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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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화려한 활약을 펼치며 내 머리 깊숙히 박혀버린 리스베트 살린데르와 미카엘 블롬비스크!! 올해 초 추운 겨울날 나를 이불 속에서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던 밀레니엄 시리즈 1편을 읽고 아끼고 아끼다가 2편을 꺼내들었다.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늦게 읽어나하는 후회도 해보았지만 이제 남은건 마지막 '벌집을 발로 찬 소녀'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울 뿐이다.

 

하리에트 사건을 해결해 준 댓가로 방예르 총수에게 부패 재벌 웨네스트롬에 대한 자료를 제공 받은 미카엘. 그 자료를 토대로 책을 내고 미카엘은 슈퍼 블롬비스크라 불리우며 스웨덴의 스타 기자로 거듭난다. 밀레니엄 잡지사도 때아닌 흥행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특집호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여성 성매매에 관한 특집호 기사를 조사중이었던 범죄학자인 미아 베리만과 그녀의 연인이자 기자인 다그 스벤손이 살해당한다. 두 사람의 살인에 리스베트가 용의자로 몰리며 어두웠던 과거가 공개되기 시작한다.

 

소설의 초반 리스베트의 소소한 주변 이야기는 조금 지루하다. 워낙 폐쇄적인 인물에다 혼자인게 너무 익숙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미카엘과도 연락을 끊어 너무 늘어지는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리스베트가 용의자로 쫓기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든 악'으로 불리웠던 리스베트의 과거는 생각보다 더 암울하고 강렬했다. 마지막 부분은 다른 책으로 한 눈을 팔 수 없게끔 끝나버려서 3편을 펼쳤지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잠시 덮어두고 데이빗 핀처가 감독했던 헐리우드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봤다. 생략된 부분이 많아 원작을 읽지 않고는 이해하긴 조금 난해해 보였지만 영화도 재미있더라. 특히 미카엘 블롬비스크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는 싱크로율 100%! 스웨덴판 미카엘보다 훨씬 좋았다.

 

아무튼 마지막 편을 남겨두고 이 섭섭한 마음을 뭘로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허무하게 요절한 작가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 하지만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준 밀레니엄 시리즈는 정말 고맙다. 북유럽 특유의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때문에 더욱 푹 빠져 읽은 것 같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밀레니엄 후유증을 앓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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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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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나 하나같이 비호감이었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의 제일 첫번째 이야기가 새로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염매라는 단어와 신들린다라는 조합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호러 미스터리라는걸 제목에서도 한 번에 느낄 수가 있다.

 

청바지가 귀하던 시절 도조 겐야는 조상 대대로 무당의 집안이었던 흑의 '가가치'가와 팽팽하게 대립하는 백의 '가미구시'가가 있는 산골 마을을 방문한다. 사위스럽고 기이한 분위기의 마을에 여러 괴사 사건이 터지면서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 잡힌다. 폐쇄적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다. 그저 정황증거만 가지고 수사를 시작하는 도조 겐야. 지역의 민속 신앙과 팽팽하게 대립되는 두 집안의 이야기가 맞물리지만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생소한 단어 염매가 자주 등장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자 그 어떤 마물보다 가장 꺼림칙한 존재라는 뜻이 소설과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같은 동양권의 나라라는 것과 비슷한 민속 괴담이 존재 하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이기때문에 이게 무엇이다 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섭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존재라는건 알겠는데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태생이 다를지라도 무서운건 매한가지다. 

 

가가치가에 여섯명의 사기리와 두 집안의 복잡한 가계도만 극복한다면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앞부분의 지루함은 이 소설의 백미인 결말 부분을 위한 장치에 불구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질질 끌고 오던 범인을 추려내는데 독자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 갈긴다. 어떻게 이런 추리가 나올 수 있었는지 대략적인 설명도 붙긴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추리를 하며 논리 정연한 설명을 하는 도조 겐야에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예전에 혼자서도 잘 보던 공포 영화를 이제는 혼자 못 보게 되었는데 소설도 그런가보다. 읽는 내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소설때문에 밤에 혼자 앉아 읽기도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서늘하고 오싹한 맛에 호러 미스터리를 보는게 아니겠는가. 국내에도 일본 못지 않게 다양한 민속 신앙과 괴담들이 존재할텐데 그것을 토대로 멋진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우리네 정서와 더 잘 맞는 소설이니 그 오싹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page. 459

"허수아비님은 사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실뿐 살인 따위는 아니 하십니다. 그 벌로 인해 목숨을 잃는 자가 있어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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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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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지루한 스포츠라 생각을 했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의 길고 긴 경기 시간이 정말 지루했다. 하지만 얼마전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곤 야구라는 스포츠가 저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했다. 경쾌한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짚을 수 있는 짜릿한 스포츠라는걸 깨닫는데엔 영화 한 편으로도 충분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재익이라는 작가에 대한 편견을 깨보고 싶기도 했다. '미스터 문라이트'라는 소설로 처음 만났지만 크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그런 편견이 어느 정도 없어졌음은 인정해야겠다.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파트너가 사라졌다. 게다가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의 위기까지 닥친 지웅.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해보고 싶었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대 재학 시절 야구부 활동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옛 부원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시절 지웅에게 가장 힘이 되고 4번 타자이자 왼손잡이 포수였던 장태성을 찾지만 그의 소식은 오리무중이다. 장태성의 소식을 쫓으며 시나리오는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소설 속 1승 1무 265패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 야구부는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한다. 머리나 공부로는 일등이었지만 야구에서는 늘 꼴찌를 면치 못했었던 서울대 야구부. 야구부라는 사람들이 야구를 얼마나 못하는지 다른 팀에서 연습 상대로 껴주지도 않고 콜드게임으로 패하는게 예삿일이다. 그런 일등이자 꼴찌들에게 단 한 번의 1승은 오기와 열정의 승리였다. 하지만 단 한번의 1승을 이야기하는 야구 소설이라기보다 실패와 좌절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중에 제일 압권은 누가 뭐라해도 장태성이 아닐까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장태성은 보란듯이 이겨내니까 말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이 소설이 픽션이었든 실화였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야구 소설이라는건 사실이다. 지루하고 졸린 스포츠 야구가 아닌 감동과 재미를 주는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소설 속 우리나라 야구사(史)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 야구사와 야구 영웅들이 있기에 야구가 인기 있는 스포츠로 든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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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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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쓴 글을 좋아한다. 기자가 쓰는 기사가 아닌 기자가 쓰는 에세이나 여행기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기자였던 셰프가 쓰는 푸드 에세이. 그래서 읽었다. 작가의 이력이 전직 기자였으니까.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작가의 많은 추억들 중 맛으로 기억되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의 이야기, 2부에서는 작가가 요리를 배웠던 이탈리아와 여행중에 만났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 3부에서는 작가가 읽었던 책들 중 그 속에 담겨 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 가장 흔한 라면에서 귀하고 비싼 캐비어까지 두루두루 맛을 생각하며 적은 글귀들은 정말이지 입안에 침을 열 두번도 더 고이게 만든다. 그게 푸드에세이의 단점이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맛은 뜬금없기도 하다가 시처럼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솜사탕 맛 같다는 병어처럼 말이다. 회를 제외하곤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비릿한 생선 요리에서 솜사탕 맛이라니. 뜬금없기도 하다가 맛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 맛을 상상하게 되었다. 맛이란 직접 느껴보지 않고 상상만 하기란 힘들지만 솜사탕 맛이라고 하니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기 마련이고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 중의 많은 부분은 맛에 대한 추억들이 많다. 제목이 왜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다. 태어난 시기와 자란 시기가 틀리더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맛에 대한 기억, 음식에 대한 추억들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추억으로 기억되는 맛은 분명 있을테고, 그 추억을 가끔 떠올리며 그때 먹었던 먹을거리들을 찾게 되는 건 불변의 법칙일테니까 말이다.

 

 

page. 57

식구들은 닭을 뜯고, 뼈를 씹었다. 칼슘도 부족한 시절이었다. 닭뼈를 씹으면 고소한 선지 맛이 났다. 그러다가 젖니가 훌렁 빠져버리기도 했다. 그 가난한 카니발의 마지막은 국물이었다. 어머니는 닭껍질이 들어 있는 뜨거운 국물을 분배했다. 소금을 치고 한 그릇씩, 원하면 두 그릇씩이라도 훌훌 마셨다. 누이들이 양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는 건 국물뿐이었다. 입천장이 벗겨지도록 뜨거운, 누런 닭기름이 둥둥 뜬 비릿한 그 국물을 마셨다. 들이켰다. 닭 먹은 태가 났다. 백숙은 젠장, 서러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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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뱀파이어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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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블러드 오스'에서 좀비들과 피터지게 싸우던 뱀파이어 케이드와 한때 잘나가는 정치가였던 잭이 다시 돌아왔다. 생각보다 못한 전편의 인기에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마침 속편이 딱 하고 나와줬다. 거의 1년만인듯. 이럴땐 그저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전편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싸우며 뱀파이어 케이드는 잭을 파트너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뱀머리 괴물들의 출현에 케이드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 협력자로 나선 그레이브스 대령과 손을 잡게 된다. 케이드는 그레이브스 대령과 함께 뱀머리 괴물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가게 되고 잭은 대령의 부하들과 괴물들의 집단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게 된다. 급속하게 퍼져 나가는 감염 속도에 또 다른 음모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점점 드러나는 그림자 기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겉모습은 차갑고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뱀파이어지만 가슴 속은 어느 인간보다 따뜻한 케이드. 냉정하고 잔인한 케이드의 모습이 태반이지만 인간보다 높은 포식자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볼때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보여줬던 잭과의 썰렁한 농담따먹기도 재미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것들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타니아가 케이드와 잭의 조력자로 좀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케이드와 마주 칠 시간이 많아질수록 케이드와의 로맨스도 많이 나올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여자의 감성을 건드릴만한 요소들이 살짝 부족하니까 이런 것들로 채워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야기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진다. 숨 고를 시간도 없는 빠른 전개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별 필요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산만한 느낌도 들게 하지만 쉴 새 없이 그려지는 전투씬들때문에 산만한 느낌도 잠시뿐이다. 뱀파이어는 영화나 소설에서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나라를 수호하고 대통령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뱀파이어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케이드는 다른 뱀파이어보다 특별하고 인간적이다. 그런 케이드를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page. 88

"아직 인간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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