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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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읽었다. 2012년 1월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시작으로 10월에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12월에 마지막편까지... 올해 처음과 끝을 함께 한 책이라 그런가. 다른 책들을 읽고 난 후의 기분과 사뭇 다르다. 다시는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만날 수 없다는게 제일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리스베트. 아버지 살라첸코와의 과거 청산과 리스베트 개인적인 복수, 더 나아가 살라첸코 클럽 혹은 섹션이라 불리우는 배후의 세력을 낱낱히 파헤치며 소설은 긴박하게 흘러간다. 밀레니엄에서 SMP로 이적하면서 생긴 스토커때문에 골치 아픈 에리카의 얘기까지 맞물리게 된다. 많은 등장인물들과 모종의 이해관계들이 얽히며 사건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소설 속 낯선 이름들에 조금은 적응했다 싶었는데 전편보다 많아진 등장인물들과 인력통제 기관인 세포에 대한 이야기가 중반까지 너무 늘어져 초반에는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긴박한 밀레니엄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고비를 넘기니 역시 밀레니엄이라며 추켜세우기 바빴다. 속도가 붙으니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쉬울 정도로 술술 재미있게, 무섭게 빠른 속도로 읽힌다. 3편의 마지막 부분인 법정씬.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법정에서의 갑론을박은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동안 찾아냈던 증거들을 토대로 반박하는 장면에선 통쾌하기까지 하다. 공권력을 무기로 온갖 범죄를 저질렀던 비밀 조직의 전말이 드러나며 단순히 리스베트의 개인적인 복수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800쪽의 레오파드를 일주일이나 붙들고 있었는데 400쪽이 넘는 책 두 권을 단 삼일만에 다 읽었다.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게 밀레니엄의 제일 좋은 장점이지만...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일찍 타계한 작가때문에 다음 시리즈를 볼 수 없다는 것. 그게 제일 아쉽고 또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완벽한 마무리를 해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리즈의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행보가 궁금해지긴 하지만 결말은 결말이니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다음 시리즈는 볼 수 없지만 어딘가에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살아 있을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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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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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를 가진 멜로디라는 여자 아이가 납치 된다. 멜로디의 몸값이 들었던 돈가방을 가지고 나갔지만 교통사고로 주검이 되어 돌아온 멜로디의 아버지, 그 돈가방을 들고 사라진 교통사고의 주범.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의 시작이자 악의 근원인 납치범이자 살인자인 끔찍한 괴물이 등장한다. 경찰서의 말단 직원인 뤼시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맡게되자 그동안 독학으로 공부했던 프로파일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개의 사건이 쉴새없이 몰아친다.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정통 추리 소설이 강세인 프랑스 출판계를 강타한 단 한 편의 스릴러라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드러나는 증거를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도 재미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대놓고 범인을 등장시켜 놓는다. 초반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내심 기대도 했다. 범인이 질펀한 악의 파티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을 쫓으며 단서들이 하나씩 등장할때마다 소설 속으로 더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미리 감지했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소름 돋고 무서운 이야기일줄은 몰랐는데 읽는 내내 작가가 괴물이라 지칭하는 범인의 악의 뿌리까지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냉정하고 잔인한 범인의 모습과 살인 방식도 섬짓했지만 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이 추악하게 변해가는 모습 또한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소설 속에서는 범인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 아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서 순탄한 미래와 죄책감을 동시에 가졌던 뤼시. 엄청난 돈가방 앞에서 무너져내린 비고와 실랭. 평범했던 사람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도 모른채 지니고 있던 잔인한 일면을 드러내게 된다.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달라 누구는 그 일면을 드러내며 악한 존재로 변모하고 누구는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른채 살게 되는거다.

 

원작을 바탕으로 <멜로디의 미소>란 영화도 있던데 등급이 19금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에 대한 차이겠지만 소설은 19금이 아니니 영상이 궁금해진다. 소설 속 등장하는 박제술에 대해 얼마만큼의 디테일을 살렸는지도 궁금하고... 추운 겨울날 이불 뒤집어 쓰고 읽기에 딱 좋은 소설! 어깨까지 덮었던 이불을 오싹함에 머리 끝까지 덮어쓸지도 모르겠지만 재미면에서는 으뜸이니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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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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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의 흔적>을 읽고 난 뒤 법의학쪽의 책을 찾아보다가 두 달 전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의 인터뷰집인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를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법의학자이고 그 연세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더랬다. 책에도 소개되었던 사례집 <지상아와 새튼이>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1985년과 198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책들의 내용 중 몇 몇 이야기들만 뽑아 다시 나온 책이 이 책이다. 

 

1950년대에 법의관이 된 문국진 박사. 오랜동안 법의학계에 종사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인터뷰집에서도 보았던 낯익은 사건들도 더러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놀라운 사건들도 있었다.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부별로 소개된 살인사건들은 단순하지 않고 자칫하면 미제로 풀릴 수 있는 사건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모든 살인사건을 평범하다 할 순 없지만 그 중에서도 유별나고 독특한 살인사건들 위주로 쓰여진 책이라 흔하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에 좀 더 몰입하고 읽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집에선 척박한 국내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얘기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은 여실히 드러난다. 죽은 뒤에 부검을 하면 두번 죽는다는 한국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때문에 시체에서 범인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한채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한 이야기는 아찔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부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은 의식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살인사건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증거에 대한 자세한 사례들을 볼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살인사건 사례집만으로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긴 하지만 살인사건을 다룬 사례집이 무조건 재미로만 읽혀진다는 것에 대해 반성도 조금 해본다. 하지만 관심을 계속 갖게 만들고 책을 자꾸 찾아 보게 만드는건 사실이니 재미로만 읽는건 슬쩍 모른 척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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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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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만 돌아다니며 다큐를 찍는 김영미 피디.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의 몸으로 홀로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촬영하느라 취재하느라 정신 없어 위험에 빠진 것도 부지기수.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해낼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나온줄 모르고 있었는데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된걸 보고 읽어 보았다.  

 

저자가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나라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취재하며 쓴 에세이집이다.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라크에서는 전쟁 중의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에서 기르는 개만도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에 울컥 화도 났고 갑작스런 폭격으로 가족들을 잃고 미쳐버린 이라크에서의 어떤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고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누가 누구를 공격해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사망했고 자살테러, 미사일 폭격 등 그런 뉴스나 신문으로 접했던 분쟁 지역의 이야기들은 솔직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정치적인 이슈를 쫓기 보단 절망적인 그들의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 내 옆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은 후 뉴스에서 시리아 소식을 전하던 짧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엄마의 죽음에 울부짖던 소년이 너무 안타까워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초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이 이 책을 읽은 후라 그런지 참혹한 전쟁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뜨거운게 솟아올라 울컥했던 것 같다.

 

사람은 아프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아프다는 말로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더 아픈 사람들도 있다. 저자가 목숨 걸고 취재 다니는 분쟁 지역의 사람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고 가족과 재산 모든걸 잃었지만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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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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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유리고코로>를 읽고 괜찮네 하던 마음이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을 읽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정서로는 절대 이해되지도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특이한 작가의 이력도 눈길을 끌었지만 섬세하고 탁월한 심리묘사와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무언가가 있는 작가의 필력에 반해버렸다. 그 와중에 출간된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라는 제목의 책. 아련한 느낌의 예쁜 표지와 뜻을 알 수 없는 제목과 순애미스터리 장르라는 처음 들어보는 광고 문구까지... 이러한 이유로 혹하지 않을 독자가 어디 있을까마는 사랑 이야기라는 말에 제일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 토와코는 8년전 쿠로사키와 이별 후 진지를 만나 6년째 동거중이다. 토와코보다 열다섯살 연상에 어눌하고 더럽고 추접스러운 진지. 토와코는 진지를 혐오스러워하고 무시하기 일쑤지만 진지는 그런 토와코에게 이유 모를 집착을 한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미즈시마와 불륜에 빠지게 되고 8년전 헤어졌던 쿠로사키가 5년전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5년전의 기억을 더듬던 토와코는 평소와 달랐던 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하게 변해버린다.

 

옛 애인의 실종과 미스터리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정작 이 소설의 묘미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표면적으로 연인이라 할 수 있는 토와코와 진지의 관계는 속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많다. 늘 진지를 혐오스러워하는 토와코나 그런 토와코에게 끝없는 사랑을 내주기만 하는 진지나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어려운 그들의 관계. 의뭉스러운 그들의 관계와 쿠로사키 실종 사건이 뒤섞이며 이야기의 끝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든다. 호흡이 빠른 소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느리거나 긴장감이 없는 소설도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강약조절을 유지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건 작가의 능력이다. 반전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은 면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던건 사실이다. 애초에 반전을 기대하며 읽은 소설은 아니니까.

 

누마타를 이 소설로 처음 만나게 된다면 몇 페이지 읽다 말고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누마타를 한 번 만나봤던 독자라면 이 사랑이야기에 닥치고 누마타를 외칠지도 모른다. 국내에 출간된 누마타의 소설들은 모두 읽어 봤다. 그래봐야 <그녀가...>외 고작 두 편이 전부이지만... 문단에 데뷔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출간된 책이 많지도 않다. 국내에서 이 정도의 흐름이라면 짧은 시간에 비해 나오는 속도는 정말 빠른 것 같다. 일본에서 누마타붐이라 할 정도로 대단했었고 이 정도로 독자를 사로잡은 능력이라면 마성의 매력을 지닌 작가임은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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