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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평점 :
청춘을 위로해주는 힐링 메세지가 가득 찬 책들이 많다. 억지스러운 말들만 늘어놓는 것 같아 그런 책들은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구매한 적도 없고,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이상한 끌림에 임지선 기자가 쓴 이 책은 구입하면서까지 챙겨 봤다. 현시창이라는 책 제목과 표지에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라는 문구때문이었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말을 책 제목까지 끌어와 쓴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일터, 경쟁, 여성, 돈에 대한 키워드로 사회 곳곳의 아픈 곳만 꼭꼭 꼬집어 24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 등록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이마트 지하에서 보일러 수리를 하던중 가스 유출로 사망한 22살 알바생, 대한민국 최고의 영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들어가서도 경쟁에 내몰리며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이유, 아버지의 공부 감옥에 갇혀버렸지만 희망을 꿈꾸던 세 자매, 지옥같은 콜센터에서의 하루. 전부 나열하기는 힘들지만 대한민국의 치부를 드러내고 눈 감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만 가득하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책상에서 침대로의 장소 이동만 있었을뿐 책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라. 감동적인 에세이도 아니고 심금을 울리는 소설도 아니건만 자꾸 먹먹해지고 울컥하며 쏟아지는 눈물은 참기가 힘들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우리네 청춘들을 이렇게까지 내모는 대한민국이 원망스러웠다. 아무 힘 없이 경쟁사회로 내몰리며 하루 하루 힘든 그들에게 모든게 다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위로보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있는 그런 이야기이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픈 곳을 건드리지만 아픈 곳에 약을 발라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어설픈 위로의 한마디보다 어금니 꽉 깨물게 만들고 청춘들의 가슴을 들끓게 만들 수 있는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위로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얄팍한 위로로 청춘들을 농락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보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걸 또 한 번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고통받는 청춘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읽다 보면 책 제목이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로써 쓰인게 전부라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4천원 인생에서 날 아프게 하더니 결국은 현시창에서 날 울리는 임지선 기자. 앞으로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