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술사 동문선 문예신서 90
세키노 타다시 지음, 심우성 옮김 / 동문선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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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술사>..... 이 책을 주문할때 부터 많이 망설였다. 물론 세키노(關野貞)에 대해 잘 몰라서도 아니고 또한 '조선미술사'라는 제목이 무거워서도 아니다. 간간이 조선사학회에서 발간되었던 자료도 뒤져보고 했던지라 구태어 세키노의 저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나왔음에도 왜? 배송이 되어 내 손에 들어왔음에도 표지조차 열어보기가 힘들까?

잘 알려져있다시피 세키노는 그의 조수 야츠이 세이이치(谷井濟一)와 함께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를 간행한 인물로 우리 나라의 각종 유적들을 샅샅이 뒤진 인물이다. 그에게 임무가 주어져서이건 또는 스스로이건 그는 우리 나라의 유물은 거의 직접 확인을 하였었고, 사진과 현상(現相)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나마 조선고적도보가 있기에 우리는 옛 유물의 형태가 어떠하였고,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알 수 있으며 당시 어렵게 촬영한 사진 자료는 지금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음은 그가 일제의 앞잡이로서의 역할을 했던 아니었던가를 떠나 매우 중요한 일을 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낙랑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고분출토품, 기와,조각,회화,탑,부도,회화 등 우리 문화재에 대하여 분류하고 설명한 그의 '조선미술사'를 선뜻 열어보지 못한 이유는 전문가 수준에서 우리 문화재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것에 대한 일말의 거부감과 그 후의 한국학자들의 연구가 과연 세키노의 연구와 비교하여 얼마나 진전이 있었을까? 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는 그동안 국내 학자들의 논문이나 저서를 통하여 익혀왔던 나의 문화재에 대한 관점이 바뀔수도 있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며 분명히 느낄수 있는것은 누가 뭐라해도 세키노는 우리 미술사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는 우리 문화재에 대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 실린 글을 연재하던 1900년대초의 중국과 일본의 문화재와 우리 문화재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등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후 우리 학자들에 의하여 조사된 내용이 세키노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세키노의 관점이 정확했음을 입증한다고 하겠다. 물론 역자 심우성이 느낀대로 일제의 식민통치의 정당화를 추구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조선미술사>가 갖는 의미는 최초의 한국미술사로서 우리의 문화재를 다뤘다는데 있다 할것이다.

세키노의 역사관은 자못 우리의 미술을 중국의 모방미술로 인식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이는 후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미술을 습합하여 독창적인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었음을 밝혀 나가고 있다.1900년도 초반의 우리 미술사의 실상을 세키노는 당시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대하여 현재의 우리의 미술사학을 재는 잣대를 기준하여 왈가왈부하며 그의 업적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런면에서 보면 어쩌면 '세키노'의 <조선미술사>의 한국어판은 더 일찍 번역되었어야 했던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한세기가 흘러간 다음에야 접할 수 있는 우리의 미술사이지만, 이제는 거부감과 두려움을 털고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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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1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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