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 하는 경험 중에 이런 게 있다. 당신이 친구들 또는 친척들 사이에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천박한 데다 경솔하고 주제에도 어긋난 쇼킹한 말을 꺼낸다. 쇼킹한 말 자체는 그나마 낫다. 제일 불안한 건 어떤 사람도 그 말에 반박조차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당신은 한줌의  우려나 한마디의 반박이라도 나오길 헛되이 기대하며 이리저리 둘러볼 것이다. 

어느 겨울밤 나는 런던 동부의 고급주택가에 있는 친구 집에서 그런 순간을 체험했다. 매끄럽게 썰린 블랙커런트 치즈케이크가 나왔고 대화는 신용위기 사태까지 흘러왔다. 그런데 손님 중 하나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별 악의없는 농담을 던졌다.

"울워스가 문을 닫다니 아쉽군. 이제 그많은 차브들은 어디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까?" 

 

그  손님이 스스로를 밥통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 있는 사람 누구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다들 교육 수준이 높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혈통도 다양했으며 성별도 반반에다가 고지식한 부류도 아니었다 아마도거의 대부분이 정치적으로는 중도좌파적인 성향이었을 것이며 자신이 속물로 취급받는다면 발끈했을 사람들이다. 만약 참석자 중 누군가 파키(파키스탄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나 푸프(남자 동성애자를 얕잡아 부르는 말) 따위의 말을 입에 올렸다면, 그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울워스에서 쇼핑하는 차브에 대한 농담에는 움찔하지 않았다. 아니, 정반대였다. 그들은 모두 웃었다. 이 경멸에 찬 말이 '아이'를 의미하는 집시 언어인 차비(chavi)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걸 그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10만 독자들이 읽었다는 '차브에 관한 작은 책' 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두툼한 교양서에 따르면 '차브'란 '급증하는 무식쟁이 하층계급'을 뜻한다. 그들이 서점에서 그 책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차브는 슈퍼마켓 계산대의 계산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점원 또는 청소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 모두'차브'란 특별히 노동계급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언사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농담'을 쉽게 바꿔 말하면 다음과 같다. "울워스가 문을 닫다니 아쉽군. 이제 끔찍한 하층계급 사람들은 어디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까?" 






















이 책 사고 한 페이지도 안 읽으셨다는 님들께 바치는 첫 페이지

이 책 왜 사려그랬는지 까먹고 샀던 나에게 보여주는 첫 페이지. 


출판사 이름을 다시 한 번 볼 정도로 책 옆은 톱으로 자른 것 같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니. 

얼른 읽고 있는 '더 드롭' 마무리하고, 읽어봐야겠다. 


딱 두페이지 읽었지만, 이 '들어가며' 의 첫 두페이지만 읽었어도 아무 고민없이 책 샀을 것 같다.

지금의 우리와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는 온갖 종류의 악다구니가 다 몰려 있어서 끓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 전문직이 교양도 있고, 상식도 있을 것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를 것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해당 안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더라도, 망하지 않을거면 안정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되게 유심히, 열심히 읽고 싶은 책이다. 


자, 사 놓고 한 페이지도 안 읽으신 분들, 궁금하죠? 얼른 읽고, 우리 같이 '차브' 이야기를 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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