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전쟁 - 자신을 사랑하는 법 via 여성의 속옷 역사 가치관 컬렉션 1
앰버 J. 카이저 지음, 허소영 옮김 / 상상파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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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탄 디오르의 주장으로 리뷰를 시작해야지. 


" 남성들은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주머니를 사용하지만, 여성들에게 주머니는 장식용이다." 


중세 시대 속옷의 주요 기능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속옷은 보온 외에도 거친 소재로 만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속옷이란 뭘까. 지금도 속옷의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남자만.

 

여자들에게 속옷의 기능은 추가된다. 몸매를 보정하기 위해, 가슴을 처지지 않게 하고, 돋보이게 하고, 골반을 커 보이게 하거나 엉덩이를 작아 보이게 하고,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고, 군살을 감추고, S라인을 만들어줌. 사탕껍질 옷 입을 때 속옷라인 보이면 안되니깐, 엉덩이 사이에 끈만 달아서 끈팬티 만든다. 남자들에게 퍼커블하게 보여야 하니, 섹시한 장식품 역할도 해야 하고, "예쁜 속옷은 여성들의 자존심이니깐" 자존심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아, 섹시한 속옷 입으면 kibun이 좋아지니, 자기만족 용도이기도 하다. 추가된 기능은 많은데, 위의 기능들을 넣느라 빠진 기능들도 있다. 몸을 보호하지 못하고, 조여서 소화불량을 일으킴. 피 안 통하게 해서 수족냉증이 생김. 겉옷과 몸으로부터 속옷을 보호해야 함. 


의복이 가진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의복이 가진 무언의 권력 때문일까. 의복착용권을 박탈함으로써 피지배층을 통제했던 역사적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 초기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는 노예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그곳 어디에도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노예는 없었다. 모두 벌거벗겨진 채, 구매자가 살펴보기 좋은 상품의 모습으로 진열되었다. 문화권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뀌어도 노예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강요된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남들 앞에서 벌겨벗겨진 상태가 노예임을 인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자신의 신체와 노동력조차 타인에게 통제된 노예들에게 이런 모습까지 강요한 것은 비인격적인 행위의 극단이다."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 직종들이 떠오른다. 


여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던 치마를 덮는 그 새장같은 기구들. 이게 비싸서 돈 있는 사람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는데, 1856년 기술 발달로 용수철 후프가 등장했다. 수십년동안 착용했던 엄청나게 무거운 크리놀린과 달리 후프는 가볍고 탄력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했다. 실루엣도 훌륭하게 만들어냈는데, 단 한가지 부족한 점은 안정감. 스커트는 쉽게 뒤집혔고,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났다. 


이 당시 속옷은 가랑이 사이가 터져 있었는데,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나서 

후프를 포기하거나 속바지를 꿰매야 했는데, 


속옷을 꿰매다니! 상반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19세기에 이르러 의복을 통한 성별 구분은 한층 강화되었고, 여성은 긴드레스가 공식이었는데, 1851년 제네바 출신 엘리자베스 스미스 밀러가 터키식 바지 비스무리한 블루머를 만들어냈다. 


1851년 뉴욕타임즈 편집국 

" 이미 미국 여성에게는 헌법이 공정하게 보장한 몫의 권리가 있다.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특권을 장악하려고 고집스럽게 몰입하는 그들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그렇다고 이 행동이 맹렬히 비난받을 만하거나 당장 억압되어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방식을 침해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성들의 방식 침해? 뭐라고? 


복장 개혁가와 여성 참정권자를 비웃는 한 남성의 글이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주머니가 발명된 이후, 주머니를 가지지 못한 자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었다. 그러므로 여성이라는 성별은 주머니가 없는 동안 결코 우리(남성)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 


주머니.. 주머니.. 이게 특히 열받는건, 지금도! 2021년에도! 21세기에도! 여성들의 옷에 장식주머니가 달려있거나! 뭐 넣지도 못하게 얕거나!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전쟁이다! 장식주머니 아웃! 얕은 주머니도 아웃!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여성들의 지위에 변화가 온 건 다 알지. 미국과 유럽의 여성들은 군수품 공장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버스나 기차에서는 차장으로, 전쟁터에서는 간호사로 일했으며, 경찰관과 소방관의 역할도 여성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드레스 차림으로 활동하기가 불편해져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마침내! 여성들은 난생처음 일상적으로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르셋에 들어가는 살대가 철로 만들어져서 여성들에게 코르셋 착용을 멈춰달라고 호소함. 

대의를 위해 조였던 끈을 풀어버린 여성들 덕분에 전함 한 척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2만 8천톤의 강철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들을 남성들처럼 편하게 둘 수는 없지! 이제 거들이 생김. 

1930년대 이상적 여성상의 모습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추가되었다. 예전에는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되어서 고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코르셋으로 몸을 꽁꽁 묶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분노하게 되는건, 여성 속옷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직도 여자 옷은 주머니가 얕거나 장식주머니라는 것이다. 

탈코르셋 물결을 타고, 일부, 한 줌의 한 줌 변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일부의 변화가 아니라 불씨이기를. 

꺼지지 않다가, 언젠가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코르셋 아웃! 



란제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여성은 기분이 좋아졌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광고는 이렇게 란제리의 새로운 이중적인 역할을 암시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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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생각나요.

하이드 2021-01-13 17:40   좋아요 0 | URL
그죠. 저 표지 사진도 되게 유명한 사진이래요. 모델 뒤에서 찍은 사진.
여튼, 지들 필요할 때만 코르셋 하지 말라고 하고. 진짜 코르셋 모아서 전함 만들었단 얘기 보고 놀랐어요.

2021-01-13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21-01-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네요. 전 주머니 없는 바지나 치마는 사지 않습니다. 왜 주머니를 안만드는지.
그래서 여성들 손이나 어깨에 핸드백을 들게 했겠죠.

오라오라 2021-02-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주머니가 많은 바지는 기능성은 좋지만 심미성이 떨어지지요. 요는 기능이 먼저인가 디자인이 먼저인가 같습니다. 군용 택틱컬 팬츠보면 주머니가 제법 많습니다. 다 제각기 기능이 있지요. 주머니가 있는 옷, 없는 옷 다 제각기 목적이 있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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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사건은 지금 이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뉴스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 사건은 몇 년에 걸쳐 뉴스를 볼 수 있어서 기억한다. 그리고, 스탠포드 수영 선수의 강간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최후 진술서가 세계적으로 바이럴을 탈 때, 나도 읽었고, 책으로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하고 김지은입니다.를 같이 묶어서 파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참 독한 책들이 묶여 있었구나 싶다. 

사람이 독하다는게 아니라, 책이 독하다. 


부조리를 뒤집은 글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판사는 탄핵되었고, 브록은 책 속의 누구 말마따나 성폭력의 얼굴이 되었다. 

진술서도 대단히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대필 의혹도 있었다고) 책 읽어보니, 글을 굉장히 잘쓰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작가로 커리어를 가꿔나갈테니, 작가라고 해도 되겠지. 회복하는 중에도 처음 간 코미디클럽에서 코미디 대본으로 대성공을 하는, 글도 잘 쓰고, 열정도 있고, 에너지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덤프트럭급의 사고에 내팽겨쳐져서 추스리는 몇 년간의 시간을 책으로 써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글을 너무 잘 써서, 5백페이지 넘는 피해자, 생존자의 이야기를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받은 오렌지색 서류철에는 이후의 반응에 대한 팸플릿이 있었다고 한다. 


" 0~ 24시간 : 무감각, 경미한 어지럼증, 알 수 없는 두려움, 충격. 나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카테고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주~ 6개월 : 건망증, 탈진, 죄책감, 악몽. 마지막 카테고리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6개월~ 3년 이상: 고립감, 기억이 갑자기 한 번씩 되살아남, 자살 충동, 일을 하지 못함, 약물 남용, 관계의 어려움, 외로움. 이건 누가 쓴거지? 누가 이 쓰레기 같은 종이에다 불길한 미래를 예언한 거야? 내가 이 얼굴도 모르는 우울한 사람의 시간표에 따라 살게 된다는 건가?" 


그리고, 독자는 그 시간표를 살아내는 샤넬을 읽게 된다. 


"나는 돈만 있으면 감방 문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이 여자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일어났을 때 남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사람들이 그 남자를 동정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내 끊긴 기억이 그에게 기회가 되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피해자가 된다는 건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 책을 오래 읽었는데, 사실, 이 책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별로 없다. 강간이 있었고, 목격자도 피해자도 있었는데, 언론은 유망한 수영선수인 가해자의 편을 들고, 피해자의 행실을 비난하고, 유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가해자를 선해해서 고작 3개월 감방에서 있다 나오는 판결을 내린다. 판사는 나중에 탄핵됨. 판사가 탄핵되는 거 빼고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 너무 매일 보는 이야기라서.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생존자가 되는 과정이다. 진술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저자의 글쓰기 멘토였던 소설가 앤 라모트와 연결된다. 


" 저는 당신이 걷어붙였던 소매를 다시 풀어 내릴 거라고, 그러면 깊고 깊은 내면에서 무언가가 당신에게로 돌아가서 당신이 무엇을 추구하거나 도전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알려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 위에서 부서져 내리려고 하는 파도 아래로 잠수하는 방법을 알지요?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혼란과 임박한 소용돌이에서 물러나고, 그 과정에서 한 조각 안식처를 찾기 위해, 기억을 상상을, 사색을 휘갈겨 적는 행위.."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단단해졌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람이 서로 잘 맞는다고 할 때 남자가 자신을 여자에게 끼워 넣는다는 생각이나 하지 그 외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귀는 색종이처럼 얇아서 내가 그의 가슴팍에 내 얼굴 옆면을 기댈 수 있게 해준다. 손가락은 엉키지 않고 깍지를 낄 수 있다. 한 손은 하나의 턱ㅇ ㅔ자그만한 의자가 되어줄 수 있다. 우리 몸은 구부러지고 접히도록 되어 있어서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편하게 받쳐준다. 우리에겐 아껴주어야 할 작은 부위들이 아주 많다. - P100

루카스가 떠나자마자 나는 나의 하루 안에서 아픈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복숭아씨 주위의 부드러운 곤죽이 되어가는 동안 가장 단단한 부분인 복숭아씨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 P139

사람들은 그의 미래가 마치 그가 그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통해 하루하루 만들어진다. 미래는 노력과 행동을 통해 조금씩 획득된다. 거기에 맞게 행동하지 ㅇ낳으면 그 꿈은 흩어지고 만다.

처벌이 잠재력을 근거로 삼을 경우, 특권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받게 될 것이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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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1-1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ow My Name 이 번역되었군요. 글을 잘 쓰더라고요. 그래서 더 읽기 힘들기도 했지만요.
작가가 트레버 노아의 데일리쇼에 나왔었는데 조곤조곤 말도 잘하고 보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어요.

하이드 2021-01-12 16:21   좋아요 0 | URL
네, 글을 엄청 잘 쓰는데, 책은 또 엄청 길고, 내용은 힘들어서, 몇 번에 나누어서 읽어야 했어요. 트레보 노아 데일리쇼 찾아봐야겠습니다.
 
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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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의미 있는 책을 읽었다.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은 가상의 45년생 윤영자씨의 일상을 그리며, 

우리나라의 평균 노년 여성 빈곤과 폐지 줍는 노인으로 폄하되는 재활용품 수집인을 보여준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가 2위와도 큰 격차로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 1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노인빈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성별임을 알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비혼을 이야기하기 전에, 혼자 사는 독신녀의 악몽으로 키우던 애완견에게 뜯어 먹혀 죽은지 한참 후에 발견되는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책이, 방송이, 사회가 그런 이야기들을 했지. 정작 고독사로 죽는건 50대 남자가 1위인데. 그러나, 요즘 이야기하는 혼자 나이들어 폐지 줍는 할머니 된다. 는 것은 사실에 근접해 있다. 


"여성과 남성의 생애 경로의 차이. 조사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아보면, 남성노인은 '출생'에서 '진학'에서 '취업'과 '결혼'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되는 경로를 거친다. 여성노인들은 남성인 파트너와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 나가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하자면, 가난한 여성노인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성 생애의 목표를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으로 삼게 하고, 따라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던 결과인 것이다." 


가상 인물인 윤영자가 1945년생인데, 1945년생은 2020년 기준으로 만 75세이며, 이 나이는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 면허 갱신의 시기가 5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한다. 신체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가득해지는 시기이고, 인구통계에서 후기고령자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 " 


노인빈곤과 재활용 산업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인데, 새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 과거 넝마주이의 일이 넝마주이와 고물상과 폐품 매입업자 사이의 단순한 거래 관계였다면, 지금 재활용품 수집노인은 이보다 더 고도화된 '관계'에 갇혀 있다. 이제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자원순환 정책과 재활용 산업에 매개되어 있다. 그렇지만 제도와 산업, 그 어디에서도 인정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위험한 일에 불과하다." 


재활용 문제는 환경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데, 재활용 산업 끄트머리에 법의 사각지대에 , 필요한 일이라 암묵하는,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이 찾는 재활용품 수거하는 일이 있다. 공동의 쓰레기통이 없는 제도와 산업의 빈틈을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노인들의 재활용품 수집은 제도로부터 재활용품을 '낚아채는' 일이다. 도시가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좁은 골목들에 정책과 제도라는 공공영역이 침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 앞과 골목에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인터뷰들을 통해 보고 들은 장면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처음 듣는 것도 있고, 알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위한 눈치 작전, 무거운 걸 많이 들고다닐 수 없고, 재활용품을 두고 화장실이라도 가야 하면 재활용품 모아둔 것을 도둑 맞고나 심한 경우는 카트까지 없어져서 집을 중심으로 재활용 내놓는 시간을 계산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건물주들이 공짜로 청소 시키고, 건물에서 나오는 재활용 가져가라고 하는 건 흔한 일, 남자 노인들이 리어카나 전동차 등을 이용하여 많이 싫고 다니는데, 여자 노인들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 재활용품 수거차와의 눈치 싸움을 하며 새벽 골목길을 오가는데, 지그재그로 다니면서 폐지등을 줍느라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해 죽기까지 한다는 것 등등 


여성노인들은 힘이 부족해서 뿐만 아니라 가사와 돌봄을 이유로 길에서 남성노인들에 밀리게 된다. 

수집하러 다니다가도 식사 시간에 밥해주러! 환자 돌보러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앞에 잠깐 얘기했던 '폐지 줍는 노인' 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면, 

이들을 돈을 주지 않는 '청소부'나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양해야 한다. 


"노인들은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지만, 이들은 '청소부'가 아니다. 버려진 것들을 주워 돈을 벌지만, 그 돈은 쓰레기를 버린 이들이 주는 게 아니다. 노인들의 행위는 같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청소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재활용 산업에서 발생하는 돈 일부를 스스로 취하고 있을 뿐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제안하는 것은 지금 당장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과를 내야 할 것들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 상당수가 가난으로 고립되어 있는데, 노인들과 지역사회가 상화의존하는 계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근근이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자립이 아닌 함께 모여 서로에게 의존하는 자립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할 수 있는 나이 동안 일해서 모은 돈으로 그 후로 몇십년을 살아가면서 가난해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에게 닥칠 문제이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비전과 액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IMF 위기 이후 노숙인의 모습을 거쳐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특히 노인들)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전후 세대 이전의 노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그들은 우리의 ‘불행한 미래‘일까? 가난한 노년을 다가올 불행으로 여기며, 그보다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일은 처참하다. 노인들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불행쿠키‘가 아니며, ‘반면교사‘도 아니다. 지금 닥친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노인들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49

종이상자의 생산량, 배출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노인을 착취하는 일을 심화시키고 있다.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종이상자의 사용량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집과 가게마다 다 쓴 종이박스의 배출량도 늘어났다. 그렇지만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은 폐품의 배출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를 하면 자신의 책임을 완수했다고 여긴다. 게다가 종이박스가 늘어나면, 노인들이 수집할 것도 생기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종이박스가 골목에 쌓여 있는 데 대한 책임은 대개 정부와 위탁 청소업자에게 있다고 여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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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 나를 인생 1순위에 놓기 위해 꼭 필요한 12가지 습관
제니퍼 애슈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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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서 연초 넘어오며 제니퍼 애슈턴의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를 읽었다. 

원제는 The Self Care Solution : A Year becoming happier, healthier and fitter - One Month at a time 


자칭타칭 자기계발 중독자인 저자는 의사로 일하며 의학전문기자로 방송출연을 하고, 운동도 매일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자기계발, 시간 관리, 연말과 연초에 읽어야 할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셀프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뭔가가 아닌, 나를 돌보기 위한 뭔가. 돌봄으로써 삶의 질이 올라가는 나 돌봄. 

별 생각 없이, 갑자기 금주나 해볼까, 한 달만 해볼까 1월에 시작한 셀프케어는 그 효과를 확연히 느끼게 되면서 매 달 새로운 것을 '실험'하게 된다. 


그 실험의 여정을 SNS에 올리고, 묶어 책으로 나왔다. 


" 나 역시 새해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이상의 목표를 세운다. 물론, 어떤 것이 진짜 유익한지 알고 있어도 새해 목표를 끝까지 굳건히 지켜 나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단 하나의 목표라면? 해 볼 만하다 느껴진다. 한 달이면 무언가를 실험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인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셀프 케어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매 월의 셀프케어 주제를 봤을 때, 나도 이런건 해봐야지, 대여섯개 골라뒀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목록의 대부분이 나의 셀프 케어 목록에 올라갔다. 


1월 금주의 달

2월 플랭크와 팔 굽혀 펴기의 달 

3월 명상의 달 

4월 유산소의 달

5월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달 

6월 수분 보충의 달 

7월 더 많이 걷기의 달 

8월 디지털 단식의 달 

9월 당 섭취 줄이기의 달

10월 스트레칭의 달 

11월 수면의 달

12월 더 많이 웃기의 달 


" 매달 시도하는 사소한 변화가 어떻게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궁금한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 얼마큼 휴식을 취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몸과 마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음식, 수면, 운동은 모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습관 하나하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순식간에 쌓인다. 같은 행동을 매주, 매달, 매년 반복하면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달리 말해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강력해져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건강뿐 아니라 행복까지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잇다는 얘기다." 


나는 나의 1월을 디지털 단식의 달로 정했다. 

올해는 책 읽는 캐퍼를 확 늘릴거고, 핸드폰을 덜 보고, 낭비하는 시간을 없앨거다. 저자가 시도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생활 전반을 확 바꿀 수 있는 것. 누구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것. 


저자의 열혈 자기계발 모드는 셀프 케어에도 적용되어, 바쁜 시간을 활용하는데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의사로서의 직업에서 나오는 리서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좋은 점을 모조리 찾아 적어두고, 습관을 가질 수 있는 팁들을 열가지씩이나 적어두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이 다 유용하고, 나도 해볼까? 생각 들게 했다. 

저자가 납작해진 배와 광 나는 피부와 가뿐한 몸, 늘어난 집중력과 안그래도 활기찬데 더 활기 샘솟고, 그런 자신 보면서 신나하는 것이 글로 막 전염된다. 다 지키지 못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못하는대로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내가 이거 해봐서 내가 못하는 줄 알았잖아. 안 해봤으면 못하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진짜 하길 잘했다!' 같은. 긍정 마인드, 성공 트랙의 인물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들한테 매일 달력에 동그라미만 백일동안 쳐보라고 해도 그걸 해내는 사람은 소수라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그거 듣고, 동그라미 치기 시작해봤다가 어느새 그만 둔 다수가 되었지! 


1월은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셀프 케어 목록 12가지 적은 것은 바꿀 수 있지만, 제일 필요하고, 제일 나를 변화시켜줄 것 같은, 그래서 제일 힘들 것 같은 것을 1월에 넣었다. 1월의 에너지로,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그 에너지로 가장 중요한 것을 해내고, 변하는 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 기억하라. 지금은 1월이다. 수많은 사람이 새해 결심을 하는 때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식습관 개선이든 방 안에 앉아 새해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당신 혼자일리 없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녁에 자기 전에 핸드폰 들여다보는걸 그만해야겠다 생각했고, 앱도 한 번 설치해봤는데, 며칠 하다가 포기하고, 지워버렸다. 그래서 나는 1월이 디지털 단식의 달, 스마트폰 덜 보는 달이다. 막상 며칠 해보니, 스마트폰으로 하는 몇가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유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첫째주는 잘 참아 나가고 있다. 대여섯시간 하던 걸 한시간 미만으로 줄임. 노트북 앞에 앉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도 꾸준히 쓰고 있지! 

나의 전략은 궁금한 SNS 소식은 노트북으로 보기, 하루에 서너잔 마시는 커피는 노트북 앞에서만 마시기이다. 

자기 전에는 책 읽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눈에 팥찜질 하면서 오디오북 듣는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셀프 케어들이 많다. 물 많이 마시기, 더 많이 걷기, 유산소 운동 하기, 코어 운동 하기, 간헐적 단식 하기, 채식하기, 잠 충분히 자기, 스트레칭 하기. 


제일 바꾸고 싶었던 스마트폰 덜 보기는 새로 시작한 몇 몇가지 때문에 스마트폰 적극 활용하지만, 그러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에 있어서 잘하고 있다. 한시간 락 걸어놨는데, 어제는 29분 썼고, 둘째주에는 30분 락 걸어둘 생각이고, 유지할 생각이다. 


긴가민가 하는 건 '명상'이다. 모두가 정말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하고 좋다. 역시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 중에 아침 루틴만큼은 아니지만, 명상이 있고, 나는 늘 명상의 효용을 의심하는 편인데, "수면 장애를 겪는 모든 환자에게 명상을 권한다" 라는 말이 있길래 7시간 반 수면의 달 도전할 때 명상도 같이 넣어볼까 생각중이다. 


유산소 운동 편에서 저자는 유산소 운동을 넣어볼까? 하며 덧붙인다. 매일 운동을 하는 저자는 몰랐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꾸준히 운동한다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이런 분이시다. 이런 분이신데, 매일 5분 코어 운동 도전에 그렇게 뿌듯해할 수가 없는 분이시기도 하다. 


저자가 계속 납작한 배와 광나는 피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크게 강박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 가장 완벽한 몸은 특정한 체격을 갖춘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이다.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고 얘기하고 있고, 그걸 일년 내내 실험하고 있어서.  


저자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건 채식 위주의 달이다.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음식이 고기 음식이라서. 

어느 밤에 해산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메뉴판에 소갈비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깃집인걸 알면 대비했을텐데, 해산물 집에서 고기를 보니 갈비 공격에 대비할 기회를 놓치고 심호흡을 한 뒤 초밥 곁들인 랍스터 요리를 주문한다. 메뉴에서 채소 요리를 찾아볼 시도조차 못하는데, "갈비 요리를 포기한 것만으로도 이미 내상이 너무 컸기에 좋아하지도 않는 이상한 근대 샐러드 따위를 주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싶지 않았다." 고. 


더 어려운 일도 있을거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월 별 도전을 할 때마다 월초 박탈감을 극복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매 번 겪어야 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깨닫고 더 잘 관리하고 집중력을 발휘해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저자가 실패한 것도 있다. 바로 '당 섭취 줄이기' 자신은 단 것 안 좋아해서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하며 시작하는데, "단 것을 거절할 수 없는 상태"라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당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던거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중독을 부추기는 상태. 


그동안 내가 도전했다 실패한 것들은 핸드폰 덜 보기, 간헐적 단식, 유산소 운동이다. 아, 백일동안 동그라미 그리기도. 

핸드폰 덜 보기와 간헐적 단식은 작심살일 정도나 했을까. 퀵 실패 했고, 유산소 운동은 한 달 정도 했던 것 같다. 

1월의 핸드폰 덜 보기를 잘 하면, 2월의 간헐적 단식도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 보니, 전략이 필요하다. 

의지가 아니라 전략! 시스템! 


1월 1일이 금요일이었어서 1월의 첫주는 1월 4일인 어제 시작한 기분이다. 

1월 첫 주 잘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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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21-01-0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 단식
진짜 단식 만큼 어려운 일 같아요
새해 복 ㅁ낳이 받으세요

하이드 2021-01-05 17:3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실패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줄여나가야할거 같아요.

오라오라 2021-02-01 16:28   좋아요 0 | URL
저는 디지털 단식 안해요. 뭘 하기전 이게 나에게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 먼저 생각해보고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어차피 디지털이라고 해도 아날로그가 디지털화 된것이니 적절히 통제만 하면 괜찮다고 봅니다. 이건 pc 통신 때 부터 버릇이 들어서 그런 것 같네요.

얄라알라 2021-01-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책과 목차가 비슷한 것 같아요. 꼭 읽어봐야겠네요. 비교해보게^^

하이드 2021-01-05 17:40   좋아요 0 | URL
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유부만두 2021-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부진 하이드님.

전 10월초에 금주 시작했다가 성탄절, 신년에 맥주 조금 마셨어요. 이게 끊어지네요? (아님, 늙은거임)
그런데 저도 디지털 단식이 힘들어요. 잘 땐 침대서 머얼리 놓고 자려고 노력하는데 새벽에 깨서 제일 먼저 누르는게 트위터니.. 참... 무슨 인싸도 아닌 주제에... 그렇습니다.

하이드 2021-01-07 08:55   좋아요 0 | URL
저는 트위터만 덜하면 될듯. 아침저녁으로요.. 근데 요즘 북스타그램 구경한다고 인스타 삼매경이랍니다. ㅋㅋㅋ

오라오라 2021-02-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몸은 스타팅 스트렝스라는 책을 보며 바벨운동으로 만들어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인중 30대 여자분께 책 추천해드리고 약간의 티칭만 해드렸는데 6개월만에 20대 때보다 더 좋은 몸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년정도 하시니 꽤 좋은 체형이 되었구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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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The Story of More 를 연말에 읽었다면, 나는 쇼핑을 좀 덜할 수 있었을텐데,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붉은고기들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닭가슴살 등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아침에 냉장고를 열면서, 지구는 달라졌는데, 나는 풍요롭고 자빠졌네. 이런 기분. 

나는 풍요롭지만, 달라질 수 있다. 별거 아니지만, 1월의 정기를 받아, 3일째 무소비데이를 이어가고 있다. 

워낙에도 1월부터 돈 안 쓰려고, 12월에 이것저것 쟁여놓은거긴 하다. (이런 바보를 부르는 이름이 독일어로 있을텐데..) 


모든 뉴스가 코로나로 통하기 전까지만해도 기후위기로 30년안에 어쩌지 않으면 망한다는데, 어쩔꺼냐! 초긍정론자답지 않게 비관론에 몸과 마음을 실었는데, 정신 번쩍 차리게 된다. 


코로나 팬더믹과 기후위기는 상쇄하고, 가속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코로나로 '비행기'가 멈췄다. 도시가 멈췄다. 

코로나로 배달음식이 늘어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폭.발. 했다. 


나는 코로나를 위기로 인식하고, 식량을 쟁였고, 그만큼 더 먹겠다고, 지구의 기후위기 초시계를 몇초나마 앞당겼을지도 모른다. 


책으로 돌아가면 

식량파트에서는  곡식, 가축, 물고기, 설탕, 음식물 쓰레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엄청나게 효율이 높아진 곡식재배, 거기에 때려붓는 살충제와 영양제, '온실'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석탄연료, 다 소비되지 못하고, 버리느라 또 소비되는 석탄 연료, 그걸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며, 전기와 석탄연료를 소비하는 아이러니.. 


가축파트는 늘 읽기 괴로워서 흐린눈으로 보는데, 


" 이 나라의 거대한 지역은 각기 다른 살육에 특화되어 있다. 네브래스카와 콜로라도, 캔자스의 대평원에서는 매년 3,00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된다. 아칸소에서 조지아까지 넓게 뻗은 '깃털 지대'에서는 매년 90억 마리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닭이 도살된다. 아이오와를 둘러싼 미국 중서부 위쪽 지역에서는 매년 1억 2,000만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고 있다. " 


" 매년 오스틴을 방문하는 700만 마리의 돼지 대부분이 스팸 형태로 그 마을을 떠나며, 스팸은 0.078초당 한 캔 꼴로 80개국에서 소비된다. 저녁 파티장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런 통계 수치를 내민 적은 없다. "자자, 이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가혹한 제안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고기에 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믿을 수 없으리만치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기에, 우리는 고기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 20세기 들어 모든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의미가 변했겠지만, 송아지만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 경우도 없다. 1950년대에, 송아지는 생후 3개월이 지나야 45킬로그램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이었다. 오늘날은 태어난 지 50일만에 90킬로그램을 넘어선다. 오늘날 젖소는 매일 20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이는 50년 전의 두 배가 되는 양으로, 다른 존재에게 젖을 먹이느라 시간을 보내온 누군가는 크게 감사할 통계 수치라 하겠다." 


곡물의 생산성이 놀라운 수치로 오른 것을 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동물의 생산성??이 놀라운 수치로 오른 것을 보니, 괴롭고. 육류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자원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비건이 되어야할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만들면 안되니깐, 일단 냉장고 비우고, 그 다음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붉은 고기, 몸에도 안 좋음. 


"담수의 30퍼센트는 고기를 얻기 위하 가축의 생산과 사육, 도살에 쓰인다. 감금 상태에서 도축을 기다리는 250억 마리의 소와 돼지, 닭에게는 엄청난 양의 약이 주어진다. " 이런 약들은 동물의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배설물과 섞여 방출되어 지표수에 스며들어 지하수로 흘러든다. 육류 생산을 위해 매년 16억 톤이 넘는 곡류를 먹인다. 동물에게 3킬로그램의 곡물을 먹여 얻는 고기는 0.5킬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10억 톤의 곡물을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10억톤의 곡물은 동물의 먹이로 소비되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1억 톤의 고기와 3억 톤의 분뇨다.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1킬로그램의 연어를 얻으려면 3킬로그램의 연어 먹이가 필요하고 

1킬로그램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킬로그램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양식장의 연어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바다생물 먹이 없어지고, 바다생태계 깨지고 지구멸망~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지구멸망 엔딩으로 가는 지독한 게임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게임이 아니고, 현실이고. 


다음은 설탕 이야기. 

1970년대에 전무했다가 2000년 전체 칼로리의 10퍼센트를 차지하게 된 그것, 액상과당의 가파른 사용 증가는 비슷한 시기 미국인들의 체중 중가와 겹쳐지며 비만의 만연과 액상과당의 책임에 관한 과학자들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한 옛날 형태의 설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969년 전 세계 인구는 6,000만 톤의 설탕을 소비했고, 그 후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세 배로 뛰었다. 


"우리 접시에 올라오는 이 모든 설탕과 고기, 채소, 곡류, 계란과 치즈 같은 유제품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음식물들은 어디서 끝을 맞게 될까? 

그 중 40퍼센트의 음식은 바로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아, 난 음식물 쓰레기 얘기만 나올줄 알았는데, 현대의 인간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싼다. 

1980년 이후 필라델피아 인구수는 그리 큰 변화가 없지만,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그때에 비해 매일 15퍼센트의 음식을 더 먹고 있다고 한다. 15퍼센트의 음식을 더 먹고 있고, 따라서 15퍼센트 더 많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중간점검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이 가장 커다란 과제이다. 


연료 파트를 요약하면, 친환경 에너지라 불리는 수력, 화력, 태양력, 바이오 연료들은 지금 소비되는 전력을 감안하면, 지극히 미미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와 또 다른 석탄연료를 소비함. 


왜 이렇게 빠르게 망해가고 있는데, 변화는 더딘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언가를 '덜'해야 하는데, 자본주의는 기업은 '덜'해서는 돈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30년 후에도 이 지구에 살고 있고, 그 후에도 살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하고, 그런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원 절약이 '풍요의 이야기'를 쓰도록 부추겨온 산업계와 완전히 불화를 이루지 않는 척하는 것도 소용없고, 지난 50여년 넘게 이어져온 소비의 증가가 더 많은 이익,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부의 추구와 관계 없는 척하는 것도 소용 없는 일이다. 이런 결합이 문명을 건설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주위를 둘러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다. 그런 추측이 모두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은 이 책에서 지금의 급박한 상황과 우리가 해야 할 일. 전지구적인 일에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는대신, 우리가 함으로써 바꾸어나갈 수 있는 '희망' 을 쓰고 있다. 


" 물론 희망은 있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나는 강하게 믿는데, 네가 그 희망을 스스로 지켜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내 삶이 채워져 있어서 나는 희망을 갖게 된다.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데이터를 모으느라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살마이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늦게까지 머물며 해수면 상승과 온도 상승과 극지방 해빙의 정확한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 과학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연구비는 모자라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일을 중단하는 데에는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나는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관해 좋은, 평범한, 망하지 않는 결말이 상상되지 않는데, 과정 또한 중요시 여기니, 내가 조금이라도 종말시계를 늦추고 있고, 그 시계를 늦추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고, 매일을 그 길을 걷는다면,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므로, 여섯번째 종말까지, 매일 사과나무를 심을거다.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 (121~ 180년)


"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 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 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제 잠시,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 P113

변화의 궤적을 바꾸는 개인의 잠재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977년 미국의 계관시인인 W.S. 머윈은 마우이의 쓰레기 하치장에 나무 심는 일을 시작했다. 40여 년이 흘러 약 8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그 땅에 400종이 넘는 열대성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자나무도 그곳에 보존되어 있다.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고 싶다면 이러한 행동이 필요하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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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1-01-03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의견이다!‘ 의견을 내보지도 못하고 죽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욕이 나네요. 하이드님 감사합니다.

하이드 2021-01-03 13:1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이지요? 가슴에 새기고 필요할 때 지지말고 꺼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