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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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복수 이야기라는 광고에 혹했다. 딸들에 대한 아버지들의 사랑은 무심코 지나갈 수 없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유독 아버지들의 눈물에 약한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다행히(?) 가슴 무너지는 슬픔이 생각보다 없었다. 쌀쌀한 밤에 침대에 누워 이불 푹 뒤집어 쓰게 만든 소설!

 

사랑하는 외동딸이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는 아버지의 수기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적한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딸 요리코. 경찰에서는 근래 일어난 연쇄성폭행범의 범행이라며 결론을 내리지만 아버지 니시무라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언제나 단정하고 예의바르던 딸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직접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단편적인 정황 증거들 뿐이지만 결국엔 범인을 추적해내고, 범인에게 복수한 뒤 자살을 결심하는 니시무라. 사랑하는 딸 요리코를 위해 저지른 범행이지만 십사년전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홀로 두고 떠나야 함에 미안하고 가여운 마음뿐이다. 하지만 니시무라의 자살은 미수로 끝나고 혼수상태에서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재수사를 하게 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 하게 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한 가정이지만 그 속에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감정들과 관계들. 사랑하는 딸의 비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한 아버지의 이야기일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실 추구에 대한 의미가 조금 퇴색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추리 소설이니까 그 정도쯤은 가볍게 넘겨줄 수 있다.

 

요즘은 살인 사건의 수사 방법도 많이 바뀌어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조금 오래된 소설이라 아날로그적인 수사 방법들이 조금 낯설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 소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비극 시리즈라 하던데 다음 편도 기대해 본다.

 

 

page. 101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page. 252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그냥 놔두면 사라지기 마련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 소문을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물론 애초에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럴싸한 소문은 꼭 사실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문은 진실이 돼버리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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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꿀
렌조 미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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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회귀천 정사'로 만났었던 작가이다. 나와 코드가 맞질 않았던건지 그동안 활발하게 읽던 일본 소설을 작가의 소설때문에 한동안 멀리 했었다. 일본 소설을 멀리하게 된 이유가 꼭 작가나 소설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분명한건 '회귀천 정사' 이후 일본 소설을 뜸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많은 실망을 했지만 이번에는 유괴 소설이라는 말에 살짝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카나코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케이코가 있다. 남편과의 이혼 뒤 인쇄소를 운영하는 친정집에 같이 살게 되면서 인쇄소 직원인 카와타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카나코는 아들 케이코가 유치원에서 벌에 쏘였다는 전화를 받은 뒤 카와타와 함께 유치원으로 달려가지만 유치원 선생은 카나코가 케이코를 벌써 데리고 갔다는 엉뚱한 말만 한다. 아이가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유괴범은 전화 통화에서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지 않는다. 더불어 자신이 아이의 아빠라고 우기며 사람들을 큰 혼란에 빠트린다.

 

이상한 점 투성인 케이코의 유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거듭되는 사건과 반전 속에서 용의자를 추려내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추려낸 용의자가 내 예상을 빗나가는 것도 거듭된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책장도 쉽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중반 이후 늘어지는 속도감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인 재미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장르가 장르인만큼 늘어지는 속도감은 읽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쓸데없고 너무 작위적인 후반부 100페이지 정도의 이야기에서는 적지 않은 실망도 했었다. 팜므 파탈이라고 소개하는 등장 인물은 여왕벌이라는 상징 외엔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기까지는 캐릭터가 약해 보였다.  

 

결국에는 나에게 나쁜 점만 보이는 소설이였나보다. 딱 중반부까지만 좋았던 소설. 일본 소설을 또 멀리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요즘엔 워낙 좋은 일본 소설들도 많으니 많은 실망은 하지 말아야겠다.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작가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으로 작가와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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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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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붐이라고 할 정도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가의 책 두 권이 새롭게 나왔다. '유리고코로'라는 제목도 특이했고, 예쁜 표지와 달리 살인이야기라는 말에 귀가 팔랑. 작가의 다채로운 이력까지... 호러 서스펜스 대상을 받았던 '9월이 계속되면'도 보고 싶었지만 막장의 진수라는 말에 호흡이 길어질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유리고코로'를 읽었다.

 

애완견을 돌봐주고 훈련도 시켜주는 카페를 운영하는 료스케. 가게에서 같이 일하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사라져 정신이 없다. 그러나 불행은 끊임없이 료스케를 괴롭힌다.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선고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 마음 추스릴 시간도 없이 료스케는 하루 하루 버텨내고 있다. 그래도 아픈 아버지가 걱정되어 매일 집으로 찾아 간다. 아버지가 잠깐 외출한 틈에 서재에서 보게 된 의문의 노트들. 어렸을때 바뀐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기억나면서 빨려들 듯 노트를 훔쳐보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래된 노트에 쓰여진건 누군가의 살인 보고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소위 말하는 '싸이코패스'에 대한 소설이다. 하지만 피가 철철 넘쳐 흐르고 잔인한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온기가 넘치는 살인 보고서, 감성적인 살인자의 살인 고백인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도 없고 결말이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는 미스터리 소설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반전도 조금 있었고, 다른 소설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없는 감성적인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 있었다.

 

오래된 노트 네 권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이지만 현실의 료스케 이야기보다 노트에 쓰여진 살인 보고서가 더 흥미로웠다. 전반적인 소설의 내용과 노트에 쓰여진 이야기의 연계성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 따로 분리될 수 있었던 노트 속 이야기를 현재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 놓아 료스케의 어떤 부분과 맞물리게 될지 궁금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page. 129

어떤 스위치가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실은 당신이라는 말을 위해 준비된 장소가 처음부터 제 안에 있었고, 그 곳에 딱하고 당신이 맞아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 남자만 2인칭. 당신만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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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타살의 흔적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강신몽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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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미국 수사물 드라마가 인기였을때(지금도 변함없지만..) 그 드라마들을 보며 법의관들은 나에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물론 그 드라마들을 열심히 챙겨보는 열혈 시청자이기도 했고, 정말 사소한 증거 하나가 살인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때의 그 짜릿함과 통쾌함이 좋았던 것 같다. 외국 수사물 드라마들을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레 국내 법의관들에게도 관심도 생기게 되었다. 증거들을 하나 하나 분석하여 범인을 잡는 드라마 속의 모습들이 국내 법의관들의 모습과 별반 틀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부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증거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망 당시 현장에서의 증거들도 무척 중요한데 아직 우리 나라는 수사기관과 법의의사가 분리되어 있어 검시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서로 밀접하게 사건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한들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드라마일뿐이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참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법의관의 시선에서 풀어낸다. 아무래도 많이 알려진 사건들을 위주로 법의학에 대해 풀어내다보니 나같은 일반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틈틈히 법의학 교실이라는 챕터를 넣어 보다 전문적인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중국 쓰촨성 지진 이야기를 하던 작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된 사례는 없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화학 공장이니 핵시설과 같은 위험시설이 파괴되어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책이 나왔을때가 2010년이니까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나온 책이다. 마치 그 지진을 예언한 듯한 말에 소름이 돋았다. 지진이 일어나고 사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원인 중 제일 흥미로웠던건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조된 아이가 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하던중 사망한 사건이었다. 무거운 건물 더미에 압박되어 있던 신체의 혈류가 구조된 후 다시 흐르게 되면서 갑자기 사망에 이르는 크러시증후군. 건물 더미에 깔려 사망하는 것만 생각했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법의학에 관한 책이니 어려울거야라고 생각했던 내게 추리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혔던 책이다. 많지는 않지만 법의학에 대해 다룬 다른 책도 찾아 봐야겠다. 여담이지만 종종 시체 사진이 등장하는데 흑백의 전자책 리더기라 참 다행스럽더라.

 

 

page.18 (전자책 기준)

부검이 끝난 시체는 부검 전보다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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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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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늘 사고만 치고 다니며 빚이 수십억에 이르는 작은 오빠가 짜증나고 원망스럽지만 핏줄이 원수인건지 외면할 수가 없다부유한 집안의 모자른 것 없이 자란 철없는 혜나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늘 넘치게 살던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절대 생활할 수가 없다. 사고만 치는 작은 오빠의 뒷수습도 혜나 책임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카드 덕분에 늘 위기에서 모면했다. 나이 칠순에 큰오빠보다 열 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 아버지때문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던 혜나의 생활에 위기가 닥친다. 그러다 남편 성민은 오창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고, 혜나는 작은 오빠의 소개로 산부인과 보육실에 취직하여 생전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된다. 

 

소설 속에선 제대로 된 어른이 하나도 없다. 황혼의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고 낭만만 쫓고 사는 혜나의 엄마라던가, 빚이 수십억이지만 빨간색 컨버터블을 몰며 도로를 질주하는 작은 오빠 김학원이나 새로 취직한 산부인과 원장에게 홀딱 반해버린 결혼 10년차의 혜나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보통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생각되는 어른은 없다. 결코 평범하지 못한 가정 환경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막장,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누리며 사는 것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것들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작가의 시점에선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글쎄. 보통 평범이라는 개념과 거리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막장을 치닫으며 달리는 어른들 속에 굴하지 않고 마하 39의 속도로 씩씩하게 달리는 혜나의 사랑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세상의 잣대가 만만치 않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좋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대상이 보통 사람과 틀릴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불 보듯 뻔한 결과지만 혜나라서 괜찮을거야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서른 아홉의 혜나가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응원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통통 튀며 살아있던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었으나 여러모로 아쉬웠던 소설이었다.

 

 

page. 354

사랑은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랐다. 심지어 시간보다도 빨랐다. 미래조차 까마득한 저 뒤에 내팽겨처버리고, 내 눈먼 사랑은 그저 두 팔을 벌리고 그를 향해 달린다. 엄마의 말이 옳았다. 혼신을 다한 사랑이란 훈장과도 같은 면이 있었다. 죽을지 살지 모르고 덤벼드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후련함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팔다리가 없어졌거나 눈이 안 보일지라도 모르지만, 그가 그렇게 몸을 던진 적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그 작은 금속은 영원히 그의 명예다. 훗날 우리가 어떻게 살든, 죽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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