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The Story of More 를 연말에 읽었다면, 나는 쇼핑을 좀 덜할 수 있었을텐데,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붉은고기들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닭가슴살 등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아침에 냉장고를 열면서, 지구는 달라졌는데, 나는 풍요롭고 자빠졌네. 이런 기분. 

나는 풍요롭지만, 달라질 수 있다. 별거 아니지만, 1월의 정기를 받아, 3일째 무소비데이를 이어가고 있다. 

워낙에도 1월부터 돈 안 쓰려고, 12월에 이것저것 쟁여놓은거긴 하다. (이런 바보를 부르는 이름이 독일어로 있을텐데..) 


모든 뉴스가 코로나로 통하기 전까지만해도 기후위기로 30년안에 어쩌지 않으면 망한다는데, 어쩔꺼냐! 초긍정론자답지 않게 비관론에 몸과 마음을 실었는데, 정신 번쩍 차리게 된다. 


코로나 팬더믹과 기후위기는 상쇄하고, 가속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코로나로 '비행기'가 멈췄다. 도시가 멈췄다. 

코로나로 배달음식이 늘어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폭.발. 했다. 


나는 코로나를 위기로 인식하고, 식량을 쟁였고, 그만큼 더 먹겠다고, 지구의 기후위기 초시계를 몇초나마 앞당겼을지도 모른다. 


책으로 돌아가면 

식량파트에서는  곡식, 가축, 물고기, 설탕, 음식물 쓰레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엄청나게 효율이 높아진 곡식재배, 거기에 때려붓는 살충제와 영양제, '온실'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석탄연료, 다 소비되지 못하고, 버리느라 또 소비되는 석탄 연료, 그걸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며, 전기와 석탄연료를 소비하는 아이러니.. 


가축파트는 늘 읽기 괴로워서 흐린눈으로 보는데, 


" 이 나라의 거대한 지역은 각기 다른 살육에 특화되어 있다. 네브래스카와 콜로라도, 캔자스의 대평원에서는 매년 3,00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된다. 아칸소에서 조지아까지 넓게 뻗은 '깃털 지대'에서는 매년 90억 마리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닭이 도살된다. 아이오와를 둘러싼 미국 중서부 위쪽 지역에서는 매년 1억 2,000만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고 있다. " 


" 매년 오스틴을 방문하는 700만 마리의 돼지 대부분이 스팸 형태로 그 마을을 떠나며, 스팸은 0.078초당 한 캔 꼴로 80개국에서 소비된다. 저녁 파티장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런 통계 수치를 내민 적은 없다. "자자, 이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가혹한 제안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고기에 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믿을 수 없으리만치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기에, 우리는 고기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 20세기 들어 모든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의미가 변했겠지만, 송아지만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 경우도 없다. 1950년대에, 송아지는 생후 3개월이 지나야 45킬로그램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이었다. 오늘날은 태어난 지 50일만에 90킬로그램을 넘어선다. 오늘날 젖소는 매일 20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이는 50년 전의 두 배가 되는 양으로, 다른 존재에게 젖을 먹이느라 시간을 보내온 누군가는 크게 감사할 통계 수치라 하겠다." 


곡물의 생산성이 놀라운 수치로 오른 것을 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동물의 생산성??이 놀라운 수치로 오른 것을 보니, 괴롭고. 육류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자원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비건이 되어야할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만들면 안되니깐, 일단 냉장고 비우고, 그 다음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붉은 고기, 몸에도 안 좋음. 


"담수의 30퍼센트는 고기를 얻기 위하 가축의 생산과 사육, 도살에 쓰인다. 감금 상태에서 도축을 기다리는 250억 마리의 소와 돼지, 닭에게는 엄청난 양의 약이 주어진다. " 이런 약들은 동물의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배설물과 섞여 방출되어 지표수에 스며들어 지하수로 흘러든다. 육류 생산을 위해 매년 16억 톤이 넘는 곡류를 먹인다. 동물에게 3킬로그램의 곡물을 먹여 얻는 고기는 0.5킬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10억 톤의 곡물을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10억톤의 곡물은 동물의 먹이로 소비되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1억 톤의 고기와 3억 톤의 분뇨다.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1킬로그램의 연어를 얻으려면 3킬로그램의 연어 먹이가 필요하고 

1킬로그램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킬로그램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양식장의 연어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바다생물 먹이 없어지고, 바다생태계 깨지고 지구멸망~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지구멸망 엔딩으로 가는 지독한 게임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게임이 아니고, 현실이고. 


다음은 설탕 이야기. 

1970년대에 전무했다가 2000년 전체 칼로리의 10퍼센트를 차지하게 된 그것, 액상과당의 가파른 사용 증가는 비슷한 시기 미국인들의 체중 중가와 겹쳐지며 비만의 만연과 액상과당의 책임에 관한 과학자들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한 옛날 형태의 설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969년 전 세계 인구는 6,000만 톤의 설탕을 소비했고, 그 후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세 배로 뛰었다. 


"우리 접시에 올라오는 이 모든 설탕과 고기, 채소, 곡류, 계란과 치즈 같은 유제품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음식물들은 어디서 끝을 맞게 될까? 

그 중 40퍼센트의 음식은 바로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아, 난 음식물 쓰레기 얘기만 나올줄 알았는데, 현대의 인간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싼다. 

1980년 이후 필라델피아 인구수는 그리 큰 변화가 없지만,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그때에 비해 매일 15퍼센트의 음식을 더 먹고 있다고 한다. 15퍼센트의 음식을 더 먹고 있고, 따라서 15퍼센트 더 많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중간점검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이 가장 커다란 과제이다. 


연료 파트를 요약하면, 친환경 에너지라 불리는 수력, 화력, 태양력, 바이오 연료들은 지금 소비되는 전력을 감안하면, 지극히 미미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와 또 다른 석탄연료를 소비함. 


왜 이렇게 빠르게 망해가고 있는데, 변화는 더딘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언가를 '덜'해야 하는데, 자본주의는 기업은 '덜'해서는 돈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30년 후에도 이 지구에 살고 있고, 그 후에도 살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하고, 그런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원 절약이 '풍요의 이야기'를 쓰도록 부추겨온 산업계와 완전히 불화를 이루지 않는 척하는 것도 소용없고, 지난 50여년 넘게 이어져온 소비의 증가가 더 많은 이익,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부의 추구와 관계 없는 척하는 것도 소용 없는 일이다. 이런 결합이 문명을 건설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주위를 둘러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다. 그런 추측이 모두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은 이 책에서 지금의 급박한 상황과 우리가 해야 할 일. 전지구적인 일에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는대신, 우리가 함으로써 바꾸어나갈 수 있는 '희망' 을 쓰고 있다. 


" 물론 희망은 있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나는 강하게 믿는데, 네가 그 희망을 스스로 지켜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내 삶이 채워져 있어서 나는 희망을 갖게 된다.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데이터를 모으느라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살마이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늦게까지 머물며 해수면 상승과 온도 상승과 극지방 해빙의 정확한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 과학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연구비는 모자라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일을 중단하는 데에는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나는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관해 좋은, 평범한, 망하지 않는 결말이 상상되지 않는데, 과정 또한 중요시 여기니, 내가 조금이라도 종말시계를 늦추고 있고, 그 시계를 늦추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고, 매일을 그 길을 걷는다면,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므로, 여섯번째 종말까지, 매일 사과나무를 심을거다.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 (121~ 180년)


"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 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 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제 잠시,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 P113

변화의 궤적을 바꾸는 개인의 잠재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977년 미국의 계관시인인 W.S. 머윈은 마우이의 쓰레기 하치장에 나무 심는 일을 시작했다. 40여 년이 흘러 약 8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그 땅에 400종이 넘는 열대성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자나무도 그곳에 보존되어 있다.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고 싶다면 이러한 행동이 필요하다. - P22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21-01-03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의견이다!‘ 의견을 내보지도 못하고 죽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욕이 나네요. 하이드님 감사합니다.

하이드 2021-01-03 13:1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이지요? 가슴에 새기고 필요할 때 지지말고 꺼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