙커런트 치즈케이크가 나왔고 대화는 신용위기 사태까지 흘러왔다. 그런데 손님 중 하나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별 악의없는 농담을 던졌다.

"울워스가 문을 닫다니 아쉽군. 이제 그많은 차브들은 어디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까?" 

 

그  손님이 스스로를 밥통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 있는 사람 누구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다들 교육 수준이 높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혈통도 다양했으며 성별도 반반에다가 고지식한 부류도 아니었다 아마도거의 대부분이 정치적으로는 중도좌파적인 성향이었을 것이며 자신이 속물로 취급받는다면 발끈했을 사람들이다. 만약 참석자 중 누군가 파키(파키스탄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나 푸프(남자 동성애자를 얕잡아 부르는 말) 따위의 말을 입에 올렸다면, 그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울워스에서 쇼핑하는 차브에 대한 농담에는 움찔하지 않았다. 아니, 정반대였다. 그들은 모두 웃었다. 이 경멸에 찬 말이 '아이'를 의미하는 집시 언어인 차비(chavi)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걸 그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10만 독자들이 읽었다는 '차브에 관한 작은 책' 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두툼한 교양서에 따르면 '차브'란 '급증하는 무식쟁이 하층계급'을 뜻한다. 그들이 서점에서 그 책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차브는 슈퍼마켓 계산대의 계산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점원 또는 청소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 모두'차브'란 특별히 노동계급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언사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농담'을 쉽게 바꿔 말하면 다음과 같다. "울워스가 문을 닫다니 아쉽군. 이제 끔찍한 하층계급 사람들은 어디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까?" 






















이 책 사고 한 페이지도 안 읽으셨다는 님들께 바치는 첫 페이지

이 책 왜 사려그랬는지 까먹고 샀던 나에게 보여주는 첫 페이지. 


출판사 이름을 다시 한 번 볼 정도로 책 옆은 톱으로 자른 것 같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니. 

얼른 읽고 있는 '더 드롭' 마무리하고, 읽어봐야겠다. 


딱 두페이지 읽었지만, 이 '들어가며' 의 첫 두페이지만 읽었어도 아무 고민없이 책 샀을 것 같다.

지금의 우리와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는 온갖 종류의 악다구니가 다 몰려 있어서 끓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 전문직이 교양도 있고, 상식도 있을 것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를 것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해당 안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더라도, 망하지 않을거면 안정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되게 유심히, 열심히 읽고 싶은 책이다. 


자, 사 놓고 한 페이지도 안 읽으신 분들, 궁금하죠? 얼른 읽고, 우리 같이 '차브' 이야기를 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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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주문한 책들은 ... 



















장르 소설들만 잔뜩 담았다가 정리한 장바구니. 

십이국기 시리즈는 예약판매때 사서 아직 비닐도 안 뜯었지만, 일단 시리즈 보기로 마음 먹었으니깐, 살 때까지 사 본다. 

'마성의 아이'가 0권이라는데,이걸 먼저 읽어야 하는건지, 그냥 1권부터 쭉 읽다가 다시 0권 읽어야 제 맛인지 궁금하다. 


'차브'가 어떤 책인지 아직 제대로 보지는 않았.. 이 아니라, 신간마실때 한 번 본 것 같지만, 생각이 전혀 나지 않지만, 누가, 또 누가 좋다고 한 책이라는건 기억나니 주문해 보기로. 


에런 베커의 '머나면 여행'은 제목도,초록초록한 그림들도 ( 언젠가부터 초록색, 파란색이 메인컬러인 그림책들 보면 외면할 수가 없다.) 저 조그맣고 혼자인 소녀도 다 마음에 밟혀서 오랜만에 (라고 쓰고 보니, 그렇게 오랜만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림책 구매 






와 -예쁘다. 


그림책을 주문한 날 알라딘 책박스가 도착하면, 공동테이블로 그림책과 부록을 들고 가고 ^^; 작업실 식구들이 모인다. 

그림하는 친구 ( 그림책 실제 그리는 친구도 있고, ,그 친구 책도 검색해서 넣을 수 있지만, 다음 좋은 기회에), 애니메이션 하는 친구, 그림 그리는 친구 등이 와서 유심히 봐준다. 프로의 눈으로 보는 예쁜 그림책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지만, 그들에게 내가 이 나이에 그림책들을 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 늘 신기한 기분이다. 꽃언니는 책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사. 라고는 물어도, 애들 책을 왜 사. 라고 묻는 일은 절대 없다는 거. 이런 경험이 오프에서는 처음이라 (알라딘에서야 무슨 책이든 책 사는건 늘 당연한 일이지만) 기분좋은 신기함. 


마지막으로 ..흑. 5만원 채워서 보라색 데일리 다이어리도 받는데, 네권밖에 못 샀어. ㅡㅜ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는 책.  제목을 검색할 때, 대충 검색될 것 같은 앞 부분까지만 쓰는데, 그게 '우리는 매일 슬픔..' 이어서, 왠지 슬프지만, 삼키는 걸로. .. 꿀떡. 


2010 데상브르 상 수상작. 삶에 점철된 고통과 부조리를 냉철하게 직시하고자 했던, 이른바 모럴리스트로 불릴 만한 사상가 10인의 문장들로 빚어낸 ‘생의 슬픔’에 관한 철학 에세이다. 그 사상가들은 프리드리히 니체,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미셸 몽테뉴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문장에 기대어 현대의 노예적 인간, 우울과 애도의 차이, 권태와 쾌락, 이성이라는 환상, 상실과 죽음, 사랑 등에 대하여 자신만의 철학적 사유를 펼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삶에 잡힌 주름과 살아가는 일의 괴로움을 재치 있고 신랄하게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무책임한 낙관론에 마비되지 않고 인간의 현실을 또렷하게 응시하도록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10년, 세계에 대한 비판적 진보적 사유를 보여준 작가에게 주어지는 데상브르 상을 수상했다.



이런 책이라고 하는데, 목차가 끝내준다. 


1. 프리드리히 니체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2. 페르난두 페소아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

3. 마르셀 프루스트
“관념은 슬픔의 대용품이다.”

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생 이야기는 항상 고통의 이야기다.”

5. 『전도서』
“너무 의롭게 살지도 말고, 너무 슬기롭게 살지도 말아라. 왜 스스로를 망치려 하는가?”

6. 미셸 드 몽테뉴
“우리 생애의 목적은 죽음이다.”

7. 세바스티앵 샹포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은 유쾌한 풍자와 멸시 어린 관용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8. 지그문트 프로이트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인생과 역사의 이 가르침을 앞에 두고 누가 감히 반박할 수 있겠는가?”

9. 클레망 로세
“‘난잡한’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다.”

10.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사랑은 두 고독을 맞바꾸려는 시도다.”




아껴 읽고 싶을 것 같은 목차다. 

오늘 아침에는 클레망 로세의"'난잡한'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다."가 와닿는군. 


장바구니로 못 가고 보관함에 쑤셔 넣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모리스 샌닥의 '로지네 현관문에 쪽지가 있어요'가 특히 기대 




















간만에 관심가는 역사책들이 눈에 띄고, 플래너리 오코너의 700페이지가 넘는 단편집, 안톤체호프의 글쓰기 책, 모두 욕심난다.




















데이빗 쉴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는 내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책이다. 어떻게 매번 이렇게 책도 예쁘게 빠지는지. 책 속의 이야기, 작가, 책표지 삼박자가 늘 잘 맞는 것 같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사과일까?'가 뒤늦게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요시타케 신스케의 두번째 책이 카사 브루투스에 소개 되었기 때문인데, http://casabrutus.com/culture/4486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아지만, 사과책의 큰 인기를 볼 때 이 책도 곧 나오지 싶고, 그래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던 사과책을 다시 꺼내서 먼지 훌훌 불고, 다음에 살 책으로 위에 올려 놓았다는 이야기.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왜 보관함에 담았는지 생각이 안 나네. 책소개를 봐도 생각이 안나. ...음... 하지만, 나 보관함에 책 막 담는 녀자 아니고 ( 믿거나 말거나) 뭐, 이유가 있었겠지!


그리고, '시리얼' 번역본이 나왔다.

킨포크에 이어 시리얼 번역본이라... 일단 킨포크는 .. ( 노크인가 뭔가 무슨 보고 있기 괴로운 한국판 킨포크까지 나와버린 ..아. 생각하는 것만으로 고통..)  킨포크 특유의 글이 한국어로 나오면 오글거리고, 느끼하고, 허세스러워 보임을 알게 되었고, '시리얼'은 어떠려나.. '시리얼'은 나도 몇 번 안 사보고, 킨포크에 비해 글도 덜 읽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한 번 사봐야지. 생각중. 킨포크나 시리얼 번역본을 보는 내 심정은 젠트리피케이션된 망한 동네( 임대업자와 프랜차이즈만 사는) 를 떠올리게 한다. 감성은 사라지고, 돈과 척만 남은. 



 

요정도. 페이퍼 딴 짓 안하고 쓰는데, 40분도 더 걸렸네. 언급하는 책들 보면서 쓰는 거라서 그렇긴 한데, 8시까지 쓰고, 밥먹어야지. 했는데, 23분이라서 배가 무지 고파졌다 


밥도 없고, 라면도 없고, 아.나또 먹고, 귤 먹고, 커피 마시며 오늘 하루, 월요일, 12월 8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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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0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 전 막 벤티사이즈로 커피 마셔주고 댓글 답니다. 머나먼 여행은 정말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네요. 너무너무너무 예쁩니다. 우리는 매일 슬픔의 한조각을 삼킨다는 아직 읽지 못했네요. 비슷한 류의 책을 한권더 같이 샀는데 그 책에 조금더 기대를 했는데 대 실망이라서 이 책은 시작도 안하게됐네요. 이걸 보니 조만간 읽어 봐야겠어요.

우리가 이유가 분명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10%? ㅎㅎㅎ

하이드 2014-12-08 09:06   좋아요 0 | URL
샷도 막 추가하고. ㅎㅎ 전 요즘 별다방 크리스마스블랜드 비아에 홀딱 빠졌어요. 진짜 별다방 커피 맛 나서 몇주째 행복해하는 중.

이유가 분명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몇퍼센트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분명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는 책이 나오면 살 것 같은 마음은 100프로네요.

moonnight 2014-12-0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눈이 많이 와서 일찍 서둘러 출근한 바람에 커피를 세 잔이나 마셨네요. 손이 떨려요. -_-; 머나먼 여행 후딱 보관함에 넣었어요. ㅎㅎ. 차브는... 신간 소개 읽고 바로 구매했지만 아직 첫 페이지도 안 열어봤다는. ㅠ_ㅠ;;;;;

하이드 2014-12-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들 커피 ㅎㅎ 머나먼여행은 간만에 포토리뷰도 쨍하게 올려볼께요. 차브는 도착하자마자 첫페이지부터 읽어야지! 결씸! ㅎㅎ

2014-12-0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8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302moon 2014-12-0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은 저도 엄청 좋아해요! 예쁜 그림 보면, 절로 신나서 방방거리고.(웃음) 머나먼 여행, 끌리네요. 담아갑니다!

하이드 2014-12-08 14:46   좋아요 0 | URL
예쁜 그림책이 진짜 많죠! 한번씩 이렇게 타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