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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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늘 사고만 치고 다니며 빚이 수십억에 이르는 작은 오빠가 짜증나고 원망스럽지만 핏줄이 원수인건지 외면할 수가 없다부유한 집안의 모자른 것 없이 자란 철없는 혜나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늘 넘치게 살던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절대 생활할 수가 없다. 사고만 치는 작은 오빠의 뒷수습도 혜나 책임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카드 덕분에 늘 위기에서 모면했다. 나이 칠순에 큰오빠보다 열 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 아버지때문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던 혜나의 생활에 위기가 닥친다. 그러다 남편 성민은 오창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고, 혜나는 작은 오빠의 소개로 산부인과 보육실에 취직하여 생전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된다. 

 

소설 속에선 제대로 된 어른이 하나도 없다. 황혼의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고 낭만만 쫓고 사는 혜나의 엄마라던가, 빚이 수십억이지만 빨간색 컨버터블을 몰며 도로를 질주하는 작은 오빠 김학원이나 새로 취직한 산부인과 원장에게 홀딱 반해버린 결혼 10년차의 혜나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보통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생각되는 어른은 없다. 결코 평범하지 못한 가정 환경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막장,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누리며 사는 것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것들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작가의 시점에선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글쎄. 보통 평범이라는 개념과 거리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막장을 치닫으며 달리는 어른들 속에 굴하지 않고 마하 39의 속도로 씩씩하게 달리는 혜나의 사랑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세상의 잣대가 만만치 않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좋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대상이 보통 사람과 틀릴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불 보듯 뻔한 결과지만 혜나라서 괜찮을거야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서른 아홉의 혜나가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응원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통통 튀며 살아있던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었으나 여러모로 아쉬웠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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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랐다. 심지어 시간보다도 빨랐다. 미래조차 까마득한 저 뒤에 내팽겨처버리고, 내 눈먼 사랑은 그저 두 팔을 벌리고 그를 향해 달린다. 엄마의 말이 옳았다. 혼신을 다한 사랑이란 훈장과도 같은 면이 있었다. 죽을지 살지 모르고 덤벼드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후련함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팔다리가 없어졌거나 눈이 안 보일지라도 모르지만, 그가 그렇게 몸을 던진 적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그 작은 금속은 영원히 그의 명예다. 훗날 우리가 어떻게 살든, 죽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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