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들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 트렌드가 쌓여서 메가트렌드가 되고, 이것이 쌓여 패러다임이 되고,이것이 쌓여 문화로 자리잡는다."


올해 유독 트렌드 책들이 많이 나온건지, 내 눈에 많이 띄는건지 모르겠지만, 여러권의 트렌드 책들 중 처음 샀던 '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은 추천할만 하다. 이 외에 아프니깐 청춘이고, 이 사회가 이렇게 된게 내 책임이냐는 교수님이 쓴 트렌드 책도 읽어봤는데, 그건 저자에 대한 비호감을 떠나 별 흥미를 끌지 못했다. 


서문을 읽으면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이 시리즈가 2013년부터 시작된 거라는데 (그렇다면 2012년 부터 나왔겠지) 2013년의 트렌드 부제로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에서 35- 45 남자들의 소비에 대해 주목했고, 2014년 트렌드의 부제는 '그녀의 작은 사치' 로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의 시대에서도 일상의 비싼 프리미엄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2015년의 트렌드 부제가 '가면을 쓴 사람' 으로 트위터, 페북, 등의 SNS 에서 내다 보이는 '가면' 에 지친 사람들의 그 다음.을 주목하고 있다. '가면을 벗는 사람들' 은 그러나 여전히 쌩얼을 보이지는 못하고, 이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니 그 연장인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새로운 가면을 찾는 사람들' '가면안에 또 다른 가면을 쓴 사람들' 등에서 새로운 '욕망'을 보겠다는 이야기. 


서문만으로도 흥미롭고 책에 믿음이 간다. 

'가면 쓴 사람들' 이란 주제만으로 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트렌드 책들처럼 전체적인 트렌드를 다루어서 다 읽고 나서도 유익한 독서였다. 


맨 앞줄에 썼듯이 트렌드가 쌓여서 메가트렌드가 되고, 이것이 쌓여 패러다임이 되고, 이것이 쌓여 문화로 자리잡는다. 는 


연말에, 연초에 트렌드 책 한 두권 정도는 읽는 것이 좋다. 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건 아마 올해 츠타야의 창시자인 마쓰다 무네아키의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를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단카이 세대를 프리미어 에이지로 네이밍하고, 그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언가를 대충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글로 쓰여진 것을 보고, 거기에 생각을 더하는 것은 틀리다. .'가면을 쓴 사람들' 이 트렌드.라는 것은 누구라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그것도 잘 만들어진 책으로 읽는 것은 다르다. 


유행과도 같은 '트렌드'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패러다임, 문화, 미래가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꽤 재미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본 것이 12월인데, 아니, 찾아보니 11월에 샀다! 왜 느낌표냐면! 이 책에 10월달 이야기까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체감상 되게 최근 이야기까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책을 어떻게 이렇게 뚝딱 쓰고 만들었나?! 고 하기엔 꽤 알차단 말이다. 멍때리기 대회 이야기도 나오고, 슈퍼마리오 해피밀 이야기도 나오고, 킨포크 번역본 이야기도 나온다. 얼마전에 본 '젖은잡지' 이야기도 나온다.


'젖은 잡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 상당히 맘에 든다. 


"젖은 잡지'라는 무크지가 있다.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담은 이 잡지는 흥미롭게도 여대생이 만들었다. 수간, 성기 노출, 성적 대상으로서의 교복, SM 등도발적인 주제를 다룬다. 금기를 깨는 것은 모든 예술의 숙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도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상업적으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이 잡지를 만든 여대생도 요즘 시대의 잉여다. 기성세대에겐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짓처럼 보여도,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드러내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꽤나 생산적인 잉여다. 모든 창조는 '쓸데없는 짓'에서 시작된다. 호기심이나 재미로 시작한 것들이 나중에 위대한 창조가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창조 혹은 창의력은 지금도 요원한 키워드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선 자유로운 생각 자체가 나오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학교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있지만 혁신과 창조에선 늘 낙제저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그걸 잘 따라가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시장을 만드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결코 세상에 없던 걸 먼저 창조해 내진 못했다. 그런데 잉여들의 확산은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잉여들의 멍 때리기에선 과거의 모범생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움과 창조력이 보인다. 지금의 잉여들이 모범생들의 부족한 창의력을 메워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정한 규칙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규칙을 벗어나서 자기만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사회 전체의 창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도 고무적이다. 쓸데없는 것이 이제는 쓸 데 있는 것이다."

 

 

잉여들에 대한 따뜻한(?) 긍정적인 시선이 좋다. 이건 오늘 본 일베테러를 보고 경악했지만, 거기에 대한 도대체님의 트윗이 인상적이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말인즉슨 




이제는 그냥 욕하고, 한심해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분명 그들을 만들어낸 사회를 돌아보고, 그들도 끌어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잘했다고 거드는 새누리당놈은 계속 욕먹어 싸고.


"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지만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는 행복에 대한 관심이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도 경제 지표외에 삶의 질이나 행복 관련 지표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효율만을 중시하던 기업에서조차 직장인의 행복에 대해 연구 조사하기 시작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매진할 때는 행복을 묻지 않았지만, 부자에 대한 희망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이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예전에 한국인들에게 행복은 미래의 일이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힌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행복은 미래가 아닌 현실의 화두가 되고 있다. 더 이상 행복을 미래의 일로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에 행복할 리 만무하다. 행복에 관한 한 이제 한국인들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런 글도 좋다. 

근데, 굳이 하나 둘 인용할꺼 없이 각기 관심 있는 분야가 분명 있을테고, 재미있을꺼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면, 목차 참조. 목차로 끝나는 책이 아니고, 읽을거리, 생각거리가 풍부하다. 


아직까지 안 읽었다면, (내가 그랬듯이) 트렌드 책들 나온 것 중에서 한 두권 골라 읽어보길 권한다.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사는 지금, 여기에 가장 밀접한 책이 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권 2014-12-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감사합니다. 흥미있는 내용이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