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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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에 대해 다루던 방송에서 흘러가듯 지나쳤던 유품을 정리하는 그 분들이 생각나 책이 궁금해졌다.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주는 생소함과 그들이 짧은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들이 맴돌았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던 분도 있었고, 가족들에게는 비밀인채 일을 하고 있다는 분도 계셨다. 자부심도 느끼게 하는 직업이지만 차마 가족에겐 말할 수 없는 직업이 대체 무슨 일일까 하는 호기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 최초의 유품 정리 회사 Keepers의 대표이사 요시다 타이치가 말하는 46개의 일본 사례들과 이 책의 저자인 국내 Keepers의 대표 김석중이 말하는 국내 사례 10개가 실려있다. 고독사에 대한 사례들이 대부분이지만 고독사 이외에 자살, 살인 등 다양한 죽음의 현장에서 유품을 정리하며 겪었던 일들과 느낌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죽음의 형태가 어찌 되었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죽음은 없겠지만 저자들이 말하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죽음의 현장에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죽고 나서 남은 물건들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품정리인들의 사례들을 접해 보니 외롭게 떠난 사람들은 분명 그 흔적들이 남았다. 그 흔적들이란게 유품들 대신 시체 부패의 형태로 나타나 여러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사망한 후 얼마간의 시일이 흐른 후 부패한 채 참혹한 상태로 발견되는 시체가 대부분인 고독사. 최근 혼자 외롭게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저출산과 고령화때문이라는데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책 속의 어떤 아이가 말했다. 유품정리인은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들이라고... 비록 이삿짐을 정리하고 옮긴 장소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해도 굉장히 의미있고 보람된 일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고독사 사례들에 놀라기도 했고, 끔찍한 현장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그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지기도 했다.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는 유품정리인들을 통해 당장 나의 죽음 앞에 초연해질 수는 없겠지만 내 죽음 이후의 시간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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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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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관통한 상처들이 가득한데 자신의 피로 익사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 벨만 경정은 스노우맨 사건 이후 홍콩으로 떠나버린 해리를 데려오기 위해 여형사 카야를 보낸다. 홍콩에서 아편과 술, 도박에 쩌들어 사는 해리를 만나게 된 카야.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지만 해리는 거절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입원 소식에 귀국을 하게 되고 카야와 함께 사건을 맡게 된다.  

 

레오파드를 얘기하기 전에 스노우맨이 빠져서는 안되겠다. 스노우맨의 흔적들이 소설 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라켈의 빈 자리라던가, 스노우맨과의 재회 장면, 스노우맨 덕에 없어져버린 손가락 하나까지... 스노우맨이 없어서는 안 될 레오파드의 해리 홀레. 스노우맨과의 치열한 대결을 그렸던 전작을 다시 펼쳐 볼 여유까지는 없어 잃어버린 스노우맨의 기억을 더듬어볼 뿐이었다. 레오파드를 읽기 전에 스노우맨을 먼저 만나야 소설을 읽는데 무리가 없겠다.

 

사소한 이야기 하나 그냥 넘기는 게 없는 이 소설에서 잠깐만 방심하면 큰 이야기의 맥을 따라가기가 벅찰지도 모르겠다. 스노우맨에서도 그랬듯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마지막이 되어서야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결코 작은 부분 하나까지 잊지 말라는 작가의 경고인 것이다. 방대한 내용과 많은 분량으로 인해 읽고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그 부분들이 하나로 모이며 앞부분의 내용들을 다시 들춰보게 된다.

 

해리 홀레 형사는 다른 스릴러 소설들의 주인공들과 달리 마초적이고 남성미를 발산하며 여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나쁜 남자이다.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분량이지만 그런 캐릭터에서 나오는 강렬한 힘 덕분에 길고 두꺼운 책도 지루함 없이 술술 읽혀지는거다. 그래서 이런 시리즈로 나오는 소설에서 캐릭터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800쪽의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의 두께가 조금 우스워지는 단점도 생기지만 올해 해리 홀레를 두 번이나 만났으니 그런 단점은 애교로 봐줘야겠다.

 

올해 북유럽쪽의 소설이 대세인건지 부쩍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형사 시리즈. 그리고 그 시리즈의 8번째 이야기 레오파드. 스노우맨이 먼저 출간되어 어쩔 수 없이(?) 그 다음편인 레오파드가 먼저 출간된 것이겠지만 차기작으로 소개될 레드브레스트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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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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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거니 형사 첫번째 시리즈였던  <658, 우연히>를 그닥 재미있게 보진 못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주었던 것도 아니었고, 658이라는 숫자가 주는 우연함이 좀 억지스러웠었고 그저 그냥 그런 스릴러 소설들의 하나였었다. 중박은 했지만 그 이상은 나에게 무리였던... 하지만 두번째 시리즈 <악녀를 위한 밤>은 우선 표지에 혹했고, 자극적인 제목에 끌렸고, 벽돌마냥 두꺼운 책이기에 두말 없이 펼쳐 들었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던 데이브 거니. 동료였던 잭에게서 의문의 살인사건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난 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어느새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복잡한 경찰서 사정내로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2주간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유명한 정신과의사의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목이 잘려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 증거도 부족하고 범인의 흔적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 유일한 용의자로 지명된 정원사는 이웃의 유부녀와 함께 행방불명인 상태다.

 

보통 평범한 여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살해당한 여자가 그저 평범한 신부인줄 알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그녀의 악행들은 상상을 초월했고 살인 사건 뒤에 숨겨져있던 진실을 밝히게 된다. 피해자가 여성 성범죄자였던 소설이 있었을까? 조금은 자극적인 소재로 내 눈을 번쩍 뜨게 했지만 데이브 거니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 이야기들은 불만이었다. 이럴때는 온전히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솔로 형사들이 나오는 소설이 좋더라.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뒤에 숨어 있던 진실들은 생각보다 몸집이 커지면서 결말을 대충 수습하며 끝나는거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생겼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마무리인 것 같다. 확실히 전편보다는 스토리의 힘이 더 강해진 것 같긴 하다. 600페이지정도의 책을 짬짬히 삼일만에 다 읽었으니 말이다. 물론 전작보다는 조금 더 자극적인 사건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노년의 나이에 이 정도 분량의 소설을 쓰기엔 힘이 많이 부칠텐데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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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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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어거스트 폴먼.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눈, 코, 입, 귀가 멀쩡하게 붙어 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보통의 사람들에 눈이 있고 입은 구개열때문에 음식 먹기도 힘들고.. 모든 기형을 나열하기엔 너무 복잡한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런 어거스트가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안면 기형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너무 싫어하는 어거스트지만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친구들 덕에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학교에 적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고 어거스트의 외모때문에 학교 친구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소설은 어거스트와 어거스트 주변인물들의 시점에서 쓰여져 있다. 어거스트의 누나 비아, 어거스트의 친구 서머와 잭, 비아의 남자친구 저스틴, 비아의 절친 미란다 이렇게 어거스트 외에 다섯명의 시점에서도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틀려진다. 본인이 아닌 타인들이 생각하는 어거스트에 관한 생각도 엿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도 준다. 처음에는 어거스트의 외모에 다들 놀라 쉽게 다가갈 수 없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어거스트도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같다는걸 알게 되고는 허물없이 지내게 된다.

 

학교에서도, 집밖에서도 어거스트는 외모때문에 늘 특별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외모만 특별할뿐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받고 주눅드는 어거스트가 짠하기도 했다. 이 소설이 만약 어른들의 시선에서 쓰여졌던 소설이었다면 자기를 이렇게 낳아준 부모와 외모만으로 판단하려는 세상을 원망만 하다 끝났을텐데 어린 아이의 시선이다 보니 원망보다는 투정 비슷한 것들만 보였다. 복잡한 어른의 내면보다는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어거스트 또래의 아이들 내면이 이해하기 더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외모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단지 눈에 보여지는걸로 모든걸 판단하려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우리네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으로 경계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운 일이지만 우리네 현실을 탓하기보단 편협한 시선을 가진 나 자신부터 반성해보고 좀 더 넓은 시선을 가져야겠다. 

 

 

 

p. 316

어느 방향에 놓든지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모두의 눈이 나침반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북극인 셈이다.

 

p. 474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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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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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영수는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백수이다. 정리 해고를 당하고 가장 처지에 놀고만 있을 순 없어 닥치는대로 부업을 하지만 수입은 변변치 못하다. 게다가 인형 눈을 붙힐때 쓰는 본드를 마셔 환각 속에 빠져 산다. 그러던중 부업 알선을 해주던 돼지 엄마를 통해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을 하게 되고 동물원에서 여러 동물들의 모습으로 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어쩜 세상에 저런 동물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행동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동물원. 처음에는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동물원에 반감을 가질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일거다.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리는 동물의 탈을 쓰고 연기를 하고 있는 '세렝게티 동물원'뿐이니까. 하지만 그 동물원에서도 경쟁사회의 희생자로 내몰리며 12m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버저 누르기 바쁘다. (버저를 누른 횟수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영수와 같이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같이 일하게 된 만딩고, 조풍년, 앤. 이들의 살아온 이야기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울컥해진다. 최후에는 슬아슬한 절벽 끝에 서게 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상황들이 지금의 현실을 비유하고 비꼬아 보는 내내 우울하게 만든다. 그것도 우리네 현실의 단면이라는 생각에 답답해진다.

 

우울한 날에는 마늘을 깐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울고 싶지만 울 수 없으니 마늘을 까는 영수의 마음이 나에게도 닿아서 슬퍼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현실을 작가가 풀어내는 방식은 유쾌하지만 씁쓸했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소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블랙 유머가 가득하고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모든게 해피 엔딩이다. 현실을 무조건 외면하고 비난하기에는 영수에게 남은 날들이 너무나 많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page. 159

“마늘이 맵네.”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page. 214

"동물원에 잇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 게 코미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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