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이가 만 38개월 사흘만에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하룻밤을 잤다. 

뭐 거창하게 어디로 가서 따로 잔 것은 아니고 엄마가 잠든 옆방에서 큰엄마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큰엄마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고 하시면서 2주 연이어 주말에 다니러 오셨다가 

이번 주에는 아예 이틀 주무시면서 여기저기 쓸고 닦고 요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시고 

가장 중요한 재민이의 주례행사인 목욕을 시켜주고 방금 돌아가셨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큰아빠와 같이 다니러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도 

수민이는 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어젯 밤만 해도 "네 밤만 자면 다시 오신다니 내가 무슨 걱정이겠어?"하며 큰소리 뻥뻥 치더니... 

아뭏든 동생들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니까 울지 않지만  

자기는 다 커서 뭘 아니까 더 슬프다는 누나는 

고모가 또래 사촌언니들과 부곡 하와이에 가서 눈썰매도 타고 수영도 하자고 간곡히 청해도 

도저히 엄마랑 떨어져서 지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시골방이라 짐을 전혀 들여놓지 않아도 무척 좁아서 다섯 식구가 같이 자기 힘들기 때문에 

미니는 아빠랑 옆방에서 같이 자자고 아빠가 아무리 달래고 을러도 그것도 싫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 점점 날씨가 추워지자  

그 동안 지내던 구들장 윗목에 해당하는 방에서 아랫목인 옆방으로 다시 거처를 옮겼더니 

우풍은 전혀 없어 좋지만 방이 무척 뜨겁고 답답해서 미니랑 태민이는 나름대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거실에서 뒹굴거리다 벌떡 일어나서 큰엄마가 주무시는 가운뎃 방으로 들어간 태민이는 

늘 그렇듯이 새벽에 한 두 번 벌떡 일어나 앉아서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 후에 

엄마 옆에 파고들어 누워 엄마 턱 밑에 두 손을 밀어넣고 다시 잠드는 일을 큰엄마와 함께 했다. 

지난 번 작은 큰엄마가 다니러 오셨을 때는 그 옆에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엄마가 아니라고 뛰쳐나와 옆에 있는 엄마 방문을 박차고 뛰어들어왔었는데  

어제는 시원한(!) 큰엄마 방에서 하룻밤 자려고 마음 먹고 그 방으로 들어갔던가 보다. 

방학동안 아빠 일도 돕고 아이들과 놀아주러 온 승욱이 형이 가르친대로 

요즘은 아기 변기통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윗도리 옷자락을 끌어올리고선  

혼자 쉬를 하는 것도 참 다행이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고 응아는 아무데나 하지만 올 가을 쯤이면 유치원 문턱도 넘어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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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엄마가 아이들은 엄청 이뻐하시네요~~ 그러기 쉽지 않을텐데... 보기 좋아요!
쉬도 혼자서 처리하고 엄마 품도 떨어져 자고... 쑥쑥 커나가고 있군요.^^

소나무집 2009-01-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동생을 보더니 좀 의젓해진 건 아닌가요?
자다가 엄마 찾아 벌떡 일어난 태민이가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막내도 잘 크고 있지요?

미설 2009-01-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어머니가 참 고마우시네.. 수민이가 짠하다..

알맹이 2009-01-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치원 꼭 갈 수 있길.

2009-01-1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