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숫자를 알게 되었다. 

4 어디있니? - 이렇게 물어보면 손가락으로 짚는다. 

6과9가 비슷하다는 것을 의식하는 듯 자주 이어서 읽어달라고 가리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말 할 수 있는 숫자는 2와 아(5) 뿐이어서  

문고판 그림책 25번 또는 52번이라든지 2와 5가 많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 등에 열광한다. 

3까지는 쓸 수도 있다. 

어찌나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모양도 그럴 듯 하게 무척 잘 쓴다.  

 

책이나 방바닥, 벽, 창호지 등 종이류는 물론이고 

베개, 이불에도 잔뜩 써놓았다. 

어느 날엔 재민이를 씻겨 안고 나오니 닦이려고 펼쳐놓은 수건에도 2가 현란했다. 

어제는 먹던 아이스바를 가지고 써내려간 2들이 통유리창 위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팔과 다리, 배와 가슴도 2와 3으로 디자인된 무늬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숫자 읽기와 쓰기 말고도 요즘 열심히 하는 또 하나의 놀이는 가위질이다. 

제대로 가위를 잡지도 못하지만 두 손가락을 고리에 걸고 수직으로 세워서 잘도 자른다. 

종이 조각이 방바닥 한 가득 깔리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가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잘라대고 있어서 가위들을 모두 숨겼다. 

 

그리고 드디어 화장실에 혼자 올라앉아 응아를 했다.  

이제 아무데나 널린 응아를 치우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나 좋다. 

하지만 엄마가 모르는 새 혼자 응아를 하면 뒤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것도 언젠가는 해내겠지! 

가을부터 하루 중 한 두 시간이라도 유치원에 함께 가 놀다 올 수 있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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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7-1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태민(훈남태민)! 태민이 적성이 수학일지도 몰라요 이모 나중에 태민이 수학 잘하나
보세요!!
 

아직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다보니  

아랫마을에 내려가 어르신들께 막무가내로 행동해서 죄송하긴 했지만  

손주처럼 귀여워하고 이해를 해주시니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신고 나갔던 신발들과 입고 나갔던 바지를 아무데나 벗어 던져놓고 오는 바람에 

아랫마을 할머니가 챙겨서 가져다 주시는 것이 한 보따리였고,

축대 아래로 집어던진 땔감용 나무토막이 거짓말 안 보태고 1톤 트럭 한 대분이 되어서  

하루는 날을 잡아 주워서 싣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참았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들어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외할아버지 근심이 컸지만 

웬만큼 쏘다니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길래 가두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세발자전거를 타고 한낮의 땡볕 속에서  자동차 길을 따라 2~300m를 가서  

근처 산길 중에 가장 가파른 길을 자전거에 앉아 한 발, 한 발 내려가는 것을 아빠에게 들켰다.

아직 핸들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이 발 한 번 잘못 놓으면 수십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판국이니

이제는 목숨이 달린 문제라 밖으로 통하는 문 3군데에 모두 걸쇠를 달았다.   

 

이젠 새벽에 아빠가 밭일을 하거나 닭을 돌볼 때 주위를 맴돌거나, 

하루에 두 세번 할머니 댁에 올라가 퍼즐을 가지고 놀거나 낮잠을 한 숨 자거나 

집에는 없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가끔 얻어내거나 하는 것이 집 밖 나들이의 전부다.

날씨가 좋으나 흐리나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엄마와 동생과 무료한 날들이다. 

 

엊그제는 방학을 한 승욱이 형도 오고, 며칠 내린 비도 개고,  

아침이라 시원한 바람도 한 줄기 부는데다   

거의 가택연금 상태로 지낸 날들이 오래여서 불쌍한 생각도 들길래  

가봐야 아랫마을 아니면 할머니 댁 마당이리라 편하게 생각하고 문을 나서는 걸 잡지 않았다. 

저녁에 들이닥칠 손님들이 있어 오래간만에 청소하느라 바쁜 마음에 잠깐 잊고 있다가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소리쳐 불러보아도 기척이 없어서 찾으러 나서는데 

출근한 아빠가 전화를 했다. 태민이 어디 있느냐고,, 이웃집 나라엄마가 전화를 주셨다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거실에 들어와 있더라나?  

 

또래가 사는 이웃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네 집은 산길을 따라 30분 쯤 걸어내려가야 하는 곳이다. 

하루 전에 예약하면 나라아빠가 철마다 산에서 따 온 나물무침과  

버섯을 넣어 국물이 맑은 백숙으로 깔끔한 상을 차려내는 나라네서 손님들과 저녁도 먹고

무엇보다 갇혀지내는 아이들 산책도 시켜줄 욕심으로  

그 전날 저녁에 아이들 손을 잡고 나라네까지 걸어내려가긴 했다. 

만나는 산딸기 나무마다 딸기 하나씩 따 먹고 다리는 좀 아팠지만 신나게 걸었다. 

나라네집 냉장고를 열어젖히고 요구르트 한 줄을 얻어내기도 했고 

나라가 가진 블럭을 차지하려고 한 바탕 눈물바람도 했다. 

그것들 중에 무엇이 좋았던 모양인지 집을 나서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걸었던가보다. 

 

산길을 따라 하염없이 죽 내려가지 않고 

가다가 샛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다 묶여있긴 해도 들머리에 큰 개가 짖어대는 나라네로 들어가 준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승욱이 형이 미니누나와 함께 가서 데리고 왔는데 품에는 나라 블럭을 안고 왔다. 

몇 개를 탑처럼 쌓아서 손에 들고 내달아서 뒤에선 나라가 펑펑 울었단다. 

 

아뭏든 산길을 혼자서 30분 이상 주저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덕분에 

태민이는 얼마동안 더욱 강력한 가택연금 상태에 놓일 것이다. 

아이가 다치거나 죽는다는 상상도 무섭지만, 사라져버린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창 밖으로 푸른 나무와 산들이 햇살아래 내다보이니 집안에 갇힌 아이들이 더 안타깝다. 

 

선선할 무렵 재민이를 업고 함께 산책을 나선다고 해도  

한 번 잡은 발길을 적당한 곳에서 집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 꼼짝없이 함께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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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더불어 사는 줄 알았더니 심각한 가택연금 상태군요.
아이의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없을 것 같아 더 안타깝네요.
누가 종일 붙어 다닐수도 없고...
 

형이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이제 곧 만 7개월이 되는 동생이 한 바퀴 굴러가서  

자기 손가락 보다 짧은 형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그러쥐고 흔들었다. 

형은 맥없이 " 아, 아." 끙끙거리는 소리를 낸 게 고작이다. 

엄마가 달려들어 동생을 야단치고 꼭 거머쥔 손가락을 풀어주었다. 

그러자마자 형은 동생에게 다가와 코에 뽀뽀를 해준다.

요 몇 달 동안 아무리 아빠가 해보라고 해도 하지 않았는데... 

- 그 정도는 괜찮아, 엄마가 야단쳐도 형은 용서해줄께 - 

뭐 이런 얘기를 한걸까? 

 

아뭏든 동생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형이 동생을 해꼬지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앞으로도 그렇게 잘 돌보아주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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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6-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7개월이군요. 세월 정말 빨라요.
뽀뽀까지... 정말 착한 형이네요.
둘째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요.^*^

2009-06-0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니 맨발로 맨 땅을 누비고 있다. 

자갈밭, 시멘트 포장 위, 흙바닥, 감자밭 온갖 곳을 거리낌없이 다닌다. 

지난 겨울 날씨가 차가워지자 알뜰하게 신발을 찾아신는 버릇이 들었는데 

다시 맨발의 사나이가 된 것은 따뜻한 날씨 탓만이 아니다. 

잠깐 누그러졌던 물건 던지는 취미가 다시 활활 살아나서 

땔감으로 쌓아놓은 장작과 각목 따위를 틈만나면 축대 아래로 집어던진다. 

엄마한테 들켜서 회초리를 맞고 울기도 하고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서 곪기도 하건만 도무지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신발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주로 신고 다니던 노란 장화가 한 짝만 보이더니 

누나 운동화 한 켤레와 구두 한 켤레가 사라졌고 

아빠 등산화가 보이지 않으며, 오늘은 마지막 남은 자기 운동화까지 없어져버렸다. 

엄마도 재민이 젖 먹이고,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해야하니 

하루종일 그 뒤를 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잠깐 방심하면 어느 새 어디론가 빠져나가버린다.  

찾아나서기 전에 유리창 밖을 휘둘러 보면 

어느 날은 마을 길을 오르내리고 있고 

어느 날은 풀섶에 앉아 돌멩이를 던지다가 흙 구덩이에 드러누웠다 엎드렸다 하고 

어느 날은 축대 아랫길 한가운데 서서 하염없이 온갖 노래를 허밍으로 부르고 있기도 하고  

(3월 한 달동안 시험삼아 몇 곡이나 부르나 적어보았더니 몇 소절 정도지만 30곡 이상이었다.)

감자랑 함박꽃 모종 물 주는 호스로 한참 놀기도 하고 

마당에 있던 세발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면서 어떻게 용케 끌고 내려가 축대 밑 빈 터에 갖다놓기도 하고 

오늘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가슴이 덜컥 했는데 

외할아버지가 외출하고 안 계신 빈 집에 들어가 뭐 먹을 거 없나 냉장고를 살피고 있었더랬다. 

며칠 전에는 점점 마을에 더 가까이 내려가다보니  

아랫마을 할머니를 만나 과자 한 봉지를 얻어서 의기양양하게 할머니 손을 잡고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그 날 저녁, 다음날 아침, 점심 연거푸 그 집을 찾아가  

과자 달라고 떼를 쓰고 도무지 올라오려 하지 않아서  

재민이는 울려놓고 허위허위 내려가 데리고 와야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또 내려갔는지 빈 집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고 다른 집 할아버지가 데려오셨다. 

그나마 같이 손 잡고 가는 사람이 없으면 아래로 난 찻길이나 위로 난 산길로는 가지 않고 

집 주변만 빙빙 도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는건지... 

외할아버지는 그래도 이러다 한 번 산으로 길을 잡아 들어가면 찾지도 못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다. 

또 여기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자동차들이 오히려 속력을 내며 달려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것도 걱정이다. 

산 아래서 지냈던 작년 여름처럼 위, 아래 커브길이라 시야가 짧은 도로에 수시로 뛰어들거나 

옷도 안 입고 땡볕에 혼자서 계곡에 내려가거나 

가게에 가서 아토피에 좋지 않은 음료수,아이스크림, 과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막무가내로 가져오거나 

피서 온 낯선 사람들이 많은 아랫길을 잡아 하염없이 걸어내려가던 것보다는 낫지만 

어딘가처럼 손목이나 가슴에 줄을 매어놓고 못 돌아다니게 잡고 있을 수도 없고, 에휴~! 

하루에 흙먼지 투성이 바지 너댓벌을 갈아입는 것이야 세탁기가 빨아주니 그렇다 치고 

틀림없이 어딘가에 가져가 내던졌을 신발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있을 법한 수풀 언저리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운 곳들이어서 포기해야 하려나? 

아뭏든 결국 노란색이랑 흰 색 고무신 여러 켤레를 주문해 놓았다.    

아직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아무데나 응아를 하는 까닭에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혼자 놀자니 

아빠가 점심 드시러 오실 때랑 퇴근해서 올라오실 때  

쏜살같이 쫓아나가 문을 잡고 서서 콩콩 뛰며 너무나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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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오랜 나날이 지나고 

밖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름을 크게 두어 번 부르면 드디어 대답을 한다. 

" 어- !"  

짧고 단호한 소리에 메아리가 뒤따른다.  

전에는 눈에 띌 때까지 종종거리며 찾아다녔는데  

그 한 마디에 할아버지 댁 마당에 있는지, 닭장 옆에 있는지, 마을 길에 내려가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편하다. 

그런데 집안에서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뭏든 조금씩이지만 자라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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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3-2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한 번 아이들 보러 가고 싶어요.
남편이 돌아오고 시험보고 7월쯤에나 가능하려나...

2009-03-2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09-03-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행이다! 축하해..

2009-03-26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9-03-2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무럭무럭 자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