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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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이 책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을 했다. 잔잔한 영화일 것 같아 큰 기대는 안했지만 아카데미 8개 부분 후보에도 올랐고 <헝거게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 영화의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가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챙겨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무려 브래들리 쿠퍼! 묘한 매력에 자꾸 챙겨 보게 만드는 배우이니까... 원작이 있는 영화이니 책부터 읽어보자는 생각에 두말없이 집어 들었다.

 

어떠한 사연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채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던 팻. 4년동안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놓쳐버린 기억에 현실에 적응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온전치 못한 정신을 가진 그가 유일하게 즐겨 하는 일은 운동과 달리기.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헤어진 아내와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족들은 피하는 것만 같다. 친구 로니의 초대에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고 거기서 만나게 된 티파니라는 여자에게서 의외의 제안을 듣게 된다.

 

만날 수 없는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순정남 팻이 무슨 사연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처음엔 나오질 않는다. 그저 아내인 니키와 관련된 일이라는것만 짐작할뿐. 미스터리 소설도 아닌데 왜라는 물음때문에 손에서 쉽게 책장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점점 더해지는 재미도 한 몫했지만 말이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흔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사랑을 통해 힐링하고 치유하는 소설이었다.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전개일 수도 있으나 결국엔 사랑으로 위로 받고 따뜻해지는 마음은 다 똑같은게 아닐까 싶다.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그들이 조금 낯설어 처음엔 적응하기 조금 힘들었지만 종목만 다를뿐 우리가 야구에 열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니 그들을 이해하는게 쉬워졌다.

 

실버라이닝의 뜻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더니 여러가지가 나온다. 대부분의 결과는 구름의 흰 가장자리를 뜻한다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 중에 구름 사이로 비추는 한 줄기의 빛이라는 뜻이 제일 가까워 보인다. 팻과 티파니에게 놓인 상황들이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보니 한 줄기 빛처럼 그들의 만남으로 서로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남들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가슴 아픈 이별엔 연애가 특효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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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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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의 나에게 남녀공학은 절실한 로망중에 하나였다. 로망은 로망일뿐 현실은 여중 3년, 여고 3년. 다시는 오지 않을 중,고등학교 6년의 시간을 여자들만 득실거리는 학교에 다녔었다. 여고에 대한 실체(?)를 뼛속 깊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덥썩 지른 책이었다. 사실 요즘 너무 묵직한 소설들만 읽었더니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가 보고 싶은 이유도 컸다.

 

채율은 외고 시험에 떨어진 후 선암여고에 입학하게 된다. 천재인 쌍둥이 오빠때문에 엄마의 관심을 받을 수 없는게 불만이다.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섰던 어느 날, 팔뚝을 물고 달아난다는 소문만 무성한 변태 '무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학교에 존재하는줄도 몰랐던 탐정단 아이들이 들이닥치며 채율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무는 남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 

 

변태 사건에서 학교 비리 수사까지 넓은 영역을 누비며 어설프지만 전문성까지 갖춘 여고생들의 유쾌한 탐정 미스터리 추리 소설.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어딘가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라 마냥 가볍게 읽히진 않았다. 여고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는 안하고 무슨 베짱으로 탐정질이냐며 타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걸 하고 있을 때가 가장 그들다운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조건적인 하나의 목표때문에 묵살되어 버리는 그들의 꿈이기에 더 특별하고 더 소중하다.

 

이런 소설에서 캐릭터가 가진 힘은 굉장히 크다.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건 탐정단의 대장 미도. 괴짜인듯 하면서도 냉철한 분별력을 가진 여고생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탐정단 고문인 채율은 탐정단 활동을 귀찮아 하면서도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악역을 맡은 캐릭터의 표현도 참 섬세하다. 세상에 없을 법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선암여고 탐정들의 이야기니까 그런 인물이 하나쯤 존재해도 괜찮아 보였다.

 

여고에 다녔고, 추리 소설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벼운 마음에 읽어보자 했던 마음이 컸다. 코지 미스터리의 편견을 깬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이런 소설을 만났으니 그에 대한 기대는 날로만 높아져 간다. 육아로 바쁜 작가님인건 알지만 후속편을 꼭 봤으면 좋겠다. 책장을 다 덮고 나서도 선암여고 탐정단의 다음 행보가 너무 궁금해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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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불야성 시리즈 1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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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말로만 들어 보는 희귀한 책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는 책인데 절판되어 구할 수 없거나 몸값만 비싼 책들. <불야성>도 그랬다. 90년대에 출판되었지만 너무 빨리 절판되버려 소문만 무성했던 책. 그런 책이 북홀릭에서 새로 나왔다. 재출간 되는 책들을 될 수 있으면 챙겨보려고 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솔직히 후속작인 <진혼가>가 더 궁금한 이유도 있었다.

 

화려한 유흥가의 거리 가부키초. 여러 개의 중국계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는 거리에서 장물을 사고 팔며 지내는 류젠이. 어느 날 위안청구이의 심복을 죽이고 달아났던 류젠이의 절친 우푸춘이 돌아온다. 상하이 마피아의 보스 위안청구이는 류젠이에게 우푸춘을 데려오라며 협박을 하고 자신의 보호막이었던 양웨이민에게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물건을 팔고 싶다며 접근해 온 나츠미라는 여자의 비밀이 드러나고 류젠이는 그녀와 함께 우푸춘을 찾는다.

 

원초적인 생존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비열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비열함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물론 여주인공도 만만치 않은 대담함과 비열함을 보여준다.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씁쓸했지만 나쁜 놈 투성인게 <불야성>의 제일 큰 매력인 것 같다.

 

하드보일드 느와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았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 비열한 암흑가 조직들의 암투같은 것들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복수에서 시작해 복수로 끝나는 막장 드라마같은 전개들이 너무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그렇다. 무엇 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하드보일드 느와르라는 장르에 완벽하게 딱 맞아 떨어진다. 성별을 떠나 이런 종류의 책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뿐이었고, 착한 놈이 하나도 없어 감정이입까지는 힘들었지만 시간 가는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순전히 후속작이 궁금해서 읽은 책이었지만 의외의 재미 덕분에 <진혼가>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부디 <진혼가>는 기대하고 읽으면 재미없어지는 소설이 되지 않길 바래 보면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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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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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 절판되어 스릴러 매니아들 사이에서 고가로 거래되던 <차일드 44>. 너무 빨리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던 책이었는데 재밌다는 입소문만 들리니 입맛만 다시던 때가 있었다.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었는지 절판되었던 책이 다시 출간되었다. 개정판이라는 게 무색한 오타들과 표지에 인쇄된 오글거리는 문구들은 정말 정말 안타깝지만. 재출간 되자마자 산 책이었는데 책장에 고이 모셔두다가 요즘 이 책에 관한 얘기가 들리길래 꺼내봤다.  

 

사회적인 이념상 절대로 범죄가 일어날 수 없는 스탈린 체제의 소비에트 연방.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었던 레오는 국가 안보부 요원으로 지내며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 레오가 스파이 용의자를 감시하던 중 처참하게 살해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지만 완벽한 국가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반사회적인 범죄이기에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감시하던 용의자가 도망치게 되자 레오도 국가로부터 의심을 사게 되고 참혹한 어린아이의 시체가 처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다른 스릴러 소설들과 차이점이 여러 개 눈에 띈다. 우선 사회적인 배경이 되는 독재자 체제의 국가와 주인공 레오가 제일 독특하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충성하며 국가 안보부 요원으로서의 표본인듯한 레오에게선 비겁함이나 속물근성을 볼 수 없었다. 이런 장치들이 살인 사건들과 묘하게 맞물리며 살아있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범인을 쫓고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묵직한 소설이다. 스탈린 독재 체제에 대한 공포, 당장 내 옆의 가족조차 믿을 수 없는 불신이 일상적인 삶, 끊임없이 느끼게 되는 부끄러운 자신의 양심. 충성했던 국가에 반하여 살인 사건을 수사할수록 점점 변하게 되는 레오의 내면을 탁월한 필력으로 잘 풀어냈다. 작가가 29세에 쓴 데뷔작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 <차일드 44>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었다. 책을 읽은 사람마다 강력추천이라며 망설임 없이 꼽던 책. 편견 없이, 기대 없이 읽고 싶었지만 좋다는 입소문을 너무 넘치게 들었나 보다. 그런 것만 아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책이었을 텐데 살짝 아쉽다. 하지만 묵직함으로 만족스러운 여운을 준 소설이라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 보길 권해주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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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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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 작가의 책은 <퀴즈쇼>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어 봤다. 이 작가의 책은 꼭 읽어야돼라던지 닥치고 찬양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챙겨 보고 싶은 작가중에 하나이긴 하다. 책장에 꽂혀 있기만 한 작가의 책도 두권쯤 있는 것 같고...; 이 책은 2005년에 나왔던 <랄랄라 하우스>의 개정판이다.

 

김영하 작가가 권하는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세가지중 해보고 싶었던 한가지. 노트를 한 권 준비하고 가고 싶었던 나라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물 리스트를 빠짐없이 써내려 가는 거다. 지금 당장 떠날 순 없지만 훗날 떠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준비물을 하나씩 하나씩 메모 하다 보면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는건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니 이렇게 준비물 리스트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은 좋은 방법 같다. 메모를 다 끝내고 나서의 진짜 여행이 아님에 허무함은 부작용으로 남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사생활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건 헌책방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사인본들 이야기. 나도 작가들의 사인된 책들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중고책으로 내다 팔 엄두는 안나던데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가 보다. 작가들에게는 자식같은 책들중에 하나일텐데 싸인까지 된 책이 중고책 서점에서 발견될 때의 씁쓸한 마음이 느껴져 작가들에게 짠한 마음도 생기더라. 그리고 작가가 서점에서 우연히 자기 책 사는 사람을 보면 그 책이 대박 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진짜 '우연히' 발견해야만 이뤄진다는 꿈같은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 보는 일은 비밀스럽지만 즐거운 일임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생활들을 엮은 에세이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의 사람이 쓴 글들이 주는 즐거움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영하 작가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조금 놀랬다.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김영하 작가와 고양이랑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작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건 책 속의 글들뿐이니 한계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

 

p. 65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상상 속의 존재들과 이별하는 것이다. 

 

p. 104 

스크린 속의 요정이 사실은 피와 살과 뼈를 가진 존재이고 다치거나 죽으면 119 구조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상상하고 비난하고 숭배한다. 그러나 바로 그 무책임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양심 안에서,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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