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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전쟁 - 자신을 사랑하는 법 via 여성의 속옷 역사 ㅣ 가치관 컬렉션 1
앰버 J. 카이저 지음, 허소영 옮김 / 상상파워 / 2020년 11월
평점 :
크리스탄 디오르의 주장으로 리뷰를 시작해야지.
" 남성들은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주머니를 사용하지만, 여성들에게 주머니는 장식용이다."
중세 시대 속옷의 주요 기능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속옷은 보온 외에도 거친 소재로 만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속옷이란 뭘까. 지금도 속옷의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남자만.
여자들에게 속옷의 기능은 추가된다. 몸매를 보정하기 위해, 가슴을 처지지 않게 하고, 돋보이게 하고, 골반을 커 보이게 하거나 엉덩이를 작아 보이게 하고,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고, 군살을 감추고, S라인을 만들어줌. 사탕껍질 옷 입을 때 속옷라인 보이면 안되니깐, 엉덩이 사이에 끈만 달아서 끈팬티 만든다. 남자들에게 퍼커블하게 보여야 하니, 섹시한 장식품 역할도 해야 하고, "예쁜 속옷은 여성들의 자존심이니깐" 자존심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아, 섹시한 속옷 입으면 kibun이 좋아지니, 자기만족 용도이기도 하다. 추가된 기능은 많은데, 위의 기능들을 넣느라 빠진 기능들도 있다. 몸을 보호하지 못하고, 조여서 소화불량을 일으킴. 피 안 통하게 해서 수족냉증이 생김. 겉옷과 몸으로부터 속옷을 보호해야 함.
의복이 가진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의복이 가진 무언의 권력 때문일까. 의복착용권을 박탈함으로써 피지배층을 통제했던 역사적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 초기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는 노예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그곳 어디에도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노예는 없었다. 모두 벌거벗겨진 채, 구매자가 살펴보기 좋은 상품의 모습으로 진열되었다. 문화권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뀌어도 노예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강요된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남들 앞에서 벌겨벗겨진 상태가 노예임을 인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자신의 신체와 노동력조차 타인에게 통제된 노예들에게 이런 모습까지 강요한 것은 비인격적인 행위의 극단이다."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 직종들이 떠오른다.
여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던 치마를 덮는 그 새장같은 기구들. 이게 비싸서 돈 있는 사람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는데, 1856년 기술 발달로 용수철 후프가 등장했다. 수십년동안 착용했던 엄청나게 무거운 크리놀린과 달리 후프는 가볍고 탄력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했다. 실루엣도 훌륭하게 만들어냈는데, 단 한가지 부족한 점은 안정감. 스커트는 쉽게 뒤집혔고,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났다.
이 당시 속옷은 가랑이 사이가 터져 있었는데,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나서
후프를 포기하거나 속바지를 꿰매야 했는데,
속옷을 꿰매다니! 상반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19세기에 이르러 의복을 통한 성별 구분은 한층 강화되었고, 여성은 긴드레스가 공식이었는데, 1851년 제네바 출신 엘리자베스 스미스 밀러가 터키식 바지 비스무리한 블루머를 만들어냈다.
1851년 뉴욕타임즈 편집국
" 이미 미국 여성에게는 헌법이 공정하게 보장한 몫의 권리가 있다.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특권을 장악하려고 고집스럽게 몰입하는 그들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그렇다고 이 행동이 맹렬히 비난받을 만하거나 당장 억압되어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방식을 침해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성들의 방식 침해? 뭐라고?
복장 개혁가와 여성 참정권자를 비웃는 한 남성의 글이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주머니가 발명된 이후, 주머니를 가지지 못한 자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었다. 그러므로 여성이라는 성별은 주머니가 없는 동안 결코 우리(남성)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
주머니.. 주머니.. 이게 특히 열받는건, 지금도! 2021년에도! 21세기에도! 여성들의 옷에 장식주머니가 달려있거나! 뭐 넣지도 못하게 얕거나!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전쟁이다! 장식주머니 아웃! 얕은 주머니도 아웃!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여성들의 지위에 변화가 온 건 다 알지. 미국과 유럽의 여성들은 군수품 공장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버스나 기차에서는 차장으로, 전쟁터에서는 간호사로 일했으며, 경찰관과 소방관의 역할도 여성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드레스 차림으로 활동하기가 불편해져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마침내! 여성들은 난생처음 일상적으로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르셋에 들어가는 살대가 철로 만들어져서 여성들에게 코르셋 착용을 멈춰달라고 호소함.
대의를 위해 조였던 끈을 풀어버린 여성들 덕분에 전함 한 척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2만 8천톤의 강철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들을 남성들처럼 편하게 둘 수는 없지! 이제 거들이 생김.
1930년대 이상적 여성상의 모습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추가되었다. 예전에는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되어서 고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코르셋으로 몸을 꽁꽁 묶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분노하게 되는건, 여성 속옷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직도 여자 옷은 주머니가 얕거나 장식주머니라는 것이다.
탈코르셋 물결을 타고, 일부, 한 줌의 한 줌 변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일부의 변화가 아니라 불씨이기를.
꺼지지 않다가, 언젠가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코르셋 아웃!
란제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여성은 기분이 좋아졌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광고는 이렇게 란제리의 새로운 이중적인 역할을 암시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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