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책에 나온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름을 물어본다. 

보통 아이들처럼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을 주로 쓴다는 것이 다를 뿐! 

아니나다를까 99퍼센트는 먹을거리를 묻고 나머지는 숫자이다.   

좋아하는 옥수수, 토마토, 고구마, 딸기, 귤 등이 단골손님이고 그 옆에 같이 그려져 있는 것들도 한 두 번 짚어본다.

주차장에서도 세워져 있는 차들 사이를 돌며 번호판을 되풀이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옥수수 어디있니?  

하고 물어보면 어쩌다 한 번 선심쓰듯 가리켜보일 뿐 늘 짚어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부러 엉터리로 말해주면 두 세 번 다시 짚어보고 아니라는 뜻으로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한 가지 사물에 한 가지 사진이어야 하지  

여러가지 쿠키가 있다고 해서 다  쿠키라고 읽어주면 틀렸다고 한다. 

쿠키 3종류가 같이 있는 사진엔 비스킷, 크래커, 쿠키라고 정해놓고 읽어준다.  

 

쉬나 응아를 하고 싶으면 바지를 다 벗었는데  

요즘은 큰엄마가 가르쳐주신대로 쉬 할 때는 반쯤만 내린다. 

어린이 변기를 포함해서 변기에 앉으라면 질색을 하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종이를 깔고 응아하는데 

어쩌다 스스로 종이를 가지고 와서 응아를 하는 날도 있고 

어쩌다 쉬하고 싶다고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어린이 변기로 데려가는 날도 있다. 

밤새도록 깨지않고 자는 덕분에 이불에 쉬하는 일이 거의 없고  

큰엄마는 옷에 싸는 일이 없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하신다. 

그런데 큰엄마가 가시고 나니 또 하루종일 지켜보고 쫓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선지 또 바닥에 쉬하곤 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으면 물건을 던지는 버릇은 여전한데 

재민이가 태어나고 나니 더욱 위험한 습관이라서  

던질 때마다 공기 가르는 소리가 휙 나도록 회초리를 때렸더니 

많이 아팠던지 서너번 맞고 나서는 회초리 맞아야겠다고 하면 먼저 가서 회초리를 집어든다. 

오늘도 재민이 젖 먹이는 사이에 누나쪽으로 작은 블럭을 집어던져서 맞아야겠다고 했더니 

얼른 일어나 방 밖으로 도망을 쳤다. 

젖을 다 먹이고 나서 다시 맞아야겠다면서 방문을 나서니 

얼른 앞서가더니 창고 앞 계단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뭘 하나 지켜보았더니 회초리를 숨겨놓았다가 들고 나오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조금만 의사소통이 되면 던지지 말라고 조목조목 설득을 할 수도 있으련만 

처음에 나쁜 버릇을 제대로 바로잡아주지 못한 엄마 때문에 이제와서 고생이니 참 안쓰럽다.  

 

<됐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큰엄마 윗도리 단추를 채우고 됐다!라고 했더니 그 말의 가락이 맘에 들었는지 당장 따라했다. 

그 이후로는 모든 단추와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 됐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수시로 기분 좋으면 아무때나 소리치기도 한다. 

뜻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또렷한 발음으로 말하는 단어가 하나 생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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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히 성장발전하는 중이군요~~~

2009-01-02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9-01-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귀여운 탬니♥

솔랑주 2009-01-1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많이 큰 것 같아요 ~~ '됐다'뜻을 아는 것 같아요..

비스킷, 크래커, 쿠키 부분이 재밌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