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설 -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
천소영 지음 / 창해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물"이라는 단편적인 주제로 문화 유적을 결부시켜 그 속에 담겨 있는 전설을 오늘에 되살린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국문학과 교수인 천소영이 글을 쓰고, 사진 작가 김동현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꾸며진 책이 바로 <물의 전설>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인문과학 위주의 책을 주로 발행하는 '창해' 출판사의 책인데 이 책 이외에는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후속 간행본이 없으니 자못 기다림의 시간이 늘어지는것만 같다.

 이 책은 크게 1. 물, 그 생명의 기원 2. 전설이 흐르는 강  3.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세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대충 짐작을 하였겠지만 물과 관련된 전설을 문헌 사료를 근거로 하여 직접 문헌사료에 나타 난 지역을 찾아가서 그곳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써내려간 글이다. 저자의 말 처럼 이 책은 글로 쓴것이 아니라 발로 쓴것임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신격 위주의 신화와 달리 전설은 인간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단지 전설에 의하면...이라고 시작되는 내용에서 전설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지는 사실적 근거가 있는 지역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예전에 모 라디오의 인기프로였던 "전설따라 삼천리"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내용은 저자가 <월간조선>에 4년간 연재했던 것을 다시 엮은 것으로 이 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진작가 김동현의 카메라 렌즈가 갖는 예술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진에다 저자의 답사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판단하여 예술성을 더한 사진이 이 책에 그득하여 기분이 좋다. 책 표지의 양수리 느티나무와 물에 잠긴 고사목의 적절한 배치부터가 매우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표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전설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참고로 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저자가 직접 그 지역에 가서 듣고 기록하여 알려주는 전설도 상당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문헌자료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또한 문헌자료를 통한 저자의 문화유적에 대한 식견이 해박함도 느길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비단 물과 관련된 전설뿐만 아니라 인접한 여러 내용도 충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의 분류를 놓고 조금은 고민을 했다. 이 책을 '우리 문화'의 분류 체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길 떠남의 매력..여행'이라는 분류체계로 구분할 것인가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은 문헌에 근거한 전설을 담고 문화 유적의 답사를 겸하는 여행서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의 판형은 포켓판으로 여행에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약간의 덧붙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구수하게 들려 줄 수있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하나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구태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 책의 발자취를 찾아 여유롭게 다녀 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꾸며진 내용이기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 특히 책장 구석구석에는 지명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그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도록 하였다.

 이런 좋은 책은 손에 들어오면 우선 마음이 기쁘다. 뭔가 활력을 넣어주는 책이기 때문이고 그 활력은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의 저자가 선험하였던 발 길을 따라 우리 나라의 물골을 찾아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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