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사의 비밀
웨난 외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일빛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손에 들어오는 소책자로 마치 오래된 고서를 연상케 하는 표지가 우선은 마음에 든다. 이 책자는 인도에서 열반에 든 부처의 舍利가 어떻게 중국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법문사의 지궁에 사리를 모시게 된 배경을 고고학적 발굴과정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며 '픽션처럼 꾸민 글'이다.

지하궁전의 우연한 발견이 세계적인 고고학적 화제로 떠오르며 이 지궁에서 발견된 부처의 指骨사리가 바로 1천년 넘게 잠자고 있던 측천무후와 아육왕의 불심과 더불어 당시에 유행했던 사리신앙의 실상을 소설처럼 전개했지만, 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발견된 자료를 중심으로 발견후에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곁들인 하나의 발굴 보고서인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넌픽션으로 보기 보다는 '픽션처럼 꾸민 글'이라고 하고 싶다.

불사리를 모시기 위한 제반 도구를 '사리장엄구'라고 하는데 이를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직접 법문사를 찾아가 유물의 사진을 보고 유물에 관한 설명을 들은 바, 모든것이 책의 내용과 일치함을 알수 있었다. 많은 소제목을 달고 있으나 필자 웨난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처의 지골사리와 이를 모시기 위한 여러겹으로 만들어진 사리장엄구의 예술성과 문화유적, 특히 불교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한다면 될것이다.

이 책이 전문가를 위한 책으로 꾸며졌다면 아마도 몇 페이지를 못넘기고 책장을 덮었을 것이나 웨난의 고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한 유려한 문체가 끝까지 책을 붙들게 만든다. 하지만, 혹시 이러한 웨난의 문체로 인하여 '픽션처럼 꾸민 글'이 정말 픽션으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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