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사 일하는 곳으로 책을 주문했더니, 강기사가 책을 들고 오며, ' 너는 무슨 그런 이상한 책들을 주문했냐' 그런다.
'응?' 어떤 책들이더라, 봤더니, <살인방정식>, <도쿄섬>, <절망>, <날고 싶어>, <어둠 아래> ... 뭐, 이런 책들이다. ^^;
여튼, 엊그제 도착한 책들은 또 언제나 읽을지 모르겠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사실, 뛰엄뛰엄 읽은지는 꽤 되긴 했지만)
<라인업>이다.
작가들의 글발이 별로라는둥, 모르는 작가가 많아서 지루하다는둥의 글들만 의구심 가지고 봤던터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약간 불안한 감도 ... 전혀 없었다!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겐 정말이지 최고의 꿀단지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고 느낌표 꽝! 찍지만, 단서가 있긴 하다.
나처럼 잡다구리한 시대막론 동서양 미스터리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역사 미스터리가 좋아, 아냐, 일본 미스터리가 좋아, 추리하면 본격이지!, 미쿡 스릴러 짱! 취향없이 잡식성인 나같은 독자에게, 그리고, 미국이 배경인 '범죄소설crime novel' 을 좋아하는 독자들,
모르면 재미없어.가 아니라, 몰라서 재미있어 죽겠네. 인 독자들, 빠심이 너무나 강해서 이 두터븐 책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캐릭터의 뒷얘기가 단 한 줌 나와 있더라도 소중한 매니아에게라면,
이란 단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사실 별로 마구 권하고 싶지도 않다.(너가 지금 하는건 뭐? )
읽다보니, 점점 애정이 새록새록 솟아나가다 존 코널리에서 입맛을 쩝쩝 다시며, 뭐라도 쓰려고, 인터넷을 켰다. (인터넷을 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야구9단이지만 'ㅅ')


오, <모든 죽은 것들>은 번역되어 나와 있구나!








두번째 줄과 세번째줄이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시리즈' 되시겠다.
일단 시리즈 1탄인 <모든 죽은 것들>이 나와 있는 것은 좋다. 그 이후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1탄이 오픈하우스에서 나오긴 했던데, 오픈하우스건 랜덤하우스건 힘 좀 내 봐요! 으쌰-
언제 한 번, <라인업>에 나온 작가와 미스터리를 한 번 쫙 정리해봐야겠다.
존 코널리 바로 이전에 나온 마이클 코넬리. 는 번역되어 나온 작품이 많고, 매니아도 어느 정도 형성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라인업>을 파는데, 한 몫 크게 한 작가이지만, (혹은 -이라서?) 의외로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이야기도 깨알같이 재미났다.
코넬리가 범죄 기자 생활 하면서 보슈 캐릭터 만들어낸거, 보슈의 엄마에 대한 개인사는 코넬리가 LA에 갔을 당시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블랙 다알리아>의 제임스 엘로이의 이야기라는 거 ( 제임스 엘로이 자서전격인 이 책을 나도 아마 가지고 있;) 후에 코넬리가 제임스 엘로이에게 편지 써서 이 이야기 하며, 괜찮겠냐고 하니깐, 몇 주 후엔가 늦은 밤에 전화와서 '살해당한 엄마에 대한 프렌차이즈를 낸 것도 아닌 걸요, 당신의 책에 행운을 빕니다' 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 같은 거.
보슈가 원래는 피어스였다가 보슈가 된 이야기. (이것도 무척 맘에 드는 스토리다.) 등등
이 몇가지 에피소드만으로도 남은 분량 재미 없어도 충분히 건지고도 남았다.
다시, 존 코널리로 돌아가서, 아일랜드 작가인 존 코널리가 미국 배경의 글을 쓰게 된 이야기,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미스터리 소설에 나오게 된 이유 등을 풀어나가는건 꽤나 설득력 있고, 그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름만 접했던 존 코널리의 책을 사보고 싶게 만들었다. 아마존 뒤져가며, 있는대로 사들이던 시절이 있었지.. 만, 일단 번역된 것부터 읽어보려 한다. 그러고보니, 헌책방 뒤지며,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을 있는내로 사 들이고, 에드 맥베인으로 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한 작가는 누구더라.
때로는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거 전혀 알고 싶지 않고, 이야기 자체에만 몰두하고 싶을 때도 있다. <라인업>의 소식을 듣고, 꺼려졌다면, 그 대목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비하인드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단지,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살리기 위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기고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 자신이 최고의 미스터리 독자였던, 미스터리 작가들이 바로, 나처럼, 그들을 읽으며 좋아라 하는 미스터리 독자들처럼 미스터리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캐릭터 창조에 대한 고뇌와 에피소드들, ' 이 험난한 세상에서,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업계 최고의 작가들이 자문자답 하는 이야기. (-> 이부분이 특히 좋았다. 거창한 질문이지만, 과장이나 오버가 아니다. ) 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다른 책들도 찍접거리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 더 더 하지 싶은데,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읽는다면, 말릴 생각도 없지만.
덧붙임 : 난 체스터튼을 꽤 좋아한다. 책 읽다가 체스터튼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반짝 불이 켜진다. 이미 반짝 불 켜고 읽고 있었다면, 파팟 - 발광한다. <라인업>에 나오는 어느 아일랜드 작가왈(존 코널리다), 아일랜드가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어울리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유로, 아일랜드가 농업 사회였고, 체스터튼이 말했듯이, '범죄소설은 농촌보다는 도시적인 환경에 훨씬 더 어울리며 어떤 면에서는 도시적 삶의 시정과 관련이 있다고 고찰했다.'
사실, 이 시절도 좀 지나서, 시골 구석탱이 배경(..응?)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들도 이미 보편적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하지만, '도시적 삶의 시정'과 관련 있는 '범죄소설' 들에 대한 향수 비스무리한 것이 새삼 일깨워진 것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