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모스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좀 쌩뚱맞은 연결이란걸 인정하지만)

첫번째 모스.    

오늘 아침에는 두 명의 남자가 무지무지 그립다.  

어제 기아 경기에서 요즘 최고로 핫한 김선빈의 부상을 보았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는 큰 부상으로 쓰러지자마자 김상현이 옆에서 보고, 들것 가져오라고 다급하게 제스춰를 취하는 모습부터 감독, 투수, 타자 등 현장의 반응들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조범현 감독이 끝까지 벤치에 있는 걸 보고, 그리워졌다.  로감독님. (조감독을 비난하자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감독들이 선수 부상때 벤치에 있는 것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선수 부상이 염려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 나가서 선수 돌보는 감독님, (이 사람, 심지어 벤클때도 뛰어나간다. ^^;)  

팬과 우리 선수들 최고라며 늘 치켜 올려주던 로감독님, 롯데에 있을때도 늘 사랑했지만, 지금 정반대로 선수 까고, 팬 까는게 장사이신 (모두까기 순페를 능가하는) 호9때문에 하루도 로감독님 이름이 롯데 야구 커뮤너티에 안 올라오는 날이 없다.  

무튼, 오늘 아침 동생과 어제 경기 이야기하다가 로감독님 보고싶다며 징징 댔고,  

그 때 나는 읽고 있던 버트란드 러셀의 에세이 (러셀 선생님!!!) 를 잠시 놓고, 다시 <라인업>을 펼치고 있었다.  

제프리 디버 편을 가볍게 읽고, 콜린 덱스터로 넘어갔다.  

아.. 모스 경감님 ㅜㅜ 돌아와요. 이거 엎어졌단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난 원서가 있지. 이사 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튼, 다시 찾아봐야겠다.   

 

 

 

 

 

잡설이 무지 길었다.  말 많고 싶은 수요일 아침이다.  

"내 자신에 대해 짧게 몇 마디 하겠다. 나는 평생 교육자로 일해 왔다. 처음에는 영국의 여러 초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가 청각을 잃어가면서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 후 옥스퍼드 대학 특별상임위원회에서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역사와 영문학 문제를 출제하는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라인업> 콜린 덱스터 편의 시작이다.   

정말 미치게 좋아해서 출판사에 전화도 하고, 대형서점에 전화도 하며, 깔리자마자 채왔던 모스 경감 시리즈. 알라딘 서재가 가장 활발하던(지금보다 방문자수는 적었지만) 시절이기도 하다.  모스 경감 나왔다고, 다 같이 축제 분위기(라는건 내 기억이지만, 좀 오버일수도) 던 시절이었다. 판다님, 새벽별님, 등등등  

아, 콜린 덱스터가 선생님이었구나.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역사와 영문학 문제. 풉 - (애정을 듬뿍 담은 풉 하는 웃음소리!)  

1975년 추리소설 출판으로 유명한 맥밀란 출판사에서 모스 경감 첫번째 시리즈이자 콜린 덱스터 첫번째 소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가 나오게 된다.  

" 이 소설에는 모스라는 이름의 형사가 나옵니다. "모스라고 불러줘요." 아주 매력적이고 유쾌한 여성이 그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대답했던 것처럼 그는 앞으로도 여러 번 이 말을 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 이제부터는 그를 모스라고 부르겠습니다."  

짧은 글에 재미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위에 인용한 첫부분부텀도!   

영향 받은 범죄소설 작가로 섹스톤 블레이크, 팅커, 에드거 월레스 (아무도 모르겠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번역된 책도 없는듯)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 이 분은 알지!) , 체스터튼과 셜록, 그리고  딕슨 카! 

"이들보다 더 중요한 작가로 '불가능한' 밀실 트릭을 선보인 존 딕슨 카를 언급해야겠습니다. 나는 모스가 해결해야 할 그런 밀실 트릭 미스터리는 쓸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날 그렇게 열광시킨 것은 바로 '밀실'이란 요소였습니다."  

 

 

 

 

 

 

 

 

 

 

" 또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이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소설 속에 아주 유쾌한 분위기의 도시, 거리, 술집들을 설정해 놓은 몇몇 작가들의 능력을 부러워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심농과 챈들러가 그런 작가들이죠. 나는 모스가 불려간 아주 많은(대부분 치명적인) 현장이 나온 페이지들 속에 옥스퍼드의 물리적 존재감과 옥스퍼드란 도시의 영혼이 스며들었기를 바랍니다."  

쓰고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들은 소설 속의 장소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잘 표현해내는 작가들이다.
챈들러는 물론이고, 심농도!, 그리고 콜린 덱스터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작가 중 하나인 에드 맥베인!까지.   

모스 경감은 ..  

"감수성이 예민하며  가끔은 기이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남자입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외톨이 기질이 있고, 미인들에게(보통은 사기꾼들) 강하게 끌리며, 술을 좋아하고, 거의 항상 담배를 끊을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항상 좌파로 선천적으로 토리당에게는 표를 던질 수 없다고 느끼며, '독실한 무신론다'이지만 감리교 찬송가와 킹 제임스 성경과 버드(엘리자베스 왕조를 대표하는 영국 음악가) , 탤리스 (16세기 영국 교회 음악을 꽃피운 작곡가), 퍼셀(영국 바로크 음악을 발전시킨 작곡가)와 같은 교회 음악과 교회를 밝힌 촛불들과 향 냄새를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그는 시와 십자말풀이 퀴즈와 바그너의 애호가였습니다."  

모스 경감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요즘 버닝하는 또 다른 경감님(책에선 반장이지만, 난 아직 경감이 익숙한) 매그레 경감이 생각나고, 자연히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  

긴 고민은 아니었지만, 모스 경감 윈. 왜냐하면, 심농의 매그레는 좀 완벽하고, 흠이 없달까. 정의롭고, 훌륭한 사건 해결자이고, '인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지만, '인간적'인 것에는 좀 덜 완벽한 것도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건 매그레 잘났다. 고 추켜 올리려고 하는게 아니라, '흠'이 없는 캐릭터는 '흠'이라는게 평소 내 생각. 읽다보면 발견하려나.  

모스 경감의 단점은 뚜렷하다. 이 쪽은 또 나름의 면에서 '인간적'이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부하들(특히 루이스)에게 칭찬도 잘 안 하는데다 대부분의 상관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는 괴팍하고, 경찰 절차에 대해 아는 바도 거의 없으며, 법의학도  대단치 않게 여깁니다. 자주 고집을 부리며 성질도 급하고 수사를 할 때는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지만 종종 엉뚱한 길로 빗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탐정치고 모스처럼 인색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이야기에는 이 뒤로도 깨알같이 재미진 에피소드들이 잔뜩이다. 모스 경감 이름 붙이기,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칭하는 덱스터의 데뷔작과 출판 편집자들, 그리고, 방송 이야기, 옥스퍼드 이야기, 배우 존 소우 이야기 등등. 모자람을 아는 겸손하고, 행운과 불운의 작용을 믿는 옥스퍼드의 작가, 콜린 덱스터.  

모스 경감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고, 책에 나온 모스 경감 드라마 음악 이야기 들으니, 드라마 찾아보고 싶어 안달났는데 찾을 수가 없 ㅡㅜ 누구 어디서 다운 받을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제보좀요.  

이전에 런던 여행할 때, 코벤트 가든의 어떤 호텔방에서 봤던 방송 중에 '기억에 남는 영국 드라마 특집' 이 있었다. 1위는 그 40년인가 50년인가 한 장수 드라마였고, 2위가 모스 경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모스 경감은 죽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나와 있다.) 존 소우도 실제로 죽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콜린 덱스터와 패트리샤 콘웰, 타임아웃을 들고 여행중이었던 내게 그 잠깐의 드라마 소개와 모스 경감, 루이스의 모습은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모스 경감 더 나와주면 좋은데, 새로 전집으로 나와도 십자군 이야기처럼 욕 안 하고, 감지덕지하면서 다 살텐데, .. 두 번 살텐데!  

두 번째 모스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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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6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1-07-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왕동감...모스경감 시리즈 넘 그리워요~

울보 2011-07-0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님의 소개로 참 재미나게 즐겁게 읽은 책인데,,,

moonnight 2011-07-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요. 소설 속 장소 묘사가 훌륭한 작가들 너무 좋아요. >.< 모스경감 시리즈를 모르는데, 궁금하네요.
 

강기사 일하는 곳으로 책을 주문했더니, 강기사가 책을 들고 오며, ' 너는 무슨 그런 이상한 책들을 주문했냐' 그런다.
'응?' 어떤 책들이더라, 봤더니, <살인방정식>, <도쿄섬>, <절망>, <날고 싶어>, <어둠 아래> ... 뭐, 이런 책들이다. ^^;  

여튼, 엊그제 도착한 책들은 또 언제나 읽을지 모르겠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사실, 뛰엄뛰엄 읽은지는 꽤 되긴 했지만)
<라인업>이다.  

작가들의 글발이 별로라는둥, 모르는 작가가 많아서 지루하다는둥의 글들만 의구심 가지고 봤던터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약간 불안한 감도 ... 전혀 없었다!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겐 정말이지 최고의 꿀단지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고 느낌표 꽝! 찍지만, 단서가 있긴 하다.  

나처럼 잡다구리한 시대막론 동서양 미스터리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역사 미스터리가 좋아, 아냐, 일본 미스터리가 좋아, 추리하면 본격이지!, 미쿡 스릴러 짱! 취향없이 잡식성인 나같은 독자에게, 그리고, 미국이 배경인 '범죄소설crime novel' 을 좋아하는 독자들,  



모르면 재미없어.가 아니라, 몰라서 재미있어 죽겠네. 인 독자들, 빠심이 너무나 강해서 이 두터븐 책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캐릭터의 뒷얘기가 단 한 줌 나와 있더라도 소중한 매니아에게라면,  

이란 단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사실 별로 마구 권하고 싶지도 않다.(너가 지금 하는건 뭐? )  

읽다보니, 점점 애정이 새록새록 솟아나가다 존 코널리에서 입맛을 쩝쩝 다시며, 뭐라도 쓰려고, 인터넷을 켰다. (인터넷을 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야구9단이지만 'ㅅ')  

오, <모든 죽은 것들>은 번역되어 나와 있구나!  

 

 

 

 

 

 

    

 

 

두번째 줄과 세번째줄이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시리즈' 되시겠다.  

 

 

 

  

 

일단 시리즈 1탄인 <모든 죽은 것들>이 나와 있는 것은 좋다. 그 이후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1탄이 오픈하우스에서 나오긴 했던데, 오픈하우스건 랜덤하우스건 힘 좀 내 봐요! 으쌰-

언제 한 번, <라인업>에 나온 작가와 미스터리를 한 번 쫙 정리해봐야겠다.  

존 코널리 바로 이전에 나온 마이클 코넬리. 는 번역되어 나온 작품이 많고, 매니아도 어느 정도 형성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라인업>을 파는데, 한 몫 크게 한 작가이지만, (혹은 -이라서?) 의외로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이야기도 깨알같이 재미났다.  

코넬리가 범죄 기자 생활 하면서 보슈 캐릭터 만들어낸거, 보슈의 엄마에 대한 개인사는 코넬리가 LA에 갔을 당시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블랙 다알리아>의 제임스 엘로이의 이야기라는 거 ( 제임스 엘로이 자서전격인 이 책을 나도 아마 가지고 있;) 후에 코넬리가 제임스 엘로이에게 편지 써서 이 이야기 하며, 괜찮겠냐고 하니깐, 몇 주 후엔가 늦은 밤에 전화와서 '살해당한 엄마에 대한 프렌차이즈를 낸 것도 아닌 걸요, 당신의 책에 행운을 빕니다' 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 같은 거.   

보슈가 원래는 피어스였다가 보슈가 된 이야기. (이것도 무척 맘에 드는 스토리다.)  등등  

이 몇가지 에피소드만으로도 남은 분량 재미 없어도 충분히 건지고도 남았다.  

다시, 존 코널리로 돌아가서, 아일랜드 작가인 존 코널리가 미국 배경의 글을 쓰게 된 이야기,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미스터리 소설에 나오게 된 이유 등을 풀어나가는건 꽤나 설득력 있고, 그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름만 접했던 존 코널리의 책을 사보고 싶게 만들었다. 아마존 뒤져가며, 있는대로 사들이던 시절이 있었지.. 만, 일단 번역된 것부터 읽어보려 한다. 그러고보니, 헌책방 뒤지며,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을 있는내로 사 들이고, 에드 맥베인으로 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한 작가는 누구더라.   

때로는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거 전혀 알고 싶지 않고, 이야기 자체에만 몰두하고 싶을 때도 있다. <라인업>의 소식을 듣고, 꺼려졌다면, 그 대목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비하인드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단지,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살리기 위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기고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 자신이 최고의 미스터리 독자였던, 미스터리 작가들이 바로, 나처럼, 그들을 읽으며 좋아라 하는 미스터리 독자들처럼 미스터리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캐릭터 창조에 대한 고뇌와 에피소드들, ' 이 험난한 세상에서,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업계 최고의 작가들이 자문자답 하는 이야기. (-> 이부분이 특히 좋았다. 거창한 질문이지만, 과장이나 오버가 아니다. )  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다른 책들도 찍접거리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 더 더 하지 싶은데,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읽는다면, 말릴 생각도 없지만.  

덧붙임 : 난 체스터튼을 꽤 좋아한다. 책 읽다가 체스터튼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반짝 불이 켜진다. 이미 반짝 불 켜고 읽고 있었다면, 파팟 - 발광한다. <라인업>에 나오는 어느 아일랜드 작가왈(존 코널리다), 아일랜드가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어울리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유로, 아일랜드가 농업 사회였고, 체스터튼이 말했듯이, '범죄소설은 농촌보다는 도시적인 환경에 훨씬 더 어울리며 어떤 면에서는 도시적 삶의 시정과 관련이 있다고 고찰했다.'  

사실, 이 시절도 좀 지나서, 시골 구석탱이 배경(..응?)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들도 이미 보편적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하지만, '도시적 삶의 시정'과 관련 있는 '범죄소설' 들에 대한 향수 비스무리한 것이 새삼 일깨워진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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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모도 2011-07-0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어잇는 모든 것>은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네요. 오픈하우스가 올 여름에 낸다고 했으니... <언더베리의 마녀들> 이후 근 1년 만에 신간이 나오는 셈이 되겠네요. <언더베리의 마녀들>에 찰리 파커 단편이 하나 실려있긴 한데...

하이드 2011-07-03 07:57   좋아요 0 | URL
엥? 나와 있는거 아니에요? 2010년 9월로 되어 있어서 이미 나온 건 줄 알았어요 ㅡㅜ 다시 보니, 아직 안 나왔군요. 그나저나 올 여름에 신간으로 나온다면, 신나는군요!

찰리 파커 시리즈부터 읽고 싶긴 한데, 작가의 다른 책 <잃어버린 책들의 모든 것>이나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 느낌일 것 같아 꺼려져요. <언더베리 마녀들> 의 단편부터 읽어볼까봐요.

콰지모도 2011-07-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스티븐 킹 느낌의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판타지 라고 하던데....

moonnight 2011-07-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 서점을 살리기 위해 기고를 부탁했을 때 그 대단한 작가들이 기꺼이, 정말 빨리 글을 보내주었다는 대목에서 울컥. 한 일인. ^^; 그러나 서문만 읽은 일인. -_-;
제임스 엘로이의 <내 어둠의 근원>부터 읽고 블랙 달리아를 읽었어요.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왠지 더 와닿았다는. 코넬리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살해당한 엄마에 대한 프랜차이즈라니. ; 나름 유머감각 ;;;
라인업. 시작하다가 일단 덮었었는데요. 왠지 뭔가 엄청난 것에 다가가는 듯한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너무 거창한 듯도 하지만 ^^; 왠지 이 책 읽다가는 여기 나오는 모든 작가들의 모든 책을 검색질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요. 일단 지금 읽고 있는 거 마무리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들어야 할 듯. ^^
 

뭔가 하고 있긴 할텐데, 기력이 떨어지고, 돈도 떨어지고, 고양님 간식도 떨어지고 ㅡㅜ , 다가오는 7월은 버티기모드가 될 것 같다. 새로 일 시작한 것과 개인적으로 벌인 일을 동시에 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잠도 못 자고, 돈은 돈대로 쓰고, 지하철에서 막 뛰어다니고 (그니깐, 난 아무리 바쁘거나 지각해도 뛰지 않는데, 급하면 안 되는게, 안 하는게 어딨노), 실속은 ... 있는건가 마구 물음표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어택하고, 야구는 여전히 병신같고,  

뭐 그렇다.  

이와중에 신간마실. 보통 여름 미스터리 추천.은 6월에 했던 것 같은데, 미스터리 신간 다 나온건가? 싶다보니, 아, 긴다이치! 왜 안 나오나? 궁금하지만, 출판사 홈피 들어가 문의할 기력따윈 없고 .. 자꾸 기력없어 죄송, 으쌰으쌰 기운내며, 6월 신간 마실 요이땅!  

 렌조 미키히코의 <저녁싸리 정사>가 나왔다.
저 쌩뚱맞게 야시시한 표지는 뭡니까??  싶지만, 책은 반갑다.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리는 '화장(花葬) 시리즈'로 <회귀천 정사>에 이은 렌조 미키히코의 꽃미스터리책!  

아..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거 다 들어가있어요. 시대도 다이쇼야. 안타까운건 화장시리즈는 세 개, 나머지는 유머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비극미 철철 넘치는 화장시리즈 뒤에 유머 미스터리 넣었어야만 했나?   

아련아련 한 여운으로 극장을 나서고 싶은데, 크레딧 올라가기도 전에 개콘 나오는 식 아니냐구요. 쳇쳇  

  

 

아야츠지 유키토, 전설의 관시리즈 나오고, 뭐가 더 나오나 싶었는데, 부지런히 나와주고 있다. 딱히 강추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뭔가 버릇처럼 읽게 되는 작가다. 몇몇 작품은 꽤 많이 재미나고, 몇몇 작품은 꽤 완소다.(<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이번에 나온 <어나더>는  

 


2011년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1위
201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제10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최종후보작
 

  

 

청춘미스터리라고 합니다. 표지 봐. 무서워요 ㄷㄷㄷ '본격 추리소설 + 호러 + YA'인가요?
난 어린이도(하지만 미치오 슈스케는 싫어!) 어른도 좋지만, 청소년은 미묘해. 비단 추리,판타지뿐만 아니라 청소년이란 종족은 내게는 너무나 미묘하고 애매한 종족.이다보니, 책소개에 '청춘'이라던가 '청소년'이라던가 나오면 흠칫하지만, 이 책은 좀 궁금.   

 

요 네스뵈의 <헤드헌터>  

작가 이름에서 나는 북유럽 스멜~ 노르웨이 작가다.  

'<헤드헌터>의 주인공은 낮에는 업계 최고의 헤드헌터, 밤에는 고가의 미술품 절도를 일삼는 범죄자다. FBI의 9단계 심문 기법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속내를 기가 막히게 읽어내고 비즈니스 업계 상위 1퍼센트의 자리에 자신이 추천한 사람을 어김없이 채용시키는 로게르 브론은 외관상으로는 부족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 
 
뭔가 화이트칼라 필 나지요? 하지만, 주인공은 전형적인 마초캐릭터, 닐 카프리는 게이잖아?  

북유럽 소설 좋아요. 노르웨이 작가 궁금해요. 네, 언능 사서 읽을께요.
잘 팔려서 작가의 해리 홀 시리즈도 ㄱㄱㅆ  

  

 

 북유럽 이야기 나온김에 <처음 만나는 북유럽 인테리어>  
북유럽 디자인으로 꾸준히 나오는 책 있는데, 한 번 읽으면 땡인 시간 때우기정도로 보였다면,  

이 책은 목차나 미리보기만 얼핏봐도 레퍼런스 용으로 소장할만 하지 싶다.  

아 이런 책 무지 좋아요. 일본에서 인기 있는 북유럽 코드는 뭐, 별로 놀랍지도 않게 우리나라로도 넘어오는데,그러다보니, 북유럽 디자인, 인테리어 책이 무지 많다. 일본에는.  

최사에서 자꾸 마리메코 보여주니깐, 마리메코 사고 싶던데, (아, 마리메코 무크지 부록 가방 예뻐요!)  

  

 

  60주년 가방. 퀄러티도, 마리메코 특유의 문양도, 그리고 심지어 책도! 이뻤지요.  

 

 

 

  

 

 

 

 

 

 

 

 

 

그리고 ... 두둥 -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이렇게 나오네요.
책을 왜 이렇게 내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몇 년째, 나올랑 말랑 하더니, 옷 새로 입었어.
이게 무슨 헌터헌터도 아니고, 작가가 안 쓰면, 독자는 안 기다려요. 적어도 나는 이 책에 대한 열광은 식어서 버린지 오래.  

지만, 열광의 잔재는 남아서, 맘 한구석 반갑다.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를 부탁해>    

 

<야구장 습격>은 그냥 투덜이 아저씨 짜증여행기였다.
<야구를 부탁해>는 어떨까? 표지는 예쁘네.  

손민한 사인볼 부록으로 주세요! 

  

야구의 야..자만 이야기해도 전날 소주 세 병쯤 마시고 잔것처럼 속이 막 쓰리다.  


야호새퀴   

 

 루이즈 페니의 <스틸라이프>  

올드핸드님의 페이퍼를 감동적으로 읽은 1인  

영국추리작가협회상, 캐나다추리작가협회상, 영미서점협회 딜리스상, 앤서니상, 배리상 5관왕에 빛나는 루이즈 페니의 데뷔작. 선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스리 파인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이 곪아있다. 추수감사절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고 스리 파인스의 집집마다 새로운 하루가 찾아든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라는 책소개 

올드핸드님이 추천하는 책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라고나 할까요.   

 

 

그 외 관심 신간들 :  

 

 

 

 

 

 

  

 

 

 

 

 

 

요즘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은 꽃다발 만들기, 스머프(절대 질리지 않아요! 21렙이랍니다.), 야구9단 (대리만족 야구게임 최강 ㅡㅜ ), 꽃시장 가기. 강기사에게 늘 들려보내는 꽃다발이며 꽃장식들은 종종 주문으로 돌아와요. 지금은 동생군 공략. 꽃다발 두 개쯤 나갔는데, 계속 열심히 공략해보겠어요. 동생이 꽃이 이렇게 예쁘고 공짠데 (...응? 이눔아!) 줄 사람이 없다고 무지 안타까워 하네요. ㅎㅎ  

미니부케 배달을 시작할까 해요. ( 다 있는데, 사소한거 하나가 없네요. ... 고객 -_-;;; 결혼할 때 사소한 남자가 없는 것과 같은) 샵에서 일해보니 샵가격이 조금씩 감이 잡히는데요, 제가 만든 미니부케는 진짜 얼토당토 않은 가격이죠. 한 달에 4만원에 다섯개를 원하는 요일에 배달하는거에요. 여기저기 배달 다닐 수 없으니, 9호선 라인의 역 한군데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한 다섯명만 되면, 발품파는 보람은 있겠는데 말입니다. 여름이고, 꽃값 좋을 때, 렙업 잔뜩 시켜 놓을 예정입니다. '샵에서 일하기'는 경험치가 팍팍 올라가요.  

꽃도 잡고, 책도 읽고, 아이스커피도 마시는 여름날은 잘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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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2011-06-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다섯번 꽃이 배달된다니~! 상상만해도 너무 멋져요>.< 9호선 라인이 아닌게 아쉽습니당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호선 라인중에 한곳!인거죠.. 오호.

하이드 2011-06-3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호선을 막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9호선 중에 한 지역을 시도해보려구요. 직장인 많은 지역. 이라고 하면, 어딘지 아시려나 ^^ 제가 일하는 시간이라면 신논현 픽업도 가능~
여튼, 이번엔 좀 와일드한 꽃다발이었지만, 다음엔 누구라도 좋아할 평범한(?) 핑크핑크 꽃다발을 만들어 가려고요.
겨우 열 몇개 만들었다고 담날 뻗었어요. 그 날 이거 말고도 일이 많긴 했지만, 여튼, 하루에 백개는 거뜬히 만들 레벨로 올리겠어요. 불끈 -

2011-07-0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예판 들어왔을 때 김태권 작가님은 뭐하고 계신가, 원망했겠지요.
이렇게 출간되고 나니 원망은 커녕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지름신 왕림! 마음 가는 대로 따르겠어요 ^^

하이드 2011-07-02 00:05   좋아요 0 | URL
십자군 이야기와 김태권 작가는 알라딘에서 여전히 잊혀지지 않고 인기있군요. ^^

스파피필름 2011-07-0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글에 등장하는 강기사가 누군지 오래전부터 궁금해서... ㅠㅠㅠ

하이드 2011-07-02 00:06   좋아요 0 | URL
강기사는 나이들어 꽃한다고 아둥바둥하고 있는 딸과 꽃을 날라주는 엄마에요. ^^ 전화번호 이름 저장이 엄마는 강기사, 동생은 나줘 (제가 무슨 말만하면 '나줘' 그러거든요) ㅎㅎ

BRINY 2011-07-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 3권이 나오긴 나왔군요. 1,2권을 갖고 있긴한데, 같은 작가의 '한나라 이야기'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글쎄요.

하이드 2011-07-02 00:07   좋아요 0 | URL
한나라 이야기는 안 읽었어요. 다행히(?) 별로 땡기지도 않았더랬죠. 십자군 이야기는 일단 서점에서 실물을 봐야겠어요.
 
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고토, 너 변했다." 무라노가 말했다.
"그래, 난 원하는 게 있어." 부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또 뭔데?"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뿐이야." 고토는 천천히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시간, 만족, 안식, 그리고 다이아몬드."   

무라노 시리즈는 하드보일드 여탐정 '미로' 가 주인공이다. 기리노 나쓰오가 워낙 남자여자다 보니 여자 작가가 쓰는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재미있다. 무라노 시리즈, 혹은 미로 시리즈를 보면, 간간히 미로의 아빠가 나온다. 이전에 야쿠자와 관련하여 탐정일을 했던 무라노 젠지. 줄여서 무라젠  

이 이야기 <물의 잠 재의 꿈>은 무라젠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탐정은 아니었던 무라젠. 특종꾼으로 일하다 사건에 말려들며 탐정이 된 무라젠. 그리고 이야기 속에는 우정과 사랑과 미로가 나온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고 멋진 미스터리다. 읽고 나서 솔직히 감탄했다. 우와 -  

우직한 성격의 그러나 한 번 파헤치기로 마음을 먹으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협에 굴하지 않으며, 보수주의적인 면이 있고, 자존심도 강한 무라노, 그의 친구인 셀러브러티 뺨치는 외모와 스타일의 자유주의자 고토, 고토를 사랑하지만, 그의 자유연애주의에 괴로워하는 사나에, 사나에를 사랑하는 무라노.   

고토와 무라노는 특종꾼이었다. 주간지에 소속되어 있는 특종을 따내고, 기사를 쓰는 특종꾼이다. 메인 신문이 저널계의 가장 위에 포진한다면, 특종꾼, 주간지의 특종꾼은 그 가장 바닥에 가깝게 위치하는 존재다.  

소카 지로라는 무차별 폭탄범이 시민들과 사회를 위협한다. 어느 날, 소카 지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폭탄이 설치된 지하철 같은 칸에 타고 있었던 무라노는 '소카 지로'에 대한 특종을 잡고자 뛰어든다. 그러던 중에 형의 부탁으로 조카인 다쿠야가 집을 나가 묶고 있던 셀러브리티의 집, 교과서에도 나오는 거장 작가의 아들이자 그 자신 그래픽 디자이너 겸 레이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카이데의 집에서 다쿠야를 데려와달라고 부탁 받는다. 다쿠야를 데려 나오면서, 그 집에서 나오고 싶어했던 다키라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무라노는 다키와 관련된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작가의 성별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분명 성별의 특성이 작품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장 이상했던건 알렉산더 매콜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시리즈. 매콜스미스가 남자인게 너무 이상해! 라는건 관계 없는 이야기이지만, 여튼, '하드보일드'는 남자의 장르. 하드보일드를 쓰는 여자 작가가 없는건 아니지만, 여자가 쓰는 하드보일드. 라는 느낌이었다. 기리노 나쓰오는 남성성이 강한 여자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쓰는 '여자 탐정'이 나오는(이것도 아주 희귀한 일이고) 하드보일드.라는건 나쁘지 않았지만, 아니, 꽤 좋았지만,  

미로 시리즈의 외전격인 무라젠이 주인공인 <물의 잠 재의 꿈>을 읽고 나니, 항복, 이건 하라 료나 사사키 조 못지 않은 강력한 하드보일드물이다. 이야기는 더 풍부하다. 난 미로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네 권 중, 외전격인 <물의 잠, 재의 꿈> 이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류의 시리즈는 그냥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되지만(등장인물의 성장과 인간관계보다는 에피 위주로 가는 시리즈) 이 시리즈에 스치듯 지나가는 이름들은 다른 시리즈에서 주인공인데, 그 각각의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확실해서, 스치듯 지나는 이번 권에 전혀 상관없는 이름들의 존재감이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혹은 순서대로 읽으면) 강력하다. 그러다보니, 한 권의 하드보일드물이 이렇게 광이 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로 시리즈를 패스하고, 이 책부터 읽는 것은 전혀 권하지 않는다. 이건 일종의 본편보다 재미있는 프리퀄이고, 프리퀄은 본편 다 보고 봐야 제맛이다.

"영화 속에서 마치에크와 여자가 묘비명을 읽잖아. '그대는 아는가, 불탄 재 속에 찬란한 다이아몬드가 숨어 있음을...' 아름다운 시야.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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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6-2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휘둥그레 @_@;
전 외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편인데 본편보다 더 재밌다니!!! (역시나 사기만 사놓고 안 읽었다는-_-;)
 
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키타자토 산고의 이야기에 교수는 경멸을 보였고, 시인은 옛 추억을 회고했다. 그 젊은 날의 기억으로 인해 그의 삶과 죽음은 화려하게 장식되었고, 추억하기 충분한 빛깔을 얻었다.
그리고 요시미츠는 암흑 속에서 자신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곱씹었다. 불황의 여파에 힘겨워하는 생활, 집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와 거부하는 아들의 눈치 살피기가 눈앞에 닥친 최대 문제다. 각 장면은 무섭게 긴박하지만, 그 속에는 한 조각의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아마도 번역본중 가장 인기 있었고, 어느 추리카페에서인가는 그 해의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했던 <인사이트 밀>이 '너무' '재미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로였다.  두 번째 번역본인 <덧없는 양들의 추억>, 단편연작집에서 갸우뚱, 재미도 있고, 스타일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싶었다. 세번째로 읽는 <추상오단장>은 너무 매끈해서 별로였던 첫인상을 바꿀만큼 인상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주인공인 요시미츠는 버블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죽은거나 다름없는 아버지, 기운 가세 때문에 역시 버블 부동산으로 폼 안나게 되버린 고서점 주인인 큰아버지 집에 얹혀 살게 된다. 일을 배울 생각도 없이 갑갑하고,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고서점을 찾아 온 한 여자. 자신의 아버지가 쓴 다섯 개의 소설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중인 대학을 다시 가고 싶었고, 큰아버지에게 더 이상 얹혀 살고 싶지 않았던 요시미츠는 한 편에 10만엔이라는 거금에 주인인 큰아버지 몰래 의뢰를 받아들인다.  

이야기는 요시미츠가 다섯 개의 단상, 짤막한 소설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중간중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액자식 구성으로 단편연작집.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겠으나, 단편 연작보다 더 긴밀하게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의 장편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야기는 모두 루마니아의 어느 마을을 가다 들은 이야기인데...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보게 되었는데... 하는 식으로 이국의 어느 곳에서 있었던 짧고 강렬하고, 심술궂은 이야기들이다.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섯 개 소설들의 결말 한 줄이다.  

이야기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리들 스토리' 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퍼즐의 전체 그림이 드러나면서, 반전도 있고, 반전의 반전도 있는 흡입력이 강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야기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며, 플롯도 훌륭한데다가, 스타일도 적당히 화려하며, 빈틈도 많아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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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6-2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미있겠어요. 이국의 어느 곳에서 있었던 짧고 강렬하고 '심술궂은' 이라니욧!!! 너무 매력적인 평이잖아요. >.<
제 머리를 '심술궂게' 꼬집어주는 이야기이길 바래요. 주문주문;;;

하이드 2011-06-26 12:27   좋아요 0 | URL
심술궂어요. ^^ 중간에 이야기들이 나와서 그런지 시마다 소지의 하늘도 감동시키는 어쩌구 생각났어요. 가볍게 읽기에 되게 재밌어요!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