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별점이 꽤 높은걸 보면, 확실히 매니아소설이긴 한가부다. 코넬 울리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플롯은 참 허술하다. 게다가 이 작품은 내가 '미스테리'로 넣어주기 억울한 초능력(?)물이기까지 하다. 모든 눈에 뻔히 보이는 단점들이 가볍게 무시되는 필력, 서스펜스, 인간심리들이 울리치의 극장점.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라는 낭만적이고, 누아르적이며, 울리치스러운 제목은 시에서 따온걸로 알고 있다.
많은 밤들 중 어느 밤, 강가를 따라 걸으며 휘파람을 불기를 좋아하는 형사 톰 숀은 우연히, 자살하려던 여자를 구하게 된다.
약간 얼이 빠진듯한 곱게 자란 그녀는 '그들'이 쫓아온다며, 밤하늘의 별들을 무서워한다.

조용한 식당으로 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서 그녀의 이야기가 전반부, 그리고, 사건의 진행이 후반부쯤 되겠다.  
각기 다른 소재들의 스무드한 연결.  

엄마가 없고, 아빠와 각별한 사이인 진은 어느 날 아버지가 서부로 출장 준비를 하는데, 소심한 하녀 그레이스로부터 가지 말게 하라는 불길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경쓰지 않는 진에게 그레이스는 아빠가 출장간 후에도, 돌아올 날짜에 비행기를 타지 말라며 아는 사람 중 미래를 잘 보는 사람이 있다는 불길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신경쓰이는 진은 아빠가 아무일 없이 돌아와, 지금의 일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상상하면서도, 점점 불안해진다.

점점 높아지는 심리적 긴장감. 이부분은 진정 코넬 울리치답고, 슬슬 독자들의 심장을 꾸욱- 쥐락펴락하기 시작한다.

불안해진 진은 그레이스를 내보내게 되고, 아빠가 돌아오시는 그날까지, 연락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불안감을 못이겨 충동적으로 우체국에서 전보를 쓰려다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에 전화를 했다가도 바로 전에 나간 아빠와 엇갈리고.. 점점 긴장감은 고조되고........ 마침내 .....  

그레이스를 찾아가, 예언을 한다는 옆집 남자 톰킨스를 찾아간다.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신뢰할만한 가장이자 남자였던 할란은 톨킨스의 예언대로 불행해져간다.

그리고, 그녀는 밤이면 하늘의 별들을 피해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그녀는 톰 숀을 만나 죽음을 미루고, 삶을 연장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톰 숀은 자신의 존경하는 상관 맥마너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 다른 전개.  

처음의 심리적 고조는 후반부에서 또 다른 양상을 띠고, 발전해나간다.

이야기는 꽤 우울하다. 말끔하지 못한 결말이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서스펜스나,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인간. 이라는 주제거나. 후반부의 경찰들의 활약상(?)은 이 우울하고 신비한 이야기에 미스터리와 현실성을 가미하게 되고, 독자는 더욱더 갈팡질팡 하게 된다.  

챈들러와 마찬가지로 울리치도 이제 아마 나올 작품들 다 나왔지 싶다. 이런 작품들을 읽고 나면,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들도 물론 독서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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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걸작이지요^^ 아직 안 읽어봤지만 하이드님 글을 보니 더더욱 읽고 싶어지는데요. 절판되었지만 예전 자유에서 나온 새벽의 데드라인도 읽을만 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유증에 꽤 시달렸어요. 닉혼비님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못빠져나왔을지도 ㅎ

Apple 2009-11-1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면서 얘기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다른 작가가 썼더라면 시시하다고 했을지도...
하지만 코넬 울리치이기에 매혹되는 그 어떤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