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모스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좀 쌩뚱맞은 연결이란걸 인정하지만)
첫번째 모스.
오늘 아침에는 두 명의 남자가 무지무지 그립다.
어제 기아 경기에서 요즘 최고로 핫한 김선빈의 부상을 보았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는 큰 부상으로 쓰러지자마자 김상현이 옆에서 보고, 들것 가져오라고 다급하게 제스춰를 취하는 모습부터 감독, 투수, 타자 등 현장의 반응들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조범현 감독이 끝까지 벤치에 있는 걸 보고, 그리워졌다. 로감독님. (조감독을 비난하자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감독들이 선수 부상때 벤치에 있는 것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선수 부상이 염려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 나가서 선수 돌보는 감독님, (이 사람, 심지어 벤클때도 뛰어나간다. ^^;)
팬과 우리 선수들 최고라며 늘 치켜 올려주던 로감독님, 롯데에 있을때도 늘 사랑했지만, 지금 정반대로 선수 까고, 팬 까는게 장사이신 (모두까기 순페를 능가하는) 호9때문에 하루도 로감독님 이름이 롯데 야구 커뮤너티에 안 올라오는 날이 없다.
무튼, 오늘 아침 동생과 어제 경기 이야기하다가 로감독님 보고싶다며 징징 댔고,
그 때 나는 읽고 있던 버트란드 러셀의 에세이 (러셀 선생님!!!) 를 잠시 놓고, 다시 <라인업>을 펼치고 있었다.
제프리 디버 편을 가볍게 읽고, 콜린 덱스터로 넘어갔다.
아.. 모스 경감님 ㅜㅜ 돌아와요. 이거 엎어졌단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난 원서가 있지. 이사 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튼, 다시 찾아봐야겠다.




잡설이 무지 길었다. 말 많고 싶은 수요일 아침이다.
"내 자신에 대해 짧게 몇 마디 하겠다. 나는 평생 교육자로 일해 왔다. 처음에는 영국의 여러 초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가 청각을 잃어가면서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 후 옥스퍼드 대학 특별상임위원회에서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역사와 영문학 문제를 출제하는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라인업> 콜린 덱스터 편의 시작이다.

정말 미치게 좋아해서 출판사에 전화도 하고, 대형서점에 전화도 하며, 깔리자마자 채왔던 모스 경감 시리즈. 알라딘 서재가 가장 활발하던(지금보다 방문자수는 적었지만) 시절이기도 하다. 모스 경감 나왔다고, 다 같이 축제 분위기(라는건 내 기억이지만, 좀 오버일수도) 던 시절이었다. 판다님, 새벽별님, 등등등
아, 콜린 덱스터가 선생님이었구나.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역사와 영문학 문제. 풉 - (애정을 듬뿍 담은 풉 하는 웃음소리!)
1975년 추리소설 출판으로 유명한 맥밀란 출판사에서 모스 경감 첫번째 시리즈이자 콜린 덱스터 첫번째 소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가 나오게 된다.
" 이 소설에는 모스라는 이름의 형사가 나옵니다. "모스라고 불러줘요." 아주 매력적이고 유쾌한 여성이 그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대답했던 것처럼 그는 앞으로도 여러 번 이 말을 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 이제부터는 그를 모스라고 부르겠습니다."
짧은 글에 재미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위에 인용한 첫부분부텀도!
영향 받은 범죄소설 작가로 섹스톤 블레이크, 팅커, 에드거 월레스 (아무도 모르겠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번역된 책도 없는듯)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 이 분은 알지!) , 체스터튼과 셜록, 그리고 딕슨 카!
"이들보다 더 중요한 작가로 '불가능한' 밀실 트릭을 선보인 존 딕슨 카를 언급해야겠습니다. 나는 모스가 해결해야 할 그런 밀실 트릭 미스터리는 쓸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날 그렇게 열광시킨 것은 바로 '밀실'이란 요소였습니다."









" 또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이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소설 속에 아주 유쾌한 분위기의 도시, 거리, 술집들을 설정해 놓은 몇몇 작가들의 능력을 부러워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심농과 챈들러가 그런 작가들이죠. 나는 모스가 불려간 아주 많은(대부분 치명적인) 현장이 나온 페이지들 속에 옥스퍼드의 물리적 존재감과 옥스퍼드란 도시의 영혼이 스며들었기를 바랍니다."
쓰고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들은 소설 속의 장소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잘 표현해내는 작가들이다.
챈들러는 물론이고, 심농도!, 그리고 콜린 덱스터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작가 중 하나인 에드 맥베인!까지.
모스 경감은 ..
"감수성이 예민하며 가끔은 기이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남자입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외톨이 기질이 있고, 미인들에게(보통은 사기꾼들) 강하게 끌리며, 술을 좋아하고, 거의 항상 담배를 끊을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항상 좌파로 선천적으로 토리당에게는 표를 던질 수 없다고 느끼며, '독실한 무신론다'이지만 감리교 찬송가와 킹 제임스 성경과 버드(엘리자베스 왕조를 대표하는 영국 음악가) , 탤리스 (16세기 영국 교회 음악을 꽃피운 작곡가), 퍼셀(영국 바로크 음악을 발전시킨 작곡가)와 같은 교회 음악과 교회를 밝힌 촛불들과 향 냄새를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그는 시와 십자말풀이 퀴즈와 바그너의 애호가였습니다."
모스 경감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요즘 버닝하는 또 다른 경감님(책에선 반장이지만, 난 아직 경감이 익숙한) 매그레 경감이 생각나고, 자연히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
긴 고민은 아니었지만, 모스 경감 윈. 왜냐하면, 심농의 매그레는 좀 완벽하고, 흠이 없달까. 정의롭고, 훌륭한 사건 해결자이고, '인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지만, '인간적'인 것에는 좀 덜 완벽한 것도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건 매그레 잘났다. 고 추켜 올리려고 하는게 아니라, '흠'이 없는 캐릭터는 '흠'이라는게 평소 내 생각. 읽다보면 발견하려나.
모스 경감의 단점은 뚜렷하다. 이 쪽은 또 나름의 면에서 '인간적'이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부하들(특히 루이스)에게 칭찬도 잘 안 하는데다 대부분의 상관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는 괴팍하고, 경찰 절차에 대해 아는 바도 거의 없으며, 법의학도 대단치 않게 여깁니다. 자주 고집을 부리며 성질도 급하고 수사를 할 때는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지만 종종 엉뚱한 길로 빗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탐정치고 모스처럼 인색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이야기에는 이 뒤로도 깨알같이 재미진 에피소드들이 잔뜩이다. 모스 경감 이름 붙이기,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칭하는 덱스터의 데뷔작과 출판 편집자들, 그리고, 방송 이야기, 옥스퍼드 이야기, 배우 존 소우 이야기 등등. 모자람을 아는 겸손하고, 행운과 불운의 작용을 믿는 옥스퍼드의 작가, 콜린 덱스터.
모스 경감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고, 책에 나온 모스 경감 드라마 음악 이야기 들으니, 드라마 찾아보고 싶어 안달났는데 찾을 수가 없 ㅡㅜ 누구 어디서 다운 받을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제보좀요.
이전에 런던 여행할 때, 코벤트 가든의 어떤 호텔방에서 봤던 방송 중에 '기억에 남는 영국 드라마 특집' 이 있었다. 1위는 그 40년인가 50년인가 한 장수 드라마였고, 2위가 모스 경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모스 경감은 죽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나와 있다.) 존 소우도 실제로 죽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콜린 덱스터와 패트리샤 콘웰, 타임아웃을 들고 여행중이었던 내게 그 잠깐의 드라마 소개와 모스 경감, 루이스의 모습은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모스 경감 더 나와주면 좋은데, 새로 전집으로 나와도 십자군 이야기처럼 욕 안 하고, 감지덕지하면서 다 살텐데, .. 두 번 살텐데!
두 번째 모스는 다음 포스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