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두 개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사막여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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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해 보이는 외모와 실력까지 갖춘 송파 경찰서 강력 1팀의 형사 현도진. 불륜 관계에 빠진 내연녀 재희를 살해하고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재희와 여행을 가기 위해 비워뒀던 휴가 계획이었지만 혼자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휴가지로 선택했던 캠핑장에서 의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재희를 살해한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봐 직접 시체를 처리하고 범인을 잡기로 한다.

 

두 개의 시체와 두 명의 살인자라는 설정은 독특했다. 유능한 형사이자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살인범 현도진. 영화 <공공의 적> 1탄에서 이성재가 연기했던 펀드매니저 조규환과 굉장히 비슷한 설정의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평소엔 유능한 직장인이자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잔혹한 살인자로 변하는건 비슷하다 못해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은수저 물고 태어났고, 잘 생긴 외모를 가진 현도진의 설정들은 살짝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모자른 것 없이 자란 성장 배경 때문에 더 잔인해진게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드러내놓고 철저하게 악의 편으로 표현되는 인물은 현도진이다. 현도진과 대립되는 인물인 장주호 팀장과 한없이 착해 보이는 선우신까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 덕에 읽는 재미는 한층 더해진다. 조금 진부해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들은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책에 몰입되니 진부하다는 생각은 어느샌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열린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은 더 만족스럽다. 오히려 그런 결말이라 더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재미있게 읽던 책이 어설픈 결말로 인해 순식간에 재미없는 책으로 둔갑하는 경우는 허다하니까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악하고 선함의 판단은 사람의 본성을 좌우하는 최초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지고 있는 기질이 원래부터 악한건지, 어떤 불가항력의 상황에 놓였을때 악해지는건지, 매순간마다 바뀌는게 사람이라 쉬운 판단은 애초부터 힘들다. 소설 속 장주호와 선우신도 내면의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이 왔을때 그들 자신도 몰랐었던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국산 스릴러라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던 책이었다. 반가운 마음은 컸지만 솔직히 기대는 안했다. 기대를 안했던게 오히려 좋게 작용했는지 술술 재미있게 읽혔다. 끝까지 쉽게 놓지 못하게 만들던 긴장감도 괜찮았다. 그동안 국산 스릴러에 대한 못미더웠던 마음들은 <더블>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된 듯 싶다. 말끔히 털어낸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산 스릴러에 대한 미래가 밝아 보이는건 참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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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다지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 권의 책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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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권의 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처음에는 부제 때문에 따분한 역사책인줄 알았다. 책소개를 보다 보니 처음에 했던 생각은 오해였고 로맨스가 섞인 역사소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은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져 외면아닌 외면을 했었다. 하지만 <환다지>는 역사와 로맨스라는 조합을 판타지라는 양념으로 어떻게 버무렸을지 궁금해져 펼쳐 들었다.

 

시대적 배경은 병자호란이지만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왕자이지만 왕좌와는 거리가 먼 휘운은 늘 일탈을 일삼으며 아버지인 의종의 미움을 사는 인물이다. 청국에 볼모로 끌려 간 명성세자가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휘운에게 뜻모를 유서를 남긴채 암살을 당한다. 유서를 전해준 설을 잡아두고 휘운은 명성세자의 암살 뒤에 <환다지>라는 의문의 책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된다. 휘운은 설과 함께 <환다지>의 행방을 쫓고, 그들은 알 수 없는 음모에 걷잡을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조선 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은 다 그런걸까? 모종의 거래와 음모가 등장하고 왕 몰래 권력을 꿈꾸는 배후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뻔해 보이는 전개에 조금 실망도 했지만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 시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권을 유린 당하고 억압받던 사람들에게 <환다지>라는 책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들끓게 만들었다. 여러 사건이 터지고 금서로 정해졌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던 도구가 책이라는 설정이 독특해 보였다. 물론 책만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하는 도구도 없겠지만 말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등장 인물들이 교묘하게 섞어 판타지를 만들었다. 게다가 서스펜스와 로맨스까지 여러 장르가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데 어느 것 하나 거슬림 없이 술술 읽힌다. 하나가 과하면 하나가 모자르기 마련인데 적절하게 버무려짐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재미는 확실히 있다. 하지만 세밀한 감정표현의 부재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좀 더 애틋하고 절절하게 그렸으면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과 설과 휘운의 사랑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에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것처럼 낯익기도 하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여러 권의 <환다지>는 똑같을 수가 없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시절 설과 휘운의 이야기는 단 하나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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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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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웜 바디스>를 읽게 된건 영화가 궁금해서였다. 영화 예고편에서 나왔던 죽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라는 장면 때문에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원작이 있는건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좀비라는 소재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좀비가 거기서 거기 아냐?라는 생각은 첫장을 넘기면서 무참히 깨져버렸고, 굉장히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좀비의 모습은 어색해서 적응하는데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기도 했다.

 

퀭한 눈,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써클,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살아있는 인육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무시무시함.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의 모습은 아마 이러할거다. 수많은 컨텐츠에서 그려진 좀비는 거의 비슷해서 더이상 새로운 좀비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웜 바디스>를 읽고 나니 여태 알아왔던 좀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동안 인간의 적으로 인육을 먹어 치우며 빠른 속도로 전염시키는 좀비들만 봐왔던터라 인간과 공생하며 생각하는 좀비의 모습에 많이 낯설었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지만 이미 세상은 멸망을 하고 있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린 좀비는 이제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좀비 R은 줄리를 만나게 되고 알 수 없는 기분에 그녀를 다른 좀비들로부터 구출하게 된다. 줄리를 만나게 된 현장에서 얻은 인간의 뇌를 먹은 R은 누군가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혼동을 일으킨다.

 

사랑을 느끼는 좀비라는 영화의 광고 문구는 읽으면 읽을수록 과장된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 광고를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웜 바디스>의 주인공 좀비 R은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전에도 특별한 존재였다. 겉모습은 흔하게 보아오던 좀비들과 같았지만 그들보다 좀 더 진화한 좀비였으니까. 말을 할 줄 알고, 어느정도 생각도 할 줄 알고, 다른 좀비들과 사회적인 관계도 맺으면서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으니 인간과 아주 비슷하게 느껴지는건 당연했다.

 

콩닥콩닥 설레는 사랑의 감정은 좀비가 느끼기엔 무리가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죽고 되살아난 몸이지만 기억과 감정은 메말라버려 살아있을 때의 감정을 회복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천천히 변해가기 때문에 빠른 속도감은 없었지만 색다른 좀비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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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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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이금이 작가의 신작이다. 이금이 작가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참 괜찮은 소설이라는 점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가끔씩 챙겨보곤 했었다. 이번에는 선택이라는 주제로 내놓은 책이었는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치르게 될 성장통은 어른들과 얼마나 다를 것인지, 그 선택으로 그들에게 어떤 길이 놓여 있을지 궁금했다.

 

두 주인공 지오와 석주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캐나다에서 살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기숙학교인 태명고로 오게 된 지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유독 잘하지는 못해 어머니의 권유로 태명고에 입학하게 된 석주. 둘의 만남은 태명고 기숙사 205호실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기질로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어느 날 우연히 함께 하게 된 일탈을 계기로 둘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 일탈이라는 것이 자전거여행을 하다 길을 헤매는 중에 만나게 된 아저씨와 그의 딸 은설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던 일이다.

 

각자 다른 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하나의 기억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같은 기억을 공유한채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두 소년. 스물 셋의 지오와 석주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결국엔 다른 기억과 감정들이었다. 아무리 같은 기억이라 해도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틀리듯이 기억이라고 똑같을 수는 없다. 그 기억으로 누군가는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섰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처럼 잊고 지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은 뒤로한채 늘 부모의 말에 동의하며 선택을 해왔던 석주와 혼자 고민하며 스스로 선택을 해왔던 지오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기억이라고는 하지만 늘 다른 선택을 하며 지내왔던 지오와 석주이니까. 

 

스물 셋의 지오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끝을 알려주진 않는다. 지오와 달리 석주는 많은 방황을 하고 흔들리다 한참을 돌아 결국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온다. 지오는 그런 석주를 보며 자신이 앞으로 하게 될 선택에 큰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도 선택의 기로에서 늘 고민하고 망설이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그 자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충분히 만족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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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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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병원 중환자실의 풍경은 아마 비슷할거다. 의식 없는 환자들의 침대 곁에 늘어져있는 수많은 기계들과 분주하고 긴박하게 오고 가는 의사와 간호사들.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할 수 있는 보호자들. 위급한 생명들을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해주는 그 곳. 의학드라마나 방송을 통해 접해본 경험이 전부지만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병원 중환자실의 풍경은 그럴 것이다. 저자는 19년동안 중화자실 간호사로 일했었다.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마주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기억에 대한 기록을 엮은 책이다. 한 신문의 기사에 혹해 읽게 되었지만 당연하게 여겼던 의료시스템에 대해 많은걸 느끼게 해줬다.

 

제목처럼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은 대부분 병원 안에서의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대부분이 중환자실에 있기 마련. 그런 환자들은 희미해진 의식으로 자신의 질병에 대해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보호자들이 환자 대신 앞으로의 연명치료를 결정하는게 당연하다 생각되었다. 하지만 아픈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들과 의료진들의 치료 여부에 대한 결정이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을때의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질병에 대한 치료 여부의 결정권은 당연히 환자에게 있을텐데 애초에 환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결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픈 환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많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웰다잉이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의 질에 대해 저자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저자가 중환자실 간호사로 오랜 시간 일해왔지만 의료진의 입장이 아닌 아픈 사람과 보호자의 시선에서 바라봤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저 생명 연장만을 위한 치료인지 당사자의 편안한 죽음을 생각하는지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전의료지시서'라는 제도가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작성해놓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못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평소 나에게 죽음의 의미는 크게 와닿질 않는다. 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얘기이니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경험이 없었다. 얼마전 유품정리인에 대한 책을 읽고는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진 유품들의 행방에 대해 잠시 고민한게 전부였다. 만약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그런 생각을 했을때만 해도 가볍게 지나쳤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쉽게 떠올리기엔 워낙 무겁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서 그만뒀을텐데 이 책을 읽어 보니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걸 깨달았다. 내 죽음과 마주하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중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불편했던 시간은 감수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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