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혼자서 소리소문 없이 쉬를 한다. 

조그만 주스 병부터 2리터 들이 생수병까지 가리지 않고 쉬를 하니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펫트병 중에 쉬를 해보지 않은 병이 없을 정도다.  

처음엔 쉬 할 때마다 변기에 가져다 붓고는, 그 재미로 나오지 않는 쉬도 억지로 짜내곤 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줌이 든 페트병이 집안 곳곳에 뒹굴고 있다.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되니 좀 편안하긴 한데  

병이 아니면 그냥은 하지 못하던 쉬를 이제 아무데서나 하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주로 문을 열고 문턱에 서서 쉬를 하다보니  

그 문이 욕실 문이라면 욕실 바닥에 쉬를 하는 것쯤은 너그러이 봐 줄 수도 있는데 

바깥으로 나 있는 문이 3개나 있다보니 신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승욱이 형이 생애 처음으로 떠나게 된 해외여행을 기다리며 

삿뽀로의 추운 날씨를 염려하여 운동화를 사 온 첫 날이자 여행떠나기 전 날 밤, 

반짝이는 새 운동화가 태민이의 오줌 세례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오후 엄마가 재민이 젖을 먹이고 있는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거실로 슥~ 걸어나가더니 

곧이어 또로로록~ 낯설고도 심상치 않은 소리가 이어졌다. 

아니나다를까 상 위에 놓여있던 오목한 그릇에는  

수영이모가 보내주신 맛있는 한라봉 한 조각이 노오란 액체 위에 동동 떠 있었다. 

(아침에 누나가 한라봉을 담아먹던 그릇이었나보다.ㅜ.ㅜ)  

 

그릇을 들고가서 눈 앞에 들이밀며 야단을 쳤지만 외면할 뿐이고, 

응아는 아직도 아무 말 않고 아무데나 무더기무더기 만들어놓을 뿐이고, 

어른 변기든 어린이 변기든 그 위에 앉으면 죽을 듯이 거부할 뿐이고, 

아무리 키가 아직 좀 작다고 해도 어른 변기 앞에서는 쉬가 안 나올 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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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재민이의 발달은 진행중이군요~ ^^

2009-02-1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02-1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 앞섭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는~.-.-;;;
저 한수 가르쳐 주세요~.^^;;;

miony 2009-02-18 10:20   좋아요 0 | URL
형,누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라는~.^^;;
이번엔 동생 산후조리 해주러 오셨던 큰엄마가 배변훈련을 다 시켜놓고 가셨답니다.

>>sunny 2009-02-1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욱이형... 불쌍하다....
암튼 산골소년도 언젠가는 적응(?)하리라!!!
 

요즘 말 비스무리한 것을 몇 마디 하기 시작했다.   

   

 

 

 

 

 

 

수민이에게 사주었던 책인데 보시다시피 도넛과 쿠키가 있고 

2 와 첫, 한, 글 을 손가락으로 짚어대면 읽어준다.  

 

 

 

 

 

 

 

   

이것이 바로 비스킷, 크래커,쵸코쿠키이고 역시 4 와 한,글 을 짚으면 읽어준다. 

이 책들의 제본한 옆면에도 콩알만한 글씨로 제목이 씌어져 있다. 

태민이가 손가락으로 짚으면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가 않을 때도 있고 

두 글자가 한꺼번에 가려지기도 해서 가끔 성의없이 대충 짐작으로 읽어준다.  

그런데 오늘은 <한>이라고 했더니 비난하는 눈빛으로 나를 휙 돌아보며 

<띳 !!!> 이라고 고쳐준다.  

일대일대응 수준의 이해는 하고 있는 듯 ^^;; 

 

그리고 이 책들의 첫 페이지에는 과제를 완성하면 붙여주는 손톱만한 칭찬스티커가 잔뜩 있는데 

첫한글엔 여러가지 과일과 채소가 등장한다. 

그것도 역시 읽어주는데  

고구마를 골랐다면 거기 보이는 고구마 스티커를 모두 짚어보이고나서야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여러 번 다시 짚어도 계속 감자라고 엉터리 이름을 대면 감자를 짚어보이기도 한다. 

 

첫한글에는 바구니에서 쏟아진 과일들이 도망가는 그림이 한 페이지에 등장하는데 

그것도 열심히 읽어달라고 하더니 큰엄마와 엄마, 아빠가 따라해보라고 애걸복걸했더니 

선심쓰듯 하는 말이 다음과 같았다. 

 

우박(처음으로 따라한 말로 지금까지 딱 2번 말했음) 

오도(1번)  

 

그리고 아라와 해빛나누나가 미니누나에게 선물한 다이어리에도 세 가지 과일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무척 좋아 해서 늘 읽어달라고 하더니 하는 말은,

 

뜨드(3번) 

 

그 외에 어느 동물의 울음소리 -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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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9-01-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수박,포도,딸기
야옹! ^^

>>sunny 2009-01-2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수박/포도..../?/? ㅋㅋㅋ
앞에 세개는 알겠는데 다른건 잘...ㅎㅎ

솔랑주 2009-01-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도 너무 보고싶어요.. 지리산 가기전 d-day 1일에 씀
 

태민이는 밥을 잘 먹지 않고 김치를 비롯한 반찬만 먹는다. 

물론 사이사이 고구마나 과일, 우리밀 건빵, 엄마표 팬케잌 따위의 간식을 먹어서 그렇겠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밥은 대엿새만에 한 번 정도 몰아서 먹는다. 

아무것도 없이 밥 그릇에 밥만 떠 먹거나 물이나 건더기 없는 국물에 말아서 열심히 먹는 것이다. 

평소에는 온갖 찌개나 국에 넣은 두부나 무만 건져먹고 생선이나 고기도 잘 먹는다. 

매운 것을 좋아해서 김치찌개 국물만 후루룩 쩝쩝 소리내어가며 떠먹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오신 손님 조카는 석 달 동안 꿀만 먹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말렸지만 맛있는데 왜 그러냐는 항변에 그냥 두었다니 그 쪽 부모님도 어지간히 강심장이신가 보다. 

얼마 전에 애들 위에 나쁜 줄 모르고 한꺼번에 꿀 달라는대로 주다가  

아빠가 보시고 벼락 내리신 날이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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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만 먹어도 별탈이 없다면 좋겠죠~~ 매운 것도 잘 먹는 태민이!
오호~~~

솔랑주 2009-01-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매운것두 잘 먹는다니..

밥을 몰아서 먹는다는 이모의 표현이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sunny 2009-01-2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매운걸 잘먿는 탬니ㅎ_ㅎ
난 두부 싫어..하는건아니지만 잘 안좋아해ㅋㅋㅋ
 

태민이가 만 38개월 사흘만에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하룻밤을 잤다. 

뭐 거창하게 어디로 가서 따로 잔 것은 아니고 엄마가 잠든 옆방에서 큰엄마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큰엄마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고 하시면서 2주 연이어 주말에 다니러 오셨다가 

이번 주에는 아예 이틀 주무시면서 여기저기 쓸고 닦고 요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시고 

가장 중요한 재민이의 주례행사인 목욕을 시켜주고 방금 돌아가셨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큰아빠와 같이 다니러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도 

수민이는 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어젯 밤만 해도 "네 밤만 자면 다시 오신다니 내가 무슨 걱정이겠어?"하며 큰소리 뻥뻥 치더니... 

아뭏든 동생들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니까 울지 않지만  

자기는 다 커서 뭘 아니까 더 슬프다는 누나는 

고모가 또래 사촌언니들과 부곡 하와이에 가서 눈썰매도 타고 수영도 하자고 간곡히 청해도 

도저히 엄마랑 떨어져서 지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시골방이라 짐을 전혀 들여놓지 않아도 무척 좁아서 다섯 식구가 같이 자기 힘들기 때문에 

미니는 아빠랑 옆방에서 같이 자자고 아빠가 아무리 달래고 을러도 그것도 싫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 점점 날씨가 추워지자  

그 동안 지내던 구들장 윗목에 해당하는 방에서 아랫목인 옆방으로 다시 거처를 옮겼더니 

우풍은 전혀 없어 좋지만 방이 무척 뜨겁고 답답해서 미니랑 태민이는 나름대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거실에서 뒹굴거리다 벌떡 일어나서 큰엄마가 주무시는 가운뎃 방으로 들어간 태민이는 

늘 그렇듯이 새벽에 한 두 번 벌떡 일어나 앉아서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 후에 

엄마 옆에 파고들어 누워 엄마 턱 밑에 두 손을 밀어넣고 다시 잠드는 일을 큰엄마와 함께 했다. 

지난 번 작은 큰엄마가 다니러 오셨을 때는 그 옆에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엄마가 아니라고 뛰쳐나와 옆에 있는 엄마 방문을 박차고 뛰어들어왔었는데  

어제는 시원한(!) 큰엄마 방에서 하룻밤 자려고 마음 먹고 그 방으로 들어갔던가 보다. 

방학동안 아빠 일도 돕고 아이들과 놀아주러 온 승욱이 형이 가르친대로 

요즘은 아기 변기통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윗도리 옷자락을 끌어올리고선  

혼자 쉬를 하는 것도 참 다행이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고 응아는 아무데나 하지만 올 가을 쯤이면 유치원 문턱도 넘어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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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엄마가 아이들은 엄청 이뻐하시네요~~ 그러기 쉽지 않을텐데... 보기 좋아요!
쉬도 혼자서 처리하고 엄마 품도 떨어져 자고... 쑥쑥 커나가고 있군요.^^

소나무집 2009-01-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동생을 보더니 좀 의젓해진 건 아닌가요?
자다가 엄마 찾아 벌떡 일어난 태민이가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막내도 잘 크고 있지요?

미설 2009-01-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어머니가 참 고마우시네.. 수민이가 짠하다..

알맹이 2009-01-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치원 꼭 갈 수 있길.

2009-01-1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디어 책에 나온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름을 물어본다. 

보통 아이들처럼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을 주로 쓴다는 것이 다를 뿐! 

아니나다를까 99퍼센트는 먹을거리를 묻고 나머지는 숫자이다.   

좋아하는 옥수수, 토마토, 고구마, 딸기, 귤 등이 단골손님이고 그 옆에 같이 그려져 있는 것들도 한 두 번 짚어본다.

주차장에서도 세워져 있는 차들 사이를 돌며 번호판을 되풀이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옥수수 어디있니?  

하고 물어보면 어쩌다 한 번 선심쓰듯 가리켜보일 뿐 늘 짚어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부러 엉터리로 말해주면 두 세 번 다시 짚어보고 아니라는 뜻으로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한 가지 사물에 한 가지 사진이어야 하지  

여러가지 쿠키가 있다고 해서 다  쿠키라고 읽어주면 틀렸다고 한다. 

쿠키 3종류가 같이 있는 사진엔 비스킷, 크래커, 쿠키라고 정해놓고 읽어준다.  

 

쉬나 응아를 하고 싶으면 바지를 다 벗었는데  

요즘은 큰엄마가 가르쳐주신대로 쉬 할 때는 반쯤만 내린다. 

어린이 변기를 포함해서 변기에 앉으라면 질색을 하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종이를 깔고 응아하는데 

어쩌다 스스로 종이를 가지고 와서 응아를 하는 날도 있고 

어쩌다 쉬하고 싶다고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어린이 변기로 데려가는 날도 있다. 

밤새도록 깨지않고 자는 덕분에 이불에 쉬하는 일이 거의 없고  

큰엄마는 옷에 싸는 일이 없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하신다. 

그런데 큰엄마가 가시고 나니 또 하루종일 지켜보고 쫓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선지 또 바닥에 쉬하곤 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으면 물건을 던지는 버릇은 여전한데 

재민이가 태어나고 나니 더욱 위험한 습관이라서  

던질 때마다 공기 가르는 소리가 휙 나도록 회초리를 때렸더니 

많이 아팠던지 서너번 맞고 나서는 회초리 맞아야겠다고 하면 먼저 가서 회초리를 집어든다. 

오늘도 재민이 젖 먹이는 사이에 누나쪽으로 작은 블럭을 집어던져서 맞아야겠다고 했더니 

얼른 일어나 방 밖으로 도망을 쳤다. 

젖을 다 먹이고 나서 다시 맞아야겠다면서 방문을 나서니 

얼른 앞서가더니 창고 앞 계단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뭘 하나 지켜보았더니 회초리를 숨겨놓았다가 들고 나오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조금만 의사소통이 되면 던지지 말라고 조목조목 설득을 할 수도 있으련만 

처음에 나쁜 버릇을 제대로 바로잡아주지 못한 엄마 때문에 이제와서 고생이니 참 안쓰럽다.  

 

<됐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큰엄마 윗도리 단추를 채우고 됐다!라고 했더니 그 말의 가락이 맘에 들었는지 당장 따라했다. 

그 이후로는 모든 단추와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 됐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수시로 기분 좋으면 아무때나 소리치기도 한다. 

뜻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또렷한 발음으로 말하는 단어가 하나 생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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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히 성장발전하는 중이군요~~~

2009-01-02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9-01-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귀여운 탬니♥

솔랑주 2009-01-1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많이 큰 것 같아요 ~~ '됐다'뜻을 아는 것 같아요..

비스킷, 크래커, 쿠키 부분이 재밌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