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지만 강렬한 영상으로 굵은 메세지를 전달해주던 역사e가 책으로 나왔다. 방송 시간을 챙겨보던건 아니었지만 채널 돌리다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나를 사로잡던 5분짜리 영상들. 그 영상들에 살을 더 해 엮은 책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세가지 테마로 방송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내용들이 추가되었다.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며 각 테마에서 보여주던 인물이나 사건들을 통해 많은 사례들은 아니었지만 깊은 울림을 주기엔 충분했다. 

 

우리네 역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나라 일본. 조선시대에는 총칼을 앞세워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백년전엔 근대화라는 보기 좋은 이름을 내걸고 경술국치를 통해 식민지로 삼았던 치욕적인 과거를 안겨준 나라. 그런 이유로 워낙 적대심이 강할 수 밖에 나라라 <역사e>에서도 일본에 대한 사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뿌리 깊이 박힌 그 나라에 대한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단편적인 사건들을 통해 전해져오는 비통함은 평소 느끼는 감정보다 더 무거워졌다. 아직도 제국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극우 단체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극악무도한 행태들이 다시금 생각나 화를 참기 어려웠다. 역사를 바로 알고 인식하는 것이 다가올 미래의 단단한 초석임을 그들도 분명히 알텐데 말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고유의 민족성으로 오랜 시간 이어온 역사 중엔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을텐데 그런 역사보다 비통한 역사들이 더 많이 들어 있어 조금 아쉬웠다. 물론 비극적인 역사를 잊기 보단 자꾸 기억하고 깨우쳐서 다시 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걸 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선조들의 훌륭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역사도 더 많이 실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라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은 좋고 나쁨을 떠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결코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역사인데 너무 잊고 살았나보다. 분명히 배웠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역사였는데 처음 접한 것처럼 낯선 것 투성이었다.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더러 있었지만 그저 학교 시절 배웠던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제는 그 기억마저 희미해진 내 나라의 역사를 마주하는게 많이 미안해기도 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곁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탓해보지만 결국엔 내가 외면한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 이런 현실에 역사e라는 프로그램과 책을 통해 잊고 지낸 역사에 대해 다시 깨우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혼가 불야성 시리즈 2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불야성>의 2년 후, 신주쿠 가부키초. 중국계 마피아들이 아슬아슬 위태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양웨이민이 몰래 키운 킬러 궈추성에게 추이후의 심복 장다오밍을 살해할 것을 지시하고, 추이후는 장다오밍의 살해 사건을 전직 경찰이었던 타키자와에게 범인을 잡아올 것을 명령한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 했지만 양웨이민은 궈추성에게 추훙의 여자인 러지아리의 보디가드 일을 맡긴다. 타키자와는 같이 살던 쭝잉의 부탁으로 인민해방전선의 셰위안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불야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젠이는 <진혼가>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잠깐씩 등장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전편보다 더 쎄진 모습으로 돌아와 궈추성과 타키자와를 쥐락펴락한다. 지옥보다 더 한 가부키초의 뒷골목에서 살아 남기 위해 또는 돈을 갖기 위해 또는 사랑을 위해 악을 쓰며 열심히 버텨보지만 그 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줄 뿐이다.  

 

이보다 더 비열하고 잔혹할 수 있을까 했던 <불야성>이 우스워질 정도로 더 쎄져서 돌아왔다. 류젠이보다 매력이 덜한 두 주인공의 헛질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불야성 삼부작의 마지막 <장한가>를 위한 서막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진혼가>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인물은 류젠이니까 말이다. 전편보다 더욱 더 비겁하고 악랄해진 류젠이가 왜 그렇게 반갑던지... 아무래도 불야성 시리즈에 제대로 빠진 듯 싶다. 한 층 더 높아진 수위와 훨씬 늘어난 죽음의 숫자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이것은 하드보일드 느와르니까!!! 그것만의 매력으로 푹 빠져 읽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복수심에 불타 오르는 류젠이가 다음편에선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오랜 시간 비밀리에 진행해온 계획들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지, 류젠이의 완벽한 복수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세상에 더 없을 나쁜놈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자꾸 류젠이 편을 들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걸까. 류젠이보다 더 독하고 나쁜 놈들은 불야성 시리즈에 널리고 널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마지막 한 편을 남겨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겠지만 긴 시간 잘 견뎌내고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맨스가 필요해
정현정.오승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같은 사람과 여섯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똑같은 사람과의 연애인데 번호가 매겨진다. 만났다 헤어지고가 반복되다 보니 생기는 순서라고 해야할까. 연애를 시작할때마다 새로운 감정에 사로 잡히지만 마지막엔 결국 매번 똑같은 이유로 헤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내가 표현하는 것만큼 해주길 바랬지만 무뚝뚝한 그의 모습에 늘 실망만 하는 열매.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때도 사랑한다.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그녀를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이 온전히 닿기도 전에 그녀는 외면해 버린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라 늘 헤매기만 하는 석현.

 

연인과 남남 사이를 오가며 지냈지만 열매와 석현은 남매나 다름 없다. 담 하나로 나눠진 그들의 집때문에 서로의 집을 오가는건 자유롭다. 어릴적부터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누군가 하나를 떼어놓고 설명하기엔 둘의 관계가 복잡하다. 그런 그들이 여섯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앞의 연애들이 사소한 오해로 끝났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남남으로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 섹스를 하기 위해서 다시 연인이 된다고? 연인이 아니었던 시간까지 쭉 그랬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었으니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로 먼저 방송된 소설이라 시청률을 잡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조금 어리둥절 하고 산만해서 집중 안되던 초반의 상황들은 열매가 지훈을 만나며 정리되고, 어느새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내 마음도 같이 설레어졌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걸 알고 시작한 소설이었다. 작가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인걸 알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그들의 사랑 앞에 냉정해지질 못했다.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기는 사랑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될 수 있었던건 어쩌면 우리가 해왔던 사랑과 너무 비슷해서 일거다.

 

가슴 절절한 사랑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프고 아렸던 소설.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 시작하니 로맨스라는 단어가 그리워져 선택한 소설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에 절대 공감하며 대사 하나 하나를 곱씹었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하는 사랑이지만 내 사랑이 유독 다른 사랑보다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될때 읽으면 좋을 책. 힘든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게 가장 큰 해결책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p.107 

속수무책으로 끙끙 앓는다 하더라도, 30대는 지금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다. 여전히 모든 게 막막할지라도 숨을 한 번 깊게 쉬고 '모든 것이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나이. 추억과 기억 사이에서, 이별마저도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나이.  

 

p.144 

행복하면서도 설레는, 연애의 일차원적인 감정이 끝나면 그때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된다. 갈등이 생기고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우리는 어디쯤에서 그 연애의 유효기간을 가늠하게 되는 걸까? 

마음을 더 이상 주고받을 수 없는 것. 서로의 바닥을 보면서 미련을 갖는 것. 지훈이 내린 연애 유효기간의 정의가 바로 그때부터라면 그의 말이 맞았다. 이 연애는 유효기간이 끝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등장인물들이 사건이 얽히게 되는 사연들이 1부 홍콩호텔의 이야기이다. 엘리트 조선족 리영민은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옛 친구들과의 술자리 후 휘말리게 된 사건으로 위험한 상황에 닥치게 된다. 민주일보 기자 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윤순철은 편집국장으로부터 CD를 건네받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편집국장의 죽음에 의심을 품는다. 민주일보의 사회부 신입 기자 여에스더는 개인적인 양심에 찔러 특종을 놓쳐버린 바람에 상관한테 무참히 깨지고 아무도 관심 주지 않던 모텔살인사건을 억지로 맡게 된다. 미모의 킬러 미호는 붉은 달에게서 의문의 CD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1부에서 등장인물들이 얽히게 된 사연들이 2부 민주일보에서 유기적으로 얽히며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각자 별개의 사건으로 보였지만 진실을 파헤칠수록 모든 사건들의 배후가 하나로 모이게 된다. 서로 다른 네명의 화자가 서로 다른 네개의 사건을 이야기하다 보니 산만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조금 했다. 하지만 속도 빠른 전개와 긴장감으로 산만함을 느낄 틈이 별로 없어 몰입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던 인명이나 상호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실제 있었던 일들도 나오는걸 보니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장르 소설을 보다 읽기가 수월하게 해주려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소설 속 외국인으로 대표되는 조선족들에 대해 우리네가 가지고 있는 반감과 혐오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조선족들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까지 깊숙히 박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놀라기도 했다.

 

한국형 스릴러로서 속도 빠른 전개나 긴장감은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뒷심 부족으로 인한 결말은 아쉽기만 하다. 3부에서 결말을 향해 아무런 무리 없이 잘 풀리기만 하는 상황들이 살짝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너무 성급하게 끝내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용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잘만 풀어냈다면 아쉬운 결말은 아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 그래도 장르 소설의 볼모지인 이 나라에서 이만한 한국형 스릴러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반가웠다. 늘 실망했지만 애국심(?)으로 읽어 오던 다른 국내 스릴러보다 훨씬 더 커지고 세밀해진 느낌을 받았으니 최혁곤 작가의 손에서 제대로 된 한국형 스릴러가 언젠가는 탄생 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 거리의 아이 최성봉,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최성봉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최성봉. 그가 누군지 잘 몰랐다. 케이블 tv에서 방송해주던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시즌1에 출연했다는 것밖에 몰랐다. 코갓탤 결승에서 2등을 했고 고아껌팔이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큰 이슈가 되었다는건 책을 읽고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처음에 책을 몇 장 넘기고 나니 동영상이라도 한 번 봐야겠다 싶어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낯선 카메라 앞에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어색하게 인터뷰하던 그가 무대 위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때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뭉클해지는 가슴과 뜨거운 눈물은 옵션처럼 붙어 다니며 나를 울리게 했다.

 

고작 다섯살에 고아원에서 도망 나온 아이. 그 어린 꼬마가 험한 세상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덤덤하게 글로 써내려갔지만 그 고통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이야기들에 100% 믿기 힘든 부분들도 많았다. 거리에서 껌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어린 꼬마의 삶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웠다. 몸과 마음이 편해질 길은 오직 죽음뿐인 삶. 짠한 마음에 한 숨을 푹푹 내쉬기도 하고 눈물을 쏟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듣게 된 노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소년은 노래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소년에게 노래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각고의 노력과 인내 끝에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를 배우게 되지만 그것도 오래가질 못한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알게 된 노래였기에 결국엔 그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 

 

특별한 걸로 위로 받는게 아니다. 최성봉처럼, 이런 사람도 살아가는데 나라고 못할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단한 삶에 지쳐 잠시 위로가 필요할 때 최성봉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절망의 끝을 견뎌낸 그의 노래이기에 가능한 위로니까 말이다. 부디 세상이 그에게 고아껌팔이라는 호기심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보듬어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