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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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중단편집 <구적초 : 비둘기피리꽃>에는 중단편 3개가 실려 있고,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세 여자가 주인공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크로스파이어>부터 마음이 바뀌었다. 이 작품집 중 <번제>가 <크로스파이어>의 모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스러질때까지>, <번제>, 그리고, 표제작인 <구적초>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재미를 가진 책이다.

첫번째 작품인 <스러질때까지>에서는 어릴적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이전의 기억을 상실한 도모코가  함께 살던 할머니가 발작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유품들을 정리하며, 잃어버린 과거의 진실을 찾는 이야기, <번제>는 파이로키네시스(화염방사능력)인 준코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가즈키의 여동생을 죽인 미성년 범법자들을 죽이는 이야기. <크로스파이어>의 한 챕터 같은 내용인데, 이것도 재미났다. <크로스파이어> 에서 가즈키가 참 맘에 안 들었는데, 지 동생 잔인하게 죽어서, 손에 피묻혀가며, 복수 해줬더니, 배은망덕한놈같으니라구. 뭐 이런 심정. <번제>에서는 가즈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크로스파이어>까지 어느정도 납득이 가버렸다.  마지막 작품이자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구적초> 또한 재미나다. 형사인 혼다 다카코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그 능력을 숨기고, 빠르게 승진하여 사복형사의 자리에 오른 여성이다. 세 작품중 그나마 이 작품이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버버리맨 찾기, 설사병 걸린 범인 찾기, 유괴범 찾기 등..   

세 작품 다 재미있었으니, 후회없는 독서였다..라고 말하기엔 찜찜한 것이,
일단 <크로스파이어>를 두 번이나 읽었지만, 등장인물, 내용, 사건이 겹치는 <번제>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크로스파이어>를 재미나게 읽은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 혹은 <크로스파이어>를 접할 예정이라면 먼저 접해야할 작품. 이다.

단편소설이 단순히 내용이 짧다고 단편인 것은 아닐 것이다. <번제>와 <크로스파이어>, <나는 지갑이다>와 <모방범> 파일럿과 본편으로 봐야하는 걸까? 아니, 그 보다는 워낙 초기작품들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좋은 장편의 짧은 버전이라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미미여사의 장점들을 충분히 느낄 수 없는 미완성의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정도 되면, 보통 내공은 아니겠지만, 캐릭터라던가, 사건이라던가, 기승전결이라던가 무언가 좀 어설프고( 꼭 이 작품이 오래전에 나와서 그런게 아니라) 뭔가 미진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넘기게 했다.  

그런 미진한 맘이 있긴 하지만,
미야베월드 책들 중에서는 꽤 재미 있는 편에 속하고, 표지가 참 예쁘게 잘 빠졌다는 것이 강점.  
표지 앞면은 옛날 거리 모습이고, 뒷면은 책 중간에서도 나오는 벽에 가면들이 잔뜩 걸려 있는 사진이다. 
앞면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고, 뒷면의 가면은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초능력자이야기를 의미하지 싶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첫번째 초능력녀의 죄책감과 육체적 고통, 두번째 초능력자인 준코는 나쁜놈들, 죽어 마땅한 놈을 단죄하지 않을꺼면, 왜 나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거야.  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어쩔줄 몰라하고, 마지막 초능력녀는 그 능력에 뼛속 깊이부터 의지해 오다가, 능력이 사라지고, '초'능력을 쓴 댓가로, 정상인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불안에 빠지게 된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은 주인공이 여자여서 더 잘드러났지 싶다. 다만, 그 캐릭터들을 단편에 맞게 잘 살리지 못했던 것이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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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이 책에서 읽었던 것을 다음 책에서 발견한다던가, 이 책에서 나왔던 누군가가 혹은 장소가 다음에 읽게 되는 책에 나온다던가 하는 유일한 독자인 '나'만이 발견하고, 즐거워라 하는 그런 우연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닐 게이먼의 <네버웨어> (런던 지하도시에서 일어나는 고딕시티판타지물)를 읽고 나서, 이기중의 <유럽맥주견문록>을 읽는데, <네버웨어>에서 나왔던 중요한 열쇠를 얻기 위해 찾아갔던 블랙프라이어(blackfriar) 역이 나온다. 이기중의 책에서 <네버웨어>에서 처음 봤던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역이 떡하니 나오면서, 블랙프라이어역이 있는데, 검은수도사란 뜻이다. 라는 설명이 나오면, ' 나 이거, 알어! 알어!' 하면서 괜히 반가워 하는 식. 

혹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읽다가 식물학자 플리니우스 이야기가 나오면, 아, 얼마전 <위대한 박물학자>에서 봤던 로마의 플리니우스! 하면서 즐거워하는 식.이다. 사실 <위대한 박물학자>를 읽고 나면, 그 후에 읽는 많은 책에 영향을 끼치긴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오노레 드 발작의 <나귀가죽 Magic skin> 에 조르즈 퀴비에에 대한 장광설이 나오는데, (실제 발작이 조르즈 퀴비에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고생물학의 창시자인 조르즈 퀴비에, 역시 <위대한 박물학자>에서 멋지구리한 아프리카검은 따오기 뼈대삽화와 함께 보았던 것이다.  

 

  

 

 

뭐, 워낙 책을 많이 읽으니깐, 이건 우연도 뭣도 아니고, 필연까지는 아니라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금 만난 우연에는 꽤 놀랐단 말이지.

지금 내가 간만에 무지 흥분되는 책을 만났다.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쓰려고, 두 개쯤의 길디긴 페이퍼를 '임시저장' 해 놓긴 했는데, 맘에 안 들어서, '올해의 책', '수년간 나온 프랑스에 관한 가장 멋진책' ,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세이', 등등을 생각하며, 아껴서 꼭꼭 씹어 읽고 있는 책이다.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긴 하는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뭐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래서 이야기 못하고,
계속 입만 긁고 ... 는 아니고;;  

무튼, 이 책은 파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뉴요커 기자인 저자가 파리에서 5년간 (1995-2000) 거주하면서 느낀 일들을 쓴 책이다.  
정치,문화,경제,인간, 도시,인문,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예사롭지가 않다. 분명 잠깐 들리는 '여행'과 그곳에서 '거주'하는 것은 다르다. 크게 봐서 집 떠나서 먹고 자니 '여행' 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멋진 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 생각거리들을 부르는 글.들이다. 글 자체도 조근조근하지만, 각 챕터의 완성도가 놀랍다. 가벼워서 후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은 목차의 제목들과 '파리에 중독된 뉴요커의 유쾌한 파리 스케치'라는 카피에 별 기대도 안하고 집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대만족.  

한챕터씩 그야말로 '아껴' 읽고 있다. 방금 읽은 챕터의 제목은 '프랑스제 원격오류' 

'무엇을 만들어도 필립 스탁이 만든것처럼 만드는 프랑스인들이 만든 프랑스제 팩스'는 그런대로 효율적이지만, 그 조그만 창에 뜨는 그날의 사건 사고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로 시작하는 이 글은 프랑스인, 미국인, 프랑스의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이 챕터의 소챕터중 '이방인의 외로움' 에서는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외로움은 약간 색다르고 복잡하다. 자유롭고 탈출했다는 기분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얼마전 읽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외국에의 거주, 생활과 여행에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책을 덮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쿠엔틴 타란티노>, <파리에서 달까지>, 발작의 <나귀 가죽>, 그리고 이제 새로 읽기 시작한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이다. 무지 맘에 드는 책을 읽다가, 그닥 내키지 않는 책을 심드렁하게 펼쳐들었는데, 첫 페이지가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는 것과 그 도시에 살러 가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아무리 작은 이사라도 소풍처럼 간단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도시에서 자신이 몰랐던 욕망을 정확히 알게 되고 그래서 그 도시와 하나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환멸을 배우거나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로 시작한다.
제목가 작가 이름만 보고 샀던 책이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첫 다섯줄 읽은 정도라,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짐작도 안 간다만, 방금까지 읽고 있던 <파리에서 달까지>에서의 감성이 뜬금없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기분이라, 아마 후에라도 장정일의 책을 보면, 애덤 고프닉이 떠오르겠구나. 싶었다. (책의 내용보다, 책과 관련된 사소한 사실들을 더 잘 기억하는 나;;)

아마, 장정일의 책은 파리의 뉴요커가 쓴 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겠지만, <파리에서 달까지>의 책장을 덮고, <구월의 이틀>의 책장을 펼친 나에게는 우연 중의 우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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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 2009-11-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제가 모르는 책들이 수두룩한 것을 보니 아직 저의 독서가 많이 부족함을 느낌니다. 관심있는 분야가 달라서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저는 책과 책사이의 우연보다 책에서 말하는 책을 찾아읽기는 책 사이의 필연을 즐기는 편이랍니다. ^^;; 그러다가 가끔 제가 읽은 고전을 요즘 시대에 쓰여진 책에서 언급을 해주면 왠지모르게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구요.

아직 저는 읽지 않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인 1q84을 보면 조지 오웰의 1984가 읽고 싶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아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 할때면, 왠지 내가 대단해 보이는 느낌이 ^^;;;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

하이드 2009-11-1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찾아서 읽기도 해요. '체인 리딩' 이라고 나름 이름도 붙였다죠.( 체인스모커에서 따와서) ^^
하루키의 1q84 진즉에 사고, 조지 오웰의 1984 먼저 읽고 읽으려니, 조지 오웰 책이 영 진도가 안 나가서, 둘 다 못 읽고 있어요-_-;; 다음주 정도까지는 읽을 계획이지만, 이 계획을 매 주말마다 세우고 있습니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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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이 꽤 높은걸 보면, 확실히 매니아소설이긴 한가부다. 코넬 울리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플롯은 참 허술하다. 게다가 이 작품은 내가 '미스테리'로 넣어주기 억울한 초능력(?)물이기까지 하다. 모든 눈에 뻔히 보이는 단점들이 가볍게 무시되는 필력, 서스펜스, 인간심리들이 울리치의 극장점.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라는 낭만적이고, 누아르적이며, 울리치스러운 제목은 시에서 따온걸로 알고 있다.
많은 밤들 중 어느 밤, 강가를 따라 걸으며 휘파람을 불기를 좋아하는 형사 톰 숀은 우연히, 자살하려던 여자를 구하게 된다.
약간 얼이 빠진듯한 곱게 자란 그녀는 '그들'이 쫓아온다며, 밤하늘의 별들을 무서워한다.

조용한 식당으로 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서 그녀의 이야기가 전반부, 그리고, 사건의 진행이 후반부쯤 되겠다.  
각기 다른 소재들의 스무드한 연결.  

엄마가 없고, 아빠와 각별한 사이인 진은 어느 날 아버지가 서부로 출장 준비를 하는데, 소심한 하녀 그레이스로부터 가지 말게 하라는 불길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경쓰지 않는 진에게 그레이스는 아빠가 출장간 후에도, 돌아올 날짜에 비행기를 타지 말라며 아는 사람 중 미래를 잘 보는 사람이 있다는 불길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신경쓰이는 진은 아빠가 아무일 없이 돌아와, 지금의 일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상상하면서도, 점점 불안해진다.

점점 높아지는 심리적 긴장감. 이부분은 진정 코넬 울리치답고, 슬슬 독자들의 심장을 꾸욱- 쥐락펴락하기 시작한다.

불안해진 진은 그레이스를 내보내게 되고, 아빠가 돌아오시는 그날까지, 연락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불안감을 못이겨 충동적으로 우체국에서 전보를 쓰려다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에 전화를 했다가도 바로 전에 나간 아빠와 엇갈리고.. 점점 긴장감은 고조되고........ 마침내 .....  

그레이스를 찾아가, 예언을 한다는 옆집 남자 톰킨스를 찾아간다.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신뢰할만한 가장이자 남자였던 할란은 톨킨스의 예언대로 불행해져간다.

그리고, 그녀는 밤이면 하늘의 별들을 피해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그녀는 톰 숀을 만나 죽음을 미루고, 삶을 연장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톰 숀은 자신의 존경하는 상관 맥마너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 다른 전개.  

처음의 심리적 고조는 후반부에서 또 다른 양상을 띠고, 발전해나간다.

이야기는 꽤 우울하다. 말끔하지 못한 결말이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서스펜스나,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인간. 이라는 주제거나. 후반부의 경찰들의 활약상(?)은 이 우울하고 신비한 이야기에 미스터리와 현실성을 가미하게 되고, 독자는 더욱더 갈팡질팡 하게 된다.  

챈들러와 마찬가지로 울리치도 이제 아마 나올 작품들 다 나왔지 싶다. 이런 작품들을 읽고 나면,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들도 물론 독서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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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걸작이지요^^ 아직 안 읽어봤지만 하이드님 글을 보니 더더욱 읽고 싶어지는데요. 절판되었지만 예전 자유에서 나온 새벽의 데드라인도 읽을만 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유증에 꽤 시달렸어요. 닉혼비님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못빠져나왔을지도 ㅎ

Apple 2009-11-1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면서 얘기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다른 작가가 썼더라면 시시하다고 했을지도...
하지만 코넬 울리치이기에 매혹되는 그 어떤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재밌었습니다~~
 
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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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을 읽을때 무얼 기대하고 읽으면 좋을까??
<스타더스트>로 처음 접했을 때 까지만 해도 어른의 환타지소설. 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말이다.(영화로는 모른다)
그 다음에 읽은 책이 <베오울프>로 독특하게 북유럽 신화의 인물이 나와 뭐랄까, 고뇌 가득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다음에는 환상의 짝꿍 데이브 맥퀸과의 동화책들 <금붕어와 아빠를 바꾼날>이라던가, <벽 속에 늑대가 있어요> 를 읽었다. 동화 속에서도 멋진 상상력!인건 분명. 그리고 나서 기대하던 <미국의 신들 American Gods> 미스터리와 북유럽 신화들의 신이 등장하여 '싸우는' 묘한 책까지 읽었으니, 이 작가 별로야. 라던가, 이 작가 관심없어. 라고 말하기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샌드맨>을 읽게 될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소설이나 동화라면, 앞으로도 계속 사서 읽어보지 싶다.  

잡설이 길었는데, 기대치가 큰데, 늘 2% 부족하지만, 닐 게이먼 같은 작가는 닐 게이먼 밖에 없다는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서, 또 늘 읽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매한지 2년여만에 읽는 <네버웨어> 두껍지만, 꽤 뻔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라서, 금새 읽을 수 있었다.  

런던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리처드는 어느 날, 길에서 벽에서 튀어나온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여자(도어)를 구하면서, 런던 지하세계의 틈으로 떨어지게 된다. 런던을 비롯한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는 지하세계가 있어서, 지하세계와 지상세계는 서로 알지 못하며 자신의 생활을 해나간다. 지하세계는 지상의 빠르게 변하는 런던이 미처 건드리지 못한 오래된 장소들이다.

저자가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홈리스' 한테 얻었다고 하는데, 지하세계는 그 홈리스들의 세계이기도 하다.
쥐족이 있어서, 쥐를 받들며 쥐말을 하는 인간(?)들도 있고, 지하철에는 지하철세계를 관장하는 백작도 있다.

아, 이야기의 주인공인 '도어'는 온 가족이 암살당하고, 쫓겨 다니는 '문'을 만들고, '문'을 여는 능력을 지닌 씩씩한 여주인공이다. 하나이면서 둘인, 둘이면서 하나인 역사상 최고의 암살자들도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는 꽤 흥미롭다.  

그 외에 최고의 경호원/자객 헌터, 천사 에인슬링, 카라바스 후작, 올드 베일리 등등이 등장
재미난건, 런던의 지하철역 이름, 각 등장인물의 이름이 그 성격과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 예를 들면 '블랙프라이어스 역' 이라면 blackfriars , 검은 수도사.라는 뜻의 역인데, 실제로 그 역에 수두원이 있어, 검은수도사들을 찾아가는 장면. 뭐, 이런식이라서, 런던의 오래된 장소들의 유래라던가. 이름이라던가.를 새삼 다시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주인공(리차드)가 꽤 찌질하다.싶은데, 후반에도 뭐, 대단히 업그레이드를 하는건 아니다.(영웅 이야기는 아님)
이런저런 신기한 주인공들, 지하세계, 런던, 뭐 이런 이야기들의 전개가 시종일관 흥미롭다. (다 어디선가 한번 이상 봤던 이야기라는건, 미드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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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11-1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런던의 지하세계라...하이드님이 읽어봤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이 사실 이런 류의 글이 많기 때문이에요.저는 런던의 지하 인간이라는 글이 생각나는데 어는 단편에서 런던의 지하 자동도로(미래로 도로가 자동으로 이동합니다)에 헤메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런던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영원히 지하 도로를 헤맨다는 내용입니다.일종의 도시괴담이죠.
 

한때는 추가 2천원 마일리지를 채우고자, 장바구니를 5만원에 맞추어 꾸역꾸역 채우던 시절이 있었다. 5만원에 가까울수록 희열은 커진다. 5만2십원! 이런거! 추가 2천원 마일리지는 5천점 이상 모아야 적립금으로 환전하여, 다음 구매시 쓸 수 있으므로, 어서 빨리 나머지 모지라는 마일리지를 모으기 위한 떡밥밖에 안 되는 것을.. 그때도 알고, 지금도 알지만, 여전히 낚이는 나는 헛똑똑이 구매자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책 사는 주기는 짧아졌고, 주문권수는 두세권을 넘지 않는다. 역시 (주기가 짧아졌다는 점에서) 미련한 소비자인건 변함없지만, ( 일주일동안 책을 세번 사고, 5만원을 넘긴다면, 왜 한번에 5만원어치 사고, 2천원 추가마일리지를 받지 않는단 말인가.) 정말 사고 싶고, 정말 당장 읽고 싶고, 정말 갖고 싶은 (이쯤되면, 그냥 다 사자는거죠?) 책들을 사게 된다는 점에서 더 낫다. ...나은가?  그냥, 돈이 없어서, 적립금 쌓이는대로 보태서 지르다보니, 이렇게 된것일지도.
 

무튼, 돈이 있건 없건, 사야할 책이 있건 없건, 5만원을 채우건 안 채우건간에 마지막 순간에 보관함에서 빠지는 책들이 있다.
꼭 빠지는 놈들이 빠진다.

첫째는 '오늘 18시 이후에 배송됩니다' 라는 '인터넷서점당일배송신세계' 캐치프레이즈에 위반되는 책들. 둘째는 바로 '책값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가는 책들이다.  첫번째 경우도 하염없이 보관함과 장바구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나의 책방으로 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두번째의 경우는 좀 더 절실하다. 이 절실한게, 이 세상에서 나만 상관하는거라서 더 절실하고, 미련하다.  

예전, 내가 사는 책값의 마지노선은 4만5천원이었다.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 .. 정가 5만5천원의 책이다.
 이건 정말 럭셔리한 책이고, 움베르토 에코이고, 좋아하는 주제인, 그림이 잔뜩인 꼭꼭꼭 사고 싶은 책이다. <미의 역사> 이후, 3년여만에 <추의 역사>가 나왔다.
<미의 역사>를 산 건 이미 꽤 오래전이라(2005) 당시에 내가 어떤 종류의 책값 마지노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책값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구축되기 시작한건 그로부터 3년후 <추의 역사>가 나오면서부터이다.
당시에도, 나의 책값은 한 서점에서만 3개월 7자리 금액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로 대책 없었지만, 그래도 한 권에 5만원이 넘는 책을 살 수는 없어!라는 어이없는, 그러나 어이없다고할 수만은 없는 나름의 근거 쥐뿔도 없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근거 쥐뿔도 없는' 5만원 마지노선때문에, 책을 뚫어져라 보고, 째리보고, 마구 사랑했다, 마구 체념했다를 반복하며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나를 보고, 불쌍히 여기신 친구님께서 이 책과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은 날>을 사주셨다.  

하하 ^^  뛸듯이 기뻤던 나.  

책값이 많이 오르고, 사고 싶은 더 비싼 책도 많이 나오는 요즘 나의 책값 심리적 마지노선은 조금 달라졌다.  
더... 내려갔다.

현재는 1만7천원! 정도가 나의 책값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근데, 이 마지노선은 사실, 마지노선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게,
5만원짜리 책은 퍽퍽 사도, 책을 5만원어치는 퍽퍽사도, 1만7천원 왔다갔다 하는 책을 사는건 몹시 고민이 된다는거다.  

 근래 나에게로 온 5만원 넘는 책들이다.
 무척 만족스럽고, 오래오래 두고 보고, 레퍼런스로도 간직하고, 
 책도 예쁘고, 볼거리도 많은 책이라 별 고민도 후회도 없는 책들  

 

이 책도 좀 더 리즈너블한 가격이었으면, 샀을테고. (아마존 가격이 30불인데, 10만원 넘는 번역본이라니, 
일단 국내에선 살리가 없다.

아, 여기서 책값 심리적 마지노선은 외서와는 상관없다. 달러나 파운드나 유로나 엔이 붙으면, 나의 책값심리적마지노선은 하늘나라로...   

이런 비싼 책들은 척척 결제하는 반면,

'1만7천원' 정도의 책값으로 보관함과 장바구니 사이를 매일같이 조깅하고 있는 책들 
 
  

 

 

 

 

 

 

 

 

 

 

 

 

 

 

 

<로마제국쇠망사>같은 일단 사기 시작한 고전이 아닌 이상, 위의 책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조깅신세다.

위의 1만7천원 마지노선에 걸려 있던 책들 중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와 같은 경우는 신간 나오자마자
보관함에 들어가 내내 조깅하다가, 3년만인 2008년에야 구매하면서 무한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중간에 내가 책을 안 샀나? 덜 샀나? ..그럴리가.  

아마, 위와 같은 1만7천원이라는 애매한 마지노선을 가지게 된 것은 위의 책들이 믿을만한 사람들에 의해 검증되고, 나 또한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실물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책이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사야겠다', '사야지' , '사고 싶다' 는 마음은 잔뜩이지만, 일단 책이란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고,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별로일 수도 있는 손톱끝만한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원짜리 책은 실패해도 괜찮은 가격이다. 4-5만원 넘어가는 책이라면, 비쥬얼에 신경쓴 책인만큼,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거면 글이 개판이 아니라는 것 정도만 알아도 실패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지금 내게 1만7천원정도의 책을 사서 오래오래 읽었을때, 그 책이 아주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라는 물음표는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고, 다시 보관함으로 돌아가게 하는 심리적마지노문장부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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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한번 생각해볼 만한 얘기네요^^ 저는 한 20,000원 정도인 듯.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는 보관함에 담겨서 계속 가고 있습니당..ㅜㅜ 사고는 싶은데 말이죠..

조선인 2009-11-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3만5천원 정도가 아무래도 마지노선인 듯.

카스피 2009-11-1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권당 만원정도가 마지노선인듯...

하이드 2009-11-1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은 부지런히 헌책방을 다니시니깐 마지노선이 낮으시군요 ^^

전 예전엔 4만원대였던 것이, 요즘은 2만원대로 내려왔다는게 책을 덜 사기 시작한 '좋은' 징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미키루크 2009-11-1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는 샀고, <추의 역사>는 아직 못 샀고... 아무래도 아름다운 건 돈이 안 아까운데 못난 건 돈이 아깝게 느껴지나봐요. 특별판도 해당이 된다면 민음사 특별판은 몇 달 전에 산 적이 있고... 열린책들 대표작가 세 사람 전집 조금씩 계속 사고 있고... 다들 책 1권의 가격마지노선 얘기하는데 제가 헛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로마인이야기 양장본이 제게는 제일 고민스러운 거 같네요. 책이 일반판으로 다 있는데 양장본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얼마 전에 반디 갔을 때 한 번 찾아봤어야 되는데. 혹시 양장본 좋아요? 시오노나나미 책은 다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만.

Kitty 2009-11-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페이퍼네요. 저도 이만원이 마지노인거 같아요.
그것도 도판이 많거나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일 때 얘기고 일반 책은 한 만오천원 정도인 듯.
만화는 3500이 마지노선이었는데 요즘에는 3500짜리 만화책이 없더군요 ㅡㅡ;;; 결국 중고샵 뒤적뒤적

marine 2009-11-1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부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니까 책값은 크게 신경을 안 쓰지만, 전시회 관람 후에 구입하는 도록은 30,000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도슨트 설명 듣고, 오디오 가이드로 또 듣고, 혼자 다시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도록까지 읽어야 비로소 제대로 관람한 것 같아 도록은 거의 항상 사거든요.

saint236 2009-11-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는 보관함에 담겨서 고이 간직 중입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지름신이 강림하면, 혹은 어디서 눈먼돈이 생기면 보관함을 한번에 털지요. 작년 말에 보너스가 생기는 바람에 한번에 털었는데 20만원이 넘었네요. 거의 30만원에 육박...물론 아내에게 ㄷㄷㄷ. 대항해 시대는 강추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면서 마지노선이 올라가려는 중입니다 ㅎ

무량수 2009-11-1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저는 권당 마지노선이 아니라 한달 구입금에 마지노선을 두는 편이랍니다. ㅡㅡa 아무리 그래도 가끔 그 마지노선을 두배 세배로 넘어서는 책을 사고 다음 달에는 구입하지 말아야지 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결국 다음달에 또 제 장바구니에는 책이 한가득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