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리어 - 뼈와 돌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1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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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토 안에서 다르게 생긴 짐승들간에 식량을 얻기 위한 전쟁도 벌이지만 늘 부족한 식량때문에 서로의 가족을 팔아넘기고 그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 그것에 대한 죄책감도 없으며 팔려가는 가족에게는 숭고한 희생이라며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넬 뿐이다. 살기 위해 사냥을 해 고기를 먹고 부족한 식량은 짐승들과 인육을 거래하며 생명을 연명한다. 소설의 주인공 스톱마우스는 말더듬이 심하고 어리숙한 어린 소년이다. 스톱마우스의 형은 부족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족장으로 추대 받게 된다. 루프에서 떨어진 글로브 안에서 살아 남은 여인 인드라니가 사냥을 나갔다 크게 다친 스톱마우스를 간호하게 되고 스톱마우스는 인드라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원시 시대는 아니고 먼 미래인 듯 하다. 루프 밑으로 커다란 돔 형태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여태 봤던 SF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세계관임은 분명하다. 이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가 끔찍하지만 소설 속의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느낄 수 없다. 그만큼 그들의 삶이 처절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육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인 하나의 식량에 불과하다.

 

설정 자체가 충격적이다 보니 소설의 모든 중심이 그쪽으로 쏠려 있어 보이지만 한 소년이 차츰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더 중심에 둔 소설이다. 마냥 어리고 어리숙한 소년일줄만 알았던 스톱마우스가 어느새 크게 자라 부족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게 된다. 스톱마우스에게 비밀을 간직한 채 옆에서 맴돌기만 하는 인드라니와의 사랑도 안타깝다.

 

강렬한 시작은 좋았으나 탄력받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사냥하다 적을 만나 싸우고 가까스로 식량을 얻고 다치고의 반복은 조금 지루하다. 트릴로지 시리즈의 처음 시작인 1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시리즈의 다음편을 같이 볼 수 있었다면 그 지루함이 이런 책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잔인해질 수 조차 없는 인간의 모습에 놀라고 반복되는 설정들이 발목을 잡았지만 스톱마우스와 인드라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걸 보면 재미없는 소설은 아니다. 암울하고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지만 스톱마우스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이 재미가 있고 없음의 판단은 다음 시리즈가 나오고 나서야 가능하겠다. 우선 인육을 거래하는 시대라는 독특한 세계관은 소설 속 훌륭한 소재임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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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킹의 후예 -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영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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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최근의 몇 년간 문학동네 소설상은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수상한 최근작들 위주로 읽다가 만 책들이 몇 권. 오래전에 수상한 작품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챙겨 보게 되는건 오래전 수상한 작품들에 대한 의리감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보험 회사 심사팀에 근무하는 영호. 채연과의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채연은 영호보다 여덞살 연상에 이혼녀다. 게다가 자궁경부암 2기의 암환자. 채연은 힘든 치료와 수술을 앞두고 미국에 있는 자신의 아들 샘을 데려오기로 한다. 갑작스런 결혼과 갑자기 생긴 아들에 대해 생소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영호.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만 말이 없는 샘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처음의 도입부만 보면 이게 도대체 특촬물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영호 몰래 샘이 보던 '변신왕! 체인지킹의 후예'라는 어린이용 tv 드라마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진짜 어딘가 있을법한 드라마의 뒷얘기들은 소설 속의 또 다른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릴적 극장에서 보던 특촬물이 생각났다. 아침에 보러 나갔지만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자 결국엔 아버지가 나와 동생을 찾으러 무거운 발걸음 하게 만들던 에스퍼맨과 우뢰매. 잠시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깨알같은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는 무게감으로 무장하고 결국엔 깊은 여운까지 느끼게 한다.

 

서로 소통이 필요하고 중요한 시대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때문에 소통을 할 수 없는 세대들. 소통할 수 없는 세대들이 기대어 비빌 수 있는 언덕은 부모라는 자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란 사람들이 모두 다 그런것은 아닐테지만 감정적으로 한쪽이 결여된 채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는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영호가 샘의 아버지 되기를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책임을 다 하는 영훈이 샘의 아버지가 되는건 영호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 된다.

 

세상에서 큰 존재 아버지와 비루하고 조잡한 특수촬영물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소재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작가의 재능이 부럽다. 비록 책 한 권 읽었지만 다른 책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 바로 <체인지킹의 후예>의 작가 이영훈이다. 기대치가 높아지는건 그만큼 좋았고 여운이 컸던 소설이라는 증거다. 아직 그렇다할 대표적인 작품은 없지만 롱런하는 작가가 되어 다음에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 실망했던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을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p. 360 

"우리는 이대로 계속해서 사는 거야. 아프고, 다치고, 피를 잔뜩 흘리며 재미없고, 재미있는 삶을. 그런 일들이 비틀비틀 이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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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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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3년만의 장편 소설이라는 말에 너무 반가워 읽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악인>을 비롯해 총 4권의 책을 읽고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두꺼운 책 좋아하는 내가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은 너무 얇은 책들이라 외면 아닌 외면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또 반가웠던건 500페이지가 조금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라는게 이유라면 이유. 

 

조금 생경한 제목은 일본의 전래동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미 게를 죽인 교활한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앙갚음 하는 내용의 동화.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난 남편 도모카를 찾아온 미쓰키. 연락도 없이 다른 도시로 떠난 도모카를 기다리다 한때 도모카와 같이 일했던 준페이를 알게 된다. 한편 준페이가 목격한 뺑소니 사건의 자수한 범인이 진짜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진범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계획한다. 진짜 범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 미나토. 순진한 청년들인 도모카와 준페이의 어설픈 협박 시도에 미나토와 그의 비서 유코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만다.

 

처음에는 이 내용들이 정치판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들에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관계가 나중에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현재 사회의 축소판이라도 불러도 될만큼 그들의 삶은 묘하게 우리네와 닮아 있다. 사회에서 약자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의 승리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짜릿했다. 소설의 장르가 미스터리인지 청춘 소설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뺑소니 사건을 시작으로 미스터리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결국엔 청춘들의 멋진 이야기니까 말이다.

 

여태 읽어온 요시다 슈이치와는 다르다. 묘한 여운을 깊이 남겼던 그의 작품들에 비해 다르게 읽힌다.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낸 작가였기에 내심 기대도 했는데 이번에는 등장인물의 속엣말로 대신한 것처럼 보였다. 약자라고 불리우며 사회의 권력과 기득권 앞에 웅크리고 서있는 그들에게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용기와 패기가 있음을 그러므로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최악의 대지진을 겪고 시름에 빠져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page. 525

"남을 속이는 인간에게도 그 인간 나름의 논리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을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결국 남을 속이는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속아 넘어간 쪽은 자기가 정말로 옳은지 늘 의심해 볼 수 있는 인간인 거죠. 본래는 그쪽이 인간으로서 더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은 아주 쉽게 내동댕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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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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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깝지만 먼 나라. 친근하지만 아직은 많이 낯선 나라. 나에게 중국은 그렇게 다가온다. 차갑고 세련된 도시 뉴욕에서 자란 두 아가씨들의 중국 여행기라는 말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책 속에 내내 묻어있을 것 같아 고른 책이었다. 처음의 기대와 달리 사진 하나 없이 활자로만 가득한 책이라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유쾌한 입담에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1986년, 점성술을 좋아하고 페미니즘에 빠져 사는 수지와 부잣집 외동딸 클레어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일주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이 외국인들의 관광을 허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뉴욕에서 살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 수지와 클레어에게 중국은 냄새나고 더럽고 온갖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가는 곳마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일뿐. 앞으로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여자들이 꿈꾸는 로맨스는 다 똑같은가보다. 책 속의 수지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애틋한 로맨스를 즐겨보기로 하는데 클레어는 무슨 생각인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속을 알 길이 없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클레어는 처음의 긍정적인 태도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점점 패닉 상태로 빠져든다. 어쨌든 같이 여행을 왔고 남은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수지는 클레어를 보살피게 된다.

 

수지와 클레어가 중국을 가기 위해 잠시 경유지로 들렸던 홍콩의 청킹맨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에서 해리 홀레 형사가 스노우맨 사건을 해결하고 노르웨이를 떠나 잠수 타며 지냈던 곳이었다! 소설 속에 필요한 장치로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인줄 알았는데 사실 존재하는 건물이었다니. 글로 전해져오는 청킹맨션의 독특한 아우라(?)로 인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금방 떠올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

 

뼛속까지 뉴요커 두 아가씨들이 100% 공산주의 국가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속에서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되는 일반적인 여행기인줄만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철없는 두 아가씨의 패닉 상태가 불러온 상황들로 인해 여행기를 통해 얻어지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기분을 얻기에는 부족했지만 수다스런 저자의 입담과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따뜻해지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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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추억 -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진실과 오해
최상규 지음 / 청어람M&B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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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NA 유전자 감식법을 최초로 도입한 최성규 박사의 책이 새로 나왔다. 어느 책에선가 국내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이 세계 우수의 여러 나라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글을 봤었다.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과 땀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까지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범죄 현장의 사례들을 다룬 책들은 여러권 만나 보았지만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을 통한 사례들이 궁금해졌다.

 

언제부터인지 관심을 갖고 챙겨보는 책들 중에 하나가 법의학 관련된 책들이다. 누구의 말처럼 범죄 현장은 다양한 학문이 만나 새로운 이론이 생기는 통섭의 장으로서 많은 분야의 지식과 경험들이 필요하다. 범죄 현장을 얘기하는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유전자감식기법은 제일 중요하다. 아주 소량의 증거물로도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건 물론이고, 범인을 유추해내는데 유전자만한 증거물이 없기 때문이다. 정황증거만 가지고 범죄를 수사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유전자 감식 기법으로 범인 검거가 쉬워지는 한편, 유전자 자료 은행을 통해 범죄 해결의 가치 있는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1992년 5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어린이 강간 추행 사건을 해결한 것을 최초로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유전자 감식 기법이 도입되기 전에는 혈액형 감식 기법으로 범인을 찾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혈액형만으로 범죄 현장에서의 수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증거물을 감정해도 거의 대부분은 범인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게 비일비재 했다.

 

이 책에서도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이 나온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도 했었고, 국내 법의학 관련 책들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건들 중 하나인 것 같다. 공소시효도 이미 지났지만 그쪽 계통에 계신 분들은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수많은 인력 투입과 장기간 수사를 했지만 범인에 대한 그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한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사건. 저자는 9차, 10차 사건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국내에 아직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도입하지 못한 시기라 옆나라 일본으로 여러 차례 오가면서 범인 검거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후의 보루였던 DNA마저 일치하지 않아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유전자 자료가 남아 있으니 나중에라도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

 

다른 책들보다 얇은 종이로 페이지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페이지마다 꽉꽉 찬 편집때문에 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어렵게 다가오는 유전자 감식 기법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보다 접근하기 쉬웠다. 미드를 통해 익숙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국내에서의 활동이 많이 궁금하던 차에 알게된 책이라 그런지 빨리 읽혔다. 다만 많이 볼 수 없었던 2000년대 이후의 사례들과 곳곳에 눈에 띄던 오타들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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